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남자 16편
"누니이. 지소하니다!!"
더럽게 덩치큰 중학생 세명이
내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혹여나 귀에서 떨어질까 손을 번쩍 들고있다.
정확히 묘사하자면 그들의 입에는 엄청난 양의 담배가 물려있다.
"똑바로,"
"지소하니다!!!!"
"다시,"
"지소하니다아아아!!!!!!!!!!!!!"
나는 이 야심한 밤에 어디서 슈퍼맨처럼 나타난 도규일을 그저 멍하니 보고있다.
거기다 내 가슴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던 타이밍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정말로.
교복을 입은 규일이의 뒷모습은.
키가 훤칠한 그저 학생일 뿐인데
어쩌면 지금 이 상황에서 굉장히 불쌍한 중학생들을 가차없이 때리던 규일이의 과격한 모습은
파이터같았다.
케이원에서나 보던.
그 파이터
"너네 다시 한번 내 눈에 띄면 그땐 진짜, 죽는다."
"네!!!!!!!!!!!!!!!!!!!!!!!!!!"
무서울 정도로 다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중학생들이 사라지고
분명 내가 황당하게 도규일을 쳐다봐야 맞는건데도,
나를 황당하게 쳐다보는 도규일과 굉장히 어색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내가 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마워! 라고 해야하는건가, 그렇게 뜸을 들이고 있는 나를 앞으로
"넌 요새 뉴스도 안 봐?"
"......어?"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지금 이 시간에 이런 골목길을 돌아다닐 생각을 해?"
왠지 아빠같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그보다는 왠지 착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있는 규일이가 있었다.
.
.
.
.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분명히 난 규일이가 아니였으면 지금쯤 그 덩치큰 중딩들에게 어떤 험한꼴을 당했을지도 모르겠고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절을 해도 모자랄판이지만
"벌써 12시네."
저렇게 엄청나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게 조금. 많이 어색하다.
"그거알아?"
"어?"
집 주변 공원.
많은 가로등과 지나가는 차들로 인해 전혀 위험하지 위험할리 없는 곳까지 나와서야
규일이가 내 얼굴을 봐주었다.
"엄청나게 무서운 꿈을 꿨거든."
".............."
"너무 끔찍해서 숨도 제대로 못고르고 뛰어왔어."
".............."
무슨 말을 하려는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니, 그보다는 한층더 심각한 표정으로 규일이를 쳐다봤다.
…하, 그런데 이 놈 참.
저녁에 보니 너무 귀엽다.
아.아니지, 지금 너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잖아. 지서윤!!!
고개를 몇번 흔들고 나서 다시 규일이를 봤다.
"근데 거기에 너가 있는거야."
"......어?"
"내가 상상했던 사람이 아니라, 너가 있었다고 지서윤."
"......................"
그게 뭐, 어쩌라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규일이를 봤다.
허나,
규일이는 이런 내 표정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괜히 축 쳐진 눈으로 멍- 하다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린다.
"....야, 도규일!"
".........................."
"너 술 먹었어?"
진심으로 길 한복판에 주저앉은 규일이를 끌어올리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그 거대함에 이건 왠 날벼락인가 싶었다.
하나가 해결되니 또 다른 하나가 나를 막는구나.
도대체 내가 고민할 시간은, 조금이라도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시도조차 못하게 하시는거지.
"어떡하지?"
".......뭘?"
망연자실한 아니 그보다는 괜히 음울해진 규일이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진심으로 뭔지를 모르는 나는.
원래 슈퍼맨은 여자를 구해주고 나서는 웃어야 되잖아, 하는 표정으로 규일이를 내려다 봤다.
".............가냐고."
"어?"
".......나 집에 어떻게 가냐고.."
"집에 어떻게 가냐니.."
나도 모르게 규일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서 규일이와 눈을 마주친채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아까 중학생들 때리고 난 후에 주먹이 많이 아픈걸까?
그래서, 이러는 거라면 다 나 때문인데. 하는 복잡한 심정으로 규일이를 쳐다봤다.
"버스, 다 끊겼잖아."
.
.
.
.
말이 슈퍼맨이였지,
내 주머니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던 삼천원.
결국엔 바이바이다.
젠장할
*
1학기 마지막 체육시간,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아주 잠깐씩 힐끔거리며 축구를 하는 한재를 쳐다본다.
그랬단 말이지, 서한재. 아유 저 귀여운자식.
그러다가도 현수를 생각하면 금방 시무룩해져서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다시 하늘을 본다.
"......아, 싫다. 이런날까지 수업이라니."
"…그,그러게."
사실, 조금은 싫다는 기분보다는 좋아. 라는 기분이 승리다.
이런 핑계도 없다면 서한재 녀석 볼 수 없을테니까.
거기다 눈치없는 친구란 것들은 사람 더 오해하게 만들고 말이지.
또, 그러다가 현수가 생각나면 또,또,또 암울해져 버리고.
............에휴,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라는 속세에 벗어나고 싶다. 이런 표정으로 아까부터 계속 하늘만 노려보고 있다.
"오오..........!!!!!!!!!!!!!!!!!!"
그렇게 정신을 다른 곳에 다른 곳에 두고 있을 때쯤 들리는 우리반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고개를 드니,
승리의 자축세레모니를 마음껏하고 있는 민호가 보였다.
그러니까 자기 혼자서 대충하면 좋을텐데 왜 체육복 윗도리는 벗는건지.
여자반 아니랄까봐 함성지르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내 눈은 또 그 주변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한재를 찾기에 바쁘다.
"너 설마 한재 찾는거야?"
등나무 나뭇잎이 유라의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유라의 눈이 왠지모르게 새침하게 보인다.
유라가 입을 삐죽 내밀고서 나를 보며 한 질문에
나는 뜨끔해서 얼굴을 붉혔다.
아, 그렇지. 나는 지금 슬퍼해야할 사람인건가.
"에휴.........쯧, 안되는데"
"어? 뭐가?"
"너랑 서한재! 난 반댈세."
옆으로 기대 눕는 유라를 시선을 따라 내 시선도 밑으로 향했다.
왜? 하는 표정으로 끊임없이 유라를 쳐다보지만
유라의 입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왜왜왜왜. 넌 왜 반대인데? 현수 때문에? 아니면 나 시험한 한재 때문에?"
".......아니."
눈썹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하는 표정으로 유라를 봐도 그 입은 열릴 생각을 안한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유라의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집념하나로 유라를 쳐다보다가
에이, 못 듣겠네. 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운동장을 쳐다봤을 때
"..................."
우연치 않게 한재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코끝이 알싸했다.
그리고 가슴이 뜨끔거렸다.
어쩌면,
지난날 내가 한재를 향한 '비참하다'라는 말 때문이였을까.
*ㅡ_ㅡ*
몇일만이죠?! 와우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오는것만 같아서(........................)
첫댓글 네ㅜㅜㅜㅜㅜㅜ오래기다렸어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처음보는데..재밋네요!! 1편부터 다시 봐야겟다ㅜㅜ 업쪽 부탁부탁
감사합니다.ㅜㅜ 업쪽! 오케이♡
와ㅋㅋㅋㅋㅋㅋㅋ재밌게 잘봤습니다!!!
감사해용♡
담편도 ㅠ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