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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mkorea.com/6298370296
세계에는 명작이라고 불리는 문학 작품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 명작들이 왜 명작인지 이유를 물어보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세계 명작들을 해설을 덧붙여서 소개하려고 한다. 시리즈 제목은 '이 작품은 왜 명작일까?'이며, 줄여서 '이.왜.명?'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다. 소개 글 하나에는 총 4개의 작품이 들어가며, 4개의 작품은 서로 공유하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시리즈의 포문을 열 오늘의 키워드는 바로 "디스토피아"다. 그렇다면 각 작품들이 어떤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그렸는지 한번 알아보자.
1984 - 조지 오웰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에 나온 빅 브라더라는 단어는 지금은 아예 '감시하는 독재자'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유명하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에서 지도자 빅 브라더를 중심으로 한 CCTV로 국민들을 감시하며 통제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설정들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점을 꼽는다면, 바로 정부가 역사와 언어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주인공인 윈스턴의 직업은 문서를 수정하고 파기하는 일이다. 그는 정치적인 정세가 바뀔 때마다 과거에 빅 브라더가 했던 실수나 실언들을 기록한 문서를 현재의 맥락에 맞게 바꿔버리거나 아예 폐기 처분하여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빅 브라더는 항상 옳을 수밖에 없으며, 국민들도 자신들의 지도자가 틀리다는 걸 알 수가 없는 구조다. 굉장히 섬뜩하다. 24시간 동안 감시하는 행위는 국가에 대한 반발 행위를 저지하는 움직임이지만, 역사를 왜곡해서 사람들을 세뇌하는 작업은 반발 행위 자체를 상상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버리니까.
언어도 마찬가지다. 1984에서 소설 속 인물들은 '신어(Newspeak)'라는 언어를 사용한다. 신어는 지금의 언어보다 편의성을 위해 훨씬 간소화된 형태다. 예를 들자면, '좋다'의 반대말인 '싫다'를 없애버리고, '좋지 않다'는 단어만 남겨버린다. 사실 이것만 보면 왜 언어를 국가가 지배하는 게 문제가 되는지 알기 어렵다. 오히려 어려운 단어들이나 비슷한 단어들 다 없애고 간소화하면 좋은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어들이 줄어들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도 줄어들고, 당을 향해 교묘하게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단어들도 당연히 삭제된다. 그렇기 때문에 윈스턴이 처음에 당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일기장에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처음에 아무것도 적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언어가 사상을 지배한다'. 이처럼 단순한 국민 감시 이외에도 전체주의의 섬뜩한 요소들을 잘 그려낸 명작이고, 아직도 현실에 대입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과연 1984와 완전 다르다고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흥미로울 것이다.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1984와 쌍벽을 이루는 인기 디스토피아 소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다. 개인적으로 1984와 이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는 걸 좋아하는데, 같은 디스토피아 장르에 속하지만,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1984가 압제형 디스토피아로 유명세를 떨쳤다면, 멋진 신세계는 그와는 정반대 모습의 쾌락형 디스토피아를 그려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쾌락형 디스토피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실 멋진 신세계의 디스토피아는 관점에 따라서 유토피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번 생각해보라. 인간은 모두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게 되고, 일정한 수의 인간들이 매해 나오기 때문에 출산율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국가가 아이의 교육이나 양육을 다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성인들은 육아의 부담이 전혀 없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서 태어나고, 그에 따른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선행 교육으로 인해 계급의 차이를 넘어서려는 욕망도 없고, 서로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며 조화롭게 살아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성인들은 마음껏 쾌락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소마(SOMA)라는 마약을 전 계급에게 보급하여 우울, 분노와 같은 감정이 없이 모두 행복만을 느끼며 살 수 있고, 촉감 영화라는 생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포르노 영화들이 유흥 거리로 존재하고, 완벽한 피임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성적인 쾌락을 즐길 수 있다.
