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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즉명(不平則鳴)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
不 : 아닐 불(一/3)
平 : 평평할 평(大/1)
則 : 곧 즉(刂/7)
鳴 : 울 명(鳥/3)
출전 : 한유(韓愈)의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
당나라의 문학가 겸 사상가 한유(韓愈)가 지인 맹교(孟郊)를 위로하며 쓴 '맹동야에게 보내는 글(送孟東野序)'에 나오는 말이다.
맹교는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하다가 46세에 진사에 합격했지만, 50세가 넘어서야 율양현위(凓陽縣尉)가 되어 떠난다. 이때 한유가 때를 못 만나서 고생하는 맹교를 위로하며 보낸 글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현재에도 시대와 어긋나는 삶을 살고 있는 문인, 예술가를 일컬을 때 쓰는 문학용어이다.
大凡物不得其平則鳴.
무릇 사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
草木之無聲, 風撓之鳴.
초목은 본래 소리가 없는 것인데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게 되고,
水之無聲, 風蕩之鳴.
물 역시 소리가 없는 것인데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게 된다.
其躍也或激之, 其趨也或梗之, 其沸也或炙之.
물이 튀어오르는 것은 무언가가 물을 격동시켰기 때문이고, 물이 급히 내달리는 것은 무언가가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며, 물이 끓는 것은 무언가로 가열했기 때문이다.
金石之無聲, 或擊之鳴.
쇠와 돌은 본디 소리가 없지만 무언가로 치면 소리를 낸다.
人之於言也亦然.
사람과 말의 관계도 그러하다.
有不得已者而後言.
어떻게 할 수 없는 후에야 말을 하게 된다.
其歌也有思, 其哭也有懷.
노래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며, 통곡하는 것은 가슴에 품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凡出乎口而為聲者, 其皆有弗平者乎.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평정함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樂也者, 鬱於中而泄於外者也.
음악이란 것은 가슴 속의 억울함이 있어서 밖으로 새어나온 것이다.
擇其善鳴者而假之鳴, 金石絲竹匏土革木八者, 物之善鳴者也.
그 중 잘 우는 것을 가려내 그걸 빌려서 울게 하니, 쇠, 돌, 실, 대나무, 박, 흙, 가죽, 나무 여덟 가지가 물건 중에 잘 우는 것이다.
維天之於時也亦然, 擇其善鳴者而假之鳴.
하늘이 계절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니, 그 중에서 잘 우는 것을 가려내 그것을 빌려서 울게 했다.
是故以鳥鳴春, 以雷鳴夏, 以蟲鳴秋, 以風鳴冬, 四時之相推敓, 其必有不得其平者乎.
이러한 까닭으로, 그리하여 새를 빌려 봄의 소리를 내고, 우레를 빌려 여름의 소리를 내고, 벌레를 빌려 가을의 소리를 내며, 바람을 빌려 겨울의 소리를 내니, 사계절이 서로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은 반드시 그 평정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其於人也亦然.
그것은 사람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다.
불평즉명(不平則鳴)
불평즉명(不平則鳴)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당나라의 문학가 겸 사상가 한유(韓愈)가 지인 맹교(孟郊)를 위로하며 쓴 '맹동야에게 보내는 글(送孟東野序)'에 나오는 말이다.
맹교는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하다가 46세에 진사에 합격했지만, 50세가 넘어서야 율양현위(凓陽縣尉)가 되어 떠난다. 이때 한유가 때를 못 만나서 고생하는 맹교를 위로하며 보낸 글에 나오는 말이다. 이는 현재에도 시대와 어긋나는 삶을 살고 있는 문인, 예술가를 일컬을 때 쓰는 문학용어이다.
한유의 불평즉명,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평정함을 얻지 못해서다
한유의 표현에 따르면, 시인은 '잘 소리 내어 우는 사람', 즉 선명자(善鳴者)다. 나라를 위해, 민중을 위해, 임을 위해, 나를 위해 소리 내어 운다. '선명자'는 대개 회재불우(懷才不遇; 훌륭한 재주를 지녔으나 때를 만나지 못함)의 삶을 산 사람들이다.
그런 삶 속에서 평정을 얻지 못하면, 자신의 울결한 마음을 시나 글로 표현해 소리를 내는데, 그런 글과 시는 감동과 울림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한유는 '맹동야에게 보내는 글'에서 ‘불평즉명’을 이렇게 표현했다.
