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폭포를 찾아
우수에 닥친 막바지 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 이월 중순 목요일이다. 삼월이 오기 전 당일치기로 몇 군데 다녀오기로 마음 둔 열차 교통편 답사를 나섰다. 이번이 올겨울 들어 네 번째 행선지다. 세밑에 기장 근처 임랑해수욕장에서 묘관음사가 첫 번째다. 그다음이 울산 개운포 처용랑 설화 현장 용연이다. 두 곳은 경전선이 부전에서 예전 동해남부선이 전동 열차로 바뀐 구간이다.
엊그제는 창원중앙역에서 동대구로 올라가 포항으로 바꾸어 동해선 철로가 강릉까지 개통된 삼척에 닿아 죽서루와 동해척주비를 둘러봤다. 귀로는 부전행 동해선으로 신해운대역까지 어둠을 뚫고 심야에 창원으로 복귀하니 날짜 변경선을 넘겨도 하루 코스였다. 이번에는 부전에서 목포로 가는 무궁화호를 타고 진주에서 섬진강을 건너기 전 하동에 내려 쌍계사를 다녀올 일정이다.
마침 글쓰기에서 서로를 부추기어주는 지기 셋이 동행하여 간간이 말벗이 되어 고마웠다. 아침 이른 시각 창원중앙역에서 부전을 출발 목포로 가는 열차에 올라 창원역과 마산역을 지나면서 낯이 익은 얼굴을 만나 반가워도 좌석은 떨어져 하동역까지 갔다. 진주 이후 완사와 북천과 횡천은 간이역 수준으로 이용 승객이 몇 되지 않아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은 무인역으로 운영했다.
하동역에 닿자 이웃한 버스터미널에서 쌍계사행 버스 출발 시각과 거의 맞았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 편익과 외지인 유치에 안간힘을 기울임은 대중교통 운행에서도 역력히 알 수 있었다. 버스 승객이 고령층이라 실버 일자리로 창출한 안전 도우미가 동승하고 요금은 고작 100원만 부담하도록 했다. 악양 평사리를 지나 화개장터에서 십 리 벚나무 길을 지났다.
겨울을 나목으로 나는 벚나무가 줄지은 화개동천으로 들어 쌍계사 입구 종점에 닿아 돌아갈 버스 시각을 살펴두고 쌍계1교를 건넜다, 조계종 13개 총림의 하나인 쌍계사는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일주문을 대신했다. 바윗돌에 홈이 깊게 최치원이 남긴 쌍계석문(雙溪石門) 각자는 이끼가 붙어 자랐다. 법당 뜰에 한국전쟁 때 총탄으로 금이 간 진감선사대공탑비는 해체 수리 중이었다.
1천 3백여 년 전 진감스님 행적을 최치원이 문장을 짓고 비문 글씨까지 쓴 빗돌은 당연히 국보로 고승과 학자는 둘 다 전설로 남은 분이다. 법당 뜰에서 서성이다 매화가 부푸는 망울을 살피고 국사암으로 가는 산길에서 불일폭포로 올랐다. 젊은 날 두 차례 다녀가고 무척 오랜 세월의 흘러 다시 오른 길이다. 동행한 세 지가와 더불어 안전에 유념하며 느긋하게 겨울 숲길을 걸었다.
삼신봉과 세석평원으로 나뉘 갈림길에서 불일암으로 가니 암자에 스님은 거처하지 않았다. 청학과 백학이 날개봉처럼 에워싼 불일폭포로 내려서니 입춘 이후 한파에 빙폭을 이루어 장관이었다. 지리산에서 신선이 되기를 지향하는 상상 속의 이상 세계 청학동으로 추정하는 1순위 불일폭포를 대면했다. 지기 셋은 데크 따라 전망대까지 내려가도 나는 고소 공포로 가까이 가질 못했다.
하산길은 일부 구간 빙판을 조심해 디뎌 쌍계사로 돌아와 사하촌 식당으로 들었다. 친절도와 청결함에 맛깔스러움이 더한 맛집이었다. 산채 비빔밥과 하동 특산 재첩으로 부친 전과 제철 빙어튀김까지 곁들이니 장상이나 왕후가 부럽지 않았다. 장아찌로 담근 청매실은 한 접시 더 나와 상큼하고 향긋한 맛이 빼어났다. 식후는 하동차 엑스포 행사를 치른 찻집에서 진한 녹차를 맛봤다.
귀갓길 차편에 맞춰 정류소 인근 국립공원 지리산 하동 분소를 찾아 화개동천을 복습했다. 칠불암 방향과 같은 의신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아침에 지났던 화개장터와 평사리를 거쳐 하동 읍내에 닿았다. 그새 우리를 태워준 무궁화호는 목포까지 가서 기관실을 돌려 섬진강을 건너왔다. 아침에 버스 환승 시간에 맞추느라 열차표를 예매 못해 입석으로 왔더니 추억거리를 더 남겼다. 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