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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26]
내가 시청 앞에 있는 커피숍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시간을 10분 정도 남겨두고 있을 때였다.
커피숍 안은 산산했고 만나기로 한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보다 먼저 도착해 있으려고 했는데 참 다행이다.
“혼자 오셨어요?”
여종업원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자신 있게 손가락 6개를 펼쳐보였다.
“여섯 명이요.”
“아…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종업원이 안내해준 자리는 이곳에서 가장 넓은 자리였다. 여섯 명쯤은 넉넉히 앉을 수 있을 만한 넓이이다.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편하게 앉았다. 잠시 후 종업원이 물 한잔을 가져다주었다.
차가운 생수를 마시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혀본다.
과연 그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모두 남자일까? 아니면, 여자일까?
따돌림을 당할 정도면 나처럼 아주 평범하고 숫기가 없고 존재감 또한 없겠지?
그런 애들이라면 대하기도 편할 거야. 아…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흐음….”
드디어 약속했던 5시가 되었다. 하지만 커피숍 문은 좀처럼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붙이고서 손바닥에 턱을 받쳤다. 그렇게 초심이 한 바퀴를 돌고, 또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입구에 달려있던
종소리가 울렸다. 황급히 바른 자세로 앉아 입구를 응시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었다.
맥이 빠진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른 시각이다. 약속시간이 겨우 2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핸드폰을 열어 아이들이 보내온 메시지를 또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메시지, ‘뻥 아니죠? 저 좀 도와주세요.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내용으로 보아 이 사람은 따돌림에 많이 지쳐있는 듯 하다. 약간 나를 못 믿는 것 같지만 애써 믿고 싶어 하는….
어쩌면 다섯 명 중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일 것이다.
다음 두 번째 메시지, ‘인터넷에 올린 글보고 문자 보내요. 그 말이 사실인가요?’
이 사람 또한 내 글을 의심스러워하는 눈치이다. 하긴, 왕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연락을 해달라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일 리는 만무하다.
세 번째 메시지, ‘정말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주시는 건가요?’
이 사람은 내가 올린 글의 제목에 몹시 집착하고 있었다. 아니 집착이라기 보단 굉장히 들떠있는 느낌이 든다.
왠지 귀여운 성격 같다.
네 번째 메시지, ‘자신 있음 한번 해줘봐봐. 아차! 구라 까면 뒈져!’
이 사람은 솔직히 무섭다. 왕따의 전형적인 성격과는 왠지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정말 왕따라면 센 척을 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마지막 메시지, ‘드디어 저의 구세주께서 나타나셨군요!’
‘드디어’라는 부사를 앞에 붙인 이 사람은 꽤나 오랜 기간동안 따돌림을 당해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 사람은 나를 구세주라고 칭했다. 왠지 모르게 부담이 가는 메시지다.
메시지를 보고 나름대로 다섯 명을 분석해본 결과, 정작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사실은 알 수가 없었다.
이들의 성별과 나이, 이름, 생김새…나는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5시20분. 이쯤 되니 지루함보다는 내가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1분 1초씩 흘러갈 때마다 설마설마 했었는데 그들은 끝내 오지 않았다.
홧김에 남은 물을 원샷한 후 전화를 걸기 위해 첫 번째 문자메시지를 열었다.
그리고는 통화버튼을 누르려는데, Rrrrr-. 내 핸드폰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오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 했다. 발신번호는 낯이 익었지만 누구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전화를 받아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네가 오춘자라는 뻥쟁이냐?”
처음 듣는 목소리다. 그런데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네…그런데 누구세요?”
“속아주니까 재밌냐? 씨발, 구라면 뒈진다고 내가 분명히 그랬지! 감히 나를 농락해? 너 몇 살이야?!”
남자는 무척이나 화가 난 목소리였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이 뭔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대충 짐작 가는 데는 있었다.
그는 네 번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었다. 남자의 말은 황당 그 자체였다.
지금 누가 할 소릴 누가 하고 있는 거야?
“이봐요. 그쪽이야말로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분명히 5시에 만나자고 문자 보냈잖아요. 벌써 20분이나 넘게 기다렸다고요.”
