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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0년만에 서울지하철은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게 되었다
서울 시내에 한정하면 장위동 같은 일부 음영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하철역이 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했고
정부에서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을 줄여보고자 하였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내노라 하는 대기업들에게
기업들이 돈을 출연해서 해당 기업들을 사철로 지으라고
반쯤 강요하기도 하였을 정도였다
'까라면 까' 가 일상이던 군사정권 시절임에도
대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도저히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다들 조용히 발을 빼는 바람에 이러한 구상은 수포로 돌아갔고
돈 나갈 데가 너무나도 많았던 정부는
정부가 건설비 일부를 분담하되
서울시 산하의 서울 지하철공사가 지하철 건설을 주도하는 쪽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하여
차량 구입시 의무적으로 지하철 공채를 매입하게 하고
대형 시설들에게 교통유발부담금을 거두는 등
마른 재정을 쥐어 짜면서 지하철을 건설하여
서울에 한해서는 교통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하였으나
문제는 서울로 인구가 몰려드는 과정에서
서울 인구를 분산하고자 끝없이 지어댄 신도시들이 문제였다
서울 인구 분산을 위해 정부가 서울 근교에 평지만 보이면
필사적으로 신도시들을 건설한 결과
1990년 경에는 700만을 살짝 넘던 경기도와 인천의 인구가
현재는 1700만명에 살짝 못 미칠 정도로 급격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즉, 신도시의 개발로 서울 자체의 인구는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그 인구가 경기도 곳곳에 들어선 신도시들로 이주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도 상당 부분이 서울 통근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신도시들과 서울을 이어주는
통근 교통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었으나
정부의 반응은 딱 이거였다
서울 시내라면 서울이 알아서 지하철을 건설할 여력이 있지만
경기도 도시들이 그럴 여력이 있을리는 만무했고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선 여전히 돈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 1기 신도시의 경우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지어놓고
'알아서 사십시오' 라고 내던졌을 지경이었다
허허벌판이었던 만큼 지하철 같은 건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입주 초기 신도시들의 교통난이 최악으로 유명했는데
그나마 1기 신도시는 정부가 신경을 썼던 만큼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지하철을 건설하기는 했다
그게 입주하고 꽤 지나서 개통되어서 문제였을 뿐
예를 들어 평촌 신도시와 산본 신도시의 경우
서울지하철 4호선을 연장한 과천선을
분당 신도시의 경우 서울 강남과 분당을 이어주는 분당선을
일산 신도시의 경우 3호선을 연장한 일산선을 개통하여
해당 도시들은 그래도 서울 출퇴근이 불편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1기 신도시 중 하나가 빠졌다는 걸 알아챘을 텐데
그게 부천에 건설된 중동 신도시였다
중동 신도시의 경우 신도시 맨 밑에 송내역이 있다는 이유로
서울로 출퇴근 할 지하철 건설 계획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중동신도시 개발 이익은 어디로 갔느냐
일단 그 돈은 정부의 지하철 사업을 전담하던 철도청으로 흘러들어간 건 맞지만,
그 돈으로 중동 신도시에 필요한 지하철을 깐 게 아니라
당시 혼잡도 300%를 찍고 있던 경인선 복복선화 대금으로 써버린 상황이었다
그 시절 경인선은 사람으로 미어 터져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난동이 일어났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선로를 새로 깔 돈이 없어서
정부 입장에서 재원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상황에서
중동 신도시 개발 이익금은 참으로 굴러들어온 떡과도 같았다
정부는 부천시 의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동 신도시 개발 이익금을 경인선 복복선화 사업비로 써버렸고
