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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3월)
서문
전쟁의 신 마르스여, 창과 방패를 내려놓고, 잠시
투구를 벗어서 번뜩이는 머리카락을 쉬게 해주오.
시인이란 놈이 마르스와 무슨 볼일이 있느냐, 물으시는 거요?
내가 노래하려는 삼월이 그대의 이름을 따고 있기 때문이오.
신도 알다시피 미네르바*의 손으로 사나운 전쟁이 수행되오. 5 *미네르바는 팔라스(☞ 제2권, 89).
그 때문에 여신이 고상한 예술을 접할 여가가 없다는 거요?
창을 치워두고 느긋한 마음으로 팔라스의 본보기를 한번
따라보오. 무장하지 않았을 때 할만한 일을 찾아야 하니.
로마의 여사제가 그대를 매혹하였을 당시, 그대는 무장을
하지 않아서 이 도시에 그대의 씨앗을 뿌릴 수가 있었소. 10
마르스와 베누스: 제라르 드 레레스(1640 - 1711)
베스타의 신녀 *실비아(여기에서 시작해야겠군)가 *실비아는 고대로마 시조 로물루스의 모후(☞ 같은 곳, 386).
성물들을 씻기 위해 새벽 같이 물을 찾아 나섰다.
실비아는 길이 강둑을 향해 완만한 내리막을 이룬
곳에 이르러서 머리에 인 질항아리를 내려놓았다.
여인은 힘이 들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옷깃을 열고 15
바람을 잠깐 쏘인 다음 헝클어진 머리채를 매만졌다.
그렇게 버드나무 그늘에 앉아 있노라니, 아름다운 새소리와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에 저도 모르는 사이 잠이 몰려왔다.
그녀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스르르 눈이 감기고,
턱을 고였던 손이 힘을 잃어버리고 살며시 무너져 내렸다. 20
마르스가 이걸 보았다. 보고 있는 사이 흑심이 생겼다. 흑심의
다음엔 소유하는 것. 감쪽같이 도둑질하는 것도 신의 능력이다.
여인은 잠을 깨어서도 그 자리에 늘어져 누워 있었지만,
자궁 속에는 이미 로마의 창시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여인은 힘없이 일어섰다. 왜 힘없이 일어서는지도 25
몰랐다. 나무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잠결에 설핏 보았던 그 일이 제발 개꿈이 아니고
행운이면 좋겠어.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데?
일리움의 불길 옆에 서 있는데, 내 양모 댕기가
머리에서 빠지더니 제단의 화덕 앞에 떨어졌지. 30
그때 이상하게도 댕기에서 한꺼번에 두 그루의 종려나무가
나란히 움터 오르는 것이 보였고, 그중에 하나는 키가 컸어.
나무는 우람한 가지를 활짝 펼쳐서 온 세상을 뒤덮고
뻗어나서, 잎사귀가 높은 하늘의 별에 닿았지 않은가.
저기 봐. 숙부님*이 나무에다 도끼를 휘두르셨어. 35 *실비아의 숙부는 아물리우스(☞ 제2권, 386).
무슨 경고인 듯해서 놀란 가슴이 두근거렸었지.
마르스의 딱따구리 새와 암늑대 한 마리가 그 쌍둥이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준 덕분에 종려나무가 둘 다 구원을 받았어.”
말을 마친 여인은 가득 채운 물통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꿈 얘기를 하는 사이 물통에 물을 가득히 채웠던 것이다. 40
그동안에도 하늘이 점지한 씨앗으로 뚱뚱해진 배속에서
레무스와 장래의 퀴리누스*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로물루스는 죽은 뒤에 퀴리누스라는 신이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태양신이 거쳐야 할
천궁*의 숫자 가운데 단 두 개가 남았을 때, *천궁은 고대천문학에서 말하는 12 별자리(양, 황소, 쌍둥이,
실비아는 어머니가 되었다. 그것을 본 처녀 신 베스타의 45 게, 사자, 처녀, 저울, 전갈, 궁수, 영소, 물병, 물고기)이다.
모상들이 손으로 자신들의 눈을 가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비아가 신녀의 계율을 어기는 행위를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여신의 사제가 침대에 누었을 때, 제단은 분명히 덜덜 떨었고,
불꽃조차도 겁을 먹고 잿더미 속으로 꼬리를 감췄다는 얘기다.
정의라는 것을 무시하는 아물리우스가 이 일을 알고는
(이자는 친형을 제거하고 그의 권좌를 찬탈한 자이다) 50
쌍둥이를 물에 갖다 버리라는 영을 내렸다. 그러나 물이 오히려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마른 땅위에 도로 올려놓았다.
이 아이들이 들짐승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것, 딱따구리도
먹을 것을 갖다 주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는 이제 이렇게 큰 민족의 유모였던 라렌티아*와, 아이들을 55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길러준 유모.
도와준 불쌍한 파우스툴루스*를 모른체 지나치고 싶지 않다. *파우스쿨루스의 남편인 목동.
내가 라렌탈리아*를 얘기할 때 그의 공도 빠트리지 않겠지만. *땅의 여신 라(우)렌티아를 기리는 축제. 축일은 12월 23일인
유모의 축일은 즐거운 영들에게 소중한 달, 섣달에 들어있다. 데, 아우구스투스는 연간 두 번 시행하도록 명했다고 한다.
마르스의 아이들 나이가 벌써 열여덟 살이 되었다. 가정의 신 라레스(☞ 제2권, 616)의 축제였다는 설도 있다.
노란 머리 밑으로 턱수염이 송골송골 돋아났을 때, 60
일리아의 두 아들 형제는 모든 농부와 짐승 키우는
사람들이 부탁을 하면 그들의 심판관이 되어주었다.
강도들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도둑맞은 소들을
몰고 기분 좋게 집으로 오는 일도 종종 있었다.
출생의 비밀을 듣고는 아버지를 알게 된 것에 기분이 들떠서, 65
그들의 이름이 몇몇 오두막집에만 알려진 것을 부끄러워했다.
