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5.03.11. -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의 결과가 몹시 좋아서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우려면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할까요. 그렇게 보람찬 하루가 계속된다면 또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서 어떨 땐 ‘가끔 쉬어가도 괜찮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행복이라는데 그 또한 녹록지 않은 정의입니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식으로 내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세상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말도 고민해 봅니다. 지금 내 삶에 만족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신정민 시인〉
Bill Douglas - Forest Hymn - A Place Called Mo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