이렇게 재원을 마련한 경인선 복복선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수인선의 경우 경인선보다 20년이나 더 걸렸다는 걸 생각하면
정부 입장에선 중동신도시에게 고맙고 미안했을 것이다
이렇게 중동 신도시에 별다른 통근 지하철이 없는 상태로 건설된 결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 구간은 새벽에도 막힐 정도로
부천의 교통 체증은 전국에서 최악으로 유명했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금은 미안했는지
IMF 직전 3기 지하철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 지하철 11호선은 중동신도시로 연장될 것이라고 어르고 달랬다
만일 11호선이 건설되었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어도
중동신도시 입장에선 강남으로 가는 노선이 생겼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할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해 IMF 사태가 터지고
균형 재정을 맞추라는 IMF의 요구에 의해
3기 지하철 계획은 9호선을 제외하고 무산 되었다
당시 IMF 시국이었기에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순 없던 상황이었지만
서울지하철 11호선 건설시 부천 연장만 바라보았던 부천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IMF 시국을 넘기고 나서
부천시 입장에선 중동 신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을 추진한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부천시 입장에선 환장할 일이 있었으니
일산이나 분당, 평촌, 산본 신도시에
일산선, 분당선, 과천선을 건설할 당시에는
정부 예산으로 해당 구간을 건설하였던 반면,
IMF가 끝나고 부천시가 해당 구간 건설을 추진할 무렵에는
'예비 타당성 조사' 라는 게 필수가 되어서
이 과정에서 시간이 1~2년 정도 더 소모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천 구간 연장 예비타당성 결과가
경제성이 충분하여 타당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이번엔 건설비가 문제였다
부천시가 7호선 연장을 추진할 무렵에는
법이 바뀌어서 예비 타당성 조사도 통과해야 했지만
지자체가 해당 건설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은 별도로 건설비를 부담하지 않았던 반면,
중동신도시를 관통하는 7호선 연장은 부천시가 건설비를 부담해야 하는 게
형평성 상으로는 맞지 않았지만,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부천시는 비용 분담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분명히 서울과 부천 인천을 지나는 노선이었기에
위의 사진처럼 광역철도로 건설하면 나름 감당 가능하다고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해당 구간을 도시철도로 지정했다
서울 지하철 연장이고 지하로 시가지를 지나간다는 이유였는데
당시 나라에 돈이 없다보니 국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저런 억지 논리로
광역철도가 아닌 도시철도로 지정해 버렸다
그렇지만 아쉬운 건 부천시였고
결국 부천시는 해당 구간을 도시철도로 건설하는 데 합의하고 건설에 들어갔다
일개 지자체가 서울 지하철을 광역철도가 아닌 도시철도로 연장한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일이었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총력을 다해서 2005년 착공 2008년 완공이라는 야심찬 계획이었고
부천시청 근처에 살았던 나로서는 지하철로 통학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서울도 지하철 건설에 후들 거릴 정도로
지하철이라는 게 돈을 오지게 많이 까먹는 사업이었던 만큼
일개 지자체가 지하철을 뚫는 게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지하철 공사 당시 부천시 입장에선 재정 자립도가 96% 였기에
몇 년 정도 고생하면 지하철 개통이 가능하리라고 믿었지만
서울조차도 지하철 공사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일개 지방자치단체인 부천시가 그럴 돈이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돈이 모자라서 공사가 번번히 중단되었으며
대학교 입학 즈음 완공된다던 게
대학교 2학년 마칠 때쯤 완공된다는 걸로 바뀌고
그리고도 돈이 없어서 무기한 중단되는 상황에 처하자
지하철 완공을 기다리던 우리 집은 결국 집을 팔아버렸다
결국 부천시는 경기도 의원들을 동원하여
경기도 의회에 지하철 건설비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도지삽니다' 의 정치적 고향이
부천이라는 점을 내세워서 처절하게 읍소한 결과
