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레스입니다.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사자자리 유성우 관측번개를 마치고
돌아와 글을 올립니다.
- 별을 보겠다고 음모를 꾸미다.
처음 별을 보러 가겠다고 생각을 한 것은 한달쯤 전부터입니다.
신문지상을 통해 몇십년만에 돌아오는 유성우 소식을 접하고 나
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별들에 대한 기억, 밤하늘 아래에서
쏟아질듯 반짝이는 별들을 가슴으로 맞던 기억들이 되살아나 도
저히 그냥 보내버릴수가 없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별을 함께 보던 친구 동자에게 연락을 해서 당일 관
측을 하러 가기로 했고, 장소의 섭외를 비롯한 사전준비도 마쳐
놓았습니다.
- 별을 보러 떠나다.
애초에 단양 정기비행 행사를 마친 다음날 월요일에 별보기 번개
공고를 올리려고 했는데, 항동 행사를 마치고 나면 한동안 후유
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계시고 저 스스로도 월요일 하루 사무실에
서 버티는 것이 고생스럽다 보니 공고를 미리 올리지 못했습니다.
화요일이 되어 예전부터 미리 별보러 가자고 약속을 해 놓은 동자
와 통화를 하고, 계획은 진행하되 사람들 많이 모이시라고 선전/
선동을 하지는 않기로 했지요. 갑자기 내린 비와 그 후 밀어닥친
겨울한파...기온은 영하로 떨어질 것이고 하늘이 화창하게 개이리
라는 확신도 없는 상태였으니...만일 구름이라도 잔뜩 끼어서 별
을 못보게 된다면 함께 간 사람들에게 너무 허무한 고생길이 되겠
다 싶어서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고요.
일단 참가인원은 저와 동자, 그리고 알비. 예전에 이야기를 꺼냈
던 몇분에게만 참가의사를 확인한 후 번개공고만 달랑 띄우고 있
었습니다.
애초 계획은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사무실을 빠져나와 관측지로 이
동하는 것이었는데, 오후늦게 처리할 일이 생겨 저는 밤 10시까지
사무실에 묶여있어야만 했고, 동자와 알비 먼저 관측지로 출발을
하고 저는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지요.
와중에 날비형과 시민케인이 합류를 했고, 여차저차 저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여서 관측지로 출발한 것이 밤 열한시가 넘은 시간이
었습니다.
저도 거의 열두시가 다 되어서야 관측지로 출발을 했고, 밤길을
달려 마석의 관측장소에 도착한 것은 새벽 두시. 먼저 도착한 일
행은 다른 동호회 사람들이 가져온 천체망원경으로 별도 보고 밤
참도 먹고..날비형은 그새 잠을 청하고 있더군요. 도착시간 전후
로 양평 유명산으로 별을 보러 간 베가와 교신이 되었고, 서로들
자기들 장소가 별이 더 잘보이네..사람들이 얼마나 모였네.. 밤
참 먹거리도 많네..어쩌네 하면서 번갈아가며 수다도 떨고..
이 교신중에 베가와 함께 계시던 PARAAIR 님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콜사인이 DS1JDO 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비취회
총무를 맡고 있다 하시더군요. 앞으로도 자주 뵙게되기를..
- 본격적으로 별을 볼 준비를 하다.
관측지에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착하는 차량들이 있어서 관측장소는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이텔 천문동에서 온 후배 (예전에 별 함께 보던 후배들입니다..)
들 일행은 관측장비도 우수해서 이것 저것 별을 찾아 보기도 했고,
사람들이 좀 정리되면 본격적으로 유성관측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
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하이텔 후배들은 협소한 관측장소에 너무나 많은 사
람들이 모여들어 주위가 어두워야하는 천체관측 여건이 좋지 않다
판단하였는지 일행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을 했고, 우리도 슬슬
자리를 잡아야하겠기에 동자가 찾아낸 으슥한 장소에 준비해 간 돗
자리 깔고, 침낭 깔고..별똥별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 별은 떨어지고...
일반적으로 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은 서거나 앉거나..자세가 각
각입니다만, 유성 관측은 땅바닥에 누워서 보는것이 제격입니다. 편
안하게 자리 깔고 드러누워서 넓은 하늘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아야
순식간에 떨어지는 유성을 포착할 수가 있지요. 한곳만을 집중적으로
바라본다고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중심부를 설정하고 그
중심부로부터 방사상으로 펼쳐지는 유성을 기다리는 겁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기다리다보면 어느 순간 밝은 빛줄기가 긴 여운을 남기며
지나갑니다. 유성입니다.
큰 유성이 떨어지면 여기저기서 '우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미쳐 보지 못한사람들의 아쉬운 한숨소리도 들려오고.. 별똥별 떨어
질 때 소원빌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저도 지금껏 별이 떨어지는 순
간에 소원을 빌어본 적은 업습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시간이 지남에 따라 1분당 1~2개의 유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양입니다.
