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tongi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05
오늘 다극화 포럼에서 진행된 대담을 들었다. 토론자 한 분께서 이런 논지로 말씀하셨다.
“북의 군대가 러시아에 파병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그런데 이 나라 언론은 북의 파병을 기정사실로 본다. 왜 한국의 기자들은 이렇듯 러-우전쟁, 러시아, 북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도 은폐하고 왜곡하며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집단적으로 유포하는가?”
토론자 한 분이 대답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본인이 알고 있는 여러 언론회사 기자들과 의사소통해서 들었다. 지금 기자들, 공부도 많이 하고 말도 잘 하고 상식도 풍부하여 똑똑한데 그들은 자라면서 일베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노무현 자살했을 때 그의 죽음을 장난처럼 비웃으며 학생시절을 보낸 세대다. 하여 북, 러시아, 중국 등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이 매우 크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잘 나간다. 이런 연유로 (그들은) 회사에서 ‘종북’ ‘종러’ 경향이 있다고 평가되는 것을 무지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데 이는 진보언론이라 말 수 있는 한겨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 언론지형의 편향성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하 그렇구나,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 확증편향으로 러-우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은폐, 왜곡하면서 북과 러시아에 대한 혐오를 확산시키고 미국 중심의 서방을 거의 무조건 추종하는구나.
하지만 이야말로 참으로 무서운 일 아닌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담론의 방향과 내용을 설정하는 기능을 하는 자들이 특정 방향에 포획되어 그 방향의 정당성, 도덕성 여부에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엄존하는 역사적 사회적 진실을 은폐, 왜곡한다면 이야말로 사상부문에서의 노골적인 파시즘 아닌가. 히틀러 치하의 홀로코스트도, 권력이 내려 먹이는 담론에 대해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 이런 집단적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일상적으로 진행되었던 걸로 안다.
이를 일러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 칭하며 이것이야말로 대량학살의 근본 원인으로 보았다고 들었다(난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녀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은 이런 거라고 누가 말해줬다). 이런 연유로 난 아무래도 이 나라가 이미 완성된 파시즘 체제에 도달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사실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나라가 민주주의 나라란다!!!
이런 식의 평가, 개탄에 머무르기에는 당면한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이런 집단적, 고의적, 의도적인 오류로 인해 이 (나라같지 않은) 나라 전체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그럭저럭 80년 가까이 굴러 온 이 체제와 온 민족 전체가 참화의 정도를 측량할 수 없는 위기로 돌진해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을 잘못 인식함으로 인해 당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궤멸적으로 패배하고 있는 이 와중에, 이 (나라같지 않은) 나라가 군사 최강국이자 풍부한 자원, 식량, 에너지, 과학기술 갖춘 전략국가 러시아, 향후 국제질서의 지도국 위상으로 부상할 게 분명한 러시아를 적국으로 돌려 세우며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전쟁무기 보내고 군대 파병하자며 난리를 치고 있지 않냐 말이다.
이런 모든 게 용인되는 주된 이유가 북과 이른바 종북에 대한 혐오이고 이 북과 종북혐오는 결국 분단에서 기인하니, 분단이야 말로 화근중의 화근이요 집단적 마음병 원인 중의 으뜸임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