낙원 같다고? 물론 일리는 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도 이 체제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건 단 한 명, 야만인 구역(아직도 출산을 통해 낳는 곳) 출신의 존 밖에 없으니까. 그만큼 공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행복하기 때문에 낙원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극한의 쾌락을 추구하는 이 신세계가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같은 감정 없이 오직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건 짐승 이하의 존재처럼 보이며, 행복을 소마로 계속 지속하는 건 온 국민이 마약 중독에 빠져 있는 모습처럼 보이지 않나? 이처럼 이 작품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안겨주는 명작이다. 개인적으로는 1984보다 더 섬뜩한 버전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앞에서 추천한 1984와 비교하면서 어떤 세계관이 더 끔찍하고, 우리는 어디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독서를 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 - 예브게니 자먀틴
아니 <1984>, <멋진 신세계>로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난생 처음 들어본 작가의 듣보 소설을 꺼내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듣보'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작품 중 하나다. 심지어 자먀틴이 <우리들>을 처음 출판한 건 1924년으로, 앞서 다뤘던 두 소설들보다 훨씬 더 이전에 나온 소설이기 때문에 전체주의 디스토피아 소설의 효시라고 평가 받고 있다. 아무래도 먼저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1984>와 <멋진 신세계>가 이 소설의 설정들을 따온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통치자인 "은혜로운 분"은 <1984>의 "빅 브라더"로, 이성과 논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세계관은 <멋진 신세계>에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면 원조 디스토피아 맛집은 어떤 세계를 그렸을까?
일단 이 소설에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가 군대에서 경험했던 시스템이 디스토피아 소설로 구현되어 있는 점이었다. 우선, 좆같은 군대 훈련소처럼 사람들에게 이름이 아니라 번호가 부여된다. 아마 훈련소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그때를 회상해보자. 자기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를 번호가 대체하고, 그 번호가 나를 대표하게 될 때 드는 미묘한 감정. 그때의 번호를 그대로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게 당연하다.
군대와 비슷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은 옷을 입고, 하루에 부여되는 자유 시간 2시간을 제외하면 똑같은 일정표에 의해서 똑같이 생활한다. 심지어는 국가로부터 성관계 상대와 일정도 부여 받는 형식이다. 한마디로 군대처럼 군대라는 단체만 있을 뿐, 개인이 없다. 즉,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들'만이 존재하는 사상의 전체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처럼 자먀틴은 당시가 1920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소련에서 봤던 전체주의 국가의 부정적인 모습을 디스토피아 세계로 잘 구현하였다. <멋진 신세계>처럼 우리가 공리주의와 같은 공동체주의를 극한으로 추구할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알려주는 좋은 예시의 작품이니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이 작품을 거르는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녀 이야기 - 마가렛 애트우드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이 이후로 독특한 세계관 설정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얻은 디스토피아 소설이자 페미니즘 소설이기도 한, <시녀 이야기>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순수하게 재밌는 작품이다. 우선,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야 한다. 이 작품은 1985년에 출간되었다. 따라서 당시 시대를 생각하면 여성 작가로써 페미니즘적인 주제를 다루는 건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또한, 이 소설은 단순히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작품은 종교, 사회, 환경 등등 다양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풍성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니까. 따라서 앞서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들 이후로 가장 파급력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소개한다.
아마 이 소설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의 특이한 세계관을 짧게 소개하겠다. 이 소설이 특이한 점은 앞에 세 작품에서 사용된 국가 차원에서 성관계나 출산율을 관리하는 전통적인 설정을 계승하면서도, 당대의 가부장제 사상과 섞어서 색다른 디스토피아 세상을 구현했다. 작품 속 세계를 통치하는 길리어드(Gilead)는 극우 개신교 세력이 세운 나라로, 떨어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을 임신이 가능한 여부에 따라서 크게 4가지 계급으로 나눈다. 지배자 계급의 정실 부인인 '아내', 임신과 출산을 책임지는 '시녀', 늙어서 임신을 못하는 경우에는 시녀를 교육하는 '아주머니' 또는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가 된다. '시녀'도 임신에는 3번의 기회가 주어지며, 3번 동안 임신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독극물 처리장인 '콜로니'로 끌려가 강제 노동을 해야 한다.
