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 는 말이 무색한 시대.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
소위 ‘인간승리’의 주인공들.
입시철에 즈음해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26살 늦은나이에 수능 수석을 차지했던 ‘인간승리’의 주인공 장승수 변호사를 만났다.
■ 지은이 소개
1971년 경북 왜관에서 태어나 대구 경신고등학교를 하위권으로 졸업하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술집으로 당구장으로 돌아다니며 싸움꾼 고교 시절을 보냈다. 싸움도 술도 오토바이도 다 시시껄렁해지던 스무 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열병처럼 찾아왔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노릇과 뒤늦게 대학문을 두드리는 늦깎이 수험생 노릇을 함께 했다. 그 동안 그는 포크레인 조수, 오락실 홀맨, 가스, 물수건 배달, 택시기사, 공사장 막노동꾼 등 여러 개의 직업을 전전했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법학과 등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작은 키, 왜소한 몸으로 공사판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었지만 보통 머리, 낮은 고교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고 얻어터지며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게 끝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일을 해야 할 땐 일에 몰두하고 공부를 할 땐 공부에만 매달렸다. 그러던 1996년 1월, 26살 늦은나이에 난생 처음 수능에서 1등을 하며 서울대 법학과에 수석 합격했다.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에는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남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나도 할 수 있다’
■ 프롤로그
내가 서울대를 목표로 삼은 것은 ‘최고’라는 이름 때문도, 드라마에 나오는 ‘야망’같은 것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게 주어져 있던 한계를 한계로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지난 5년 동안은 내 삶을 제한하는 조건들과 싸워 온 시간들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나 자신의 한계, 내가 가진 선천적인 열등한 조건들이었고, 그러므로 내가 넘어야 했던 가장 큰 산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희귀한 독종’이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것에 몰두했을 뿐이다.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고 얻어터지며 부지기수로 쓰러졌지만, 그게 끝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다시 일어날 때마다 맷집도 조금씩 더 생겨났다.
처음엔 무엇 하나 갖춘 것 없는 나 자신이 싫었지만 차츰 나 자신에 내재된 ‘잠재력’을 확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과 가능성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보통 사람들에게 숨겨진 위대한 에너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내재된 그러한 가능성 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운명을, 한계를 바꿀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럴 힘이 있다.
- 6p ~ 7p -
■ 막노동꾼에서 서울대 수석까지
* 나는 소설책을 빌려다 보기 시작했다. <삼국지>를 비롯하여 <폭풍의 언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무기여 잘 있거라>, <좁은 문>, <테스>, <달과 6펜스>, <지성과 사랑>,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등 고전 명작을 읽은 것이 이때의 일이다.
- 22p -
* 술에 취해 오토바이를 타다가 길가에 처박히고 말았다. 눈을 떠 보니 어느 종합병원 응급실이었다. 병원을 나와 길가에 주저앉아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살이가 버겁다는 느낌과 함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막연하게나마 다가온 최초의 순간이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나는 내 미래의 꿈이나 장래의 계획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뜬금없이 찾아온 이런 생각은 의외로 질기게 머리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다.
- 33p -
* 불가사의한 일이다. 싸움도 술도 오토바이도 다 시시껄렁해 보이고 모든 게 회의스럽기만 하던 그 시절, 지금껏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열정이 새삼스럽게 불타오르기 시작한 건. 봄날 보았던 고려대학교의 교정이 환상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언강생심 꿈조차 꾸지 않았던 ‘대학’이라는 곳이, 갑자기 나에게 남겨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35p -
*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이 시절 나는 하루의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공부만 하며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원까지 걸어오는 그 짧은 시간에도 공부 생각을 했고, 쉬는 시간에도, 점심, 저녁 도시락을 먹고 나서도 책과 씨름했으며 때때로 밤 10시 야간 자습이 끝나고 다른 아이들이 다들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앉아 있다가 1층 현관으로 내려가 보면 벌써 학원 문이 잠겨져있어서 수위 아저씨에게 야단을 맞으며 문을 열어 달라고 해서야 학원 밖으로 나가곤 했다.
- 37p -
* 어떻게 이처럼 공부에 매달릴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내 인생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해 내가 직접 선택한 마지막 대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교시절 학생이라는 본분을 벗어나 방탕의 극치로 세월을 보냈던 경험이 나를 두렵게 했다. 한 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벗어나기 시작하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서 결국에는 도저히 걷잡을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 치의 틈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다.