“헛. 뭐? 20분을 기다려? 너만 빼고 다 왔는데 어디서 큰 소리냐?”
“다 오다니요? 전 지금 커피숍 안에 있다고요. 사람 놀리지 마세요.”
“…너 설마….”
핸드폰을 귀구멍에 바싹 갖다대었다. 상대방은 뭔가 생각에 잠긴 말투로 말끝을 흐렸다.
“왜…왜요?”
“설마 2층 커피숍에 있냐?”
내가 있는 곳이 건물 2층이 맞기는 했다.
“그런데요?”
“븅신. 우리가 있는 데는 1층이야! 시청 앞에서 제일 눈에 띠는 커피숍을 두고
어째 그 코딱지만한 커피숍에 가 있을 수가 있냐? 집에 가기 전에 빨리 와! 야야, 이 여자 졸라 바보 아니냐?”
뚜뚜뚜-.
전화가 끊기기 전 남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마치 다른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내가 바보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말한 커피숍은 바로 여기를 두고 한 말이었는데….
도리어 큰소리를 치던 남자 때문에 조금 어리둥절하다.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만 마시고 그냥 나가려니 괜스레 미안하다. 하지만 미안해도 어쩔 수가 없다.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체 후다닥 입구로 걸어갔다. 계단을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멀뚱히 제자리에 서서 주변 상가들을 죽 둘러보았다. 정말 시청 앞에 커피숍이 두 개다.
내가 들어간 커피숍의 건물 세 번째 옆에 누가 봐도 눈에 띠는 높은 빌딩 1층에 커피숍 하나가 버젓이 있었다.
하긴, 커피숍 이름도 말하지 않고 그냥 시청 앞이라고 했으니 누구라도 더 큰 커피숍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했다.
근처 상가의 쇼윈도를 보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뒤 그곳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시죠?”
이곳 역시 종업원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2층 커피숍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는 모두 남자종업원이라는 것이다.
모두들 키가 훤칠하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많은 자리 중 유독이 5명이 모여 앉아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아! 저 사람들이랑 일행이에요.”
종업원에게 간단히 답해준 뒤 성큼성큼 목표지점으로 걸어갔다.
낯선 이들과의 대면. 굉장히 가슴 뛰는 일이다. 내 시야로 점점 선명하게 들어오는 무리는 여자 한 명에 남자가 네 명이었다.
다들 서로 다른 교복을 입었지만 모두 학생이었다. 그 중에는 내가 아는 교복도 있었다.
드디어 그들 앞에 이른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5명 모두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인터넷을 보고…”
“기어서 왔냐?”
내 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학생 한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교복을 보니 고등학생이다.
설마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아뇨. 걸어서 왔는데요…?”
순간 그의 목청에 주눅이 든 나는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써버렸다.
앗! 안돼. 처음부터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날 만만하게 생각할 거야. 무서워도 설우에게 배운 대로만 하자.
나는 말을 다시 정정했다.
“그래! 기어서 왔다, 왜!”
남자가 눈썹머리를 일그리며 나를 본다 싶더니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안경 낀 남학생에게 시선을 옮겼다.
“걸어서 왔다는 거냐? 기어서 왔다는 거냐?”
“걸어서 왔겠지. 설마 기어서 왔겠어? 난 17년이나 살았지만, 기어 다니는 사람은 아기들밖에 못 봤어.”
성격이 사나운 남학생과 같은 교복을 입었다. 나는 그의 말속에서 그의 나이를 알 수가 있었다.
17살. 두 사람은 고1이었다. 다행이도 나보다 어린 나이였다.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좀 앉으세요.”
무리 중 유일한 홍일점인 여자아이가 말했다. 웨이브 진 긴 머리가 지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지혜보다 훨씬 더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나는 비어있는 중간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메뉴판 5개를 들고 와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메뉴판을 응시하며 음료를 고르고 있는 아이들을 죽 훑어보았다.
모두들 눈에 띠게 생긴 것이 왕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고등학생이 3명, 중학생이 2명.