무릇 사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 초목은 본래 소리가 없는 것인데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게 되고, 물 역시 소리가 없는 것인데 바람이 흔들면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이 튀어오르는 것은 무언가가 물을 격동시켰기 때문이고, 물이 급히 내달리는 것은 무언가가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며, 물이 끓는 것은 무언가로 가열했기 때문이다.
쇠와 돌은 본디 소리가 없지만 무언가로 치면 소리를 낸다. 사람과 말의 관계도 그러하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후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며, 통곡하는 것은 가슴에 품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평정함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그리하여 새를 빌려 봄의 소리를 내고, 우레를 빌려 여름의 소리를 내고, 벌레를 빌려 가을의 소리를 내며, 바람을 빌려 겨울의 소리를 내니, 사계절이 서로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은 반드시 그 평정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한유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넘어서야 강남의 율양현 현위로 떠나는 맹교가 훌륭한 재주를 지녔음에도 때를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가난으로 힘들었고 또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답답한 세월 속에서 글로 많이 울었을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니, 못내 안타까웠다.
그래서 세상 만물이 평정을 잃으면 소리 내어 우는 것처럼, 역대로 회재불우한 시인들은 '잘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라면서, 그의 마음을 위로함과 동시에 그의 시재(詩才)를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천리마도 그 능력을 알아보는 주인을 만나야 비로소 천리를 달린다
한유는 회재불우한 사람을 '천리마'에 비유했다.
세상에는 백락이 있은 후에야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늘 있지만 백락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명마라도 단지 노예의 손에서 욕이나 당하며 평범한 말들과 함께 마구간에서 죽게 되어, 천리마로 불리지 못한다. 천리마는 한 끼에 때론 곡식 한 섬을 먹기도 하거늘, 말을 먹이는 자가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줄도 모르고 먹인다. 그 말이 비록 천리를 달리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먹는 것이 배부르지 않아 힘이 부족하여 훌륭한 재주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또 보통 말과 같아지려 해도 될 수 없으니, 어찌 그 말이 천리를 달릴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 잡설(雜說)
백락(伯樂)은 춘추시대 주(周)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 알아보는 안목이 있었다. 진나라 장수 항우에게는 오추마(烏騅馬)가 있고, 후한의 장수 여포에게는 적토마(赤兎馬)가 있었다. 모두 명마로, 이들을 천리마라고 한다. 항우와 오추마, 여포와 적토마의 관계는 백락과 천리마의 관계와 같고, 백락은 명군현상(名君賢相; 훌륭한 군주와 현명한 재상 또는 신하)을 의미하며 천리마는 인재를 뜻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여도 그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 천리마가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그 능력을 알아보는 사회와 명군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그들은 회재불우의 삶을 살게 되고,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 '소리 내어 우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유는 새를 빌려 봄의 소리를, 우레를 빌려 여름의 소리를, 벌레를 빌려 가을의 소리를, 바람을 빌려 겨울의 소리를 내는 것처럼, 시인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소리를 낸다고 했다. '잘 운다'는 것은 문학적 감수성에서 비롯되지만, 이처럼 뜻한 바가 여러 가지 사회적 제도와 불합리로 인해 막혔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맹교(孟郊)는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일찍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도 요절하는 등 가정적으로 불우했고, 벼슬길도 순탄치 않았다. 이런 불우한 상황 속에서 창작에 몰두하여 '시수(詩囚; 시에 갇힌 죄수)'라고도 불렸다. 가난 때문에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하는 자식의 심정을 표현한 '유자음(遊子吟)'이라 시가 있다.
사마천의 발분저서, 훌륭한 저작들은 대개 ‘마음속 울분이 발산된’ 작품이다!
중국에서 '불평즉명'의 계보는 한나라 때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의 "마음속 울분이 발산되어 쓴다(發憤著書)", 당나라 한유의 "평정을 잃으면 소리 내어 운다(不平則鳴)", 송나라 때 구양수가 쓴 매성유시집서(梅聖兪詩集序)의 "시는 곤궁할수록 더욱 공교해진다(詩窮而後工)" 등으로 이어진다.
