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6376573782
"아아아악, 어머니! 지진처럼 진동하는 목소리, 화산 같은 숨소리, 홍수의 성난 부르짖음이 군중 한가운데서 폭발해 단숨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흔히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를 대표하는 소설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콜롬비아의 역사적인 사건을 잘 녹여낸 소설이기도 하다. 그중 바나나 플랜테이션 학살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 시위하던 노동자 3,000명이 기관총에 의해 학살 당하는 이 장면은,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 말고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사망한다.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와 이를 목격한 어린 아이만이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지만, 아무도 이를 믿으려고 하지 않고 이 사건은 결국 일어나지 않은 채 묻혀버린다. 워낙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명사와도 같은 작가이기 때문에 사실과 상상을 구별하기가 힘들다. 과연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미서 전쟁에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자, 중남미의 패권은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의 자본가들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남미로 진출했다. 게다가 당시 냉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로 바나나를 공급하는 루트가 콜롬비아에서 파나마를 거치는 루트가 가장 빨랐다. 바나나 사업에 뛰어든 회사들 중에서는 <백년의 고독>에 등장하는 'United Fruit Company(UFC)'도 있었다. 이 회사는 콜롬비아의 초기 바나나 산업을 거의 독식하며 부를 늘려갔다.
그러나 플랜테이션의 지역 주민들과 이주 노동자들의 환경은 열악했다. 가장 문제는 먹거리였다. 회사는 임금을 돈으로 주지 않고 회사에서 발행한 증표로 주었는데, 따라서 먹을 거리를 회사가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나누어준 배급표와 식료품을 교환해야 했다. 하지만 식료품 가격은 시중보다 터무니없이 높았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반발하기 시작했고, 결국 1928년 11월 12일,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된다. 그들은 노동 조건 개선, 임금 인상, 주 6일 근무, 배급 거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UFC와의 협상은 서로 평행선만 달렸고,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UFC는 계속 손해가 누적되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콜롬비아에 주재하던 미국 정부 관료와 UFC 대표들은 미국 국무부로 보내는 전보에 파업 노동자들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공산주의자"로 표현하였고, 이에 미국은 자국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해군으로 콜롬비아를 침공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콜롬비아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1928년 12월 6일,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과 가족들을 콜롬비아 군대는 폭력으로 진압했다. 사망자 숫자는 기록이 다 다르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4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콜롬비아에 주재하고 있던 미국 대사는 본국에 천 명 이상이 죽었다고 보고했다. 조사한 기관에 따라 최대 희생자가 3,000명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곳도 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이 사건을 소설 속에서 잊혀지게 만든 이유는 어쩌면 참혹한 역사를 절대 잊지 말라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 United Fruit Company는 이후에 1990년에 이름을 바꾸는데, 아직도 바나나로 유명한 회사 중 하나다. 바로 Dole, 델몬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치키타(Chiquita)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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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치키타 바나나 맛맀어서 자주 사먹었는데 불매해야겠네..
백년의 고독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흥미롭다!!!
이 부분 인상적이었어
세상에... 사람목숨을 죽여가면서까지 부를 독식하고싶어했다니... 사람입에 들어가는게 그렇게까지 아까울 일인가 진짜
백년의고독 1권 전에 읽었는데 이해가안됐는데… 담에 다시 읽어봐야지
와 나 딱 얼마전에 이거 읽었는데 진짜잼떠라.....ㅜㅠㅠㅠㅠㅠㅠㅠㅠ 흥망성쇠하는 그게....너무나도..........발전할수록 뺏기게되는게...
내 인생소설..... 이런 역사 배경은 몰랐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