아물리우스가 로물루스의 칼을 받아 쓰러지고 나서야,
왕국은 늙은 외조부 누미토르에게 되돌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성벽을 쌓았다. 그러나 성벽이 크진 않더라도
레무스가 뛰어넘지만 않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으랴! 70 *레무스는 로물루스의 동생이지만
한때 숲이었고 전원의 정적이 감돌던 땅이었던 곳이 이제 법을 어긴 이 사건으로 처형되었다.
어엿한 도시가 되었다. 그 영원한 도시의 창건자가 말했다.
“나는 전쟁을 심판하는 분의 피를 타고 났기 때문에
(많은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는 신념을 증명하려고)
로마의 첫 번째 달에 그 어른의 함자를 붙이고자 하니, 75
누구나 첫 달을 내 아버지의 함자를 좇아 부를지니라.”
그는 약속했던 대로 그 달 이름에 부친의 함자를 붙였고,
이러한 효심은 그의 아버지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마르스는 일찍부터 다른 신보다 존경을 받아서,* *마르스는 라티움뿐 아니라 이탈리아 반도의 많은 민
호전적이었던 우리 민족은 이 신에게 열성을 다 바쳤다. 80 족에게 숭배받았다. 로마제국의 수호신도 마르스였다.
아테나이는 팔라스, 미노스*의 크레타는 디아나, *미노스는 유피테르와 에우로파(☞ 제1권, 489)의 아들.
힙시필레*의 땅 렘노스는 불카누스를 받들었고, *렘노스 섬의 왕 토아스의 딸. 불카누스는 불의 신.
스파르타와 펠로프스*의 미체나이는 유노를 , 마이날루스의 *펠로프스는 탄탈루스의 아들. 탄탈루스는 아들을 토막내서
아르카디아는 솔잎 관을 쓰는 파우누스를 받들어 모셨다. 들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나중에 신들이 복원해주었다고 한다.
검의 수호신 마르스는 라티움에서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85
검은 용감한 민족에게 나라와 영광으로 이바지한 것이다.
짬이 나거든 잠시 다른 나라 달력을 뒤적여들 보아라.
거기에도 마르스의 이름을 딴 달 이름이 있을 것이다.
알바의 달력에는 셋째, 팔레리이의 달력에는 다섯째 달이었고, 89 *알바는 알바 롱가, 팔레리이는 ☞ 1월 1일, 83.
헤르니치*의 땅에 사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여섯 번째 달이었다. *지금의 푸치노 호수와 삭코 강 사이에 있던 종족. 195 BC
아리치아*의 달력은 알바와 일치하고, 텔레고누스*의 손으로 이전에 로마에 흡수된 듯. *아리치아도 고대 라티
높은 성벽을 쌓아올린 그 도시와도 같은 위치로 되어 있다. 움의 도시. *텔레고누스(치르체와 울릭세스의 아들)이
라우렌툼*에서는 다섯째였고, 강인한 아이퀴^ 족에겐 열째, 건설한 도시는 투스쿨룸이다. 로마 동남방 15마일 거리의
쿠레스* 사람들에게는 이 달이 네 번째 달로 되어 있다. 현 프라스카티로이다. *라우렌툼은 사비니의 도시.
^아이퀴는 지금의 벨리노 강변에 살던 종족. *쿠레스는 사비니의 수도,
마르스와 레아 실비아: 루벤스(1577-1640)
그런데 펠리니*의 병사들은 사비니의 조상들과 의견이 95 *펠리니는 이탈리아 중부의 한 종족, 그들이 살던
일치했던지, 양쪽이 다 이 신을 넷째 달에 배치하였다. 지방. 그 수도 술모는 오비디우스의 고향이다.
로물루스는 이 모든 달력의 윗자리를 차지하도록
자기를 낳아준 분을 한 해의 첫 달에 매김하였다.
우리만큼 많은 초하루를 가진 고대의 민족은 없었다.
그들의 일년은 우리보다 두 달이나 모자랐던 것이다. 100
정복된 그라이치아*는 승자에게 예술을 넘겨주지 않았다. *그라이치아는 그리스의 옛 이름.
그 나라 사람은 말솜씨는 좋았지만, 용맹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용감한 군인들도 로마의 예술은 알았고,
투창을 던질 줄 아는 사람도 언변만큼은 좋았다. 104
히아데스,* 아틀라스의 딸들인 플레이아데스,* *히아데스는 거신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바다 신의 딸)의 일곱 딸.
게다가 하늘에는 두 개의 극이 있다는 사실, *플레이아데스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일곱 딸들이다.
시돈 사람들은 두 마리 곰 중에서 치노수라*를 기준으로 *치노수라는 작은 곰. 그리스어로 키노스 우라, 즉 개의 꼬리.
누이*는 말을 타고 한 달이면 달리는 황도인데, 오라비*는 *여기 누이는 달(디아나, 아르테미스),
일년이나 걸린다는 사실, 이런 것들을 누가 안단 말인가? 110 오라비는 해(포에부스 아폴로)이다.
별들은 봐주는 이 없이도 해마다 자유롭게 제 갈 길을 간다.
그러나, 그것들이 신이라는 데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
하늘에 흐르는 규범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것. 그러나 인간의
것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 규범을 상실한다는 것은 죄악이었다.
그들의 것은 지푸라기로 만들어졌다 해도, 그것이 오늘날 115
독수리*만큼이나 존경을 받고 있다는 건 다들 아는 일이다. *독수리는 유피테르의 신조. 로마의 군대의 상징이었다.
긴 막대기에 짐 꾸러미(마니풀루스)들이 매달려 있다.
그 이름에서 나온 것이 일반 사병(마니플라리스*)이다. *마니풀루스는 '한 줌'이란 뜻. 로마 군에서 중대병력 정도의 단위.
