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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산(1,276.5m : 평창)
*일 시 : 2004. 9. 5(일), 라이프산악회(21명), 날씨(맑음 )
*코 스 : 곧은골다리-산마을풍경 간판 앞에서 우측-마지막민가-곧은골 계곡-진달래능선
-안부-1054봉-흥정산 정상-산죽지대 내리막-차단기 앞 공터
(오전 9시 55분~오후 12시 55분 완료 → 3시간 소요(후미 3시간 30분)
興亭山은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흥정계곡을 거느린 산이다.
양수리에서 시작하는 한강기맥이 북쪽으로 병풍을 두르며 통과하며 눈썹처럼 한일(一)자를 긋는다. 좌측의 흥정산과 우측으로 회령봉(1331m)-보래봉(1324m) 줄기가 東으로 뻗은 漢江기맥은 운두령을 넘어서 계방산을 일구고 백두대간의 허리인 오대산과 연결된다.
무이교에서 林道를 차단하는 철문에 이르는 8Km의 흥정계곡 곳곳엔 펜션타운이 형성된 점이 격세지감이다. 1994년도인가 여름철 피서지를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금년 또한 예외 없는 무더위였다. 이제 인간활동이 가장 효율적으로 나타난다는 殘暑之節인 초가을이다. 작년 여름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난 다음날 귀경 도중 들렸던 봉평이다.
이효석의 고향 봉평은 우리들의 가슴마다 DNA처럼 전달되는 마음의 고향이다.
가산(可山) 이효석( 李孝石 1907∼1942 )
가산 이효석 선생은 1907년 2월23일 강원도 평창 봉평면 창동리273번지(현재의 창동리 남안동 4리4반 681번지)에서 출생하여 1942년5월25일 평양에서 36세를 일기로 夭卒한 작가다.
그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0년 경성제국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시 《봄》이 선외가작(選外佳作) 당선, 1927년 경향문학(傾向文學)이 활발하던 당시 학생으로서 작품을 발표하여, 현민 유진오(兪鎭午)와 함께 동반작가로 활동했다. 이효석은 <수닭>을 계기로 차츰 향토를 배경으로 서정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화분>에 이어 같은 작품으로 그는 자연과 인간의 본능을 시적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았던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단편문학의 기념비 적인 작품으로 남아 끊임없이 人口에 膾炙하고 있다.
평창군이 마련한 효석문화관 및 향토자료관이 2년 간의 공사로 금년 9월7일 5시에 개관식을 갖는다. 매주월요일과 신정, 중추절은 휴관이고 그 외는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는 소식이다. 그가 작품에서 남긴 표현처럼 봉평은 지금 소금을 뿌려놓은 듯 아름다운 메밀꽃이 흐트러지게 피는 9월이다. 닷새 후인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매년 개최되는 孝石문화축제로 마을은 연례행사처럼 시장 터처럼 복작거릴 것이다.
오전 9시 10분.
예상보다 못 미친 소수의 회원을 태운 아침버스(서울 70바 5383, 한국여행).
60대 회장의 어눌하고 장황한 안내가 있었다,. 그것도 話者의 얼굴을 보이지 않고 차량 진행방향인 앞 차창을 바라보며 산행에 대한 개관설명을 방송하는 소리가 마치 래디오를 듣듯이 무감각이다.
면온IC를 빠져나온 9시 23분이었다.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준비했다는 태기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피닉스 파크는 신기루였다. 이 깊은 오지에 요술나라를 연상케 하는 '작은 공화국'이다. 각종시설을 좌우에 두고 지나가는 차창 밖은 환시와 환각이다.
<피닉스 파크>(인터넷을 통해 살펴본 각종 시설물을 옮김)
시설안내--휘팍사이버투어, 호텔 콘도, 유스호스텔(휘닉스빌), 스키장, 골프장. 부대시설,
레저시설, 쇼핑편의시설, 스키관련시설 등 다수
정보안내--온라인예약 및 이용요금, 교통안내, 단체이용안내, 회원서비스, 모바일안내 ,
주변관광지안내, 주변음식점안내 등
현장중계--온라인캠, 현장스케치, 포토갤러리, 휘팍포토갤러리 등
커뮤니티--공지사항, 고객센터, 분실물센터, 자유게시판, 이벤트게시판, 온라인게임 등
이벤트안내--시즌가이드, 이벤트 안내와 이벤트일정, 할인쿠폰 등
쇼핑몰--패키지판매, 시즌권판매, 세트권판매, 중고장터 경매 등
카페--온라인카페
북향하던 버스가 안흥동 삼거리에서 6번 국도와 만나 우회전이다.