사마천(司馬遷)은 이릉(李陵) 장군의 부당함을 변호하다가 한나라 무제에게 궁형(宮刑)을 당했다. 그는 극도의 슬픔과 모멸감을 견뎌야 했다.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나 집에 있을 때는 망연자실하고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했소, 매번 이런 치욕감이 일 때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 옷을 흠뻑 적셨소(임안에게 보내는 편지, 報任安書)" 그런 중에도 끝내 '사기'를 완성하고, 과거의 훌륭한 저작들은 대부분 이렇게 마음속 울분이 발산되어 쓴 작품이라고 했다.
굴원은 쫓겨난 후에 '이소'를 지었으며, 좌구명은 실명을 한 후에 '국어'를 엮었다. 손자는 발꿈치를 잘리고 나서 병법을 논하였으며, 여불위는 촉 땅으로 좌천된 후에 세상에 '여씨춘추'가 전해졌다. 한비는 진나라의 감옥에 갇히고서 '세난'과 '고분'을 썼으며, '시경'의 시 삼백 편은 대개 성현들의 마음속 울분이 발산되어 쓰여진 작품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답답하게 맺힌 바가 있으나 그들의 이상을 표출할 방법이 없어서, 지난 일을 서술하면서 미래를 생각했던 것이다.
- 사기 태사공자서
사마천은 이런 저작을 쓴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한 시대적 조우와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실의한 사람들로서, 자신들의 '가슴속에 맺힌 울분을 글로 풀어내어(發憤著書)'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고 보았다. 사마천 자신이 궁형을 받은 모멸감을 저술로 승화해 훌륭한 역사서 '사기'를 저술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양수의 시궁이후공, 시인이 곤궁할수록 시는 공교해진다!
한유의 '불평즉명'은 사마천의 '발분저서'를 이었고, 후에 구양수(歐陽修)의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으로 이어졌다. 구양수는 시우(詩友) 매요신(梅堯臣)의 시집에 서문을 써주면서 "시는 곤궁할수록 공교해진다"고 했다.
내가 듣기로 세상에서 시인은 잘된 사람은 적고 곤궁한 사람이 많다고들 하는데, 어찌 그렇겠는가, 이는 세상에 전해지는 시는 대부분 옛날에 곤궁했던 사람에게서 나온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 따라서 시는 곤궁할수록 더욱 공교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곤궁하게 된 후라야 시가 공교해지는 것이다.
- 매성유시집서(梅聖兪詩集序)
'궁(窮)'은 단순히 물질적인 결핍이나 경제적인 빈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벼슬길이 막혀 생활은 곤궁해지고 이상도 실현하지 못하는 곤궁한 처지와, 사회적 현실과의 모순으로 인해 삶의 평정이 깨진 불안정한 감정과 절실한 고뇌를 뜻한다. 이런 곤궁한 개인적인 처지와 암울한 사회적 환경이 창작에 영향을 주어 더욱 울림이 큰 시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런 삶 앞에서 인간과 사회의 참모습을 깊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핍도 없고 목마름도 없는 삶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둔탁하게 만들고 감성적 촉각도 무디게 만든다. 앞서 말한 사마천, 굴원, 좌구명, 손자, 여불위, 한비자 등의 좌절과 곤궁한 삶이 사기, 이소, 국어, 병법, 여씨춘추, 세난 등 우수한 작품을 지을 수 있는 원천이 되었고,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공명과 울림이 크다는 것이다.
'불평즉명', '발분저서', '시궁이후공' 등은 모두 작가가 '평정을 얻지 못해서 글로 시로 소리를 낸다'는 의미다. 문학은 작가가 처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조우한 불운한 삶과 관계있다는 '불평즉명'은, 중국 고대 리얼리즘 문학 창작의 규율성을 보여준 문학용어다. 문학이 현실사회의 모순을 반영한다는 문학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불평즉명(不平則鳴)
당나라의 한유(韓愈)가 작가의 생애와 창작과의 관련에 대해 논하면서 주장한 이론. 이 말은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나온다.
그는 사람들이 문학 작품을 창작할 때 언어로 표현을 하는 이유는 마음 속에 뭔가 평안하지 못한 것이 있거나 불합리한 사회적 지위, 또는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나온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문학 작품의 창작은 작가가 처한 사회적 환경, 자신의 처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계야말로 리얼리즘 문학이 생산되는 중요한 계기라는 것이다.
