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狗旨歌 / 김건영
저문 날엔 저문 줄 모르고 사람 앞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네 이제 와 뒤 돌아보니 우리 젊은이를 다 먹었구나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변용 부끄러워 말라 고도화한 보수는 진보와 같다네 진보는 진짜 보수의 줄임말이래 아이야 아이야 아이를 낳아라 내놓거나 말거나 구워 먹으리 배가 고프면 먹어야지 일단 먹고 나야 똥이라도 싼다 개들은 똥도 먹으니까 아이들은 거북이처럼 오고 금세 가버린다 어른은 질기고 냄새가 나 사람이 사람을 먹어야 사람이지 전후前後의 시체를 넘고 넘어 여러분 개를 잡읍시다 개새끼들이 너무 많으니 좀 잡아도 되지 않을까요 나도 살아야지 하면서 개를 삶는다 개도 급이 있지 들개는 안 먹어 뭘 먹고 산지 모르잖아 잘 자란 개가 더 맛있지 인구人狗가 줄고 있다 개발에 땀이 난다 산 것들은 죽여서 먹고 산 채로 먹으면 죽는다 먹어야 산다 나를 구원狗援해야 세상도 있는 법이지 죽여야 산다 우리 같은 서민은 어떻게 살라고 물가가 올라서요 그런데 살아남아야 사람 아닌가요 기후가 개 같은 날이지 하지만 양심까지 먹은 건 아니었지 개같이 벌어도 우리는 개가 아니지 개를 먹어야 사람이지 그런데 왜 사람이 줄어요 먹어야 일을 하지 일을 벌이지 힘들고 지칠 때는 뭘 좀 먹어요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서민이고 살아야 하니까요 환경이 오염되면 어떡해요 우리 같은 서민은 어떻게 살아요 아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해요 우리같이 서민鼠民은 개를 먹어야 해요 그러나 우리 곁에는 아이들을 쓰다듬는 감자 먹이는 노인들이 있고 —계간 《시인시대》 2023년 겨울호 ------------------------ 김건영 / 광주 출생. 서울예술대학 미디어창작학부 졸업. 201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