그러므로 못 배우고 지식이 없는 그 사람들이 계산한
루스트룸* 오 년은 완전히 열 달이나 부족한 것이다. 120 *5년마다 있는 로마의 인구조사 또는 정화
달님이 열 번째로 옹글어지는 때가 한 해였고, 예식. 단순히 5년이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그것은 매우 귀하게 여기는 숫자가 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셈할 때에 사용하는 손가락의 수효요,
여자는 두 번의 다섯 달 만에 출산을 하기 때문이요,
숫자는 하나에서 열로 세어 올라가기 때문이요, 125
열이 되면 새로 한바퀴를 돌아야하기 때문이다.
로물루스가 백 명의 원로들을 열 개의 집단으로 나누고,
열 개의 투창 부대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도 그 까닭이요,
같은 수의 선봉부대와 투창병, 나라가
지원하는 기마병도 역시 같은 숫자였다. 130
로물루스는 소위 티티엔세스,* 람네스, 루체레스 따위의 *티티엔테스 따위는 로마의 부족명들이다.
부족들도 같은 방식으로 열 개의 지파로 나누게 했다.
그러니 한 해를 정리함에 있어서도 이 익숙한 숫자를 고집하여,
남편이 죽었을 때 슬픈 미망인이 애도하는 기간도 열 달이었다.
마르스의 달 초하룻날을 한 해의 시작이라고 확신하려면 135
다음에 열거하는 몇 가지 증거를 참고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날이 되면 일년 내내 그 자리에 남아있던 사제들의 월계수
나뭇가지를 치워버리고 새 나뭇잎을 좋은 자리에 배치한다.
그러면 대궐문이 포에부스의 나뭇가지로 초록 일색이다.
유서 깊은 족장*의 집문 앞에도 이와 같은 일이 행해진다. 140 *각 종족은 열 개의 쿠리아(구역)으로 나뉘었고,
이제 베스타가 싱싱한 잎으로 환하게 옷을 바꾸도록 각 쿠리아에는 족장인 쿠리오가 있었다.
월계는 일리아*의 화로에서 말끔히 걷어치울 때이다. *독신이어야 하는 베스타의 신녀 일리아가 아이를 낳았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베스타의 비밀 신당에다
새로 불을 밝히면 그 불이 힘을 얻게 된다고.
그리고 이달에 안나 페렌나*에 대한 숭배가 시작된다는 것은 145 *이탈리아 전래의 여신(안누스는 '해’, 페렌니스는
과거의 새해도 그렇게 시작했다는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 내내’의 뜻). 축일은 마르스의 달 15일.
불충 막심한 포에니 전쟁* 때까지는 이 즈음에 *로마와 카르타고 간의 전쟁(264-241, 218-201, 149-146 BC).
관공서의 시무식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오비디우스가 언급한 것은 제2차 전쟁(218-201)이다.
끝으로 마르스의 달로부터 다섯 번째가 퀸틸리스*이다. *라틴어로 퀸투스는 ‘다섯째’. 퀸틸리스는 ‘다섯째 달’이다.
이달에서부터 숫자에서 이름을 얻은 달들이 시작된다. 150
일년으로는 두 달이 모자란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이는
폼필리우스*였다. 올리브가 자라는 땅에서 로마로 모신 분이다. *누마 폼필리우스(로마 제2대 왕(☞ <변신> 제15권 1).
사모스의 현인*에게 배웠든, 그의 아내 에게리아에게 배웠든, *사모스의 현인은 BC 6세기의 피타고 라스(☞ <변신>
그는 인간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었다. 제15권 2). 에게리아는 누마의 아내(☞ 같은 곳 3).
그러나 카이사르께서 다른 많은 업무와 함께 인수하신 155
달력은 그때*까지도 여전히 틀린 데가 아주 많은 상태였다. *카이사르가 율리우스력을 시작한 것은 46 BC였다.
대단한 가문을 창시하신 그 신님께서 그 일도
소홀하게 다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시고,
그에게 약속된 집, 천국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셔야 했던 것은
낯선 집에 들어가는 이름 없는 신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60
태양이 특정 천궁에 되돌아가는 정확한 시간표를
이 어른께서 제작하셨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삼백하고 오 일에다가 다시 육십 일과
하루의 오분의 일을 더 보태시어,
그것을 한 해의 길이로 하시고, 다섯 해마다 165
오 분의 일을 다섯 개 합친 하루를 더하시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재위 49-44 BC)
3월 1일
“시인 놈들 들으라고 신들이 은근히 부추기는 말인데,
그들이 늘 멋모르고 듣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말해보오, 그라디부스*여, 그대의 축제를 남자에게 받는 것이 *그라디부스는 마르스 신의 별명. 행군하는 신이라는 뜻.
편할 터인데, 왜 하필 여인네들을 나서게 하려 하는 것이오?” 170
내가 물었더니, 마보르스*는 투구를 치워놓고, *마보르스는 마르스를 시적으로 부를 때 사용되는 별명이다.
그러나 오른손에다 투창을 든 채로 대꾸했다.
“내가 전쟁의 신으로서 난생처음 평화를 추구하라는
기도를 받았는데, 금시 새 전쟁터로 행군하게 된다네.
그게 영 싫은 것도 아니야. 이 일은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175
자칫 미네르바*가 자기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팔라스, 아테나라고도 부른다. 역시 전쟁의 여신이다.
답이 됐는지 모르겠다. 애쓰는 라틴의 시인 놈아,
답이 됐거든 네 기억의 서판에다 잘 새겨 두어라.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로마도 애초엔 아주 조그마했지.
그래도 그 조그만 것 속에 지금의 희망이 들어있었던 것이야. 180
이미 성벽은 올라갔지만, 장래의 주민을 생각하면 너무 비좁았어.
그러나 당시로서는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는 생각들을 했었지.
내 아들의 궁성이 어땠느냐고 묻는 거야?
저길 봐. 갈대와 짚으로 엮은 저 집*이야. *로물루스의 집은 팔라티움 언덕 남서쪽에 있었다
그는 지푸라기 위에서 평화롭게 잠을 잤다. 그러나 185 (☞ 제1권, 199).