봉건 사회에서 사람의 재능이 펼쳐지지 못하고 정의가 실현되지 못해서 민중들의 고통을 해소하지 못하면, 재능을 지니고 민중을 동정하는 문학가는 예민하게 이같은 모순을 간파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을 문학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그 노래하는 것이 생각이 있고, 통곡하는 것에 회한이 담겼다(其歌也有思 其哭也有懷)"는 말은 격정적이고 진지한 감정이 토로되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것이 바로 불평이 울린다는 것이다.
한유는 또 각 시대의 우수한 시인과 작가들은 역사상의 훌륭하게 운 사람들이라고 주장하였다. "초나라는 큰 나라이기 때문에 망할 무렵에 굴원이 나와 울었으며(楚大國也 其亡也以屈原鳴)" 한나라 때에는 사마천(司馬遷)과 사마상여(司馬相如), 양웅(揚雄)이 잘 울었고, 당나라 때에는 진자앙(陳子昻)과 소원명(蘇源明), 원결(元結), 이백(李白), 두보(杜甫), 이관(李觀) 등이 모두 자신이 능한 분야에서 잘 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맹교가 나와 비로소 시로써 운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잘 운 작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들의 작품에 현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순들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불공평한 현실에 대해 항의하면서 억압받는 이들에게 무한한 동정을 보냈다. 그러므로 불평즉명은 사실상 문학이 현실의 모순에 대해 항거하고 투쟁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반영한 논리다.
한유의 이와 같은 주장은 사마천이 밝힌 발분설(發憤說)을 계승한 것이다. 한유는 '형담창화시서(荊潭唱和詩序)'에서 "기쁘고 즐거운 말은 공교롭기 어렵고, 괴롭고 힘든 말은 좋기가 쉽다(歡愉之辭難工 而窮苦之言易好)"고 말했다. 이는 불평즉명을 주장한 그의 논리를 재확인 해주는 글이다.
나중에 구양수(歐陽修)는 한유의 생각을 발전시켜 "시는 궁핍해진 뒤에야 공교로워진다(詩窮而後工, 매성유시집서/梅聖兪詩集序)"고 결론지었다. 한유의 주장은 중국문학이론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참고)
발분저서(發憤著書)
사전적인 의미로 풀어 본다면 '억울한 일을 당해 마음이 자극되어 명작을 남긴다'는 이야기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로 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고, 유사한 문학 관념으로는 당대 한유(韓愈)의 '불평즉명(不平則鳴)' 송대 구양수(歐陽修)의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시인은 어려운 일을 당해야 시가 훌륭해진다)' 등이 있다.
사마천은 그가 흉노(匈奴)와의 전투에서 투항했던 어느 장수를 변호하다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는 사형 대신 거세형을 택했는데, 이는 유교 사회에서의 실질적인 목숨을 포기한 것이나 같다. 이 같은 절망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기'를 완성했다.
사마천은 서문에서 서백(西伯)이 '주역(周易)'을, 공자가 '춘추(春秋)'를, 굴원은 '이소(離騷)'를, 그리고 좌구명(左丘明)이 '국어(國語)'를 지은 것들은 모두 곤경을 딛고 일어선 결과라고 하여,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본기(本紀), 표(表), 서(書), 열전(列傳)등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사기'는 1백 30편, 모두 52만 6천여 자라는 방대한 양을 통해 전설시대인 황제(黃帝) 때부터 한의 무제까지 약 3천여 년의 역사를 기록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분저서의 기원이 된다. 그는 자신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료를 직접 체험 수집하면서 집필에 임했고 엄밀한 태도와 개인적 애증이 문체에 투영됨으로써 '발분저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 문학 관념은 실용주의 문학관과 표현주의 문학관으로 크게 나뉜다. 실용주의 문학관은 문학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시교(詩敎)의 도리를 중시하고, 표현주의 문학관은 도가적 낭만성 속에서 문학의 정감 표현을 중시한다.
다시 말해, 문학관은 정감이 현실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면 실용주의 정신이 담기는 것이고,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라면 순수한 서정이 담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현실주의 문학관이 창작의 효과를 중시했다면, 표현주의 문학관은 창작의 동기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사마천의 발분저서의 문학관은 후자에 속하는 문학관에 속하며, 사료적 가치 뿐 아니라, 사실적 실질적 글쓰기의 한 전범이 되었다.
