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간으로 새벽 1시30분. 카이로 공항에 내렸다.
은행 창구에서 10 파운드짜리와 5파운드짜리 인지를 한 장씩 사서 여권 빈 페이지에 붙였다.
간단한 비자 수속인 셈이다.
음, 생각보다 간단하군.
자, 이제부터 전쟁 아닌 전쟁의 시작이다.
근데, 시작이 순조롭질 않다.
일행 중 1명, 법이 없어도 올바르게 살아갈 1명이 여권을 뺏긴 채 발이 묶였다.
왜 그러냐고 몇 번을 묻고 제스처를 써도, 그냥 무작정 옆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체크할 게 있다고..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남들에게 양보하느라 늦게 나온 그 사람이 좀 만만하게 보였나?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카이로 공항에선 상습적으로 여행자를 잡아 놓고,
겁 주는 분위기에서 왕창 비싼 투어를 강요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럼 그게 하필 우리 일행중 저 사람이란 말인가.
한쪽 긴 의자에는 그 사람 말고도 또 몇명이 초조하게 앉아 있다.
대개가 아프리카 흑인들과 동양인 한둘... 제기랄...
동양인 한사람이 화를 낸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일행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큰 소리로 하소연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통과한 나는 지원할 요량으로 입국심사장 요원들에게 물었지만
어느 놈에게 물어도 다 똑같은 대답, 체크할 게 있다고만 한다.
안 되겠다. 느긋하게 작전을 바꾸었다. 어차피 아무 때나 나가도 우리가 타고 갈 버스는
대기해있지 않은가
모든 승객이 다 통과하고 난뒤, 그 사람은 마지막으로 풀려났다.
여권을 들고 싱긋 웃으며 나오는 그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냥 아무 이유가 없단다. 약이 올라 자꾸만 물었지만 답이 없단다.
"Why?" "왜?" "레?"
물어도 소용없지만 그냥 열 받아서 자꾸 물었다고 한다. 아!!! 열 받아!!
더운 나라에서 더 열 뻗친다. 그래 봤자 우리만 손해.
그냥 잊자. 원래 그러려니 하자. 잊자. 잊자..... 열 받는다.
그 나라의 인상이 첫 공항의 대면에서 결정될 수도 있다고 보면, 참 한심한 생각도 든다.
그래도 요상한 짓들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고,
진짜로 단순한 체크사항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게 아니다 싶다.
이집트 입국신고서 양식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집트 통용화폐는 파운드화다.
입국장 은행창구에서 15파운드의 인지를 사서 여권에 직접 붙여 입국 심사를 받는다
사회주의 국가인 이집트는 입국심사 대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 짜증스럽다.
사진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입국자들.
공항청사 곳곳에 금연 표지를 붙여놨음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입국 심사요원들은 입에 담배를 물고
입국 심사를 한다. 우리 상식으론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그러나 그러러니 이해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안되는 부분이 어디 이것 뿐인가.
이들의 생활문화를 우리의 상식으로 일일이 평가하며 여행하면 정말 피곤하다.
그저 재미있는 현상이구나. 하고 너그럽게 이해하며 여행해야한다.
첫댓글 이유없이 당하는 고통에 만성이 된 모양입니다.
저도 이번 추석연휴에 이집트를 다녀왔는데요.... 님이 느끼시는 이집트 여행...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