- 38p -
* 알아 간다는 것이 이토록 참을 수 없는 기쁨을 줄지는 몰랐다. 그 당시에는 정말이지 공부하는 일이 그렇게 즐겁고 만족감을 주는 일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구 선생의 말씀을 흉내 내어 혼자서 이렇게 되뇌이곤 했다. “누가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공부라고 말할 것이다.”
- 40p -
■ 한계는 나의 스파링파트너
* 내가 이처럼 누구라도 서울대 입학이 가능하다고 장담하는 것은 대학교 입학시험의 출제 대상 영역과 그것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사고력이라는 것이 배움의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고교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그것을 공부하는 데 유별난 지적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다음은 노력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 89p -
* 많은 사람들은 공부가 지겨운 것, 하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판단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작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 아니고 공부 말고 다른 것들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엉뚱하게 공부가 하기 싫다는 말로 잘못 표현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90p -
*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다. 공부하는 것에서 신명에 가까운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면 우리의 머리도 그때만큼은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된다.
- 91p -
* 공부에는 왕도가 있는 법이므로 그 왕도를 찾아가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요령이라 할 수도 있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공부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그 왕도를 찾아갈 것인가.
* 누구도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1등만 한 학생이라고 해도 그 역시 처음부터 1등하는 공부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부 방법이라는 것은 공부를 해 나가면서 차츰차츰 혼자 터득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자신이 공부해 온 방식을 되돌아보고 그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에서 나아가 더 좋은 공부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면 새로운 방식, 남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가 있어야 한다.
- 92p -
* 누군가가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을 출발점에 세워 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의 주인공 가운데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이따금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경우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별로 노력하지 않은 것 같지만, 정작 본인은 뼈빠지게 노력한 경우. 또 하나는 비록 겉보기에 성공한 것 같지만, 정작은 성공이 아닌 경우.
결론적으로 말해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건 시작일 뿐이다.
- 110p -
■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 내가 공부하는 풍경 가운데 남과 다른 게 있다면 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로 암기를 위해서, 혹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대개들 연필로 연습장에다 무엇을 써 보거나 그려 보면서 공부를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 수학 문제조차도 암산으로 풀 때가 많고, 다른 과목은 아예 하루 종일 공부해도 연습장과 연필이 필요 없다.
- 156p -
* 타고난 바보나 지능지수가 200이 넘는 엄청난 천재가 아닌 이상, 사람의 머리는 다 오십 보 백 보다. 아무리 공부를 못하는 아이라도 자기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른 두뇌회전을 보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물론 집중을 해서 공부를 하려면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오로지 공부만 해야겠다는 마음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집중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 164p -
* 우리의 이성은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행할 수는 없다. 책을 보면서 딴 생각을 한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이성이 딴 생각 하나에만 매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읽고 있는 문장에 살을 붙이고 또 그것을 암송함으로써 우리의 이성에서 딴 생각을 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중’이라는 추상적인 행위를 구체적인 행위로 전환시켜 의식의 영역에서 우리의 의도를 관철시킬 수 있게 된다.
- 166p -
* 시험을 치는 행위는 결국 문제라는 입력 정보를 받아서 우리가 공부한 것들을 출력 정보로 내놓는 일이다. 따라서 책을 보며 공부를 할 때 우리가 보고 있는 그 내용을 내가 원할 때 출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가며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름이 있는 내용은 그 이름과 내용을 연결해서 명확히 외우는 것이고, 이름이 없는 내용일 땐 이름을 붙여서 외우는 것이다.
- 173p -
* 공부 양과 성적의 상관 관계 : 공부를 하다보면 '위기'가 찾아올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한동안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만족할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이다. 나도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특히 91년에 처음 공부를 시작해서 한 달에 10점씩 꼬박꼬박 올라가던 모의고사 점수가 여름을 맞이하면서 석 달 가량 정체되어 있었을 때는 '이게 내 한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날짜는 하루하루 지나가는데 미친 듯이 공부해도 성적은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면, 그것처럼 수험생의 피를 말리는 일도 없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성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공부한 양에 정비례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공부한 양과 성적과의 상관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계단'의 모습과 비슷하다.
흔히들 성적이란 것이 공부하는 양이 증가할수록 우상향하는 직선 또는 곡선의 형태로 끊임없이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공부를 하고 또 해서 그 축적된 양이 일정한 수위에 오를 때까지는 아무런 외형적인 성과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해서 쌓여 가는 공부량이 어떤 수위에 이르는 순간, 그 동안 축적되어 온 것들이 일시에 터져 나와 확연히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성적이 향상될수록 정체기는 길어지고, 정체지가 길수록 도약하는 정도는 깊어진다.