(참고)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
한유가 율양현위(凓陽縣尉)가 되어 떠나는 회재불우(懷才不遇; 뛰어난 재주를 품고 있지만 때를 만나지 못함)한 지인 맹교(孟郊)를 위로하며 쓴 의론문(議論文)의 글이다. 고난을 겪는 것은 하늘이 인재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니,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한유(韓愈)의 자(字)는 퇴지(退之), 시호(諡號)는 문공(文公)이다. 당(唐)의 유명한 정치가, 문학가, 사상가이다. 하남(河南) 하양(河陽), 지금의 허난[河南] 멍저우시[孟州市] 사람이다. 조상은 하남 등주(鄧州)로, 세상에서는 한창려(韓昌黎)라고도 칭한다. 만년에 이부시랑(吏部侍郎)을 역임하여 한이부(韓吏部)라고도 부른다.
792년 진사에 합격하였고 지방 절도사의 속관을 거쳐 803년 감찰어사(監察御使)가 되었을 때, 수도(首都)의 장관을 탄핵하였다가 도리어 광동성(廣東省) 양산현(陽山縣) 현령으로 좌천되었다.
이듬해 소환된 후로는 주로 국자감(國子監)에서 근무하였으며, 817년 오원제(吳元濟)의 반란 평정에 공을 세워 형부시랑(刑部侍郞)이 되었으나, 819년 헌종황제(憲宗皇帝)가 불골(佛骨)을 모신 일을 간하다가 광동성(廣東省) 조주(潮州) 자사(刺史)로 좌천되었다. 이듬해 헌종 사후에 소환되어 이부시랑까지 올랐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명인 한유는, 산문의 문체개혁(文體改革)을 주장했다.
당시에는 대구(對句)를 중심으로 형식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변문(騈文)이 유행했었는데, 한유는 이와 같은 문풍에 반대하며 충실한 내용을 갖춘 고문(古文)으로 문장을 지을 것을 주장했다. 한유의 시에 대해서는 난해하고 산문적이라는 비난도 있으나, 제재(題材)의 확장과 더불어 송(宋) 대 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창려선생집(昌黎先生集)(40권), 외집(外集)(10권) 유문(遺文)(1권) 등의 문집이 전한다. 사상 면에서 한유는 오직 유가의 사상만을 존중하고 도교와 불교를 배격하여 송 대에 발생한 성리학(性理學)의 선구자가 되었다.
(작품해설)
이 작품은 한유가 율양현위(凓陽縣尉)가 되어 떠나는 지인 맹교(孟郊)를 위로하며 쓴 글이다. 맹교의 자(字)는 동야(東野)이고 호주(湖州) 무강(武康, 지금의 저장성[浙江省] 더칭현[德清县]) 사람이다.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하고 46세에 진사(進士)에 합격했으나 50세에 율양(溧陽) 현위(縣尉)로 임명되었다.
한유는 이 글을 통해 문장은 마음속의 불평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므로, 하늘이 맹교를 곤궁하게 만들어 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하여 훌륭한 문장을 짓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위로한다. 특히 작품 중에 언급한 '불평이 있으면 울게 된다(不平則鳴)'는 언급은 사마천(司馬遷)의 발분저서(發憤著書), 구양수(歐陽脩)의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과 함께 문학 창작의 동력을 논하는 유명한 용어가 되었다.
(작품 줄거리)
대개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 초목이 바람에 흔들리거나 쇠나 돌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것은 모두 원래의 평온한 상태가 깨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하는 것도 마음속에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리를 잘 내는 것들로 악기를 만들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듯, 자연계에서도 계절마다 소리를 잘 내는 것을 선택하여 소리를 낸다. 새를 빌려 봄의 소리를, 우레를 빌려 여름의 소리를, 벌레를 빌려 가을의 소리를, 바람을 빌려 겨울의 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소리 가운데 정묘한 언어, 언어 중에서도 정묘한 문장을 써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고요(咎陶)나 우(禹), 기(虁), 오자(五子)들, 이윤(伊尹), 주공(周公)은 모두 이에 능했던 자들이며, 육경(六經)에 실린 문장들은 모두 마음을 훌륭하게 표현한 것이다. 주나라가 쇠퇴해지자 공자(孔子)의 무리가 소리를 냈으며, 장주(莊周)는 황당한 문사로써 초(楚)나라에서 소리를 냈다. 초나라가 망할 무렵 굴원(屈原)이 소리를 내었으며, 이 외에도 혹자는 도(道)로, 혹자는 술법(術法)으로 각자의 소리를 냈다.
