늘빛 심응섭-사색의 강
아침 산책 길
그 들길에서
가을을 만났다.
낙엽이 깔리는
시간 위에
바삭바삭 밟히는
그 계절 끝에
바람도 따라와
남은 잎들을
흔들고 있다
잎이 대롱대롱할 때는
세상이 다 슬퍼 보인다지만
슬픈 것이 어찌 너뿐이랴
가거라 너도 가거라
가고 오는 일이 윤회인 것을
눈, 서리 내리고 그 또한
지나가 버리면
잎 진자리마다 새잎
돋지 않겠느냐
그러다가 그 시절
다시 돌아오면
어제도 오늘처럼
화려한 가을을 입고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겠느냐
*늘빛 심응섭-시인, 서예가, 문자디인예술가, 건국대학교 대학원 졸업(행정학 박사), 월간 ‘문학세계’ 시, 수필 등단, 녹조근정훈장 수훈, 한국문화예술상, 베이징, 도쿄, 베를린, 모스크바 등 주한국대사관 초대 개인전,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대상 수상(문화관광부장관상),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 한국학국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사 역임, 현)늘빛한글문자조형박물관장, 순천향대 명예교수, 충남서각협회 고문, 문학세계 상임편집위원, 저서 “무엇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가”, “문자예술의 언어”, “한글문자예술”, “묵향이 머문 시간”외 다수.
*위 시는 문학세계 2023년 10월호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본 것입니다.
첫댓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계절이 가을인가요...
겨울을 준비하는 서러움이 가을인가요...
하지만 이내 다시 우리는 새로운 가을을 준비하겠지요~~~
옛 시인들은 가을 보다 봄을 빚대어
이 봄을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지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모든 잎이 물드는 가을은 두 번 째 봄이라는 까뮈의 표현처럼
봄과 가을은 동전의 앞뒤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쓸쓸함과 서러움은 성숙이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