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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mkorea.com/7346718184
오늘은 호남고속철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I. 호남고속철도의 건설 배경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서울과 부산을 이어주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대한민국에서 철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대한민국에서는 고속도로 위주로 투자해 왔었기에
철도는 '느린데다가 불편하다' 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철도의 역할이 움츠러 들었던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KTX가 개통되면서 이런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수속절차를 거쳐야 하는 항공기보다 빠르면서도 정시성이 확실하다' 라며
장거리 이동 수요 상당수가 대거 KTX로 돌아온 것이지요
저 자료가 나올 시점에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가 진행중이었기에
KTX 하루 이용객이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음에도 이렇게 영향력이 상당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각 지역에서는 '이번에도 경부축만 투자하는 건 불공평하다' 라며
균형발전을 위해 소외된 지역에도 고속철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빗발쳤습니다
특히나 호남에선
'우리도 이렇게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했는데
호남에도 고속철도가 필요하다' 라며
호남 고속철도 부설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II. 경제성이 없는데 10조를 투자해야 하나?
하지만,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국가에서 진행하는 대형 토목사업들이 그렇듯
비용 대비 편익을 따져본 결과
결과값이 0.39로 나왔습니다
즉 10조를 들여 투자하면 얻어들일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4조 이하로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이는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 예상했던
비용 대비 편익이 1.5를 넘겼던 걸 감안하면
경제성으로 따지면 지을 이유가 없다는 소리였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우선 경부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영남 인구가 1300만에 육박하는 반면,
호남고속철도가 지나갈 호남 인구는 500만 밖에 되지 않기에
호남 인구가 영남 인구의 40% 수준에 불과한 게 가장 큰 원인이고
호남선 출발역인 용산이
지금은 대통령실이 있을 정도로 중심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매우 낙후되고 접근성이 불편한 곳이었다는 것도 컸습니다
반면 고속버스의 경우
접근성으로는 서울에서 가장 뛰어난 반포에 있으니
비교가 되지 않았지요
마지막으로 수도권과 호남권은 옛부터 교류가 많아서
이미 해당 구간은 버스 노선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부천시 같은 경우
면적이 인천광역시 연수구 내의 송도신도시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이런 곳조차 호남권 제1의 도시 광주가 아니라
제2의 도시 전주가는 시외버스가
시간마다 한 대씩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호남선의 경우
이미 일제 시기 복선화가 끝난 경부선과 달리
나라에 돈이 없다 보니 복선화가 21세기 들어서야 끝났습니다
호남선 복선화가 완료된 게 2004년인데
경부고속철도와 같은 해 마무리 된 것이지요
그 결과 호남선 선형이 생각보다 좋아서
광주와 목포 구간은 기존선인데도 시속 160km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해당 구간 같은 경우 고속선을 새로 깔아봐야
고작 2분이 줄어드는 거라
그러지 않아도 부족한 호남고속철도의 경제성을 크게 떨어뜨렸지요
즉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2010년 기준 경부선과 호남선, 전라선의 이용객 숫자는
자릿수 자체가 하나씩 차이나는 수준에 달했습니다
이 자료에서 수도권 구간은 전부 경부선으로 잡혀서
실제 격차는 저 수치의 절반 정도로 보아야 하겠지만,
KTX 이용객이 아닌 일반 열차 이용객이라는 점에서
경부고속선과 경부선의 KTX 이용객 숫자를 감안하면
위의 격차는 실제보다 작은 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경부고속선보다 경부선의 KTX 이용객이 많은 건
당시 경부고속철도가 대구부터 부산까지 완공되지 않아서 경부선을 이용했기 때문에
해당 구간 이용객들은 모두 경부고속선이 아니라 경부선으로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당시 경부선은 연간 1700억 정도 흑자를 냈던 반면
호남선은 오히려 800억 가량 적자를 보았던 상황이라
'서울과 호남을 이어주는 고속철도 건설은 경제성이 없다'
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당시 당선된 대통령이 호남고속철도를 착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긴 했지만
'아무리 공약이라도 이런 거까지 지켜야 하냐
나라에 돈이 썩어나는 줄 아나 보네 ㅉㅉ' 라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정부에서도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그걸 위해서 경제성이 없음에도 10조를 투자하는 건
정치적으로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일이었기에
'호남고속철도는 건설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 같습니다' 라며
조용히 발을 빼려고 했었습니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라