'효석문화마을, 평창무이예술관, 허브나라' 등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도로변에 하얗게 핀 메밀꽃이 한창이다.
'피기 시작한 꽃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며 달 밝은 밤에 만나는 메밀꽃은 환상 그대로다. 봉평 장터를 지나며 멀찍이에서 바라보는 가산공원 일대 7만평에 이르는 메밀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설의 주인공 許생원과 成서방네 처녀, 그리고 동이의 이야기가 필름처럼 되살아난다.
<메밀 (Fagophyrum esculentum)>
여뀌목 여뀌과의 1년 생 초본으로 줄기는 보통 높이 0.6∼1.3m에서 가지가 나며 속이 비어 있다. 잎은 어긋나며 삼각형에 가까운 심장 모양이고, 치마바지 모양의 턱잎집이 있다. 줄기 상단부분의 잎에는 잎자루가 없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가지 끝에 짧은 총상꽃차례로 많은 꽃이 달린다.
꽃은 지름이 약 6㎜이고 꽃잎처럼 보이는 5장의 흰색 또는 주홍색의 꽃받침, 8∼9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되어 있다. 메밀꽃은 암술이 길고 수술이 짧은 장주화와 암술이 짧고 수술이 긴 단주화가 있는데, 같은 형의 꽃 사이에서는 수정이 되지 않는다. 열매는 삼각뿔 모양의 검은 갈색 또는 은회색이고 1000개라도 16∼35g밖에 되지 않는다. 한랭한 기후에서 잘 자라고, 생육기간은 2∼3개월로 짧으며 구황식물로 많이 재배되었다. 1950~60년대 어린 시절 배게 속으로 애용되던 메밀껍질에 대한 향수가 못내 그립다. 메밀의 주요 생산국은 러시아·폴란드·캐나다 등이다.
여름메밀은 5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가을메밀은 7월중에 파종한다. 비료는 많이 주지 않는게 특징이다. 씨알의 70∼80%가 성숙하면 흐린 날이나 아침이슬이 마르기 전에 베어서 말려 턴다. 여름메밀은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 가을메밀은 10월에 수확한다.
메밀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독특한 맛이 있어 국수·냉면·묵·만두 등의 음식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메밀이 많이 생산되는 강원도·함경도·평안도지방에서는 메밀로 만든 막국수나 냉면이 향토음식으로 발달하였다. 어린잎은 채소로 이용되고, 잎과 꽃에서는 혈압강하제인 루틴을 추출하고, 메밀 꿀은 암갈색이고 특유한 냄새가 나며 의약용으로 이용한다. 무이리를 지나 무이교 근방이다.
<허브나라, 흥정계곡 → >
9시 36분.
6번 도로를 따라 좌회전한 후 3분만에 흥정계곡으로 들어가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다시 좌회전이다. 태기산과 양두구미재 쪽 3Km 지점 무이교를 건너기 전 우측에 '흥정계곡'입구를 알리는 자연석에 새긴 표지석을 만난다. 일명 무이계곡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8Km에 달하는 깊숙하게 뚫린 계곡을 따라 북향이다. 흠이라면 계곡도로가 협소해 차량간의 교차도 버겁다.
<허브나라, 약초시험장↑>
차창에 언 듯 비친 어느 펜션건물 주변에 보이는 모감주나무를 바라보며 지난 월악산 덕주사 입구에서 만났던 이야기에 이어 덧붙여 본다.
漁夫林(바다의 위험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어촌에 조성한 수림)이나 방풍림으로 이용하는 나무는 대개 해송이다. 그런데 남도해안에서는 거목의 모감주나무 군락지대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모감주나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나무다. 6~8월 사이 화려한 황금색 꽃을 피워 관상용이나 蜜源植物로 각광을 받는다.