중학생은 몇 학년인지는 모르겠지만 교복은 확실히 중학교 교복이었다.
“너희들 정말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
가까이에 있는 여학생에게 슬그머니 물어보았다. 껌을 씹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다른 아이들도 그렇다고는 하던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진짜예요.”
여학생은 다른 이들은 몰라도 본인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목소리가 낭랑한 것이 말도 잘하는데…예뻐서 따돌림을 당하는 건가?
여고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넌 뭐 마실 거냐? 나는 아이스커피 마실 건데.”
“나는 섬유질과 비타민 A, 비타민 C가 풍부해서 감기예방과 피로회복, 피부미용에 좋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어서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오렌지주스를 마실 거야.
게다가 당분이 7∼11%, 산이 0.7∼1.2% 들어 있어서 나게 되는 상쾌한 맛이 좋아.
그러니 너도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커피를 마셔 머리카락이 빠지게 하지 말고
몸에 도움이 되는 오렌지주스를 마시도록 해.”
“됐어! 또 유식한 척이냐? 나는 그냥 커피 마시고 대머리 될 거야!”
사나운 아이와 안경 낀 아이의 대화였다. 같은 학교여서 그런 지 서로 잘 아는 사이처럼 보인다.
“콜라가 어디에 있지?”
중학생 한 명이 물었다. 그에 난 또 나에게 묻는 말인 줄 알고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콜라의 존재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콜라는 있었다.
“여기에 있네.”
분명 내가 대답을 해주려 고는 했지만 방금 들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나대신 대답을 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질문을 던진 중학생 본인이었다.
연한 갈색 빛을 띠는 머리칼에 귀를 양쪽에 세 개씩이나 뚫은 남자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쌍꺼풀 없는 전형적인 눈을 지니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지만, 그 아이가 또 한번 중얼거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일빙수도 먹고 싶지 않아?……응. 조금은 먹고 싶기도 해.”
.............
…그는 확실히 자문자답을 하고 있었다. 생긴 건 환하게 생겼는데 꽤 음침한 행동을 한다.
“전 파르페를 먹을래요.”
남자아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니 여자애가 내 팔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어…그래. 너희들은 뭐 먹을래?”
정신을 차리곤 남자아이들에게 물었다. 그에 사나운 아이와 안경 낀 아이는 아이스커피와 오렌지주스라고 말했고,
자문자답 중학생은 콜라와 과일빙수를 외쳤다. 결국 두 가지를 모두 주문하는 중학생이었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나머지 남학생에게 물었다.
그도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머리스타일이 심상치가 않았다.
파마머리. 남자가 파마를 하면 웃음부터 나오겠지만 이 아이는 아주 자연스러울 정도로 잘 어울렸다.
눈이 땡그랗고 피부가 뽀얘서 그런지 파마머리조차도 귀엽게만 보인다.
“너도 골랐어?”
내가 묻자 두 눈을 더 땡그랗게 뜨고서 나를 보는 아이였다.
나는 내가 못 물어볼 거라도 물어본 줄로만 알았다. 곧 그가 입술을 떼었다.
“곪다니, 뭘? 난 곪을 거 없는데?”
“엉…? 그게 무슨 말인지….”
남자아이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생뚱맞다는 게 아주 잘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누나가 방금 너도 곪았냐고 물었잖아.”
“내…내가 언제? 마실 거 골랐냐고 물었어.”
“아…난 또 깜짝 놀랐네. 하하.”
이봐, 놀란 사람은 바로 나야.-_-
그는 머쓱히 웃어 보이더니 내게 자신이 선택한 음료를 말해주었다.
“나는 녹차빙수 먹을래.”
“녹차빙수?”
“아니. 녹차빙수 말이야.”
“…….”
이번엔 대체 무슨 말로 알아들은 것일까? 물어보려고 했지만 왠지 복잡할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귀가 어둡다니…어쩌다 저렇게 된 걸까?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이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자기소개를 요구했다.
그에 사나운 녀석 한명 빼고는 모두들 호응적으로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홍일점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앞에는 공주 풍 손거울이 놓여있다.
