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바닷가 시골집에 살며 노후를 보내고자
남도의 시골집을 찾아 헤매고 있는 초짜할배가
짧은 밑천으로 아담한 시골집을 구할려고 하니
집 주인들은 어림없다는 쿠사리로 면박을 주며
그 돈으로 바닷가가 아닌 산골집 구하라고 한다.
쉽사리 집을 구하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는 요즘
오늘따라 가을 타는 한 사내의 마음 한구석에는
첫선 보았던 바닷가 처자 그녀가 문득 생각난다.
만약에 첫선 본 여자와 결혼을 하였더라면
처가집 핑계로 빈대붙어 바닷가에서 정착을 하고
지금처럼 집 구하러 다니는 고생은 하지 않았을것 같다.
그녀의 집은 울진 후포 등대아래
바닷가와 접한 찻길에서 조그만 횟집을 운영하였고
횟집 둘째 딸이었던 순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그녀
취직할려고 발버둥 치던 마지막 겨울방학
어찌하여 경기도에 있는 대학에 교직원 합격 통보를 받고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갔다가 들른 학교 앞 단골식당
식당 주인이 나에게 취직 축하와 함께 던진 말
"이제 장가도 가야지" "참한 색시 소개 해 줄께"
식당 주인은 그녀의 엄마랑 통화후 벼락치기로
후포리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다방에서 만나라고 한다.
1982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시외버스를 타고 포항을 거쳐 후포에 도착하여
그녀랑 다방에 앉아 호구조사 및 사생활 염탐을 마치고
20여분을 걸어 그녀의 집에 도착을 하니 등대아래 횟집이다.
홀어머니와 오빠 언니 그리고 남동생 앞에서
취직 면접 시험보다 더 어려운 질문들을 받으니
말문이 막힐때마다 애꿎은 광어 회만 입에 넣고 어물거리다가
시외뻐스가 끊겨 하룻밤 머무는 동안 융숭한 대접을 받았었다.
취직을 하고 3개월 지났을 무렵
중신애비 식당주인에게서 걸려온 전화
"할아버지도 중풍 아버지도 중풍이라면서" 라는 말을 듣고
첫선 본 그녀랑 알콩달콩 재밌게 살려던 사내의 가슴은 무너져 버리고......
훗날 생활의 여유가 생겨
여름휴가때 백암온천에 들른 후 후포에 가서 소문을 들어보니
독도항 건설을 위해 출항하는 뱃머리가 그녀의 횟집앞에 있어서
건설관련 종사자들이 횟집을 아지트로 사용하며 숙식을 해결하다 보니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였으며
그녀의 소식을 알려주는 이는 아무도 없이
쓸쓸히 돌아선 못난사내의 이바구......오늘따라 첫선 본 그녀가 보고싶다.
첫댓글 인연이란게. 참~~~
보슬비님은 지금 잘 살고계시죠?
에효 그때 확 잡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
대신 5060의 첫사랑 연실 입땅~~~~ㅎㅎㅎ
지난 일은
다 후회로운 것
그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밖에 ᆢᆢᆢ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이다 보니...ㅠ.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은
가끔 생각나곤 하지요.
인연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쩝니까 이루지 못한 인연은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