모감주나무는 주로 남부 지방에 자라는 낙엽 활엽수 小喬木으로 나무높이 15m, 지름 40cm에 이른다. 잎은 기수 羽狀복엽으로 어긋나기하며 길이 25∼35cm이다. 小葉은 긴 타원형이고 길이 3∼10cm, 너비 3∼5cm로서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의 잎맥을 따라 털이 있고 불규칙하고 둔한 큰 톱니가 있다. 소엽의 아래쪽은 흔히 결각상으로 깊게 갈라지기도 한다. 6∼7월에 피는 노란 꽃은 지름 1cm의 조그만 꽃들이 모여 가지 끝에 圓錐花序를 이룬다. 9월이 가까워지며 사각형으로 생긴 꽈리모양의 주머니에 원추형 봉지를 씌워 놓은 것 같으며 길이 4∼5cm로 세 개의 까만 종자를 담은 희한한 열매를 맺는다. 10월에 익고 3개로 갈라지며, 3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그 씨앗이 까맣고 광택이 나며 견고하여 스님들이 염주를 만드는데 쓰기도 하였으며, 이 나무를 한자로는 보리수(菩提樹)라고 부른다. 염주를 만드는 나무는 모감주나무 외에 피나무과의 염주나무, 무환자나무 등이 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어서 실로 꿰기만 하여도 염주가 된다는 속설이 있으나 잘못된 상식이다.
모감주의 <耗減珠>는 염주가 달리는 나무란 의미로 形而上學的인 해석이 필요하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그 종자가 해류를 타고 우리 서, 남해안에 연착한 것으로 추측한다.
염해와 공해에 강해 해안은 물론 가로수로도 그 가치가 높다고 한다. 옛날엔 학식이 높은 사람의 무덤주변에 많이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런 모감주나무가 이젠 내륙지방 깊숙한 곳에서도 자주 만나는 행운을 만난다. 모감주나무 목재는 쇠로도 뚫을 수 없을 만치 견고하다. 한방에서는 모감주 꽃잎을 말려두었다가 요도염, 장염, 치질, 안질 등에 쓴다고 한다.
오전 9시 40분.
유난히 투명하게 맑은 계류수를 바라보는 눈이 시리다. 수정보다 고운 옥수와 청정한 초추의 계류 주위마다 차지한 각종 영업건물과 펜션들이 본래의 계곡이 갖고있던 일체의 아름다움을 망가트렸다. 1994년 여름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피서여행 차 다녀갔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당시의 흔적을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막무내다. '흥정산 지담정사' 이정표를 곁눈질할 때 포장도로는 끝나고 이어 비포장 길을 따라 5분 동안 北進이다.
9시 55분.
흥정계곡 입구 삼거리에서 버스로 약 20분간 7Km 정도 들어온 들머리 지점인 삼거리다.
'산마을 풍경 150m, 033-335-3225 ↖'
영업소 간판 앞에서 멎었다. 과거 계곡 깊숙한 이곳까지 차량진입이 어려웠을 때는 1시간 가량 도보로 올라오는 시간과 하산 후 내려가는 시간 1시간을 감안하면 대략 1시간 30분 정도가 절약(?)된 셈이다.
잔 자갈이 너비 3~4m 가량의 우측 소로를 따라 동북향인 '곧은골'로 들어섰다.
150m 진입하면 좌측에 조립식에 가까운 단층건물의 농가와 너른 공터가 나온다. 농가를 벗어나자마자 숲이 우거진 곧은골 계류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열린다. 흥정계곡의 본류 보다 더 맑고 순결한 계류수에 빠져버리고 싶은 충동이다. 이내 오지의 가을이 발산하는 계곡의 체온이 전신에 감전되듯 짜릿한 소름이 일어난다. 상류로 오르면서 나타나는 작은 규모의 沼와 어울린 山竹군락이 정녕 아늑한 분위기다. 그나마 손때가 덜 묻은 계곡을 두 차례 渡溪다. 계곡 주변마다 흰색 물봉선이 지천이다. 산죽이 드리운 계류수 흐름소리가 청아한 거문고 소리다.
10시 17분.
9차례 도계를 치른 뒤 마침내 곧은골 지류인 우측 작은 계곡을 한 걸음에 뛰어 넘으면 바로 진달래 능선이 시작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거북꼬리 자주색 꽃이 질펀하게 깔린 오르막에서 한 땀을 흘려야할 차례다. 소위 가을 늦더위를 표현하는 인디언서머(Indian Summer, 또는 Second Summer)의 기승이지만 머잖아 잦아질 것이다. 세월 앞에선 만물은 그냥 미미한 존재다.