경제성이 없어도 정치적인 이유로 예비타당성을 면제하는 사업이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IMF를 극복하고 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돈을 아껴야 한다' 라는 인식이 강했기도 했지만
2010년경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이
일본 도쿄도 지역 총생산보다 낮았을 정도로
경제 규모 자체가 작았기에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10조를 투자하는 건
두고 두고 후대에 욕을 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호남권에서는 호남고속철도 공약을 믿고 지지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저렇게 머뭇거리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호남권에서는 '나중에라는 말은 안 하겠다는 소리입니다' 라며
강하게 조기 착공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여론의 압박에 의해
결국 대통령이 총대를 매고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III.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아낍시다
하지만 경제성이 없다고 나온 사업임에도
정치적 결단으로 진행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경제성이 확실해서 건설하는 경부고속철도와 달리
호남고속철도는 가능한 한 돈을 아껴야 했습니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영업 운전 속도는 시속 300km 지만
후대에 더 빠른 열차를 개발했을 때를 대비하여
최소곡선반경을 7000m 이상으로 건설하였기에
차량과 신호체계만 갖추어진다면 시속 350km 이상으로
언제든지 증속이 가능했던 반면
호남고속철도는 시속 300km 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을 정도였지요
게다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구한말 고종 시절 계획했던 경목선처럼
서울에서 목포까지 모든 구간을 새로 건설하는 게 맞고,
위 사진에 있는 것처럼 1980년대에도 그럴 계획이었지만
일단 호남고속철도는 건설 자체가 '특혜' 에 가까웠던 만큼
그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IV. 호남고속철도의 출발역은 어디로 정해야 할까요?
그렇기에 건설비를 아끼기 위해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기존 경부고속철도 선로를 그대로 같이 쓰면서
특정 지점에서 호남 방향으로 갈라지는 방식으로 지어야 했지요
그런데 그 갈라지는 '특정 지점' 을 어디로 선정할 지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충청남도는 천안아산역에서 갈라져야 한다고,
충청북도는 오송역에서 갈라져야 한다고,
대전광역시는 대전에서 갈라져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만일 천안 아산에서 갈라진다면
대전과 호남 이동 수요를 놓치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서울과 호남권을 가장 빠르게 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송보다 15분, 대전보다 20분 가량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전에서 갈라진다면
비록 대전까지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20분 가량 더 소요되긴 했지만
대전과 호남 이동 수요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던 데다가
건설 구간이 제일 짧았기에 비용상으로도 이득이었습니다
다만 오송에서 갈라진다면
소요시간면에서도 천안아산보다 15분 가량 오래 걸리는 데다가
대전과 호남 이동 수요를 놓치는 점은 변함이 없기에
가장 비효율적인 선택지라고 인식되었으나
정작 공청회에서는 오송 분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이게 하도 말도 안 되는 결과라서
업계 종사자들도 '오송 주민들이 공청회장에 각목과 벽돌 들고 나와서
천안 아산 지지자들을 폭행했기 때문이다' 라는 괴담이
정설처럼 퍼져있는 상황이지만,
그보다는 이미 한참 전부터 충청북도 정치권에서
도의원들부터 오송이 아니면 정치 때려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정치에서 캐스팅 보트라는 점을 활용하여
'씻팔 오송 말고 다른 선택 하면 가만 두지 않을테니 처신 잘 하라고'
라고 정치권을 압박한 결과라고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결정 과정 문서 맨 밑의 각주를 보면
호남과 충남 평가위원들이 이에 대한 항의로 퇴소했고
그 결과 충북쪽 평가위원들 위주로 결정을 한 결과
오송이 고속철도 분기역이 되어버렸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V. 허허벌판에 지어진 공주역
이렇게 오송역이 호남고속철도의 출발역이 되어버리니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시작부터 꼬였습니다
그 결과 행정복합도시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세종시에는
'오송역이 있는데 바로 옆에 고속철도역을 지을 순 없습니다' 라며
고속철도 역이 지어지지 못했으며
그리고 공주에 지어졌어야 할 공주역도
공주 시내에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호남고속철도가 오송역에서 출발하는 만큼
선형 문제로 공주 시내를 거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당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분께서
27.7%라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 역사상
사상 최저 득표율로 '어쨌거나 당선' 하시게 되면서
지역구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역을 지어야 했거든요
그 결과 공주역은 탕평책의 아름다운 정신을 본받아서
공주도, 세종도, 계룡도, 논산도, 부여도 아닌
딱 한 가운데에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논밭 한가운데 자연을 더불어 세워진 공주역은
하루 이용객수가 간이역 수준인 500명에 불과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으니 쓴웃음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VI. 호남고속철도는 왜 전주를 지나가지 않았나?
