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샘터 꿈의 도서관을 찾아
교역자연구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설 때, 이미 눈길을 사로잡은 장소 안내판이었다. 하나로 전체를 판단하는게 매번 이로울 수는 없지만, 이번만큼은 예단했다. 특별히 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샘터 문화연구원 안중덕 원장(샘터교회 목사)은 서글한 외모를 가진 그러면서도 지적인 예리함이 묻어나는 깊은 내공의 소유자였다. 서울신대 기독교교육학과를 나와 독일의 쾰른대에서 교육학과를 본대학에서 종교개혁을 공부한 후, 인천에서 교육전담 부교역자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다 현재 대연동에 샘터교회를 개척하고,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어린이를 위한 샘터 꿈의 도서관을 개관했다.
“여러가지 이유들로 이 곳 부산에 오게 되었습니다. 교회 1km 내외에 4개 학교가 자리잡고 있으며, 유일한 대학로로써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였죠. 이 곳에서는 제가 원하는 목회를 펼쳐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부산에는 기독교 문화가 너무 약한 거예요. 그래서 접촉점을 찾다, 샘터교육문화연구원을 열었는데 하나의 선교모델로 생각했습니다.”
# 샘터문화연구원은 하나의 선교모델
물론 샘터문화연구원이 5년 전에도 지금처럼 유명세를 탔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교회 1층을 지역을 위한 공간으로 비워 놓았지만, 주민들은 쳐다만 볼 뿐 관심과 참여는 없었다. 그래서 교육전문가답게 접촉점을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의 샘터 꿈의 도서관을 있게한 ‘책읽기’를 통한 전인교육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부모님은 자녀 교육문제에 관심이 지대하죠. 그런데 교육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전에는 교회교육이 주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을 본다면, 물론 교육은 있지만,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독서’였죠. 성경과 삶의 간격을 메꾸어 주는 매개체로 독서가 큰 자극을 줄 수 있었던 겁니다.”
“어린이 도서관은 독일의 독서문화를 통해 얻은 것입니다. 독일의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함께 놀며 전인교육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반해, 한국은 도서관에 가려면 큰 맘 먹고 나서야 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은 전무한 수준이었죠. 그래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앙교육에 머물러 있는 교회교육을 ‘책읽기’를 통해 변화시키자. 어린이를 위한 꿈의 도서관을 만들자라고 말이죠. 지금은 기적의 도서관이니 해서 독서환경이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5년 전에는 생각도 못 할 정도였죠.”
# 성경과 삶의 간격을 메꾸어 주는 독서
물론 지금도 부산에서는 들꽃 이야기와 더불어 유일하게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등록된 ‘어린이 도서관’이다. 이런 취지로 문을 연 샘터문화연구원에는 정작 지역주민보다 멀리서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의 방문이 잦았다. 그러나 독서캠프를 통해 본격적인 ‘독서’를 통한 목회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처음 2박 3일 독서캠프를 가졌을 때, 36명이 왔죠. 다녀간 아이들을 통해 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삶이 변화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독서캠프를 기다리는 아이들, 집에서 책을 보는 아이들, 우리가 가졌던 선입견을 깨뜨리고 책읽기에 몰입된 아이들을 통해 드디어 지역주민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캠프에는 심지어 불교가정의 어린이도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은 종교를 초월한다는게 맞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의 환경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죠. 부모님들이 독서에 대핸 잘못된 개념으로 아이들을 다그치고, 지도하자 흥미를 잃을 지경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더러는 독서에 대해 무지한 분들도 있었죠. 그래서 부모님을 위한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 독서는 그릇을 만드는 일
“독서는 그릇을 만드는 일입니다. 독서를 통해 집중력 논리력 통찰력을 얻고 그 토대 위에 교과학습의 지식을 쌓는 거지요. 그런데 또 하나의 짐으로 지워지면 곤란합니다. 독서 자체로 즐겁고 재밌는 일이어야 하니까요. 훌륭한 그릇이 되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보내셨으니,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그 토대를 마련하는게 제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교회를 목회하고, 부산을 목회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독서의 중요성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독서를 통해 신앙적인 면도 성숙할 수 있다고 한다.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고신대학교에서 ‘책읽기’에 관련된 강좌를 전공선택에 넣어 주셨죠. 물론 우리 프로그램에 목회자 분들도 찾아 오십니다. 이 분들은 약간의 편독을 하시는데,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더 넓은 세계를 소유하게 되셨지요. 교인들에게 정말 맛있는 설교를 하게 되었더라고요.”
# 책을 읽으면 세상을 읽을 수 있어
그러면서 강조하기를
“사회를 변화시킬 책임이 있는 자로서 이땅에서 살아야 하는데, 하나님의 뜻을 읽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책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면, 세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통찰을 얻는 거지요. 책 속에 있는 갈등을 접하고, 그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찾기도 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홀대하던 인근 초등학교에서도 주5일 수업제와 관련, 교육프로그램으로 샘터문화연구원을 찾는 곳이 늘었다고 한다. 학교가 놓치는 그 틈새를 파고든 ‘책읽기’를 통해 이젠 역으로 학교를 도와주고 있다. 극동방송 등 각종 언론에서도 이 어린이 전문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럼에도 더 넓고 큰 꿈을 꾸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이 더 지역주민과 호흡하기를 원하며, 더불어 주변의 밤문화를 밝게 비추려는 소망도 갖고 있었다.
“독서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아이들이 대단히 좋아합니다. 성경도 하나의 책인데, 책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다 보면, 성경과도 더 친근해 지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지역에 아이들에게 더 좋은 독서문화를 제공한다면 저희는 (거취를) 심각하게 생각해 볼 만큼, 어린이도서관문화가 더 활발해 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 지역교회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물었다. 무엇보다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비전을 줄 수 있고, 실력을 키워 경쟁력을 가진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리고 의식의 변화. 무엇이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게 그것. 교회에 독서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규모와 공간의 문제라기보다 환경의 문제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교인과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연구를 위한 도서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교회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한다. 마구잡이식 적용이 아니라 교회에 맞는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한다. 샘터문화연구원은 ‘책과 만나는 산책길’을 가진다. 근처 공원에 부스를 설치하여 주제별 독서와 간단한 놀이를 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연주회와 동화구연을 한다.
결국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지속적인 노력이 오늘의 샘터 꿈의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른 교회보다 차별화 된 ‘교역자연구실’이기에 어쩌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 인터뷰를 마치고
요즘 들어 책이 너무 좋다. 마음으로 먹어도 배가 부르다. 한 달에 여러권, 비록 다 보지는 못하지만 서가에 책 만큼이나 내 배도 부르다. 그러나 안중덕 원장님을 만나면서, 뭘 먹어서 배부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우겨 넣어서 배부르다면, 조금은... 아직 구체적인 독서의 기술과 재미를 전수 받은 것은 아니지만 여유로운 웃음과 확고한 말투에서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이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또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가져야 하겠다. 인터뷰를 위해 교역자연구실로 들어서면서 자상하게 커피와 과자를 챙겨주시고, 인터뷰가 마치고는 저녁식사를 권유하시고, 남은 간식도 다 주시던 모습에서 책 속에 담긴 여유와 통찰이 오버랩 된다고 하면 지나친 찬사일까. 아무튼 과감한 예단이 즐거움으로 바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신학 97/배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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