오늘따라 Y네의 행보가 무디다.
昨夜의 캔맥주 3개와 수면부족이 원인이라는 얘기다. 수면 앞에 장사는 없다. 힘겹게 다리를 끌며 올라가는 행색이 불편하고 무겁게 보였다. 한 땀을 흘리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V자 떡갈나무 두 줄기 사이와 고사목이 멋대로 쓰러져 행보를 방해하는 지점을 지났다.
王우산나물 여러 송이가 보인다.
10시 40분.
45분만에 두 개의 지능이 합해지는 안부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주능선이다.
철쭉, 진달래, 신갈나무가 주종인 숲이 하늘을 가려 터널을 이룬 수평능선이다.
오늘따라 無風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진한 초추의 무더위가 버겁다는 생각이다.
숲에는 몸집이 큰 동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숲에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모여 살고 먹이사슬이 잘 짜여진 것은 바로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의 중심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먹이사슬 중 어느 하나가 사라지는 경우는 생태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만일 어떤 숲에 뱀이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면 생태적으로 온전한 숲이 아니다. 그 숲에는 분명히 뱀의 먹이가 되는 개구리와 같은 생물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뱀이 살고 있지 않은 숲에 개구리를 풀어놓는다면 아마 개구리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그 숲은 개구리도 살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뜻이며, 개구리나 뱀 이상의 훨씬 폭넓은 먹이사슬이 파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숲이 사라지는 것을 나무가 잘려나가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매년 경험하는 것이지만 숲이 사라져 아파트, 골프장과 같은 시설을 만든 곳을 중심으로 큰 홍수피해를 받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어쩌다 잠시 받는 피해일 수도 있으나,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곳에서 살던 온갖 생물들의 먹이와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며 어떤 종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포리스트가 소개하는 숲에 관한 일부 견해다.
능선은 처음부터 산죽과 같이 시작하여 하산을 마칠 때까지 이어갔다.
10시 53분.
1054봉에 올랐다. 북쪽에 병풍처럼 두른 한강기맥이 만리장성 보다 더 근엄한 자태다.
내리막 능선이 다하면 이어 오르막 산죽 길이다. 요란한 매미소리를 듣자 문득 H여사가 생각났다. 집안 잔치행사에 고운 한복을 입고 참여한 막내인 그네가 형부 앞에 한복맵시를 자랑을 하고 싶어 자태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선뜻 나온 대답이 재미있는 대답이었다.
"음, 매미 같군."
그리곤 얼른 자리를 피하더란다. 곁에 있던 남편에게 '매미 같다'는 표현이 무엇임을 확인하곤 화난 눈으로 형부를 바라보았더니 쩔쩔 매며 얼굴을 피하더라는 에피소드가 기억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5~8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선술집 작부를 매미로 빗댔다. 애교로 생각하고 넘길 코믹한 장면이다. 그네는 지금도 본 산악회 카페회원의 닉네임을 '매미'로 이용하는 너그러움을 보이고 있다.
관중, 국수나무, 산고들빼기, 시들어 버린 곰취와 단풍취 꽃, 각시취, 이질풀 개체, 개회향(고본과의 구분이 애매함?)이 바라보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이제 능선은 짙은 가을로 변모하고 있었다.
갑자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직장에서 걸려온 P선생의 전화다.
다음 주 금요일 학교행사 준비로 일요일 사무실에 들렸다가 의문사항을 묻는 전화였다.
즐거운 산행을 되기를 바란다는 인사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11시 40분. 정상에 올랐다.
先登했던 J네와 Y씨가 반긴다. Y씨와는 지난 6월 13일 도솔-묘적봉에서 만나고, 또 8월 15일 南군자산 산행 때 오전 충주휴게소에서도 해후가 있었다. 원하던 산이라면 어느 산악회라도 따라나서는 그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봐도 매니아다. 산을 마약처럼 즐기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노라면 새로운 자극이 솟아난다.
2~3평 내외의 정상 공터다.
<흥정산 1276.5m, 충북 986산악회>
<건설부 1990 재설, 봉평 21>
잡목이 우거진 동남방향 일대의 조망이 불량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 듯 비치는 漢江기맥상의 자운치 우측에 회령봉-보래봉이 이웃한다.
