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상남자가 어느 날 문득 산천을 노닐다가 아름답고 오묘한 풍경에 한눈에 반해 죽도 선생이라고 자호를 지은 섬. 산죽이 많아서 죽도竹島라 지은 그 섬을 오매불망 그리워하고 사랑해서 서실書室하나 지어놓고 오고 가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지, 기축년이라든가, 그해 가을 온 산천이 오색찬란하게 물들었다가 시들어 갈 무렵, 조선 팔도를 뒤흔든 역모사건이 일어나 그 사내 이 섬에서 생을 마감했다지, 장렬하게 자기가 꽂아 논 칼에 목을 찔러 자살을 했다고도 하고 혹자는 때려 죽이고선 자살했다고 꾸며 의문사로 남은 이 사건을 기축옥사라고도 부르고 정여립 모반사건이라고도 부르지. 결국 이 나라에 거센 피바람이 일어나 알토란 같은 조선 선비 천여 명이 죽었고 그로부터 3년 뒤인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지. 전주에서 태어나 조선 팔도를 유람했던 그가 얼마나 이 섬도 아닌 이 장소를 사랑했으면 자호를 짓고 발바닥이 닳도록 오고 갔을까? 봉건 군주, 선조가 시시때때로 동인과 서인을 시험하던 그 때에 불경스럽게도 ‘천하가 공공의 물건’이고 ‘임금도 임금 같지 않으면 갈아치워야 한다.’고 말하며 신분 차별이 없는 대동세상을 만들자고 했다지,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를 설파했던 그 사람, 얼마나 이 섬 아닌 섬 죽도를 죽도록 사랑했으면 천하절경 이 죽도에서 생을 마감했을까, 슬픔도 없이 반성도 없이 내리는 비. 비단 강, 금강이 아닌. 황하가 되어 흐르는 금강 가에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여기지 않고 가슴 에이는 그리움으로 바라보는 죽도, 그리움이 깊으면 사랑도 깊고 사랑도 심연처럼 깊으면 슬픔이 되어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간다는 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깨달았지.
그런데, 2023년 현재는 어떤가, 대동의 정신은 사라지고, 수변구역이라 지방공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국가 명승을 만다는 것을 거부하는 일부 사람들, 개인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