바로 그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별나라로 들어갔지.
그 로마인의 이름은 이미 성벽 너머 멀리 알려져
있었지만 아직 아내도 장인도 갖지 못한 처지였다.
이웃의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뱅이 사위 보기를 꺼렸지.
내가 바로 그 가문의 시조라는 것을 못 믿는 눈치였어. 190
로마인은 짐승 우리에서 살림을 한다는 것, 양을 친다는 것,
척박한 땅 몇 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새도 들짐승도 다 같은 종자끼리 짝을 맺는다.
뱀조차도 다른 암놈이 있어야 새끼를 얻는 것이야.
멀리 있는 타 종족과 결혼하는 권리는 허용돼 있었지만, 195
그렇다고 로마인과 혼인하기를 원하는 종족은 없었거든.
로물루스가 측은해서, 나는 아버지의 혼을 심어주기로 했지.
‘애걸할 것 없다. 무력으로 네 소원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로물루스는 콘수스* 신을 위해 잔치를 마련했다. 그날 벌어진 *추수의 신. 축제는 두 번(8, 21과 12, 15) 있었다. 사비니
일은 그의 의식을 노래할 때 콘수스가 다 얘기해 줄 것이다. 200 여인들의 강간도 콘수알리아라는 그의 축제 중에 있은
쿠레스*도 똑같이 욕을 당한 사람들도 모두 화가 치밀었다. 일 (☞제1권 서문, 161). *쿠레스는 사비니의 수도.
그러니 역사상 처음으로 장인이 사위에게 싸움을 건 게지.* *여자를 강탈한 로마인은 사위, 당한 여자의 아버지는 장인이다.
능욕을 당한 여인들이 거의 어머니가 다 되었는데도 이 사건은 카이사르와 연관된 일련의 내전을 떠올리고 있다.
친척간의 전쟁은 아직도 끝장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삼두정치가 붕괴된 뒤 그 일원이었던 그의 사위 폼페이우스는
여인들이 모여서 유노의 신당에 갈 궁리를 하고 있을 때, 장인 카이사르와 싸워 파르살루스에서 패한 일이 있다(48 BC).
그중에서 나의 며느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얘기를 꺼냈다. 206 *‘마르스의 며느리’는 로물루스의 아내를 말한다.
‘오, 우리는 모두 몸을 더럽혔다. (그 점에서 우린 똑같다.)
그러니 우리 동족에게 할 의무를 지체해선 안 될 것이다.
전쟁이 목전에 있으니 우리는 우리를 도울 신을 선택해야겠다.
남편은 이쪽 편에서 무기를 들었는데 아버지는 저쪽 편에 섰다. 210
과부가 될 것인가, 아비 없는 자식이 될 것인가, 이게 문제다.
내가 지금 대담하고도 인간의 도리에 맞는 충고를 해주겠다.’
여자들은 이 여자의 충고에 순종하여 머리를 풀고
몸에는 장례식에 어울리는 검정색 의상들을 걸쳤다.
살육을 각오한 군대는 이미 대오를 갖추어 늘어서 있었고, 215
금방이라도 전투 개시의 나팔이 신호를 보내려는 참이었다.
바로 그때, 능욕당한 여인들이 제각기 사랑의 상징물인
아기를 가슴에 안고 남편과 아버지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들은 머리를 흩날리며 들판 한가운데까지
와서는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다. 220
손자들은 마치 사정을 알고 있는 듯이 앙앙
울면서 고사리 손을 할아버지에게 내뻗었다.
말할 줄 아는 아이는 처음 보는 할아버지를 외쳤다.
말이 서툰 아이는 어미들이 억지로 말을 하게했다.
장병들의 무기와 용기가 땅에 떨어졌다. 칼도 놓고 225
아버지와 사위가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여자들을
끌어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방패 위에
올라 앉혔다. 이보다 기분 좋은 방패의 용도가 어디 있단 말인가!
사비니의 여인의 중재: 자끄 루이 다비드(1748-1825)
이것이 오에발루스*의 후손 아낙들이 마르스의 초하룻날 축제를 *스파르타의 왕, 헬레나의 조부. 사비니 인
책임 맡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의무를 부여받은 경위인 것이다. 230 들은 이 사람을 그들의 조상으로 받들었다.
여인네들이 용감하게 시퍼런 칼날에
맞서서 눈물로써 전쟁을 끝나게 했든,
다행히 일리아*가 나 마르스를 통해 어미가 되었든, *일리아(실비아)는 로물루스의 모후.
나의 날이 되면 당연한 듯 어미들이 제사를 올린다.
이즈음은 서릿발이 하얗던 겨울이 마침내 물러가고, 235
따뜻한 햇살을 받아서 눈도 녹아 없어지는 때이다.
추위로 한때 사라졌던 이파리들이 나무로 돌아오고
보드라운 잔가지에는 촉촉한 새싹들이 토실토실하다.
오래 동안 숨어 지내던 풀잎들도 살이 올라
비밀통로를 뚫고 하늘을 향해 머리를 내민다. 240
이제 들에는 과일이 풍성하고, 이제는 가축을 키우는 때.
이제 새는 나뭇가지 위에 둥우리,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때.
라티움의 어머니들이 결실의 계절을 축하함이 당연하다.
그들이 진통을 겪을 때도 투쟁과 기도를 동시에 하니까.
여기에 덧붙여서 라티움의 임금이 늘 감시하던 언덕 245
―지금은 에스퀼리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위에 *에스퀼리아이(라틴어 엑스쿠비아이, 즉 ‘감시’라는 단어에서
로마의 여성들이 유노를 기리기 위하여 바로 이날 만들었다는 오비디우스의 주장)는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
한 신당을 일으켰는데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로마의 왕’ 로물루스의 감시초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머무적거리면서 까탈을 잡고 너희의 기억을
괴롭힐까? 너희들이 찾는 해답은 명백히 너희 눈앞에 있는데. 250
어머니 유노*께서는 각시들을 좋아하시니, 수많은 어머니들이 *유노 루치나, 즉 산모를 돌보는 여신이다.