“내 이름은 왕비야. 성이 ‘왕’이고 이름이 ‘비야’야. 나이는 17살로 빛나리 여고에 다녀.
무남독녀 외동딸로 집에서 귀하게 자라신 몸이지. 뭐 굳이 내 자랑을 하자면 쌍꺼풀 진 큰 눈과 오뚝한 코,
앵두 같은 입술, 아기처럼 투명한 피부, 조막막한 얼굴이랄까? 이 중에서도 나한테 반한 녀석들이 있는 것 같아 미리 얘기하는 거지만
너희들은 모두 내 스타일이 아니야. 특히, 연하는 사절이고.”
비야…예쁜 건 사실이지만 자기 입으로 직접 그런 말을 할 줄이야.
그녀는 정말 대단한 공주병이었다. 그리고 비야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왠지 그녀의 부모님인 듯 했다.
이름이 왕비야라니….
비야의 자기소개에 혀를 내두르는 나와는 달리 다른 이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중학생이 자기소개를 했다. 아까 혼잣말을 하던 그 아이였다.
“난 16살. 세계 남중 3학년이야. 이름은 신지우고 여자들한테는 인기가 좋지만 남자들한테는 인기가 없어.
그래서 내가 학교에서 왕따인가 봐.”
지우. 이름을 머릿속에 꼭꼭 담아두었다. 지우의 소개가 짧게 끝이 나자 한구석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나운 녀석이었다. 그는 지우가 반말을 하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경 낀 아이가 그를 달래자 잠잠해졌다.
“이젠 내 소개를 할 게. 난 남산 고등학교 1학년인 사랑해라고 해.
타인에게 사랑을 받고 살라는 뜻으로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순수 한글이름이지. 난 현재 전교부회장을 맡고 있는데,
내가 너무 똑똑한 나머지 투표 없이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나를 전교부회장자리에 앉혀놓으셨어.
내가 만약, 3학년이었다면 당연히 전교회장이 되었을 거야. 취미는 독서하기, 영어숙어외우기, 수학공식외우기이고
특기는 시험 쳐서 100점 맞기야. 참고로 중학교 때 단 한번도 학년 톱을 놓친 적이 없어.
혹시라도 모르는 문제가 있다면 나한테 가져와. 모두 풀어줄 테니까.”
굉장한 자기소개였다. 이름이 사랑해라는 이 녀석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자랑을 그렇게 까지나 하다니…학교에서도 그런다면 따돌림의 이유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랑해의 잘난 척에 사나운 녀석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으휴-, 하여간 그놈의 잘난 척은. 어쨌든 사랑해녀석도 지 소개를 하는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
내 이름은 김후락. 사랑해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고 있지. 난 이 녀석처럼 공부를 잘하지는 못해.
단, 싸움실력만은 일품이지. 나또한 그쪽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톱을 놓친 적이 없어.
물론, 지금도 학년 짱이라는 타이틀이 내 이름 뒤를 따라다니고 있지. 그러니까 나한테 함부로 까불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특히 중딩 두 녀석.”
사나운 녀석 김후락이 지우와 파마머리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을 랑해가 손바닥으로 가려버린다. 마지막으로 파마머리가 남았다.
모두들 그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마머리는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만 매만지고 있을 뿐이다.
“저기…이젠 네 차례야.”
모두들 기다리고 있는 터라 파마머리에게 빨리 해줄 것을 요구했다.
“내가 뭘 어쨌는데?”
또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
“응?”
“방금 누나가 나더러 정신 차리라고 했잖아.
나는 그냥 말없이 앉아있었을 뿐인데 누나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내 기분이 상했잖아.”
난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파마머리가 날 몰아세우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사나운 녀석 후락이가 소리쳤다.
“야! 네 소개하라잖아! 너 사오정이냐?”
사오정.
그래, 그 말이 딱 어울린다. 파마머리는 진짜 사오정이다.
후락이의 고함소리에 그제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파마머리가 민망한 듯이 웃어보였다.
“아, 그런 거였어? 그럼 진작에 말하지. 하하.”
푸하-, 할 말이 없다.
