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서혜경...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친구의 병원에 매주 목요일 저녁 라이브음악회가 열린다.
팝, 재즈, 클래식, 통기타, 드럼, 색소폰, 포크송, 가요, 그룹사운드, 합창 등 많은 장르의 음악을 라이브로 공연하며 환자와 가족에게 음악으로 기쁨을 주어 치유와 위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그녀가 이 작은 라이브 콘서트에 초대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은 가끔씩 듣지만.....15평 남짓한 라이브 콘서트장에 그녀가 온 것이다.
혼잡을 우려해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작은 공간에 약70여명이 앉지 못하고 선채로 빽빽히 들어찼다. 나도 아내와 같이 그곳에 가서야 서혜경이 연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혜경의 공연을 보는 것은 가난한 서민이고....여러가지 사정으로 볼 때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공연할 때마다 좋은 좌석이 10만원이 넘을 정도로 그녀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그 서혜경의 공연을 바로 코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사례를 받고 오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이렇게 좋은 음악환경이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 자신도 작은 보탬이 되고자 온 것이다.
그것도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그리고 어렵게어렵게 이 작은 공간에온 것이다. 오직 환자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약 3미터 앞에서 바라보는 서혜경의 피아노연주 실력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거짓말이 아니라, 손가락의 형태를 볼 수 없었다.
헬리곱터의 프로펠러가 돌아갈 때, 프로펠러의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고 프로펠러의 잔상만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손가락 잔상만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빠른 손가락의 놀림에 모두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쇼팽의 연습곡 Op.25중 4곡, 그리고 즉흥환상곡 C# 단조 Op.66, 리스트의 파가니니의 대 연습곡 중 1곡, 헝가리안 랩소디 6번 등 연주할 곡들을 모두 연주하였는데, 모인 많은 사람들이 기립하여 계속 박수를 쳐 대니까, 웃으면서 한곡 더 연주를 하고, 또 기립하여 박수치고, 또 연주하고......4곡을 더 연주하고 박수가 멈출 줄 모르자, 서혜경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서혜경을 데리고 나갔다. 그녀 스스로는 모인 사람들의 박수를 뿌리치고 나가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나가면서 환자들에게 "빨리 나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는 마음도 사람이 아니었고, 연주하는 손과 몸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미 입신의 경지에 들어 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옆방의 병원 식당에 앉았는데,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아내도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이었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녀의 표정의 매우 밝았으며 그 고운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서혜경의 연주를 위해 공연장 내부를 다시 고치며 좋은 피아노를 빌려와 배려를 한 친구의 마음도 역시 사람이 아니었다.
유유상종이라고.....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어울리는 나도 이미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닌지.......ㅎㅎㅎ
사실 나는 오늘 연주회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인사이동이 있어서 근무 패턴이 바뀌어지는 바람에 오늘 쉬는 날이 된 것이다.
공짜로 밥도 먹고, 보기 힘든 신의 연주를 바로 앞에서 감상하고....음악의 분위기와 수준에 따라 베푸는 맥주와 안주가 오늘은 없었지만,
오늘 나는 횡재한 것이다.....
그 공연이 2002년의 일이었는데, 최근에 그 천사같은 서혜경님이 유방암을 극복하고 다시 재기하는 연주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천사들이 많이 있지만, 서혜경 천사님의 건강을 두손모아 빈다.
......부디 건강하소서....
첫댓글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음악을 곁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니 정말 좋았겠습니다.. 얼마전에 신문에 기사가 났더군요. 암을 이겨내고 또 암환자들을 위한 음악회도 하고 있다는 훈훈한 내용과 함께.. 자신의 분신인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는 열정..존경할만한 음악가입니다..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분야이든 전문가가 되었을때의 그를 더 돋보이게 하는 열정..나누는 마음으로 만나는 자리이기에 더한 감동이 ....며칠전 금정문화회관에 가고 싶었는데...글도 삭제 되어있고 시간도 부족 했고요...아쉬웠습니다.
가신다더니 무슨 연수때문에 못가셨나요?
또...시비
소리님에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얼마나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였으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표현하셨겠습니까 세계적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가 그런 작은공간에서 연주하기란 그리쉬운일이 아닙니다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연주야말로 진정한 음악인이라 할수있겠지요 피아니스트 서혜경님께 하늘에 은총이 함께하시길 바라옵니다 ^-^*
감동이 또다른 감동으로 전해지는군요. 서혜경님의 쾌유를 빕니다.^^*
서혜경 음악회 잼나게 보셨군요. 그 음악 서부도 듣구져브 ㅎㅎㅎ
바다소리님의 음악사랑도 대단하십니다. 친구이신 병원장의 음악사랑과 환자들을 위한 배려...부경방에서의 공연소식글을 잠깐 본적이 있지만, 한번 가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