그러므로 꾸준히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고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는 분명히 노력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믿고, 그런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공부에 정진하는 것만이 정체기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 174p ~ 175p -
* 우리의 습관에도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가령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열심히 하는 그 습관에 관성이 붙어 있어서 계속 그 힘에 몸을 싣기 때문에 더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한 번 하기 싫다는 생각에 이끌려 책상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계속 그 관성에 이끌려 더 더욱 쉽사리 거기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내 몸을 실을 만한 관성을 가지도록 애쓸 필요가 있다.
- 175p -
* 어떤 형태의 것이든 한 번만 그 유혹의 순간을 흔들리지 않고 넘기고 나면, 이번에는 유혹을 극복하는 데 관성이 붙어서 다음 번 유혹도 쉽게 물리칠 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는 것 아닌가. 처음 한두 번만 잘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점점 더 그 일을 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 176p -
*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쉽다‘는 것의 원인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쉬워지게 마련이다.
- 177p -
* 내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재미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미지의 세계를 하나하나 알아 가는 과정이 주는 재미와 기쁨이다. 재미와 기쁨이란 것도 엄밀하게 생각해 보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직접 자기 눈으로 어떤 현상을 목격하면서 “아, 그래서 그렇구나!” 혹은 “아, 사실은 이런 거로구나!” 하는 식으로 마음속에 깨달음의 감탄 부호를 찍게 만드는 순간에 느끼는 희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살아가면서 우연히 부딪히게 되는 일들을 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뿌듯한 느낌 또한 공부가 주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공부가 가져다주는 재미의 두 번째 측면은 능력의 확장을 통해 느끼는 쾌감이다. 공부라는 것 역시 일종의 두뇌 작용이다. 즉 머리를 쓰는 일이다. 우리 몸의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자꾸 쓰다 보면 그 부분의 활동 능력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머리도 자꾸 쓰다 보면 그 능력이 계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당장 내 머리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스무 살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이해력이나 사고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암산력이나 기억력,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좀처럼 감을 잡기 힘든 3차원 입체에 대한 연상력 등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짧은 인생을 보다 넓고 깊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앎’ 이라는 것, 그래서 배움의 즐거움을 역설한 공자의 말씀은 언제 들어도 새로운 영원한 진리인가 보다.
- 178p ~ 180p -
■ JSS식 학습방법
* 책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이 무슨 말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들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서에 의존할 수가 없으니 귀찮더라도 백과사전을 찾아보거나 선생님께 여쭤 보는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하면서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항상 ‘왜?’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185p -
* 어떤 과목의 어떤 개념이나 현상을 공부할 때도 먼저 그것이 무엇인가부터 확실히 알아야 하고 그러고 나서는 그러한 현상이나 사실의 이유 혹은 원인을 분명히 이해하며 공부를 하는 것이 올바른 공부 방법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목별로 교과서를 정해 두고, 이를 계속 반복해서 보라는 것이다.
- 188p -
* 어느 과목에서든 근본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은 기계적인 암기는 거의 시간 낭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외우고 있지 않으면 그것 역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당장 머릿속에 들어 있질 않은데 어떻게 시험을 보고 또 세상살이에 배움을 활용한단 말인가? 비록 무언가를 암기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배우고 나면 가능한 한 외워 두려고 노력해야 한다.
- 223p -
* 문제와 그 문제의 풀이 과정 사이의 논리적 인과 관계를 분명히 밝혀 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 수학을 잘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문제를 풀 때마다 ‘왜 이런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 다음 나름대로의 논리를 세워 정리를 해두면, 아무리 새로운 문제를 만나더라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하나?’하는 막막한 심정이 사라지는 대신 ‘이 문제는 이러이러한 개념과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므로, 이는 이렇게 풀어가야겠다.’하는 논리적인 행동 요령이 서게 된다. 얼마나 많은 수의 문제에 대해서 이러한 행동 요령이 갖추어져 있느냐 하는 것이 수학 실력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225p -
* 교과서를 보는 데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교과서 아니라 다른 모든 책을 볼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읽고 있는 문장이 무슨 말인지만 알면서 읽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르는 말이 나올 경우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도 찾아보고, 과학 과목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교과서를 뒤져보거나 선생님께 여쭤 봐야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공부도 부지런해야 잘 할 수 있다.
- 233p -
* 지난 5년간 입시 공부를 하면서 내가 얻은 게 있다면 사람에겐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장래에 내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 같고 내가 넘어야 할 한계도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한계들을 뛰어넘기 위해 나는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하리라. 이제 나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 245p -
“신혼 재미 좋습니다~.”
