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6601936734
20세기 전반기의 미국 문학은 여러 영웅호걸들이 등장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윌리엄 포크너는 현대 기준으로도 유니크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윌리엄 포크너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개척했다.
그렇다면 포크너만의 유니크함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같은 경우는 현재를 중요시했다.
그렇기에 피츠제럴드는 그 시대를 잘 드러내는 금주법, 재즈 시대, 경제 대공황 등을 소재로 삼았고,
헤밍웨이는 제 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과 같은 굵직한 전쟁들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포크너의 작품에는 당시 시대상을 아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시간 개념은 바로 "과거"다.
포크너는 인간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인간 자체가 수많은 과거가 합쳐진 산물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항상 과거가 있으며, 과거에 얽매여 고통 받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포크너의 유니크함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소설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가
미시시피의 가상의 카운티 요크나파토파를 배경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겹치는 경우가 꽤 있다. 물론 작품에 따라 인물 설정이 좀 차이가 있긴 하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모더니즘 작가들이 다양한 공간적 배경을 다루거나(헤밍웨이),
고향을 떠난 후 그곳을 주무대로 소설을 작성하는 경우(제임스 조이스, 피츠제럴드)는 많았지만,
그처럼 고향에서 계속 살면서 고향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작가는 (내가 아는 선에서는) 없기 때문이다.
초기작 2개를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를 포크너의 고향인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건
그가 고향인 남부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그의 작품들이 남북전쟁 이후로 재건기 동안 타락하고 몰락해버린 남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남부에 대한 애정이 거대한 만큼 남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고발하며 각성을 바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포크너의 작품 형식도 굉장히 특이한데, 그 중에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리와 분노>를 예시로 들겠다.
이 소설은 남부의 상류층이었던 콤슨 가문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그리고 있는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서 난해한 작품 중 하나로 유명하다.
특히 첫 두 파트가 뉴비 제초기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첫 파트는 정신 지체아인 "벤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서
정확한 시간의 시점이나 공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어찌저찌 넘기면 두 번째 파트는 하버드 인텔리인 퀜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후반부에는 문장 구분도 안되어 있을 정도로 혼란한 그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은 2연타를 맞게 된다.
(역시 하버드는 인간에게 해롭기 때문에 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법들이 단순히 "겉멋충"이 되고 싶어서 난해하게 쓴 것은 아니다.
여러분도 삶을 살면 알다시피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포크너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 싶었고,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모습 그대로를 구현해낸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읽는 것은 상당히 찝찝하고 힘든 일이다.
(솔직히 나도 벤지 파트와 퀜틴 파트를 연타로 맞았을 때는 책을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작품을 음미하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라면 한번 포크너의 남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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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람과함께 사라지다 읽는중인데 남북전쟁에 대해 궁금했었는디 잔됐다 읽어주마
근데 책 많이 어려워,,,?
바사 어려워서 읽다 내려놓다 무한반복중,,,
오오 책 읽어보고싶다
대박.. 바람과함께사라지다 되게 재밌게 읽었는데 고마워
에밀리를 위한 장미 이거 단편이고 원작 저작권 소멸돼서 블로그에 직접 번역해놓은 사람들 있어 엄청 짧은데 포크너 작품 색깔이 어떤지 맛보기로 읽어보기 좋음 궁금한 여시들 한번 검색해봐도 좋을듯
와 책읽고싶다
내 인생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