전주는 역사적으로 견훤이 수도로 삼았던 도시였던 만큼
역사가 오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라도의 '전'이 전주를 뜻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손꼽히는 대도시였지요
구한말 경목선 뿐만 아니라
1980년대만 하더라도 신규고속철도는 당연히 전주로 지나가게끔 계획했을 정도로
전주는 호남권에서 광주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도시였습니다
게다가 전주를 지나가게 된다면
호남권 제1의 도시인 광주와
제2의 도시인 전주가 이어지기 때문에
호남권내 이동 수요 상당수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남고속철도는 익산으로 갔을 뿐 전주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지요
사실 기존 호남선도 전주 대신 익산으로 갔다는 점에서
호남고속철도도 익산을 거치면
호남선과의 연결 측면에서 이득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수요 측면에서는 전주와 비할 바가 아니지요
하지만, 호남고속철도가 전주로 가지 않은 건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형 때문이지요
전주의 경우 지형이 익산과 마주보는 서쪽을 제외하면
모두 산으로 막혀 있습니다
임진왜란처럼 외적을 상대하기에는 최적의 지형이지만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도로나 철도를 지으려면
산맥을 가로지르는 터널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요
호남고속철도가 대전에서 출발했을 경우 예상노선을 빨간색으로
천안 아산에서 출발했을 경우 예상노선을 하늘색으로
오송에서 출발했을 경우 전주를 예상노선을 갈색으로 표시해보았습니다
어느쪽으로 가더라도 험한 산맥을 가로질러야 하는 게 보이실 것입니다
고속철도의 경우 산이 있으면 터널로 뚫어야 하는데
저 구간을 터널로 뚫어야 하는 경우 수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호남고속철도는
경제성이 없어서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전주를 위해서 수조원의 돈을 추가로 지출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 전주가 고향이던 대선 후보가 계셔서
그 분이 당선되었으면 경제성 무시하고
호남고속철도가 전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겠습니다만,
그 때 대선은 개표 4% 만에
상대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예측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주의 경우 도시에 철도가 지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과거 전주 도심 한복판을 지나가던 선로를 외곽으로 치워버렸을 정도였지요
한옥마을에 있는 한벽루 옆에 있는 한벽터널의 경우
과거 철도 터널이었을 정도로
전북대나 한옥마을 모두 과거 선로 연선에 있었음에도
도시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여론 때문에 선로를 걷어낸 거였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호남고속철도가 전주역을 거치게 된다면
빨간색처럼 전주도심을 지하로 파고 들어가야 했는데
이렇게 고속철도 사업을 위해 도심을 지하로 파내려 간 건
대구나 대전도 해주지 않았던 일이었던 일이었던 만큼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려고 하면 초록색처럼
전라선 구간으로 우회한 다음 산을 터널로 뚫고 지나가야 했는데
어느쪽이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게 뻔했지요
게다가 어느쪽으로 가건 전주의 상징과도 같은 모악산을 지나가야 했는데
이렇게 되면 여론이 좋을 수가 없을 건 뻔한 일이었으니
전주를 거치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천성산 같은 경우 도롱뇽 때문에 환경단체에서 소송을 내어서
몇 년 동안 공사가 중지되었던 일도 있었던 만큼
모악산을 관통한다고 하면 이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소송이 들어올 가능성을 대비해야 했겠지요
그렇기에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할 당시
수요 측면에서만 보면 전주를 거치는 게 맞았지만
전주를 거치게 되면 산맥을 터널로 뚫어야 하며
전주시내를 지하로 파고 들어 가던가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산에 터널을 파야 하며
그리고 나서도 모악산 터널 문제로 홍역을 치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건설비도 아끼기 위해 기존처럼 익산으로 간다'