내 신당을 찾아주어. 어머니나 나나 공경하긴 마찬가지거든.” 이날은 마트리날리아, 즉 어머니의 날이다.
여신에게 꽃을 바쳐라. 여신은 꽃나무를 좋아하신다.
너희의 머리를 화환으로 장식하고 이렇게 말을 해라.
“루치나여, 여신께선 우리 여인들이 산고에 시달릴 때 255
그 기도를 들어주어 우리에게 생명의 빛*을 주십니다.” *‘빛을’은 라틴어로 루쳄. 산모의 여신은 루치나. 오비디우스는
그러나 임신한 여자는 기도 전에 머리를 풀어야 하느니. 루치나가 빛(룩스)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여신이 무거운 여인의 자궁에 고통을 풀어주신다.
왜 살리이*가 거룩한 마르스의 무기를 어깨에 짊어진 채로 *살리이는 창과 방패를 들고 춤추는 사제들. 팔라티움
마무리우스*를 노래하는지 내게 일러줄 사람 어디 없는가? 260 언덕에는 12명의 살리이가 있었다. *마무리우스는
디아나의 수풀과 호수를 돌보는 님프는 내게 말을 해다오. 마르스의 별명. 마무랄리아는 그의 축제(3월 14일).
누마의 왕비가 된 님프는 와서 자신의 업적을 얘기해다오.
아리치아의 계곡에는 사방 빽빽이 둘러선 나무숲 한가운데
예로부터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로마 2대 왕 누마(715 - 673 BC?)의 사후 부인 에게리
여기엔 마차에 끌려서 몸이 가리가리 찢어진 히폴리투스*가 265 아가 변신한 연못이다(☞ <변신> 15-3. 에게리아...).
은신해 있는 터라, 어떤 말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곳이다. *히폴리투스는 아테나이의 왕 테세우스와 아마존 여인국의
긴 산울타리에 쳐진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있는 여왕 히폴리테의 아들. 계모 파이드라의 유혹을 거절했다가
많은 서판이 여신의 음덕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되레 모함을 받아 아버지에게 쫓겨나던 중 마차가 뒤집히는
여기서 기도를 하고 소망을 성취한 한 여자는 화환을 쓰고 통에 몸이 산산이 찢긴 적이 있다(☞ <변신> 위와 같은 곳).
로마에서 이곳까지 횃불을 켜서 들고 온 일도 있었다 한다. 270
거기서 왕으로 군림하려면 센 주먹과 빠른 발을 가져야 했다.* *도망친 노예가 디아나의 숲(네모)에 와서 렉스 네모렌시스
그리고 과거에 그가 살인을 했듯이 자신들도 죽임을 당했다. (숲의 왕)라는 이름으로 사제가 되고 다음에 더 힘센 도망자
바닥에 자갈이 덮인 개울이 살랑살랑 소리를 내며 흐른다. 가 와서 그를 때려눕힐 때까지 그곳의 왕 노릇을 했다.
나도 종종 여기에 와서 한 모금씩 물을 마셔본 일이 있다. 274
카메나이*들이 사랑하는 에게리아*가 이 물을 보내주었는데, *카메나이는 물의 요정들. 에게리아도 로마의 포르타 카페나
누마 왕에게 그녀는 아내와 고문의 역할을 겸한 여자였다. (카페나 문) 밖에 있는 숲 속을 흐르는 카메나이의 하나였다.
처음에는 퀴리테스*들이 걸핏하면 무기를 들고 설쳐댔다. *이탈리아 반도에 살던 한 종족.
그러나 법과 신의 두려움으로 감화하고 싶었던 누마는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법률을 제정하여,
조상에게 물려받은 의식은 겸허히 지키도록 기초를 닦았다. 280
그들은 야만성을 탈피하였다. 정의가 무기를 눌러 이긴 것이다.
그리고 시민끼리 서로 뜯고 싸우는 것을 수치로 여기게 되었다.
한때 험악했던 사람들이 제단을 한 번 보고는 완전히 심기일전,
포도주와 구운 절인 고기를 따뜻한 화덕에 갖다 올리기도 했다.
누마의 죽음을 슬퍼하는 에게리아: 끌로드 로랭(1600–1682)
보라, 제신의 어버이가 구름 속에서 시뻘건 번갯불을 던져 285
억수 같은 비를 뿌린 뒤 하늘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자고로 이렇게나 요란하고 큰 번갯불이 떨어진 일은 없었다.
임금도 무서워 떨었고 일반 백성의 마음도 공포에 휩싸였다.
여신이 왕에게 말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요. 천둥번개도
다독일 수 있고, 성난 요베의 노여움도 진정시킬 수 있는걸요. 290
피쿠스*와 파우누스 같이 로마 땅의 터주 신들이 *피쿠스(딱따구리라는 뜻)는 농경, 계절의 신 사투르누스
속죄하는 의식을 가르쳐 줄 수가 있을 것입니다. (크로노스의 아들. <변신>에서는 마녀 치르체의 사랑을
허나 억지를 쓰지 않으면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니 그들을 붙잡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변신> 14-7. 딱따구리...).
불문곡직 꽁꽁 묶어버리세요.” 여신은 묶는 요령을 가르쳐주었다.
아벤티누스* 언덕 밑에는 침침한 호랑가시나무 숲이 있는데 295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 1월 11일, 551).
그걸 보면 단번에 “이 안에 신이 살겠구나,” 할 만한 곳이다.
그 한가운데는 풀이 무성하고, 파란 이끼가 낀 바위
아래쪽으로 사철 내내 맑은 실개천이 졸졸 흘러내렸다.
파우누스와 피쿠스는 늘 혼자 여기에 와서 물을 마셨다.