변호사 장승수(38) 씨와의 인터뷰가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두 달 전인 2007년 11월 초 처음 그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그는 무척 바빴다. 아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일도 일이지만 ‘빼빼로데이(11월11일)’에 있을 결혼식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정으로 장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미뤄졌다.
12월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인터뷰에 응한 장 변호사는 조건을 달았다. 가능한 한 짧게 해달라는 것.
장승수 변호사의 사무실인 서울 서초구의 법무법인 로투스에 도착한 것은 2007년 12월3일 낮 1시께였다.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그를 기다리며 사무소 안을 둘러보았다. 사무소 입구에 걸어놓은 대형 액자가 눈에 띄었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이라는 사자성어가 멋진 필체로 쓰여 있었다. 잠시 후 사무소로 돌아온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연히(?) 결혼 이야기.
- 결혼 축하합니다. 여자친구 만들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셨다면서… 어떻게 만나셨나요? “제 어머님 소개로 만났습니다. 인연인가 봐요. 제 처 되는 사람과 처음 약속을 잡았을 때는 제가 바빠 못 나갔어요. 약속시간이 다 됐는데도 일이 안 끝나 전화를 했죠. 실례지만 못 가겠다고요. 2~3주 지나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휴일에 한 번 만나자고. 다행히 흔쾌히 응해줬고, 그 인연으로 5개월 사귄 후 결혼하기로 했죠.”
사무소를 개소한 지 2년 정도 됐다는 장 변호사.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합동사무소를 운영하다 얼마 전 로투스 법률사무소와 연합해 법무법인을 세웠다고 한다. 변호사 장승수는 어떤 송사에 가장 관심이 있을까?
“물론 다른 소송도 하지만 기업 관련 분야 소송을 자주 했어요. 주식 양도 문제 같은 것. 개인적으로도 그쪽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도 기업 분야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는 말 동의 못해
그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변호사가 됐다. 그는 왜 판·검사가 아닌 변호사의 길을 택한 것일까? 사법연수원 성적이 좋지 않아서였을까?
“꼭 성적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는 원래 법률가 체질이 아니거든요. 법대를 선택했으니 어쩔 수 없이 사법시험을 준비한 셈이죠. 판사·검사·변호사를 놓고 생각해 봤을 때 제게는 변호사가 가장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변호사는 뛰어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창의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 성격에 맞았거든요.”
- 그렇다면 법률가가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면…. “저는 아마 건설 쪽 일을 했을 것입니다. 건설회사 사장 같은….”
- 20대 초반의 건설현장 경험 때문입니까? “네 그런 영향이 있습니다. 그런 일을 했기 때문에 건설의 보람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그의 과거를 떠올리며 든 궁금증 하나. ‘인간승리’의 주인공 장승수에게도 인생의 역할 모델이 있을까? 그는 “없다”고 했다. 오직 자신만을 믿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닮고 싶은 사람은 많다고 했다.
“유명인이나 역사적 인물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각계각층 사람 중에서 인격적으로 훌륭하거나 매사에 성실한 분을 뵈면 닮고 싶다고 느껴요.”
장 변호사의 소원대로(?) 짧게 인터뷰를 마치려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질문. ‘개천에서 난 용’인 인간 장승수는 요즘 회자하는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 입시제도가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사실은 수능시험 난도가 낮아졌다는 점이죠. 시험이 쉬워지면 특별히 과외를 받지 않아도 교과서나 학교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점에서 저는 ‘개천에서 용 안 나온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가진 자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못 가진 자들을 소외시키기 위한 변명 에 불과한 것 아닐까요?”
이어 그는 “‘개천’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로 인해 절망할 필요는 절대 없다”면서 “그 자체가 나약한 정신의 소산”이라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던지는 장승수 변호사의 한마디.
“열심히 하면 됩니다. 꾸준히 온 마음을 바쳐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를 하면 됩니다. 이 외에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1996년 서울대 인문계열 전체수석으로 법학과에 진학한 장승수 씨.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여읜 장씨는 1990년 대구 경신고를 졸업한 뒤 홀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건설현장 일용직, 가스 배달원, 식당 배달원, 택시기사, 중장비 조수 등 소위 3D 업종을 닥치는 대로 전전했다.
하지만 가슴 속에 꿈은 하나 간직하고 있었다. 반드시 대학에 가고야 말겠다는 꿈. 6년 만에 멋지게 그 꿈을 이룬 장씨는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밑바닥 인생’에서 시작해 ‘인간승리’를 거둔 인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 장씨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책을 써 다시 주목받았다. 이 책은 그의 인생역정과 공부 방식을 참고하고자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그 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장씨는 서울대 졸업 뒤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친구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장승수 변호사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