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345310322
올림픽 시즌 되면 항상 보이는 말들
'유럽 선진국에선 엘리트 체육에 세금 안 쓴다'
'우리나라는 비인기종목 선수들도 다 실업팀에서 전업 선수로 뛰지만 유럽 선수들은 부업 뛰며 나온다'
등등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가면 '우리도 이제 엘리트 체육에 세금 그만 써야한다! 우리가 공산국가냐?' 라는 말도 나오고
심지어 '전업 엘리트 선수들이 취미로 하는 부업 선수들 이긴게 뭔 자랑이냐' 라고 선수들의 업적을 깎아내리기 까지 하는 댓글도 봄
그래서 한번 자료를 찾아봄 그 말이 진짜인지
이하 내용은 다음 논문 참고. 논문 읽기 귀찮으면 밑에 요약 써놨으니 스크롤.
- 최주현·이재구(2016), 「독일 스포츠클럽 및 엘리트스포츠의 운영 체계」,『한국체육정책학회지』14(4)
독일은 군인(경찰)선수 제도를 운영함. 기초훈련 받고 군인(경찰)이 된 후 안정적인 연봉을 받으면서 엘리트 선수 생활을 함. 선수 은퇴 이후에는 일반적인 군인(경찰)으로 돌아감.
우리나라의 국군체육부대 또는 지자체·공기업 산하 실업팀이랑 크게 다르지 않음. 신분만 군인(경찰)이고 실제로는 선수활동에 전념하는 직업 엘리트 선수임.
이런 군인/경찰 선수들이 독일 올림픽 메달의 절반 정도를 담당함. 올림픽에서 보이는 독일 선수들 상당수가 군인/경찰 선수임
이번 올림픽 양궁보면서 친숙해졌을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도 이런 군인선수임
(밑줄 친 Sportsoldat가 군인선수라는 뜻)
다만 자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비인기종목 엘리트 선수들이 군인/경찰 선수가 될 수 있는건 아님.
군인/경찰선수가 되지 못한 선수들에겐 정부나 소속 클럽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는데 이걸로만 선수 생활을 유지하긴 힘들어서 이런 선수들은 부업을 뛰는 경우도 있다고 함.
어쨌든, 확실한건 엘리트 체육 유지를 위해 독일도 상당한 정부 예산을 쓰고, 우리나라의 실업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운영해서 엘리트 선수들의 생계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덧붙여서, 메달 포상금 가지고도 말 많던데... 논문 보면 나오지만 독일도 정부에서 메달 포상금 줌 (금메달 2만유로 = 3천만원)
독일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제도 운영 중
이탈리아도 대표적으로 이런 군경선수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 역시 양궁에서 본 선수인 네스폴리는 공군 소속, 우상혁의 경쟁자로 유명한 높이뛰기의 탐베리는 경찰 소속 (Fiamme Oro: 이탈리아 경찰 스포츠팀)
가끔 중계에서 해설이나 캐스터가 이 외국 선수는 군인이다 경찰이다 해서 사람들은 일반적인 군인이나 경찰이 부업으로 올림픽 뛰러온줄 착각하는데... 대부분은 이런 케이스임.
안 그럴거 같은 선진국들도 엘리트 체육에 국가 예산 쓰며 지원하는 이유? 뭐 국위선양 이런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엘리트체육에서 성적이 나와야 생활체육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임.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님.
쉽게 말하면, 국가에서 그냥 국민들한테 '여러분~ 건강을 위해서 모두 생활체육 합시다~' 이렇게 맨날 말로만 권유하고 캠페인 벌이는것보다는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 따고 스타 됨 → '와 저 종목 재밌겠네 나도 해보고 싶다' → 해당 종목 생활체육 인구 급증
이게 훨씬 더 효과가 좋으니깐.
그리고 생활체육을 발전시키려면 해당 종목을 가르칠 전문 코치가 동네마다 필요한데 그 인적 자원이 어디서 나오는거겠음? 엘리트체육에서 나오는거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따로 발전해온게 사실이고, 그래서 심지어는 둘을 대립된 개념으로 보고 '엘리트체육에 쓸 돈으로 생활체육이나 발전시켜라!' 이런 말까지 나오는데
엘리트체육의 발전이 없으면 생활체육 역시 발전할 수 없음. 우리나라 체육 정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간의 유기적인 선순환 구조를 잘 만드는거라고 생각함.
첫댓글 아 그럼 어제 역도 그 경찰이라는 선수도 저런 케이스였겠네
오 어쩐지 경찰 군인이 많더라니..!
우와 좋은 글 고마워
오! 궁금했던 내용인데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