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금과 죽음이라고 했던가. 이혼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은 할 때 하더라도 사전에 세금 문제만큼은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최근 항간에서는 위장 이혼이 하나의 절세 테크닉으로 소개되고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하면 현행 제도상의 중과세 등을 비켜나가는 것은 물론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금 위자료는 ‘비과세’
이혼하면서 금품이 오갈 수 있는 경우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이혼 후에 생활비 등을 책임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위자료’란 일반적으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금전적인 손해배상금을 말한다. 이는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금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위자료는 법률에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안에 맞도록 법관의 자유로운 재량에 맡기고 있다.
‘재산분할’은 공동으로 일군 재산을 이혼한 부부가 각자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원래 재산분할은 당사자끼리의 협의 아래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가정법원이 중재한다.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해준다.
세법은 이러한 위자료와 재산분할 과정을 통해 이전되는 금전에 대해서는 성격에 따라 과세 방식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일단 재산분할의 경우에는 부동산이든 현금이든 본인의 지분을 찾아간다는 측면에서 양도나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나 증여세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을 보상하기 위해 지급된다는 점에서 부동산이든 현금이든 증여세의 문제는 없다. 다만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부동산을 이전하는 쪽에서 위자료를 지급할 채무가 소멸하는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를 유상양도로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위자료와 부양료로 부동산이 제공되면 당연히 제공자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며 현금이 지급되거나 재산분할로 현금이나 부동산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세금 문제도 없다. 참고로 이혼 후에 자녀 등을 위해 생활비 등의 부양료에 대해서는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지만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물론 위자료든 재산분할이든 부동산을 이전하면 취득 관련 세금이 당연히 부과된다.
이렇게 진짜 이혼을 통해 받은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세금 문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혼을 통해 이전받은 자산은 부동산 증여 등기일이 취득일이 되어 이날을 기준으로 비과세 요건(3년 보유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배우자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은 후 이혼한 경우에는 해당 부동산 처분 시에도 세금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배우자이월과세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배우자에게 증여 후 그 재산을 증여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양도가액에서 차감되는 취득가액을 증여자가 취득한 때의 가액으로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양도 차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세금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이월과세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당초 증여일로부터 5년이 경과됐는지 고려해 양도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렇게 진짜 이혼을 한 후 다시 재결합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부동산의 취득으로 보아 비과세 기간 등을 따지고 있다.
세금 회피를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가 주택을 한 채씩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위장 이혼해 각각 1가구 1주택을 만든 후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법이 통할까. 이는 현행의 과세 제도를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보유 단계의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 단계의 양도소득세를 가구 단위로 과세하는 방식을 따른다. 예를 들어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는 가구별로 합산한 기준시가가 6억 원을 초과하면 과세되며 양도소득세는 1가구가 보유한 주택 수에 따라 비과세나 중과세 적용 여부가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가구를 분리하는 것이 중과세 정책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가구 분리가 합법적으로 되면 절세 효과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소유한 주택이 기준시가로 5억 원, 그리고 자녀들이 소유한 주택이 기준시가로 3억 원이라고 해보자. 만일 가구를 분리하면 과세 방식이 바뀐다. 즉, 가구 분리가 되기 전에는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가 과세됐지만 가구 분리 후에는 이러한 세금들이 과세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부부가 가구를 각자 구성하는 것을 인정해 주면 굳이 위장 이혼까지 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부부는 가구 분리 인정 안돼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가구란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그들과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경우에는 동일 가구로 본다. 다만, 가구원의 일부가 취학, 질병의 요양, 근무상 또는 사업상 형편으로 본래의 주소 또는 거소를 일시 퇴거한 경우에도 생계를 같이하는 자로 보아 1가구를 판정한다.
여기서 가족이란 ‘거주자와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그 배우자를 포함한다) 및 형제자매’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혼인을 전제로 가구 개념을 얘기하고 있으므로 부부가 가구를 달리 구성한다고 해도 이를 독립적인 가구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위장 이혼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장 이혼 후 6개월 뒤에 다시 결합하면 문제는 없을까. 또는 과세 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할까. 예를 들어 위와 같이 비과세 혜택을 받은 후 6개월 뒤 다시 혼인했다면 과세 당국은 어떻게 볼까.
이에 대해 과세 당국은 조세 회피 목적이 있으면 당연히 양도소득세나 증여세 등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위장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장 이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거래 사실이나 주거 사실 등을 조사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따라서 위장 이혼은 언제든지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장 이혼은 언제든지 발각될 수 있는 불완전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이혼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세금 문제들이 발생한다. 따라서 세금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부득이 이혼을 할 수밖에 없다면 위자료가 아닌 재산분할의 성격으로 재산을 이전해야 양도소득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위장 이혼은 조세 회피 목적이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점을 안게 된다. 과세 당국에 의해 위장 이혼이 밝혀지면 세금 추징을 피할 수 없으며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위장 이혼을 생각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대책들을 꾸려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부동산은 가구 단위로 관리하도록 하자.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가 가구 단위로 과세 방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중에서 가구 분리가 가능한 쪽으로 명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무능력자가 자산을 취득하면 자금 출처 조사 등이 뒤따를 수 있으므로 사전에 이런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둘째, 중과세 판단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2주택 이상이 되더라도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주택이라도 비과세가 가능하며 설령 비과세를 받지 못하더라도 소형 주택이나 기타 감면 주택 등을 먼저 양도하는 경우에는 중과세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에 적용되는 세법제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개인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부동산 위주로 자산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 자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출처-
한경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