유성우라 하면 영화 '딥임팩트' 등에서 본 것처럼 우루루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기대하셨던 분들도 많았을 것으로 아는데.. 유성우
현상은 기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제로 떨어져 내리는 유성의 수는 수만개에 이르지만, 그 유성들
은 크기가 각각. 작은 유성은 빛도 어둡고, 금방 타버리므로 사람
의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고, 그 중 큼직한 유성이 타오르는 것
이 밝고 오래 타오르므로 육안으로 확인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
실은 카메라를 이용해서 장시간 노출을 주어 촬영을 하면 쉽게 확
인됩니다. 감도가 좋은 필름을 써서 유성우 시간대에 목표하늘을
정해놓고 짧게는 1~2분, 길게는 수십분에 걸쳐 조리개를 개방합니
다. 그 후 인화를 해 보면... 놀라실겁니다. 이렇게나 많이~~
도시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확인되는 유성의 수를 현격하게
줄이게 됩니다. 도시의 불빛때문에 어지간한 밝기의 유성은 가려져
서 안보이게 되는데, 도시 불빛을 이길만큼 밝은 유성이 떨어지면
비로소 '아~ 떨어졌구나~' 하게 되니까요. 도시에서 확인한 유성의
수가 어릴적 고향에서 바라보던 유성의 수와 비슷하다면 (데프님~)
그건 엄청나게 많은 유성이 미쳐 확인하지 못하는 사이에 떨어져
내렸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별을 볼때는 고생길을 무릅쓰고 사
방이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고요.
그렇게 저와 알비, 동자와 시민케인은 그 추운 날 새벽에 온몸을
덜덜 떨어가면서도 바닥에 자리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너무나 추워져 손발에 감각이 아리~해 질때까지.
날은 추웠지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에 꾸욱~ 참으며 별
을 보았습니다. 유성을 확인하면 나이답지 않게 탄성을 질렀고, 잠
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동안에 휙~ 지나가버린 유성을 저만 빼놓고
다른사람들은 다 보고 탄성을 지르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
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낮에 사무실에서 버틸텐데...걱정도 되었
지만 이미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것..우리들의 '오밤중 생고생하기'
는 아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 별을 가슴속에 담고 돌아오다.
날비형은 한참 자다가 일어나 묵묵히 하늘 바라보더니 먼저 돌아
간다고 길을 떠났고, 남은 일행은 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돌아가
버린 새벽 5시20분경이 되어서야 자리를 정리하고 길을 떠났습니
다.
길을 떠날무렵 동자가 언제 마련했는지 생일 축하한다며 케익을
전해주었고, 시간이 허락하고 조금만 덜 춥고 덜 졸렸다면 적당
한 자리에서 촛불도 켜고 케익도 나누어먹었을텐데..워낙 신새벽
이라 고마운 마음만 받고 헤어졌습니다. 이동중에 잔잔하게 교신
나누며 다음에 다시 또 만날것을 기약했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케인은 연신 '또 떨어졌다~!' '우아~!'를 연발...대단한 케인..
동자는 월차를 내어 시간여유가 있었지만, 케인과 알비, 그리고
저는 또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기에...
동자는 케인을 배달하기로 하고, 저는 알비를 태우고 이동..동쪽
하늘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고..도로에는 차량의 행렬이 늘어
나고 있었습니다.
- 또 다시 하루를 보내며..
오늘 하루 사무실에서 버티느라 갖은 고생을 다 했습니다. 감기는
눈꺼풀은 왜 그리 무거운지.. --;
틈틈이 눈치봐가며 깜빡감빡 졸기도 하고, 찬물로 푸푸~ 세수도 하
고, 빈속에 커피를 부어넣어 속쓰려 하기도 하고...
몸은 고생스러웠지만, 가슴에는 별이 남았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오늘 하루 제게 생일 축하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께도 무척이나 감
사드립니다. 평소의 안타레스였으면 번개라도 쳐서 함께 자리하는
시간을 가졌을텐데..거의 체력의 한계점까지 간 듯..감사의 글 한
줄로 대신하였습니다.
추운 날 덜덜 떨어가면서 함께 별비를 맞은 동자,알비,케인에게도
씨익~ 하고 웃어주렵니다. 유명산 정상에서 별 본다던 베가와 그
옆의 많은 꽃들 (?) 은 잘 돌아갔는지...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집에
서..옥상에서 별 보신 분들은 오늘 새벽 밤하늘이 어떻게 보이셨
는지..
모두에게 따스한 안부 전하며... 오늘은 푹 잠들것 같습니다.
Heart of the Scorpio, ☆ 안타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