라고 어쩔 수 없이 전주 수요를 포기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아야 합니다
VII. 광주의 관문역은 왜 광주역이 아닌가요?
과거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기 전에는
KTX는 광주역에 정차했었습니다
하지만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하게 되면서
광주역을 거치지 않고 광주송정역에 정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만 이 결정은 광주 지역에서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연히 광주의 중심은 광주역인데 어째서 광주송정역에 정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나 광주송정역의 경우 과거 광주광역시가 아니라
송정시에 속해 있던 곳이기에
광주도심에서는 매우 이질적이고 낯선 곳이었기에 거부감이 강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잊을만 하면
'광주역에 KTX 빼니까 원도심이 다 죽어버렸다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서 KTX를 넣어야 한다!' 라는 요구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KTX를 광주역에 진입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광주송정역에서 극락강역을 거쳐서 광주역으로 가는 광주선의 경우
위의 지도 상으로는 멀쩡한 노선으로 보이지만
저렇게 오래된 단선이기에 속도를 내기도 어렵고
일단 KTX가 광주선을 통해서 광주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해당 차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른 KTX가 광주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도심 한복판을 쑤시고 지나가는 노선이라
광주에서는 내심 광주선을 걷어내고
공원을 짓고 싶어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광주송정역과 광주역을 이어주는 지하철이 있긴 합니다만
광주지하철의 경우 과거 5호선까지 계획해 놓은 상황에서
IMF가 터지면서 나머지 노선들이 백지화 되면서
1호선이 졸지에 '이런 노선 왜 지었어요' 하는 상황으로 전락해 버려서
광주시민들 입장에선 광주송정역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수습해보고자
코레일에서 광주역과 광주송정역 사이를
1000원만 받고 운행을 하였습니다만
환승 저항 때문에 열차가 운행할 때마다 20명 밖에 타지 않아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운행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정부가 광주를 홀대하기 위해서
일부러 접근성이 나쁜 곳에 역을 지은 게 아니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게 원래 큰 그림상으로는 '신의 한 수' 가 되었어야 했을 일이에요
지금 광주송정역과 광주 도심 사이에는 광주 공항이 자리잡고 있는데
원래라면 광주 공항과 제1비행단을 무안공항으로 옮기고 나서
저기를 광주의 새로운 도심으로 개발할 계획이었거든요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호남고속철도가 광주송정역으로 간 건
미래를 내다본 탁월한 결정이 되었겠습니다만,
문제는 무안 주민들이 광주공항만 받기를 원하고
군공항 이전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공항이 온다면 민간공항 같은 거 안 받아도 된다'
이렇게 강경한 분위기인지라
'도지사 나와라' 라는 분위기니만큼
아마 광주공항과 군공항 이전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신의 한 수' 를 두려고 했던 게