세계관 설정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이유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 현실과 판타지적인 디스토피아 세계 간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잘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당대 여성들의 주요 문제였던 여성을 출산을 하는 존재로만 보는 사회적 인식을 디스토피아 사회에 잘 녹여냈다. 특히 이 부분을 잘 보여주는 계급은 '시녀'인데, '시녀'는 무언가를 소유할 수도 없고, 공부나 대화도 할 수 없이 오직 '아내'를 대신하여 오직 임신과 출산을 하는 존재다. 이렇게 출산만을 위한 계급을 등장시켜 애트우드는 당대의 여성을 출산을 하는 도구로 취급하는 부정적인 시선들을 강조해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당대 독자들이 그러한 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정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렇다고 여성을 무조건적인 선한 존재로 그리는 것도 아니다. 계급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갈등도 있고, 같은 여성인데도 부조리를 외면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처럼 단순한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라 잘 만든 디스토피아 명작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버리고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드라마도 있으니 독서 하기가 어렵다면 드라마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댓펌
1984..... 동물농장 재밌게 읽어서 다음으로 읽어봤는데 뭔가 불쾌하고 찝찝한 기억만 남음........
1984와 동물농장 모두 당시 스탈린이 통치하던 소련의 모습을 비판하기 위한 소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쾌하고 찝찝한 감정을 느끼셨다면 조지 오웰의 의도에 맞게 읽으셨습니다 알면 알수록 찝찝하고 무서운 소설이죠..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지만, 반대로 언어가 사고를 구성하기도 하죠. 생각하면 할수록 1984의 신어라는 체계가 섬뜩합니다
위에 소설 다 읽어봤는데 갠적으로 1984가 젤 섬뜩했음. 세계관 설정이 너무 ㅆㅅㅌㅊ임. 세계가 유럽vs아시아vs미국 커다란 3개의 나라로 나뉘어짐. 세 나라끼리 국지적인 전쟁을 벌인다고 하는데 총력전 따윈
벌이지 않고 계속해서 작은 소모전만 벌인다는게 의도적으로 3세력을 유지하려는 느낌이 강했음. 외부의 적이 있어야 당에게 불만을 가지지 않을테니까. 외부의 적이 있다고 미디어로 계속 알려주고, 전쟁 승리 뉴스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열광하고, 저 세계가 사람들의 섹스조차도 통제하는 사회라 즐거운 오락거리가 전쟁승리 뉴스 밖에 없을 정도.. 그리고 나중에 당 입장에선 반동분자인 주인공을 붙잡게 되는데 그냥 죽이지도 않고 세뇌시켜서 당에게 충성하게끔 만든다는 발상도 기가 막히는 것 같음. 반동분자를 그냥 죽이게 되면 “순교자”가 되기에 그것조차도 허용하지 않는거고 죽이더라도 빅브라더를 사랑하게끔 만든뒤에 죽인다는 설정도 잘 짠 거ㅛ 같음
동의합니다 잘 짜여진 세계관을 통해 섬뜩함을 잘 표현한 소설이죠! 아 그런데 하나 정정해드리자면 주인공 윈스턴은 실제로 사살당하지는 않습니다.
체제에 대한 저항심이 사라지고 빅브라더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총알이 자신의 뇌를 관통하여 죽는 상상을 통해 표현한 것이죠
난 멋진신세계를 다 읽고나서
책 뒷페이지를 봤는데 출판일이 1932년인걸 보고 진짜 충격받았음
90년전에 이런 세계상을 그려냈다는거 자체가 너무나 충격
난 책을 읽으면서 6-70년대 작이겠거니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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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지오웰은 진짜 신이야
시녀이야기는 읽어봐야겠다 넣어놓고만 있었는데 잘걸렸어
나 멋진 신세계 샀는데 다 읽고 이 글도 다시 읽어봐야지 💙
진자재밌어보인다..이거쓴사람김경식씨
시녀 이야기 읽다가 말았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본문에 있는 원서는 꼭 읽어봐 교수들이 매번 추천함
진짜 동물농장 처음 읽었을때의 충격이 잊혀지지가 않음… ㅎ
오 다음에 도서관 가서 빌려야지
시녀이야기만 못읽어봤네 언젠가 꼭 읽는다....나머지 셋 중에 제일 숨막히는 건 1984가 갑인 것 같아 우리들은 그래도 끝에 묘사보면 어찌...희망이 좀 보이긴 하는데 1984는 어우
1984읽다가 정신나가는 줄
재밌어보인다
우리들 처음 들어봐! 읽어야겠다
시녀이야기 진짜 읽는 내내 스트레스ㅠㅋㅋㅋ 꽤 예전에 출판된 책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였어
시녀이야기 읽고 증언들까지 꼭 읽어줘ㅠㅠ 디스토피아 최고야
시녀이야기 너무 좋은 소설 이틀만에 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