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8DB63359D07E7622)
알토란 캐기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오전에는 유치원에 내려 가서
아가들과 같이 추석 지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가들마다 좋은 추억거리가 가득합니다.
오후에는 철이 맞는지 모르지만
텃밭에 심어 둔 토란대를 낫으로 베고
뿌리에 익어 간 알토란을 캤습니다.
자연이 영글어 간 흔적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E5B3359DD75FF1B)
잘 간수하였다가 다가오는
태고 보우국사 스님 탄신다례와
어른 스님 기일에 모시는 다례법회에
영양 만점의 맛있는 국으로 변신을 시키렵니다.
물론 솜씨 좋은 보살님들의 몫이지만.
지금도 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예전에 우리 보살님은 가을걷이에 분주하셨습니다.
깻잎을 따다가 찹쌀 풀을 쑤어 바르고
다시 한장을 겹쳐서 풀을 바른 다음에
그늘에 잘 말려 두었다가 깻잎 부각으로 사용하셨고
경우에 따라서 들깻 속사리를 풀에다 발라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서 내놓으면 별미음식이 되어서
스님들에게 아주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붉은 고추 수확이 거의 끝나갈 무렵
늦은 고추를 따서 풀을 입혀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 내놓으면 그것이 얼마나 맛이 있던지
요즘도 어머니보살님의 솜씨가 그립니다.
년중행사로 법당 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기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겨울동안 방을 덥힐 나무를 장만하고
연탄을 들여 놓는 일에서부터
겨울나기용 김장 담그는 일은 물론이요
주변에 밤나무로부터 밤수확에 있어서도
보살님은 다른 이의 손에 맡기지 않았습니다.
고추장과 된장 간장을 만들기 위한
종콩을 삶아서 메주 만드는 일에서부터
깻잎 장아찌며 무말랭이 만들기 곶감켜기
찐 고구마 얇게 썰어 말렸다가
대중들 간식으로 먹도록 준비하고
서리 맞은 감도 항아리에 쟁여 놓았다가
겨울 제사며 법회에 사용하시는 등
가을철이 제일 바쁘고 부지런해야 했습니다.
오래 전이지만 공주에 사는 불자가
일본에서 당신 집에 손님들이 오시는데
뭔가 특별한 것을 대접하고 싶다며 연락이 와서
깻잎 부각을 얻어갈 정도로 알려진 솜씨였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보살님 계실 적에는
도량 안팎이 반짝반짝 빛이 나던 시절입니다.
나는 그저 마지못해 따라가며
손길을 보태다가 이제는 내가 토란을 캐고
향채인 고소밭에 앉아서 잡풀을 솎아 내며
이 가을 짧은 햇볕에 게으른 몸이
본디 없는 바지런을 떨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나무숲속에서는
새들의 재잘거림이 들려 오는데
얘들아 저기 해월스님이 앉아서
굼뜬 손놀림으로 토란을 캔다
저렇게 캐서 오늘 안으로 다 캘 수 있을까
하고 흉을 보는 것 같습니다.
새들이 흉을 보고나 말거나
새소리 들으며 예전 부르던 노랫말이
갑자기 떠올라 흥얼거려 보았습니다.
새~애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
새~애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만 간다
.
.
새는
송창식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
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
먼 옛날
멀어도 아주 먼 옛날
내가 보았던
당신의 초롱한 눈망울을 닮았구나
당신의 닫혀있는 마음을 닮았구나
저기 머나먼 하늘 끝까지 사라져간다
당신도 따라서 사라져 간다
멀어져 간다
당신의 덧없는 마음도 사라져간다
당신의 덧없는 마음도 사라져간다
새는 정말로 노래하는 의미를 모를까
새는 어디로 날아가는지 정말 모를까요?
귀소 본능으로 본다면 분명 새들은
날아가는 곳을 알고 날아가고
새끼를 기르는 둥지로 수도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는 것을 보면
분명 노래하는 의미를 안다 하겠으니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 설하신
일체중생실유불성의 마음일 것입니다.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글:해월스님 2017년 10월 1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8D63359D07EBC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