“내 이름은 소유라고 해. 이소유. 말귀가 아주 쬐끔 어두운 편이야. 그치만 사는 데엔 지장 없어. 하하하. 영원중에 다니고 3학년이야.”
“별명은?”
왠지 사오정이 별명일 것 같아 한번 물어보았다.
“응, 가족은 부모님이랑 띠 동갑인 누나 한명이 있어.”
“아니, 가족 말고 네 별명 말이야.”
“아, 난 또. 병명은 없어. 난 아주 건강하거든. 근데, 이상한 걸 물어보네?”
하아…관두자.-_-
간신히 자기소개가 끝이 났지만 테이블은 꽤나 소란스럽다.
“허…, 근데 저 새끼도 반말이네?! 야, 내가 분명히 까불지 말랬지!”
“김후락, 시끄러워. 지금 너의 그런 행동이 얼마나 무매너스러운지 알고는 있니?
네가 교복을 입고 모임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하면 65년 전통의 우리 학교가 욕을 얻어먹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쉴 새 없이 화를 내면 스트레스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면역력이 약해지고 고혈압, 중풍, 당뇨, 심장병 등의
성인병에 잘 걸리게 될 지도 몰라.”
“형들 왜 자꾸 우리 누나 욕해? 우리 누나 본 적이나 있어?! 특히, 안경 낀 형! 우리 누나 욕하지 마!”
괜히 혼자 또 열 받아 방방 뛰는 후락이를 옆에서 온갖 지식들을 늘어놓으며 그를 달고 있는 랑해.
그리고 그의 옆에서 덩달아 성이 나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소유였다. 한숨을 푹 내쉬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울을 보며 콧노래를 부르는 비야와 종업원이 가져온 콜라에 꽂힌 빨대를 열심히 불어대는 지우가 보인다.
부글부글부글.
“앗! 야, 그만 좀 해! 내 피부에 다 튀기잖아! 탄산이 피부에 얼마나 안 좋은지 몰라서 그래?
어젯밤에 팩한 게 도로 아미타불이 돼버리잖아! 히잉, 내 피부 상처 받은 것 좀 봐.”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여왕님 비야였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지우가 입술을 삐죽 내민 체 중얼거린다.
“신지우, 네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거야?……글쎄. 난 솔직히 저 누나가 엄살을 떠는 거라고 생각해.
콜라 한 방울에 피부가 상하면 콜라를 마시는 나는 몸 안에 있는 장기들이 모두 썩어버린다는 얘기가 되잖아.
하지만 난 멀쩡히 살아있는 걸?”
........
……큰일이다. 처음부터 감당할 수 없는 녀석들을 모아버렸다.
다루기 힘든 사나운 맹수와도 같은 싸움짱 김후락, 너무 똑똑해서 자칫 잘못하면 나를 비웃음거리로 만들지도 모를 전교부회장 사랑해,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에 빠져 헤어 나올 줄을 모르는 여왕님 왕비야,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음침한 녀석인 신지우,
말귀가 아주 많이 어두운데 정작 본인은 쬐금 어둡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오정 이소유.
이 다섯 명의 독수리 오형제는 나에게 있어 너무 벅찬 제자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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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이야기□
First Story。그녀석의 슬픈인형.
Second Story。ⓐⓝⓖⓛⓔ'ⓣⓞⓡⓨ.
Third Story。전국 고교 일진협회.
Forth Story。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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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_-...춘자...힘내라......브라보.... 꼬까쓴눈사람님~ 담편도 기대 많이 할게요! 파이팅!
글씨크기때문에 소설읽는게 힘들어요... 잼있긴하지만 글씨크기가 넘 커서 보기 힘들어요
글씨크기는 저 때문이 아닌듯..ㅡㅡ^(맞나..?;;) 컴퓨터에서 상단 메뉴에 있는 [보기]-[텍스트크기]에서 크기를 한번 조정해보세요. ^^
ㅎㅎ 이름이 `왕비야` 너무 웃겨요 !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
=_=헉,독수리 오형제... 왠지 알수없는 녀석들이 모여버렸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