진(秦)나라, 한(漢)나라 때도 많은 이가 소리를 냈으나, 옛날 사람들에게 미칠 수는 없었다. 당나라가 천하를 장악한 뒤에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써 소리를 냈다. 현재 살아 있는 자 중에는 맹동야가 시로써 소리를 내었으니, 그의 재능은 위(魏), 진(晉)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내 제자인 이고(李翶), 장적(張籍)을 포함한 세 사람의 소리는 진실로 훌륭하지만 하늘은 그들에게 더 좋은 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 고난을 주었다. 이들의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기뻐하겠으며, 아랫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슬퍼하겠는가? 맹동야가 강남에서 일하게 되자 울적해하기에, 나는 그의 운명이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하여 그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한다.
(작품 속의 명문장)
大凡物不得其平則鳴.
대개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
人之於言也亦然. 有不得已者而後言, 其謌也有思, 其哭也有懷. 凡出乎口而爲聲者, 其皆有弗平者乎.
사람이 말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우는 것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불평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是故以鳥鳴春, 以雷鳴夏, 以蟲鳴秋, 以風鳴冬. 四時之相推敓, 其必有不得其平者乎.
그리하여 새를 빌려 봄의 소리를 내고, 우레를 빌려 여름의 소리를 내고, 벌레를 빌려 가을의 소리를 내며, 바람을 빌려 겨울의 소리를 내니, 사계절이 서로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은 반드시 그 평정을 얻기 못했기 때문이리라!
三子者之命, 則懸乎天矣. 其在上也, 奚以喜. 其在下也, 奚以悲.
이 세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기뻐하겠으며, 아랫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슬퍼하겠는가?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平(평평할 평, 다스릴 편)은 ❶상형문자로 물 위에 뜬 물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수면이 고르고 평평(平平)하다는 뜻이다. ❷지사문자로 平자는 '평평하다'나 '고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平자는 干(방패 간)자와 八(여덟 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平자는 '방패'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또 사물의 모습을 본뜬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平자는 악기 소리의 울림이 고르게 퍼져나간다는 뜻을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平자는 소리가 고르게 퍼져나간다는 의미에서 고르거나 평평하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 후에 '안정되다'나 '화목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그래서 平(평, 편)은 (1)일정한 명사(名詞) 앞에 붙이어 평범(平凡)한, 평평(平平)한의 뜻을 나타냄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평평하다,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②고르다, 고르게 하다 ③정리되다, 가지런하게 되다 ④편안하다, 무사하다 ⑤평정하다 ⑥정하다, 제정하다 ⑦이루어지다 ⑧바르다 ⑨갖추어지다 ⑩사사로움이 없다 ⑪화목하다, 화친하다 ⑫쉽다, 손쉽다 ⑬표준(標準) ⑭들판, 평원(平原) ⑮산제(山祭: 산에 지내는 제사) ⑯보통(普通) 때, 평상시(平常時) ⑰보통, 보통의 수준 ⑱평성(平聲), 사성(四聲)의 하나 그리고 ⓐ다스리다, 관리하다(편) ⓑ나누다, 골고루 다스려지다(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평탄할 탄(坦), 편안할 녕(寧), 편안 강(康), 클 태(泰)이다. 용례로는 어떤 가정 밑에서 많은 수나 같은 종류의 양의 중간의 값을 갖는 수를 평균(平均), 평온하고 화목함을 평화(平和), 평상시를 평소(平素), 뛰어난 점이 없이 보통임을 평범(平凡), 평상시의 소식을 평신(平信), 차별이 없이 동등한 등급을 평등(平等), 바닥이 평평한 땅을 평지(平地), 사람이 삶을 사는 내내의 동안을 평생(平生), 지표면이 평평한 넓은 들을 평야(平野), 무사히 잘 있음을 평안(平安), 벼슬이 없는 일반민을 평민(平民), 평평한 표면을 평면(平面), 평탄한 들판 평야를 평원(平原), 난리를 평온하게 진정시킴을 평정(平定), 까다롭지 않고 쉬움을 평이(平易), 어느 한 쪽에 기울이지 않고 공정함을 공평(公平), 마음에 들거나 차지 않아 못마땅히 여김을 불평(不平), 균형이 잡혀 있는 일을 형평(衡平), 대지의 평면을 지평(地平), 마음이 기쁘고 평안함을 화평(和平), 넓고 평평함을 편평(扁平),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평롱망촉(平隴望蜀), 깨끗하며 욕심이 없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평이담백(平易淡白), 엎드려 땅에 