멀리 보이는 하늘금 아래로 누워있는 치악산, 계방산, 오대산 山高가 이내(=남기嵐氣 ;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로 선명하지 않다.
긴 휴식시간이다.
K여사가 준비한 물오징어 회와 초고추장이 산에서 만나기 힘든 일미였다.
각기 준비한 과일을 꺼냈다. 작은 파티다.
하산로는 남서릉을 따라 급경사 내리막이다.
회령봉-덕고산-태기산 일대의 하늘금 조망이 터지는 지점이다.
보라색 각시투구꽃(초오), 이질풀 군락, 엉겅퀴, 흰송이풀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밀었다.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지대를 지났다.
비록 정신 없이 쏟아지는 내리막이었지만 숲이 간직한 냄새를 마음껏 歆饗했다. 다소 완만한 능선에서 만난 거제수 나무를 보니 로버트 푸르스트(1874~1963)의 자작나무를 소개한 장영희 교수의 산책은 이 즈음이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꼭 길 없는 숲 같아서 Life is too much like a pathless wood
거미줄에 얼굴을 그쳐 Where your face burns
간지럽고 따갑고. and tickles with the cobwebs
한 눈은 가지에 부딪혀 Broken across it, and once eye is weeping
눈물이 나기도 한다. From a twig's having lashed it open,
그러면서 잠시 지상을 떠났다가 I'd like to get away from earth a while
돌아와 다시 새 출발을 하고 싶다. And then come back to it and begin over
세상은 사랑하기 딱 좋은 곳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여기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
인생은 길 없는 숲이고, 길을 찾아 숲을 헤매는 것이 인생살이다.
어차피 인생은 네 의지와 관계없이 흘러가는 것, 오늘이 나머지 내 인생의 첫날이라는 감격과 열정으로 사는 것이라며 격려하는 장교수의 사족을 음미하는 정상의 조망이 無際라서 좋았다.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세상은 모두가 아름답고 황홀하다. 元曉의 一切唯心造가 새삼 돋우는 지금이다.
앞서 내려가던 일행 8명이 독버섯으로 알고 걷어 찬 황금싸리버섯 한 조각을 주웠다.
2001년 9월 15~16일 무박산행(백두대간 49 소구간) 당시 갈전곡봉 부근에서 어린애 머리크기의 황금싸리버섯을 채취해 끝머리 지점 식당에 내려와 식당 주인 여자에게 문의했던 송병근씨가 생각났다. 식용버섯임을 확인한 그는 후일 집에서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다는 후담이 다. 당시 산행후기에 실린 일부다.
「12시 15분. 야영터다.
적어도 여러 개의 텐트가 宿營할 만한 공터다. 멧돼지가 일궈놓은 산길은 여기까지 여전히 계속된다. 각종 식물과 수목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송사장님이 코펠에 담은 황금싸리버섯 두 송이를 보이며 자문을 구해왔다. 버섯 종류에는 자신이 없어 하산 후 주민들에게 자세한 조언을 구하자고 제안했다.
싸리버섯과에 속하는 황금싸리버섯은 먹을 수는 있으나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독버섯으로 취급한다. 나뭇가지 모양으로 심하게 갈라지며, 밑 부분을 제외하고 전체가 황금색 또는 노란 자색이며 부서지기 싶다. 하산 후 '그루터기 쉼터' 식당 여주인의 조언에 의하면, 밑 부분을 잘라내고 살짝 데친 후 소금물에 하루 담갔다가 먹으면 소량일 경우는 염려 없다고 한다. 가을철 숲 속 땅위에 다발로 나며 전국적,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12시 55분.
원점회귀 산행을 마쳤다. 오이풀, 감국, 짚신나물, 흰물봉선이 계곡 주변에 만발하다.
자연휴식년제로 임도를 차단하는 철문 직전 다리 앞에 내렸다.
맑은 계류에서 진한 땀을 털어 내는 시간이다.
버스가 하차지점에서 이곳 계류가 공터로 올라왔다.
들머리인 흥정계곡 약 6Km 지점 삼거리 펜션지대 우측 곧은골에서 올라 진달래능선을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1095봉을 거쳐 곧은골 원점으로 회귀하는 7Km 거리에 소요된 시간은 3시간이다. 마침 버스가 하차지점인 이곳 계류가 공터로 올라왔다.