7호선 부천 구간 건설 사업이 도시철도여서
경기도가 분담할 의무가 없었음에도
경기도에서 약간이나마 건설비를 지원해준 결과
결국 2012년 말에 해당 구간이 개통하게 되었다
대학교 입학 즈음 완공된다는 게
대학교 4학년 2학기 끝나갈 무렵에 완공되었으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하철 공사 중
'저거 개통 안 될 거다' 라는 분위기에 오르지 않던 아파트 가격이
개통된 뒤 상당히 오르는 거 보고
이미 집을 팔았던 상황에서 저런 일을 겪으니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게 기억이 난다
인생이라는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게
아마도 이런 거겠지
아무튼 해당 구간이 도시철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경기도 부천시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광역철도가 아닌 도시철도로
자기 돈으로 서울지하철을 연장한 지자체가 되어버렸다
물론 서울지하철이 아니라 경전철이라면
김포, 용인, 의정부, 김해 같은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서울 지하철 같은 중전철이 아니니 사례가 조금 다르고
남양주나 구리 같이 서울지하철을 연장한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광역철도로 부담을 최소화 했다는 점에서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도시철도로 지하철을 지어봐야
분담금만 쓸데없이 수천억이 늘어난 데다가
해당 구간 소유권을 가져봐야 운영비 문제로 골치만 썩고 있으니
도대체 어째서 무슨 패기로 부천시가 자기 돈으로 지하철을 뚫는 짓을 했는지
부천 시민으로서 이해가 안 갈 따름이다
건설비 마련을 위해서 알짜배기 부지들 다 팔고
재정자립도는 30%까지 추락하여
인구 50만 이상 지자체 중에서 최하위를 다투는 수준이 되어버렸으니
매일 7호선을 타고 다니긴 하지만 애증 그 자체다
댓펌
도시철도랑 광역철도 차이가 뭔지 설명해주실분
광역철도, 도시철도, 일반철도는 건설 주체에 따른 개념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도시철도가 서울과 광역시가 주체가 되어 건설하는 것이니만큼
중전철에 역간 길이도 오밀하게 설계할 수 있으나 건설비 상당 부분을 건설 주체가 부담하는 구조라
지자체에서 서울지하철을 추진하는 경우 역간 길이를 상당히 띄엄 띄엄 건설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도
건설비 분담율이 낮은 광역철도로 건설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데도 정부가 광역철도 지정 안해줬다고 도시철도로 짓는 부천시가 미친 거에 가까운 만용이었지요
본문에도 있지만 7호선 부천구간은 빨랐거나 조금 더 늦게 진행 됐으면 부천시 부담이 줄었을거고 그러면 공사 기간이 더 단축됐을텐데 여러모로 타이밍이 참 묘했죠
조금 더 빨랐으면 국비로 건설이 되었을 것잉고
조금 더 늦었다면 정부의 철도 예산 투자 기조에 광역철도로 건설비의 7.5% 만 부담했으면 되었을테니
부천시민 입장에선 참 씁쓸하긴 해요
7.5%가 맞나? 광역철도 사업이 국비 70:지방비 30이고, 보통 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가 1:1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니 15% 아닌가
부천구간 건설 당시 광역철도면 7.5% 라고 들었는데
별내선은 15%가 맞네요...
그렇긴 한데 서울 1기 지하철을 보면 양반이기도 해요. 1~4호선은 건설비의 2~3%만 국비 지원 받았고 나머지는 서울시 자체 조달...아무리 서울시라도 이때 무리해서 한동안 여파가 있었죠
총 건설비 2.4조중 중앙정부가 국비로 보조해준 게 649억원(2.7%)뿐이었죠 ㄷㄷ 나머지는 서울시 자체 예산을 편성하거나 부채를 발행해 조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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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다 읽었는데 신기하다!!!
와 이 글에서 공부 겁나 많이하고 감ㅋㅋㅋㅋㅋㅋ교통국에서 일했었는데도 공채랑 교통유발부담금같은건 자주 쓰는 단어였어도 대충 얘기만 들었지 뭔지 잘 몰랐는데 여기서 다 알아가네ㅋㅋㅋㅋ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니 재밌다ㅋㅋㅋㅋ
내돈내산 코스였다니,, 수천억원 ㅠㅠ
와 엄청 유용한정보다
이런 글 너무 신기해 재밌당
오 이런일이 있었구나 부천시민들만 고생하네 ㅜㅠ
흥미유....
와 진짜 흥미돋이다 부천시 고생 많네...
와 난 부천토박이인데 그래서 전철하나만드는데 원래 저렇게 시간오래걸리는줄... 최근에 생기는 다른지역 역들은 뚝딱생겨서 신기핶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토리가있었구나
아 헐 저런 사연이 있었다니ㅋ..
어쩐지 부천만 없더라 송내쓰라했었군아 ㅅㅂ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