누마 왕은 여기에 와서 양을 잡아 연못에다 제물로 바치고, 300
술통에 향기로운 박쿠스의 포도주를 채워서 죽 늘어놓았다.
이 일을 마치고 그는 백성들과 함께 동굴 안에 숨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숲의 영들이 이 연못에 들어와서
포도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목의 갈증을 풀었다.
술을 퍼마셨으니 졸릴 수 밖에. 누마는 서늘한 동굴에서 나와 305
잠자고 있는 무리의 손에 꼼짝달싹 못하도록 사슬을 채웠다.
잠이 깨자, 그들은 사슬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버둥거릴수록 사슬은 더욱 단단히 죄어들었다.
그때 누마가 나섰다. “숲의 신들은 나를 용서하십시오.
내 마음속에 나쁜 의도가 없다는 것은 다들 아실 테니. 310
단, 한 가지, 번갯불의 힘을 누그러지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시오.”
누마가 이렇게 말하자, 파우누스가 뿔을 설레설레 흔들며 답했다.
“꽤 엄청난 걸 요구하는군. 천기를 누설해가며 그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옳지 않아. 우리 같은 신들에겐 일정한 한계가 있거든.
우리들이야 높은 산이나 다스리는 시골구석 신들이고, 315
요베께옵서는 당신의 무기를 당신이 알아서 다스리셔.
그대들의 힘으로 그분을 하늘에서 끌어내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들의 힘을 빌린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파우누스가 이렇게 말했다. 피쿠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묶은 것부터 풀어줘야지.” 피쿠스가 거들었다. 320
“강력한 기술을 쓰면 유피테르께서 여기 오시게 돼 있어.
구름 낀 스틱스 강이여, 내 약속의 증인이 되어줄지니라.”
신들이 속박에서 풀려나서 하는 행동을, 외는 주문을,
요베를 그의 집에서 끌어내는 기술을, 인간이 안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나의 노래는 법도에 맞는 것만 다루고, 325
신을 두려워하는 시인의 입으로 할 수 있는 말만 해야지.
그들이 유피테르 신을 하늘에서 끌어내렸다. 그래 그런지
후세 사람들은 이 신을 엘리치우스*란 이름으로 축복한다. *유피테르의 별명. ‘끌어내다(엘리치오)’
아닌 게 아니라 아벤티누스의 나무숲들이 머리를 흔들고, 라는 라틴어에서 왔다는 추측이다.
요베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땅은 움푹하게 꺼져버렸다. 330
임금의 심장이 쿵덕쿵덕 절구공이질을 해댔다.
온몸의 피가 가시고, 머리털이 거꾸로 곤두섰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빌었다. “높은 신들의 왕이시며 어버이이신
어른이여, 당신께 바칠 제물을 우리가 깨끗한 손으로 만졌다면,
경건한 혀로 간구하는 우리의 소망을 들으시고, 335
우리들을 당신의 번갯불에서 구원해 주십시오.”
신은 그의 기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모호한 말솜씨로써
사실을 숨기고, 혼란스러운 몇 마디로 왕에게 겁을 주었다.
신은 말했다. “머리를 잘라라.” 왕이 대답했다. “분부대로
하오리다. 밭에서 파뿌리를 캐서 그 머리를 자르겠나이다.” 340
“사람의 것 말이야.” 신이 덧붙였다. “털은 신께서 가지십시오.”
신은 목숨을 요구했다. 누마가 대답했다. “물고기의 목숨입니다.”
신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와 같이 내 번갯불을 피하라.
오, 신과의 대화조차 도저히 말릴 수 없는 사나이 같으니!
그리고 내일 아폴로의 원반*이 동그랗게 됐을 때 345 *아폴로(태양신)의 원반은 태양.
그대는 확실한 제국의 징표를 받게 될 것이니라.”
말을 끝낸 신은 우렁찬 뇌성에 흔들리는 하늘로
휑하니 날아갔다. 기도하는 누마만 혼자 남았다.
왕은 기분 좋게 돌아와서 일의 자초지종을 온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모두들 그의 말을 좀체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350
“일이 내 말대로 풀리는 걸 보면, 확실하게 믿게 될 것이오.
여기 있는 분들은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내 말 잘 들어요.
아폴로의 원반이 대지 위에 둥그런 모습을 보이면,
유피테르는 확실한 제국의 징표를 내게 줄 것이오.”
사람들은 징표를 기다리기 지겹겠다는 생각들을 하며 미심쩍은 355
마음으로 헤어졌다. 그러나 다음 날을 한번 기다려보기로 했다.
하얀 서리가 보드라운 땅위에 이슬처럼 내려앉은 아침
사람들은 왕의 집 대문 앞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였다.
왕이 사람들 가운데 놓인 단풍나무 옥좌에 좌정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가운데 그 주변을 에워쌌다. 360
포에부스가 살짝 지평선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그들은 기대와 두려움으로 안절부절 떨고 있었다.
머리에 흰 천으로 만든 두건을 쓴 왕이 일어서서
손을 들었다. 신이 익히 잘 알고 있는 그 손이다.
그는 말했다. “소인에게 약속하신 선물을 주실 때가 365
왔습니다. 유피테르여, 약속 대로 선물을 내리십시오.”
말이 떨어지자 창공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퍼지며
둥근 태양원반이 지평선 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짝 마른 하늘로부터 뇌성이 세 번 울리고 번개가
세 번 쳤다. 놀라운 말이지만 사실이다, 날 믿어라. 370
천궁의 꼭대기에서부터 하늘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백성의 무리와 그들의 임금은 그쪽을 우러러보았다.
보라. 산들바람에 한들한들 방패가 하나 떨어졌다.
군중이 부르짖는 우렁찬 함성이 별나라에 닿았다.
왕은 멍에를 걸쳐본 적이 없는 암송아지를 제물로 바쳤다. 375
그리고 난 다음, 땅에 떨어졌던 선물을 번쩍 들어 보이며
외쳤다. ‘안칠레’*요. 방패의 사방이 좋게 다듬어져서 *안칠레는 ‘신성한 방패’라는 뜻이다.
