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한 번 쯤은 ‘다이어트’를 시도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이어트, 다시 말해 감량은 많은 일반인들이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격투기 선수들에게는 시합의 일부로서 너무나 중요한 과정이다. 물론 격투가들의 감량은 식스팩을 꿈꾸는 일반인들의 다이어트와는 다르다.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멋진 몸매를 유지하는 건 사실 격투기 선수들에게는 ‘기본’에 불과하고, 그들의 최종 목표는 그렇게 훈련으로 만든 근육을 최대한 잃지 않고 체중을 줄여 계체량을 통과한 후, 몸 상태를 최상으로 회복해 다음날 링 위에 서는 것이다.
UFC의 계체량 장면. UFC의 인기가 워낙 많다 보니 선수들의 계체량에 조차 미국 팬들은 열광하며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선수들은 저 체중계에 올라 ‘합격’ 소리를 들을 때까지 그야말로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격 투기 선수들의 체중 감량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곁들여 보겠다.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브록 레스너가 싸운다고 가정해 보자. 계체량에서 효도르는 원래 체중인 105kg 정도로 나오겠지만, 레스너는 헤비급 한계 체중인 120kg으로 맞춰서 나올 것이다. 이것만 해도 15kg 차이지만, 다음 날 경기에서 두 선수의 체중 차는 더 심해진다. 이유는? 평소 체중으로 나온 효도르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감량 과정을 거친 바 있는 레스너는 계체량 후 약 24시간 동안 수분 및 영양분을 보충하며 적어도 5kg 이상의 체중을 되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당일 두 선수의 체중 차는 무려 20kg 이상으로 벌어질 것이다. 승패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레스너 쪽이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실제로 둘이 맞붙는다면, 효도르는 이 합성 사진에서의 모습보다 더 작게 느껴질 것임이 분명하다. 현대 종합격투기에서 ‘크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감량은 격투가들이 시합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중요한 격투기 선수들의 체중 감량은 과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이번 시리즈의 첫 번째 편에서는 대한민국 격투기의 영웅 김동현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직 UFC 파이터의 감량 노하우’에 대해 들어 보도록 하겠다.
필자: 김동현 선수는 현 UFC 웰터급(한계 체중 약 77kg) 파이터들 중에서도 유난히 큰 체격을 자랑한다. 감량에 어려움은 없는가?
김동현: 글쎄, 사실 늘 해온 일이고 이젠 노하우도 많이 쌓였기 때문에 감량 때문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할 때마다 힘들긴 하지만, 몇몇 선수들처럼 큰 부담을 느끼거나 감량에 실패하는 등 극한으로 몰린 적은 없다.
필자: 시합 때마다 총 몇 kg의 체중을 빼는가?
김동현: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 내 체중이 88kg이다. 여기서 출발해서 77.5kg까지 뺀다. UFC에서 1파운드 정도 오차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77kg가 아닌 77.5kg로 맞추어도 되기 때문이다. 10~11kg를 빼는 셈이다. 사실 UFC에서도 10kg 이상 빼는 사람은 아직 나 말고 본 적이 없다. 물론 인터뷰에서 ‘엄청 많이 뺀다고’ 얘기하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못 봤다.
필자: 그럼 11kg를 빼는 데 걸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 되나?
김동현: 일본에서 활약할 때, 그리고 UFC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까지도 시간을 좀 길게 잡고 뺐다. 하지만 이젠 딱 5일 만에 뺀다. 상당히 짧은 시간에 빼는 것이다. 사실 UFC 초창기 때 기술에 대한 노하우보다도 감량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부족했기에, 대회 때마다 사우나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모든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UFC 선수들이 상당히 단기간에 감량을 끝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반델레이 실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미들급에서 활동하기에 더욱 슬림한 모습인 반델레이 실바
하 지만 아까 얘기한 대로, 그렇게 단기간 내에 10kg 이상 빼는 사람은 아직까지 내 눈으로 본 적이 없다.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쥬 생 피에르도 과거 UFC 100 대회에서 사우나에서 만났을 때 물어보니 평소 체중이 85~6kg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10kg 이상 빼려면 그보다 좀 더 길게 기간을 잡아야 할 것이다.
필자: 와, 닷새 만에 그 체중을 다 빼다니 대단하다. 감량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김동현: 본격적인 감량은 닷새 동안 이루어지지만, 그 사전 작업이 분명히 필요하다. 일단 계체 45일 전부터 식생활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물론 굶거나 먹는 양을 제한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중에 수분을 잡아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음식에서 염분을 많이 줄이고, 군것질을 줄인다. 이 정도로 제한만 해도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45일 전부터 물을 하루에 2갤런(약 7리터) 마신다. 보름 전 부터는 하루에 3갤런(약 11리터)을 마신다. 이 땐 정말 쉽지 않다. 의무적으로 정오까지 1갤런, 오후 6시까지 1갤런, 그 후 1갤런 이런 식으로 나눠 할당량(?)을 꼭 채워 마신다.
