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본인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주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중심으로 벽화 작업도 진행된다고 하는데, 활동하는 동호회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거리의 미술가 '왕거미' 이진우입니다.
도시를 새로이 이쁘게? 보기좋게? 색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구요, '거리의 미술 동호회'는 벽화가 좋아서 모인, 아니 사람들이 좋아서 모인 ^^; '다음'에 있는 인터넷 카페랍니다.
더 이상의 소개는 다음 질문에 답하면서 말하죠.
>두 번째. 아직까지는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 보는 그런 미술작품에 익숙해져 있는 저희들에게 현재 하고 계신 거리의 벽화작업에 대한 소개를 좀 해주세요. 아직까지 벽화하면 저에겐 역사시간에 배웠던 고대 동굴 벽화가 생각나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왕거미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벽화 그리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벽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친구들에게 기초 소개말 정도?)
>>벽화는 말 그대로 벽에다 그리는 그림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바위에다 쪼아 새기기도 했구요(울주의 암각화), 동굴속의 벽에다 그리기도 했었는데(알타미라 동굴벽화) 현재에는 페인트 등의 도료의 발달로 제법 광범위하게 그려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특히 요즘에는 래커 스프레이를 통한 그래피티가 청소년층에 호응을 얻고 있구요.
우리나라의 선조들은 고구려의 경우 왕릉무덤속에 많은 벽화를 남겨서 고구려인의 기상과 용맹함을 지금도 알 수가 있잖아요.
>>벽화를 하게 된 동기는 단순합니다. 그림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과 그 삶의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전시장에 그림을 펼쳐놓고 사람들을 향해 와서 보라고 하는 거야말로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일까요? 다들 먹고살기 바쁘잖아요.
거기에 비해 벽화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서 직접 그리고 또한 잘했는지 못했는지 조차 직접적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 지역이)훨씬 보기 좋아졌어, 수고했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랍니다.
>세 번째. 현재까지 하셨던 작업과 현재 진행되는 벽화작업이 있다면서요? 소개해주실래요?
>>우와~~ 지금까지 했던 작업은 너무도 많아서 다 말한다는건 ....생각나는 몇 개의 벽화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인천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희망상까지 표현한 '인천의 역사 그림여행'이라는 길이가 1킬로미터에 가까운 벽화가 있었죠. 이 벽화는 현재 인천의 원통로에 가시면 볼 수가 있을 거구요, 홍대앞 서교시장 전체 벽면에 색칠을 하고 그림을 그린 적도 있었죠, 그리고 광명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 수영장 입구에 바다풍경을 그리기도 했구 최근에는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산동네 골목길에 '벽화가 있는 열우물 길'이라는 벽화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13개팀이 모여 17곳의 담장과 벽면에 벽화를 진행했었죠.
지금은 인천역 담장에 벽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그러한 벽화작업 과정이 이루어지나요? 물론 커다란 벽에 그림을 그리시려면 혼자서는 힘드실 것 같은데^^;; 어떠한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서 함께 하고 있나요?
>>벽화는 두 가지의 경로를 가지고 제작됩니다. 하나는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이쪽에서 기획을 해서 들어가서 벽화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 물론 벽화는 혼자하기에는 힘든 일이랍니다. 의뢰가 오던 기획을 해서 하던 밑그림을 그려야 하고 또 이에 들어갈 물품을 준비해야 하고 같이 작업할 사람들을 꼬셔야? 하고 그 다음에는 작업을 해야하는 데 이런 작업들은 결코 혼자서는 능률도 없고 힘들기만 할 터입니다.
하고 싶은 곳에 벽화를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별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대신 해줬으면 한다라는 의뢰-주문이 옵니다. 물론 복지원 같은 곳이죠. 자원봉사로서 요청이 오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그곳을 방문하여 벽화 할 벽의 사진을 찍고 또 크기를 재서 도면을 만들고 이를 거미동의 게시판에 올립니다. 함께 작업할 사람을 모집하는 거죠. 그래서 함께 할 사람이 모이면 여기에서 밑그림 작업도 하고 또 물품 준비도 합니다. 그리고 작업날짜를 정해서 거미동의 전체회원에게 공지메일을 날립니다. 드디어 작업하는 날 참 많은 거미동의 회원들이 모여서 즐거이 벽화작업을 합니다.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랍니다. 함께하는 작업......
>다섯 번 째. 어느 곳에서(혹은 어떤 건물, 벽에서) 주로 작업을 하시며, 주로 벽화에 담는 주제가 있다면요? (제가 자료실을 염탐한(^^?) 결과 바다, 산, 달 등 자연에 관련된 주제도 보이던데 이 주제에 관해서도 말씀해 주실래요?)
>> 벽화를 제작할 때 먼저 고려하는 것은 그 주변환경입니다. 그런 다음 의뢰자가 이렇게 그려달라는 이야기도 듣고 나서 적절한 그림이 무언지 고민하고 결정하여 밑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을 묘사하거나 하는 벽화가 많아지는 것이랍니다.
(좀더 자세한건 아래 일곱 번째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여섯 번 째. 일을 하시면서 힘든 점이나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는요?
>>벽화작업을 할 때 힘든 점은 사실 없답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이다 보니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고 이런 것이 결정나지 않을 때가 힘들기는 하지만 이건 잘해보자는 방법상의 견해들일 뿐이고 얼마나 벽화하는 게 재미있고 즐거운데 더구나 같이 그리는 건 더더욱 즐거운데....
벽화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찬사 혹은 감탄들...잘했다, 보기좋다, 이쁘게 됐다, 수고 하셨노라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광명장애인 복지관의 경우 벽화를 본 장애인 친구들이 너무 좋아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을 때 너무너무 기쁩니다.
>일곱 번 째. 특별히 우리 주변 환경 혹은 자연과 직접 그리시는 벽화를 연관시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물론 건물 안이나 공간 내부의 벽에 그리는 벽화도 있겠지만, 지금 문득 드는 저의 생각은 활동하시는 곳도 '거리의 미술 동호회' 이니 만큼 거리의 벽이나 건물의 외벽에 그리는 자연을 담고 있는 그림들- 이것은 도시화되면서 조금은 상막하고 차가운 그런 공간에 새로운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도시가 사람들의 편리성을 위한 고밀도 밀집지역이다보니 도시의 사람들은 점점 자연과 단절되고 있습니다. 무수한 빌딩들과 무수한 차량의 질주 혹은 서행, 그리고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 몇 개의 공원이 있기는 하지만 도시는 자연과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벽화가 자연을 묘사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 봅니다. 회색의 몰시각적 환경과 혹은 지나친 색채의 과잉-간판, 네온사인-을 벗어나서 하늘과 바다, 숲의 자연을 찾는 것은 사람들의 고유한 회귀본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청색과 녹색으로 상징할 수 있는 자연은 정말로 도시에는 너무 필요로 합니다. 벽화의 자연보다 실제의 자연이 더 필요합니다. 녹지공간 자체-공원이라든지-가 필요합니다만 그럴 수 없는 조건에서의 벽화는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봅니다.
>여덟 번째.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벽화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있습니다. '거리의 미술동호회'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아니 다음카페에는 거미동 말고도 벽화카페가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즐겁게 하시면 됩니다.
벽화를 하려면 도료-페인트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만일 벽화를 하고 싶다면 그래서 몇 명이 함께 하기로 했다면 벽화를 이전부터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질문을 마구마구 하면 됩니다. 인터넷은 그런 점에서 좋은 조건이 됩니다.
길을 가다 벽을 봤습니다.
이 벽이 이렇게만 있는게 아니라 여기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벽화는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