모난 데라고는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퍼뜩 이것에 제국의 운명이 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치밀한 계책을 한 가지 생각해 내었다. 380
방패를 몇 개 가져다가 그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마무리하게
했다. 배신자가 있더라도 눈을 헷갈리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일을 수행한 것은 마무리우스였다. 그가 남보다 탁월한 것이
기술이냐 인품이냐 하는 것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나,
자비로운 누마는 그에게 말했다. “네가 일한 삯을 요구하라. 385
정직하기로 이름난 나에게 설마 터무니없이 달라고는 않겠지.”
그는 달리기에서 이름을 지어준 살리이*들에게 이미 무기와, *살리이(☞ 302)는 뛰며 춤을 추는 사제이다. 라틴어로 ‘뛰기’
어떤 곡조에 맞추어 노래를 하도록 가사도 마들어준 터이다. 가 살투스이므로 살리이는 살투스에서 생겼다는 말이다.
마무리우스*의 대답은 이러했다. “저에겐 영광을 보답으로 *마무리우스는 마르스(☞ 제3권, 260).
주시어, 노래 끄트머리에 저의 이름을 붙이게 해주십시오.” 390
그 후로 사제들은 옛날에 했던 봉사의 대가로 약속되었던
보답을 인정해서 지금도 ‘마무리우스’로써 기도를 맺는다.
처녀는 결혼하고 싶어도 참아라. 두 사람이 아무리 다급해도
이 시절에는 좀 늦추는 것이 큰 이익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무기는 전쟁을 부추기고, 전쟁은 기혼자에게 해롭다. 395
무기를 치워놓고 나면 더 나은 징조가 보일 것이다.
고깔모자를 쓴 플라멘 디알리스*의 아내는 요즈음 *유피테르의 사제(☞ 제1권, 587).
긴 옷을 걸치고 머리에 빗질을 않고 지내야 한다.
3월 3일
이달의 셋째 밤이 이슥해질 무렵에 보면, 피스케스* *황도십이궁의 열두 번째 별자리인 물고기(☞ 2월 457-74)이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사라져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400
원래 있는 두 마리 중 하나는 아우스테르,* 나머지 하나는 *아우스테르(노투스)는 남풍, 아퀼로(보레아스)는 북풍. 이 별
아퀼로와 가깝다. 그 이름은 각기 바람에서 얻은 것이다. 자리의 두 물고기는 두 꼬리를 한데 묶여서 머리는 각각 남북
으로 향하고 있는 형상이다. 그리고 이름은 그리스어로 각각
노티오스와 보레이오스이다.
3월 5일
이달 다섯째 새벽에 티토누스의 각시 아우로라*가 *새벽의 여신.
사프란색의 뺨에서 이슬을 뿌리기 시작한 뒤에는,
악토필락스*라고도 하고, 느림보 보오테스*라고도 하는 405 *목동자리(☞ 제2권, 154).
별자리가 져버린 뒤이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빈데미토르*는 아직 우리 시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포도 수확자라는 뜻. 처녀자리의 한
이 별자리의 유래에 대해서도 얼른 얘기를 하고 가야겠다. 별. 이날 새벽에 지평선 위로 뜬다.
옛날에 한 님프와 사티루스의 아들인 털보 암펠루스가
이스마루스* 언덕에서 박쿠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410 *트라키아 지방에 있는 산.
신은 잎이 무성한 느릅나무에 길게 걸쳐있는 포도넝쿨을
그에게 맡겼고, 넝쿨은 바로 이 아이의 이름*을 얻게 됐다. *암펠루스(‘포도넝쿨'이란 뜻)이다.
리베르*는 나뭇가지 위에서 반들반들 익은 포도를 성급하게 *박쿠스(디오니소스)의 별명.
따려다가 떨어진 이 아이를 별나라에 데리고 올라갔다 한다.
3월 6일
여섯 번째 태양이 바다에서 떠올라 올림푸스의 비탈길을 415
올라, 날개 달린 말을 타고 창공을 가로질러 길을 달리면,
정결한 베스타의 신당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여신에게 기쁨이 있기를 빌며 일리움*의 화덕에 향을 사른다. *트로이아의 별명. 일리움은 아이네아스-로
카이사르의 마음에 드는 무수히 많은 칭호가 있지만, 419 물루스를 통해 카이사르 가문의 고향이다.
폰티펙스 막시무스*라는 명예로운 칭호까지 더해졌다. *아우구스투스(64 BC-14 AD)에게 폰티펙스 막시무스(대사제)
영원한 신이신 카이사르께서 영원한 불을 보살피시니, 라는 칭호가 12 BC의 이날 수여되었다. 그는 사실상 정치적,
백성들은 이로써 가지런한 제국의 표상을 보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최고의 통치자의 실질적 품격을 갖추게 되었다.
옛 트로이아의 신들이여, 그대들을 모시고 나온 자에게 가장 값진
이들이여, 적으로부터 아이네아스를 구해준 성물들이여, 그대들의
친척들을 아이네아스의 핏줄을 이은 사제가 돌보게 되었소. 425
베스타께서도 당신 친척*의 목숨을 지켜서 보답해 주십시오! *아우구스투스는 아이네아스의 후손임을 주장했다. 베스타
그의 거룩한 손이 보살피는 너희 성화들도 계속 살아있거라. 는 유피테르와 남매간이고, 아이네아스는 유피테르의 딸
기도하노니, 불꽃이여, 지도자여, 죽지 말고 살아있을지어다. 베누스의 아들이므로 아우구스투스는 베스타의 친척인 셈.