그러다 계체 일주일 전부터 먹는 걸 본격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한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소식을 시작한다. 그렇게만 해도 2~3kg가 빠진다. 중간 중간 너무 허기가 심해 힘들 땐 아몬드 등 견과류를 조금씩 먹어주면 좋다.
그 리고 계체 이틀 전부터는 물 양에도 변화를 준다. UFC 계체량은 보통 금요일 오후 세 시인데, 수요일 오후 세 시부터 목요일 아침까지는 물을 억지로 마시지 않고 그냥 목마를 때마다 마시고 싶은 만큼 편하게 마신다. 그러다가 목요일 오후 세 시부터 계체량 때까지는 모든 걸 끊는다. 물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음식도 일체 먹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 혹은 사우나 등을 통해 한계 체중을 맞춘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계체량에서의 김동현의 몸
참 고로 사우나에 들어가려면 계체량 시작 전 네 시간 이내에 가는 게 좋다. 그래서 UFC 선수들은 다들 계체량 당일 오전에 사우나에 모여서 들어간다. 일부 국내 선수들 같은 경우 계체량 며칠 전부터 사우나에 들락날락하곤 하는데, 심장에 무리가 가는 등 절대 좋지 않다.
필자: 그렇게 힘들게 계체량을 통과한 후 뺐던 체중을 회복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감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일컬어진다. 김동현 선수는 어떻게 회복하는가?
김동현: 일단 미국 선수들은 계체량을 통과한 후 일반 물보다 전해질 물을 많이 마신다. 보통 물이나 이온 음료는 너무 급속도로 흡수되어 심장에 무리가 간다며 전해질 물을 많이 마시곤 한다.
필자: 그렇다면 김동현 선수도 전해질 물을 마시나? 만일 그렇다면, 정말 좀 차이가 느껴지나?
김동현: 나도 전해질 물을 마신다. 확실히 다르다. 일단 부담이 덜하다. 부담 없이 물이 좀 많이 들어가서 잘 퍼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유명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이 나온 전해질 물 광고
필자: 음식은 어떤가?
김동현: 미국 코치들은 계체량이 끝난 후 무조건 탄수화물만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구마나 파스타 면 등을 많이 먹는데, 여기서 파스타는 그냥 면만 삶은 걸 얘기한다. 기름기나 양념 등은 전혀 없는 걸 말한다. 그걸 듣고 카로 파리시안 전 때 탄수화물만 먹어봤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체중이 잘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평소 경기장에서의 내 체중은 85kg 가량인데, 그날은 82kg 정도에 불과했다.
그 후 다른 여러 곳에서 조언도 얻고 연구도 한 결과, 지금은 탄수화물 위주로 먹되 고기든 생선이든 내가 먹고 싶은 음식도 소화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섞어서 먹는다. 하지만 내 영웅인 조르쥬 생 피에르의 코치는 철저히 탄수화물만 먹인다는 정보를 최근에 입수했다. 그래서 이번 카를로스 콘딧 전에서는 나도 다시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웃음)
필자: 오, 이번에는 조르쥬 생 피에르 방식을 도입해 보는 건가?
김동현: 사실 미국에서 날 많이 도와주는 앨런이란 동생이 이번에 생 피에르의 감량 과정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봐 주었다. GSP는 2주 전부터 감량을 시작하고, 아까 얘기한 대로 감량 후엔 탄수화물만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 역시 이번에는 그렇게 해 보려 한다.
현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쥬 생 피에르가 계체량 저울에 오른 모습
필자: 괜찮겠는가? 괜히 컨디션 망치는 것 아닌가?
김 동현: 감량에 대해 후배나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아까 전해질 물 얘기를 했지만, UFC에서 계체량이 끝나고 선수들이 무얼 마시나 살펴보면, 전해질 물을 마시는 선수들이 많다 뿐이지 사실 천차만별이다. 영양 보충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 속 음식들도 다 다르다. 감량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본 틀은 다들 비슷하지만 그 과정에서 차이점들이 많다.
그 렇기 때문에 융통성을 갖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체질에 가장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 이젠 경험도 좀 많이 쌓였고, 좋은 코치진도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사실 실제 시합에서 연습 때만큼의 체력이 잘 안 나온다는 게 내 고민 중 하나였는데, 이번 감량 방법의 변화가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필자: 이번에도 무리 없이 체중 감량에 성공해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바라며, 훈련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많은 노하우를 공유해 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얘길 하고 싶다.
김동현: 후배들과 이런 지식을 공유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 좋다. 나와 같은 길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는 대한민국 격투가들에게 내 지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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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만에..11kg 빼는군여..ㅎㄷㄷ
첫댓글 김동현 우리고등학교 나왓는데
이태윤 우리고등학교 나왔는데
장염한번 제대로 앓고 입원 4일만 해보셈 5kg는 기본임 -_-
효도르 우리고등학교 나왔는데
와 쥐에스피봐라.....
이수근 우리중학교 나왔는데
태민 우리중나옴
장동건 우리고등학교 나왔는데
난 우리고등학교 나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