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달·아사녀 사랑이야기 품은 경주 영지... 드넓은 호수 바라보며 한적히 산책하기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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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경주 영지 숨은 벚꽃터널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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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경북 경주 전역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보문관광단지, 대릉원 등은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타 지역에서도 일부 찾아오는 곳이다.
아직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가 한 군데 더 있다. 경주 동남쪽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영지(못)이다. 지금은 외동읍 괘릉리와 방어리 일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이지만, 사실 불국사 석가탑과 관련된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불국사 경내 다보탑과 석가탑 건립을 위해 서라벌로 떠난 아사달이 수년간 집에 오지 않자 아사녀가 서라벌을 찾는다. 하지만 탑 건립에 방해가 된다며 면회를 거절당한다. 대신 "지금은 만날 수 없으며, 탑이 완공되면 연못에 그림자가 비칠 것이다. 그러면 남편을 만날 수 있으리라"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몇 달이 지나도록 그림자가 비치지 않자, 아내는 연못에 비친 남편의 환영을 보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탑을 완성한 아사달이 뒤늦게 이곳을 찾았지만, 아사녀는 보이지 않는다. 아사달도 연못 바위에 비친 아사녀의 모습을 보고 조각을 시작했는데, 비몽사몽간에 완성된 바위를 보니 얼굴은 아내요, 형상은 부처님이었다. 조각을 완성하고 아사달도 몸을 던져 아내 곁으로 갔다는 전설이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이 못을 사람들은 영지(影池)라 했고, 끝내 그림자를 나타내지 않은 석가탑을 무영탑(無影㙮)이라 불렀다. 영지의 전설을 소재로 현진건이 1938년에 '무영탑'이란 소설을 지었다. 영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아사달이 아내의 모습으로 새겼다는 이지러진 석불좌상이 하나 남아있다. 영지 석불좌상은 그 모습이 석굴암 본존상과 많이 닮아 있다.
경주 시가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영지는 면적이 17만2000㎡로 제법 넓다. 이맘때쯤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연분홍 벚꽃이다. 도로변 산책로 양쪽으로 벚나무가 쭉 뻗어 있다. 수령 20년이 조금 넘은 아담한 모습이다. 저수지 옆으로 벚꽃터널처럼 우거진 모습이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인파로 붐비는 복잡한 벚꽃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한적한 이곳을 많이 찾는다. 벚꽃터널 사이로 젊은 연인들이 걸어가는 것을 보면, 마치 신랑 신부가 두 손을 맞잡고 입장하는 웨딩 꽃길처럼 보인다. 이런 꽃길이 400m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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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불국사 토함산이 영지 못에 반영되는 경주 영지 저수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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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영지 벚꽃 산책로에 활짝 핀 벚꽃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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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비친 토함산도 장관... 산책하며 유유자적 꽃구경
벚꽃만 있는 게 아니다. 도로변 산자락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곳곳에 한두 그루 심어놓은 새빨간 동백꽃은 산책하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산책로 끝 지점에 맨발 지압 도로도 있다. 바로 옆에는 정자도 마련돼 있어 잠시 연못 바라보며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산책로를 지나면 뚝방길이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마석산의 모습이 보인다. 뚝방길 중앙에 나무데크 전망대가 뚝방길과 같은 높이로 설치돼 있다. 여기에서 보면 멀리 토함산이 연못에 바로 비친다.
야속하게도 기자가 다녀온 3월 29일엔 미세먼지가 앞을 가려 토함산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도 아름다운 풍광과 화사한 벚꽃이 이를 대신 위로해 준다. 여기가 바로 아사녀가 매일 찾아와 불국사 석가탑 건립에 혼을 쏟고 있는 아사달의 모습을 그린 장소이다.
뚝방길에 이어 나무데크 길로 들어서면 연못 위로 걸어 다니는듯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나무데크가 저수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설계돼 걸으면서 스릴도 만끽할 수 있다. 간혹 수달이 물고기 먹이사냥하는 모습도, 바위 위에 산란하려 올라온 자라도 볼 수 있다.
나무테크 길이 끝나면 저수지 옆으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산속 오솔길 옆으로 진달래와 개나리가 아름드리 피어 있다. 이곳에서도 주변 경관과 '물멍'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힐링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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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영지 둘레길에 설치된 나무데크 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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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영지 수면과 밀착된 스릴 넘치는 나무데크 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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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이 끝나면 최근에 조성된 영지설화공원이 나타난다. 불국사 대웅전 앞 두 탑 중 석가탑(무영탑)에 얽힌 설화를 스토리텔링 한 테마공원으로 조성됐다. 아직 화장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면적이 3만7000㎡인 영지설화공원은 공원 안에 교목과 관목, 초화류 등을 심고 야간경관조명과 아사달·아사녀탑, 정자, 포토존, 어린이 놀이시설과 광장 등을 조성했다.
영지는 그동안 몰라서 못 간 사람들이 많았다. 숨은 벚꽃 명소로 조금씩 알려지면서 최근에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졌다. 영지는 길이만 해도 1.7km에 이른다. 가족 단위 나들이 또는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도 은밀히 알려져 있다.
영지는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봄꽃이 많아 요즘 같은 따뜻한 날씨에 찾으면 좋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부족함이 없는 고즈넉한 곳이다. 저수지 옆으로는 리조트 등 숙박시설이 있다. 영지 석불좌상 옆에선 초보자 승마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보불로 양쪽으로 경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우 물회와 기타 음식점, 그리고 멋진 카페 등이 즐비해 봄철 힐링 여행지로 손색 없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북 경주시 외동읍 괘릉리 1261-1(영지 저수지)
- 주차료 및 입장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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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지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영지 석불좌상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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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영지설화공원 야간경관조명 모습 |
ⓒ 사진제공 : 경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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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영지 오솔길에 식재된 새빨간 동백꽃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