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파일고 읽으며] 정병경.
ㅡ시선詩仙과의 만남ㅡ
'코로나19'가 잠시 소강상태여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곳곳에서 진행된다.
광주문화원廣州文化院이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 탄신일 기념식 행사를 주관한다.
해공 선생 생가 부근에는 수 백명의 인파로 붐빈다. '광주학' 연구위원들도 함께 나선다.
행사장에서 고향인 귀여리에 거주하는 유파柳坡 한낙교韓洛敎(1940) 선생을 만나게 된다. 행사 후 내가 운영하는 회사로 초대에 흔쾌히 응하신다. 점심과 차茶 나눌 시간까지 배려하신다. 작고하신 부친과 각별한 사이여서 정이 새롭다.
오후에 현절사 추모사업회 사무실로 나선다. 성균관유도회 광주시지부 동호東湖 양승균梁承均 현 회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첫 모습에서 겸손을 읽게 된다.
유파 선생은 청주 한씨 문정공하 호군공 13대 손이다. 현재는 남한산성 숭렬전 참봉으로 재임중이다. 95년도에 광주 향교 장의를 시작으로 현절사顯節祠 도유사都有司 직책에 오르게 된다.
ㅡ교훈ㅡ
유파 선생은 성균관成均館 유도회儒道會 광주지회장을 역임하게 된다. 성균관 인성교육 강사 과정은 필수다. 유학대학원 22기를 수료하며 성균관 전인 자문위원에 위촉된다. 유림의 유지維持를 이어온 정신력과 봉사심에 감동한다.
성균관의 의미를 살핀다. 인간성 바로잡아 이루는 성成과, 세상을 고르게 만들자고 균均, 학교를 지칭한 관館이다. 조선의 국립대학인 성균관을 후진이 잘 이어가고 있다.
유파일고柳坡逸稿 두 권을 선물로 주신다. 한 권은 친구에게 전하라고 한다. 유파 일생의 역사와 숭고한 철학이 담겨있는 한시집漢詩集이다. 글 속에 겸손한 삶이 배어있다. 지난 해에 출간하여 온기가 남아있다.
출간을 축하하는 글이 감동이다. 현절사 도유사 직에 있을 때 당시 총무직을 수행한 이단우 도유사의 축간사에서 몇 줄 옮긴다.
(상략) "향교에 출입하실 때는 의전수석儀典首席 장의掌議로 있으면서 향교의 제례祭禮, 봉심奉審, 고유告由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으셨고, 아동 한자교육, 축문 및 홀기笏記 교육 등 꾸준한 교육에 전념을 다 하셨다." (이하 생략).
선조에 대한 예절을 지키는 유파 선생은 존숭尊崇 받을 인물이다.
ㅡ편찬 후기ㅡ
편찬 후기에 '장녀 한민숙'의 글이 대미를 장식한다. 건너뛰어 몇 줄 옮긴다.
"아버지!
평생소원 이루심에 慶賀 드립니다."
"어머니!
평생 아버지 뒷바라지로 희생하심 본받겠습니다."
"아버지의 머리맡에는 늘 책과 붓, 한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부부 싸움으로 야밤에 온 제게 "남편은 하늘" 이라고 하시며 곧바로 너의 집으로 가라고 하셔서 남산 만한 배를 안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맏딸이라
몇 배로 더 철저한 훈육으로 키우신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생략).
500여 쪽의 한시집에는 유파 선생이 체험한 한 세기 역사를 옮겨놓았다. 반복되는 사계절의 희노애락을 남겨 놓아 후대에 교훈으로 생각한다.
《고향》을 노래한 7언 절구 한시 한 편 옮긴다.
"大都近外故鄕東
(큰 도시 가까운 곳 내 고향),
閑籍山中隔世同
(산중이라 적막해 세상과 막혀 있네).
書讀吟詩隣對酌
(책도 보고 시도 읊으며 이웃과 술도 마시고),
心身快適樂無窮
(심신이 쾌적하니 즐거움 무궁하네)."
달과 술의 대명사 당나라 시인 이태백(701~762)과 두보(712~755)의 성품이 느껴진다. 귀거래사의 주인공 진나라 도연명(365~427)과 흡사한 시인으로 평한다.
이 시대 유학자와 만남이 나에게 무언의 일침을 주는 스승이다.
평平ㆍ측仄 배열이 난해한 한시를 일상의 일기처럼 남긴 유파 선생을 존경한다. 유학을 이어가는 유파 선생의 한시 '유파일고'를 마음에 되새긴다.
2022.07.11.
*광진문협 24호.
첫댓글 유파(柳坡) 한낙교 선생님과의 귀한 만남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