머리를 댄다는 뜻으로 공경하여 두려워하는 모습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평신저두(平身低頭), 고요한 땅에 바람과 물결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공연한 일을 만들어서 뜻밖에 분쟁을 일으키거나 사태를 어렵고 시끄럽게 만드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을 평지풍파(平地風波),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라는 뜻으로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 또는 아름다운 여인의 맵시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평사낙안(平沙落雁), 마음을 평온하고 순화롭게 함 또는 그런 마음으로 줄여서 평심이라고 하는 말을 평심서기(平心舒氣), 평지에 산이 우뚝 솟음으로 변변치 못한 집안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옴을 비유하는 말을 평지돌출(平地突出), 심기를 조용하게 가져 잡념을 없앤다는 뜻으로 마음이 평온하고 걸리는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평기허심(平氣虛心), 뛰어난 점이 없이 보통을 일컫는 말을 평평범범(平平凡凡), 이른 새벽에 다른 사물과 접촉하기 전의 맑은 정신을 이르는 말을 평단지기(平旦之氣), 안온하며 아무것도 변한 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평온무사(平穩無事)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 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 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일컫는 말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일컫는 말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즉삭(削則削), 가득 차면 넘치다는 뜻으로 모든 일이 오래도록 번성하기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으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함을 이르는 말을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이르는 말을 필사즉생(必死則生),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이르는 말을 필생즉사(必生則死),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뜻으로 오래 살수록 고생이나 망신이 많음을 이르는 말 이르는 말을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뜻으로 한번 흥하면 한번은 함을 비유하는 말을 월영즉식(月盈則食),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다는 뜻으로 자기의 잘못을 덮어두고 남만 나무람을 일컫는 말을 책인즉명(責人則明), 너무 성하면 얼마 가지 못해 패한다는 말을 극성즉패(極盛則敗), 예의가 지나치면 도리어 사이가 멀어짐을 일컫는 말을 예승즉이(禮勝則離),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겸청즉명(兼聽則明), 예의가 너무 까다로우면 오히려 혼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예번즉란(禮煩則亂), 너무 세거나 빳빳하면 꺾어지기가 쉬움을 일컫는 말을 태강즉절(太剛則折), 세상에 도덕이 행해지면 즉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나아가서 활동함을 일컫는 말을 유도즉현(有道則見), 논밭 따위의 등급을 바꿈을 일컫는 말을 나역등칙(那易等則),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함을 일컫는 말을 물성칙쇠(物盛則衰), 죽어서 남편과 아내가 같은 무덤에 묻힘을 일컫는 말을 사즉동혈(死則同穴), 달이 차면 반드시 이지러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월만즉휴(月滿則虧), 꽉 차서 극에 달하게 되면 반드시 기울어 짐을 일컫는 말을 영즉필휴(零則必虧), 물건이 오래 묵으면 조화를 부린다는 말을 물구즉신(物久則神), 물이 깊고 넓으면 고기들이 모여 논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사람들이 따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광즉어유(水廣則魚遊),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됨을 일컫는 말을 충칙진명(忠則盡命), 예의를 잃으면 정신이 흐리고 사리에 어두운 상태가 됨을 이르는 말을 예실즉혼(禮失則昏), 물의 근원이 맑으면 하류의 물도 맑다는 뜻으로 임금이 바르면 백성도 또한 바르다는 말을 원청즉유청(源淸則流淸),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자기가 남보다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일반 공중이 지켜야 할 법칙이나 준례를 만듦을 이르는 말을 이신작칙(以身作則), 새가 쫓기다가 도망할 곳을 잃으면 도리어 상대방을 부리로 쫀다는 뜻으로 약한 자도 궁지에 빠지면 강적에게 대든다는 말을 조궁즉탁(鳥窮則啄), 짐승이 고통이 극도에 달하면 사람을 문다는 뜻으로 사람도 썩 곤궁해지면 나쁜 짓을 하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수궁즉설(獸窮則齧) 등에 쓰인다.
