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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mkorea.com/6314783623
우리는 모두 소년이었다.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청소년 때 방황하던 시기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부끄럽다고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방황의 과정마저도 생각해보면 모두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소중한 발판이었다. 그리고 소년에서 어른이 된 점을 순수함을 잃었다며 부끄럽게 여길 필요도 없다. 어른이 된다는 점은 순수함을 잃는 것도 아니고 배워가는 과정이니까. 이번에는 이처럼 돌이켜보면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성장의 시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그럼 이번 이. 왜. 명? 시리즈의 두 번째 키워드인 성장 소설들을 다뤄보겠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성장 소설 명작을 따질 때 데미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워낙 성장 소설의 대표작이니까. 데미안이 뛰어난 소설인 이유는 소설의 모든 구조가 싱클레어라는 한 인간이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소설의 처음에서 싱클레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가족에 종속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흔들린다. 이때 데미안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데미안은 크로머의 괴롭힘에서 싱클레어를 구해주고, 그가 성장하도록 멘토가 되어 자신에 대해 깨우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데미안과의 경험을 통해 점점 싱클레어는 자신의 이상을 찾기 시작하고, 가족과 체제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처럼 소설이 전개되는 모습을 독자들이 보면 싱클레어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알에서 벗어나고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소설에 논란이 없진 않다. "이 소설 BL물이라는데 사실임?" 음... 어느 정도 작품 내에 여지가 있긴 하지만(등장 인물들의 외모 묘사가 대부분 중성적인 부분) 그래도 결말 부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거라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마지막에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그가 좋아했던 에바 부인이 보낸 입맞춤이라면서 살며시 입맞춤을 하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싱클레어가 전쟁터에서 만난 데미안은 상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데미안이 전쟁에 참여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싱클레어가 폭격으로 인해 의식을 잃을 때 갑작스럽게 등장했다가 의식을 회복하자 사라지는 모습은 현실이라고 믿기 어렵다.
대신 독립적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던 싱클레어가 마지막으로 데미안을 타인이 아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데미안의 영향에서도 벗어나 완전히 알을 깼다고 해석을 하는 게 더 이치에 맞다. 결말의 배경이 제 1차 세계대전인 것도 이 맥락과 일치한다. 헤르만 헤세는 세계 대전은 일종의 한 세계의 파괴이고, 집단적인 무지성에 가까웠던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사람들이 지성을 갖추고 전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이 지난 후에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병크가 터졌다.) 따라서 동성애 논란은 제쳐두고 시대적 상황 반영, 성서와 같은 고대의 문화와 한 소년의 성장을 잘 결합한 소설이기 때문에 꼭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 J.D. 셀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성장 소설이다. 물론 명작이라고 해서 무작정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홀든이 모범적인 소년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도 많이 논란이 되었던 점은 미성년자의 음주, 흡연, 매춘 등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또한, 홀든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작품 내에서 홀든은 찌질한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하고, 성적도 하위권이며, 가출 청소년에다가 앞에서 나온 작품의 논란 요소들을 골고루 즐기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마 읽어 본다면 뭐 이런 새끼가 명작의 주인공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사람의 위선적인 면모를 싫어하고, 순수함을 추구한다. 작가인 샐린저도 홀든의 비행 청소년과 같은 모습을 미화하려고 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방황한다. 중 2병이라는 공식적으로 방황해도 되는 시기도 있지 않은가. 사람마다 방황의 시기는 다 다르고, 방황의 정도도 다르다. 난 오히려 홀든처럼 방황하는 소년이 방황을 끝에 어른이 되는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또 인상적인 점이 있다면 어른에 대한 정의다. '이상적인 어른이란 대체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호밀밭에서 행복하게 뛰어놀던 어린 아이들을 지켜보면서도 그 아이들이 크게 엇나가 절벽으로 떨어지려고 하면 잡아주는 파수꾼. 이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그린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 아닐까. 물론 이 표현은 작품 중에서 홀든이 노래를 듣고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표현이기 때문에 홀든이 정말 그런 어른이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홀든이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은 확실하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가장 따뜻한 성장 소설이 아닐까 싶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장 소설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다. 