현재로서는 '무리수' 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지요
VII. 호남고속철도가 꼭 무안공항을 경유해야 할까요?
2015년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어주는
호남고속철도 1단계 사업이 준공이 되었습니다
당시 대통령도 직접 오셔서 축하해주셨긴 했는데
문제는 광주에서 목포 구간 사업이지요
원래는 2017년에 완공이 되었어야 했습니다만
이게 원래 계획이 틀어지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 광주에서 목포 구간 기존 호남선이 워낙 잘 만들어져서
기존 노선으로도 시속 160km으로 운행이 가능했기에
광주에서 목포까지 26분이면 주행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에서는 기존 호남선을 그대로 쓰거나
아니면 위 사진의 붉은색처럼 직선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신설하는 쪽으로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만일 기존 호남선을 그대로 쓴다면 공사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었으며
붉은색 노선을 신설한다면 목포까지 13분만에 주파함으로서 시간을 아낄 수 있었지요
이 둘 중에서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는 상황에서
강적이 나타납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무안공항이지요
무안공항의 경우 '군공항 받기 싫다' 며 광주공항과 통합을 거부했지만
전국 공항 중 적자액이 가장 많았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해서
코로나 때에는 승객보다 공항 직원 수가 더 많았다고 할 지경이었지요
이러다보니 무안공항을 살리기 위해 호남고속철도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호남고속철도를 끌여오기로 한 것이지요
원래 공항을 건설할 때 선로 부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철도 건설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무안공항은 '그럴거면 지하 깊숙히 지으면 된다' 면서
돈만 있으면 불가능한 건 없다고
참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참 공항을 살리기 위해 고속철도를 제물로 바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근데 정치는 그걸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호남고속철도가 무안공항을 지하로 지나가게 된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사업비는 2조 5천억이 들어가게 되었고
목포까지 소요시간은 기존과 똑같이 26분이 걸리게 되었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지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저 같은 사람이 정치라는 걸 알겠나요
어쨌든 호남고속철도는 내년 전구간 완공을 목표로 열심히 공사중입니다
XI. 결론
호남고속철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을 답답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글만 보면 호남고속철도는 실패한 사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호남고속철도는 예비타당성을 무시하고 진행한 대형 토목 사업 중
손꼽히는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지금 같은 성수기에는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호남 주민들이 증편해달라고 요구할 정도거든요
그래서 호남권에서는 KTX 운행 횟수가
경부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을 내비치면서
그래서 작년 같은 경우 지역 정치권에서 '지역차별' 이라며
'균형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열차를 편성해 달라며
살짝 선을 넘는 시위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정도로 호남고속철도는
'정치적 이유로 적자가 뻔한데도 우격다짐으로 지은 사업' 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표를 구하기 힘드니까 KTX 열차를 더 많이 배차해 달라고 시위할 정도로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쏙 들어갈 정도로 성공한 노선입니다
반면, 수도권과 호남 수요를 꽉 잡고 있던 고속버스 업계는
이미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직격타를 맞았기에
코로나 이전에도 경영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호남권 노선을 대거 보유한 금호고속만 하더라도
이미 2019년 기준으로도 채무가 상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끝난 올해 결국 광주 터미널인 유스퀘어를 매각해야 했지요
이렇게 '미운오리 새끼' 취급 받던 호남고속철도가
해당 구간을 꽉 쥐고 있던 고속버스 업계들을 무너뜨릴 정도로
성공을 거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건 '뚜껑을 까보니' 나온 예상 밖의 성적이고
당시에는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균형 발전을 위해 10조를 투자한 거였는데,
만일 여러분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하자고 결단을 내리셨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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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정독했어 흥미롭다...
오 흥미돋!! 근데 진짜 선거 투표가 너무 중요하네..
결국 흑자난 결론이 너무 신기하네 노선을 저렇게 정치논리로 어이없이 정했는데 왜 흑자지??
답답하다 글 보기만해도 ..
인프라 구축이나 공적사업은 단순 수익, 사업성만 따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함.
역대 대통령들이 경상도 위주로 개발해서 호남이 낙후된건데 수익성만 따져서 호남만 고속열차가 안지나가는것도 당연히 차별이고 말이 안됨. 저런 인프라가 구축돠어야지 다같이 잘살지
너무재밌다 이런글
오송역 다시봐도 빡치네 오송때메 호남 고속선 요금 3500원 더 올라갔는데 그래서 세종역이나 천안아산역으로 직선화하자니까 그것도 반대하고 개빡침 오송ㅇ 분기점 욕심때메 왜 요금 더내고 타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