▶️ 鳴(울 명)은 ❶회의문자로 鸣(명)은 간자(簡字)이다. 鳥(조)는 새의 모양으로, 나중에 꼬리가 긴 새를 鳥(조), 꼬리가 짧은 새를 새추(隹; 새)部라고 구별하였으나 본디는 같은 자형이 두 가지로 나누어진 것이며 어느 쪽도 뜻에 구별은 없다. 한자의 부수로서는 새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여기서는 수탉을, 口(구)는 입, 소리로 수탉이 때를 알리는 모양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鳴자는 '울다'나 '(소리를)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한자를 이해하는 팁 중 하나는 글자 앞에 口(입 구)자가 있으면 대부분이 '소리'와 관련된 뜻이라는 점이다. 鳴자가 그러하다. 鳴자 역시 口자와 鳥(새 조)자가 결합한 것으로 새가 우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수탉이 운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바로 鳴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鳴자를 보면 口자와 함께 닭 볏이 강조된 수탉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수탉이 鳥자로 표현했기 때문에 본래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鳴(명)은 ①새가 울다 ②울리다 ③소리를 내다 ④부르다 ⑤말하다, 이야기하다 ⑥이름을 날리다 ⑦놀라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울리어서 진동함을 명동(鳴動), 마음에 느껴 사례함을 명사(鳴謝), 북을 쳐서 울림을 명고(鳴鼓), 산 비둘기를 명구(鳴鳩), 혀를 참을 명설(鳴舌), 종을 쳐서 울림을 명종(鳴鐘), 고운 목소리로 우는 새를 명금(鳴禽), 우는 학을 명학(鳴鶴),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짐을 명향(鳴響), 원통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여 나타냄을 명로(鳴露), 코를 곪을 명비(鳴鼻), 큰 소리를 내며 뒤흔든다는 명흔(鳴掀), 갑작스러운 위험이나 두려움 때문에 지르는 외마디 소리를 비명(悲鳴), 남의 생각이나 말에 동감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따르려는 생각을 일으킴을 공명(共鳴), 저절로 소리가 남을 자명(自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바다에서 들려 오는 먼 우레와 같은 소리를 해명(海鳴), 땅 속의 변화로 산이 울리는 소리를 산명(山鳴), 때를 알리는 종이 울림을 종명(鐘鳴), 사이렌 등을 불어 울림을 취명(吹鳴), 새가 소리를 합하여 욺으로 여러 가지 악기가 조화되어 울림을 화명(和鳴),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뜻으로 혼자서는 어떤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말 또는 상대 없이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고장난명(孤掌難鳴),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천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때로는 요긴하게 쓸모가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계명구도(鷄鳴狗盜), 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일 또는 많은 학자들의 활발한 논쟁을 일컫는 말을 백가쟁명(百家爭鳴), 함곡관의 닭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점잖은 사람이 배울 것이 못되는 천한 기능 또는 그런 기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함곡계명(函谷鷄鳴), 한 번 울면 사람을 놀래킨다는 뜻으로 한 번 시작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의 대사업을 이룩함을 이르는 말을 일명경인(一鳴驚人), 새가 삼 년 간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큰 일을 하기 위하여 침착하게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불비불명(不飛不鳴), 닭이 울고 개가 짖는다는 뜻으로 인가나 촌락이 잇대어 있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계명구폐(鷄鳴狗吠), 닭 울음소리를 묘하게 잘 흉내 내는 식객을 이르는 말을 계명지객(鷄鳴之客), 새벽닭이 축시 곧 새벽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에 운다는 뜻에서 축시를 일컫는 말을 계명축시(鷄鳴丑時), 닭 울음의 도움이란 뜻으로 어진 아내의 내조를 이르는 말을 계명지조(鷄鳴之助), 종을 울려 식구를 모아 솥을 벌여 놓고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부유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종명정식(鐘鳴鼎食), 소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라는 뜻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를 이르는 말을 일우명지(一牛鳴地), 태평한 시대에는 나뭇가지가 흔들려 울릴 정도의 큰 바람도 불지 않는다는 뜻으로 세상이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풍불명지(風不鳴枝), 개구리와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댄다는 뜻으로 서투른 문장이나 쓸데없는 의논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와명선조(蛙鳴蟬噪)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