물이 흐르는 편안한 중식장소를 잡기 위함이다.
점심은 예상과 달리 라면과 삼겹살 구이다. 일행들끼리 둘러앉아 점심을 즐겼다.
정현종 시인이 '문학사상' 9월호에 실린 '지옥'이란 참여시가 지난 9월 1일자 조선일보에 소개됐다. 그의 작가메모에는 '요즘의 한심한 세태, 특히 나라를 경영하는 권력층이나 권력지향적인 단체와 개인들과 관련하여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배척'하는 풍조를 비판했다. '자기와 다른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를 용납하지 않고 의사소통을 거부하는 유아적 풍조가 걱정된다'고 말한 그의 시 '지옥'은 현 시국을 빗댄 표현이다.
1.
국적을 알 수 없는 얼굴이 지나간다.
늘 그렇지만
신선하다!
우리와 다른 얼굴
나와 다른 얼굴은 신선하다.
2.
낯설고 다르고
그런 게 용납되지 않는 곳은 지옥이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낯선 것들의 신선함
다른 것들을 보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곳.
거기가 지옥이다.
3.
여기서 살아보겠다고
오고가는 마당에......
오후 2시 30분에 공터를 출발했다.
흥정계곡을 빠져나오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오전보다 많은 승용차들이 공간마다 차있었다.
아직 여름이 남아있다는 건가.
3시 10분.
집행부가 무이리 화암동 갓길에 만개한 메밀꽃 밭에서 잠시 관찰하는 시간을 주었다.
도시의 주부들은 메밀과 꽃을 잘 모른다. 희한한 눈빛과 경탄의 목소리다.
오전에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나가는 이른 시간이다. 면온IC로 들어선 버스는 구간마다 지, 정체다. 추석을 앞둔 벌초차량인가 싶다. 게다가 老산악회회장과 老총무(부부)간에 집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로 잦은 불협화음이 들린다. 앙칼진 목소리의 부부싸움을 이곳까지 와서 듣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부담스럽기 이전에 불쾌한 행태다. 사람들로 하여금 두 번 다시 찾기가 거북한 산악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잠실역에 닿은 시각은 7시 10분이었다.
2호선-5호선으로 환승하며 귀가를 마친 시간은 밤8시 30분이었다.
애써 만든 짜임에 漏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각자 분담할 사안들을 꼼꼼하게 챙겨나가면 더욱 손쉽다.
집념이 끝나면 집착은 버릴 작정이다. 그게 처음부터의 작정이었다.
잡다한 여러 전화가 뒤따랐다.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
새벽 5시 30분. 우장산역 구내에서 J녀를 만났다.
나보다도 성미가 급한 그네는 5시 41분발 우장산역 첫차를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며 택시를 잡으려고 驛舍 밖으로 나서려는 참이었다. 직장의 일로 중곡동을 향한다는 그네와 후일을 약속하며 전화번호를 받았다. 궁금하고 미적지근한 사연들이 깔린 새벽을 안고 지하철에 올랐다.
*교통 :
-대중교통[동서울터미널~강릉행 30분 배차 버스이용, 영동고속도로 장평에서 하차
→장평~봉평~무이리 시내버스 1일 17회 운행]
-승용차[중부, 영동고속도로 면온IC-피닉스파크-6번 도로-흥정계곡입구 삼거리-흥정계곡]
*숙식 :
-곧은골 일대의 팬션[타임리스(033-335-3388), 그라찌아(-335-8887), 선이채(335-6665)]
-흥정분교 일대[감투바위민박(-335-0459), 느티나무민박(-336-2125)]
-봉평시장 부근[마가연(메밀음식 033-335-8805)]
-봉평[풀내음(033-335-0034), 옛골(-336-3360)]
*기타 :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42
-동서울터미널(02-446-8000), 강릉종합버스정류장(033-646-8100)
첫댓글 산행하며 많은걸 느끼고 깨우치곤 합니다.늘 감사드리구요,좋은하루되세요
저도 늘 감사 드립니다. 몇번이나 봉평엘 들러봤지만 글로 읽으니 손에 잡힐 듯 보이는군요. 다음 뵐때가지 건강들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