왜냐하면 이걸 쓴 양반의 작품들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커뮤니티에서는 제임스 조이스가 쓴 세기의 명작들보다 애인에게 쓴 야한 연애편지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조이스는 현대 영문학의 선구자인 작가이기 때문에 독서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다행히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그가 쓴 유명 소설 중 쉬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도전할만한 소설이다. 게다가 사실상 제임스 조이스의 유년 시절과도 맞닿아있는 자전적인 성격도 띄고 있기 때문에 제임스 조이스의 삶을 연구할 때 가치가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대단한 이유는 작품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의식이 성장하는 걸 문체의 변화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플롯의 유기성을 따지면서 보면 따라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직 주인공의 의식만 따라가면 소설은 굉장히 쉬워지고, 작품의 뛰어난 면모도 쉽게 알 수 있다. 주인공인 스티븐 디덜러스는 매춘, 카톨릭 종교, 아일랜드 독립과 같은 주제들에 휘말리면서 점차 여러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설립하며 성장한다. 이때 소설의 문체 또한 계속 달라지며 주인공의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주인공은 가족, 종교, 국가에 대한 깊은 고뇌를 하고 결국 이 모든 것을 등지면서까지 예술의 길을 선택한다. 이처럼 이 작품에는 한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인간적인 고뇌와 의식의 성장을 굉장히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좀 심오한 느낌의 성장 소설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리버보이 - 팀 보울러
마지막 성장물로는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다. 이 작품도 국내에서 그렇게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무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꺾고 카네기 메달을 받았을 정도로 작품성은 훌륭하다. 고전 명작이 아님에도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고전 명작만을 다루는 시리즈도 아니고, 충분히 명작 반열에 들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간이 계속 흐르는 한 거의 30년이 지난 90년대 작품도 자연스럽게 고전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선정하게 되었다.
이 소설이 굉장한 소설인 이유는 아이가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 치료를 포기하고 자신의 작품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심한 화가인 할아버지와 이별 여행을 온 손녀 제스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죽음은 슬픈 일로 문학에서 다뤄지지만, 이 작품에서는 리버보이라는 판타지적인 인물을 등장시켜서 죽음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 놓는다. 이 리버보이라는 존재는 할아버지가 젊을 때 추구했던 이상향의 모습이자, 영혼을 형상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제스가 할아버지 평생의 꿈이었던 작품을 완성하도록 도와주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제스가 할아버지와 이별하고도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제스 안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특히 강이 흘러가면 언젠가 바다에 도달하는 것처럼 죽음과 이별을 아름답게 묘사한 장면은 특히 압권이다.
주변인의 죽음은 두렵다. 비록 필자인 나는 아직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필연적이기도 하다. 그때가 되면 아마 눈물을 막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강물이 언젠가 모두 바다로 흘러가듯이 우린 모두 바다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이 작품은 성인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자녀가 있다면 이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추천한다.
댓펌
고전문학을 좀 읽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번역본이다 보니 출판사마다
번역퀄이 좀 차이가 있는것 같던데
혹시 추천하실만한 출판사가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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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민음사가 종류가 많으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긴 합니다. 대신 20세기 문학 쪽은 문학동네가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과 같은 특정 작품들은 열린책들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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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이 있는데 번역은 다 비슷비슷 하지만 난 문학동네를 주로 봄 잘 읽히거든 ㅋㅋ 그리고 만약 죄와 벌, 까르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까레리나 같은 러시아 소설같은 경우 이름과 지명들이 ㄹㅇ 아찔하기 때문에 그런거 주석으로 설명 달아주는 열린책들로 봐도 됨 참고로 양장본은 셋 중 열린책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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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호밀밭의 파수꾼 빼곤 다 잼썻음...
다 읽어보고 싶다 데미안 재밌었어! 형이상학적 색채도 두드러지고
책 추천 고마워 !
야한 연애편지ㅋㅋㅋㅋㅋㅋㅋㅋ율리시스는 욕나오긴 했는데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그런대로 재밌는데 아니 근데 데미안은....키갈을 한다고요....
와 나 어렸을 때 리버보이 읽고 울었어ㅠ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