3월 7일
3월의 이랫날 달력에 표시된 것은 하나뿐이다. 두 수풀 앞에 429
이날 베요비스* 신당이 봉헌됐다고 믿는 이들이 많아서다. *고대 이탈리아에서 숭상된 신이다. 말머리에 붙은 '베'의
로물루스는 높은 돌담으로 이 신당을 둘러쳐놓고 말했었다. 뜻은 모호하지만 '요베'는 유피테르를 뜻하기 때문에 유피
“어떤 사람이든지 여기에 피신하는 사람은 안전할 것이다.” 테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오비디우스도
오, 그 로마인은 얼마나 미천한 근원에서 몸을 일으켰던가! '아기 유피테르'로 해석하고 있다.
이제는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말아야겠구나!
그러나 그 아리송한 이름이 그대를 당혹하게 하지 않도록, 435
이 신이 어떤 분인지, 왜 그런 이름인지를 알아두어야겠다.
그는 아기 유피테르이니라. 그의 동안을 보아라.
다음엔 번개막대를 쥐지 않은 그의 손을 보아라.
요베가 번개막대를 든 것은 거신*의 무리가 감히 하늘을 *거신의 반란은 ☞ 제1권, 308. 그리고 573.
넘보았을 때부터였다. 애당초에는 무장을 하지 않았다. 440
그의 새 무기에 오싸 산, 그보다 더 높은 펠리온 산에도
불길이 치솟았고, 올림푸스는 여문 땅에 곤두박혀버렸다.
거기 암양도 곁에 섰는데, 크레타의 님프들이 아기 요베를
키울 때, 이 신에게 젖을 먹인 것이 그 암양*이었다 하더군. *베요비스의 신당 안을 보며 얘기하고 있다. 유피
자, 이제부터 그 이름을 설명해야 되겠구나. 시골사람들은 445 테르는 어릴 때 크레타의 이다 산에서 양의 젖을
성장이 덜 된 곡식을 베그란디, 연약한 건 베스카라 한다. 먹고 자랐다. 그때의 그림이 이 신당 안에 있다.
말뜻이 그렇다면 베요비스의 사당이 어린 유피테르를 모신
신당이라는 것 쯤이야 의심할 까닭이 무엇이더란 말인가?
유피테르(제우스)의 어린 시절: 야콥 요르단스(1640)
검푸른 하늘에 한창 별들이 반짝일 때 쳐다보아라,
고르곤*의 자식 페가수스의 대가리가 보일 것이다. 450 *너무 추하게 생겨서 보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고르곤
피를 펑펑 쏟으며 죽은 메두사의 목덜미에서, 갈기에 (고르고) 세 자매의 맏이가 메두사였다. 메두사가 죽을
흥건히 피를 적신 채로, 뛰어나왔다고 하는 짐승이다. 때 목에서 나는 피에서 생긴 것이 천마 페가수스였다.
이것이 별들을 등에 업고 구름 위를 날 때에는,
하늘이 여문 땅이요, 날개가 그의 발이 되었다.
새로 물린 재갈이 마음에 안 들어서 우지끈 씹었을 때, 455
가벼운 발길에 채어서 생겨난 것이 아오니아의 샘*이다. *아오니아(그리스 남부의 한 지방)의 헬리콘 산에는 시인에게
지금 그는 한때 날개를 두드려 날아오르던 하늘에서 영감을 준다는 힙포크레네, 즉 ‘말의 샘’을 말한다. 페가수스가
영롱하게 반짝이는 열다섯 개의 별로서 잘 살고 있다. 날아오를 때 그 발길에 채어서 생긴 것이다. 별자리 페가수스
는 안드로메다자리의 남서쪽에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3월 8일
땅거미가 지자마자 크놋수스의 여인 아리아드네*의 관이 보인다.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수도가 크놋수스이다)의 공주.
이 여인이 여신이 된 것은 테세우스가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460 테세우스가 반인반우 미노타우루스의 먹이가 되기
배신할 자에게 실을 쥐어주어 미로에서 살아오나게 도운 여인은 위해 크레타에 왔을 때 그를 죽음에서 구해주었으나
그 신의 없는 작자를 버리고 박쿠스를 만나 즐겁게 살고 있다. 그는 이 여인을 무인도에 버렸다. 나중에 박쿠스가
행운의 사랑을 기뻐하며 여인은 말했다. “시골 계집애처럼 와서 그녀를 하늘에 데려다 왕관별자리로 만들었다
울긴 왜 울어, 그 녀석의 배신행위가 내게는 전화위복인 걸?” (☞ <변신> 7-4, 이하).
그동안 박쿠스는 머리가 빳빳한 인도인들을 정복하고 465
동방세계의 금은보화를 바리바리 싣고 귀향해 있었다.
미색이 뛰어난 포로 여인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어느 공주가 박쿠스에게 남다른 기쁨을 주었다.
사랑하는 아내*는 울었다. 그리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아리아드네이다.
둥그스름한 바닷가를 거닐다가 혼잣말을 뇌까렸다. 470
“다시 보자, 파도야, 내 넋두리를 잘도 들어주는구나!
다시 보자, 백사장아, 내 눈물을 다시금 받아 마셔라!
난 늘 버릇처럼 말했었지. ‘거짓 맹서만 하는 테세우스 놈!’
그가 나를 버리더니, 지금은 박쿠스가 똑같이 나쁜 짓을 해.
또 울어야겠구나. ‘여성이여, 남자를 믿지 말아라.’ 475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 운명이 되풀이되고 있어.
애당초 내 운명이 시작될 바로 그때 끝장을 봤어야 하는 건데!
그랬더라면 이 순간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 아니겠는가.
리베르야, 이 무인도 백사장에서 죽도록 놔두지, 왜 구해주었어?
그랬더라면 단 한 번의 슬픔으로 영원히 끝날 수도 있었을 텐데.
변덕쟁이 박쿠스, 네 이마를 장식하는 나뭇잎보다 481
가벼운 너를 하필이면 눈물 속에서 알게 되었다니.
어쩌자고 감히 내 눈 앞에다 정부를 끌고 와서
금실 좋은 우리의 침상을 흩뜨려놓는단 말이냐?
아, 맹세했던 약속은 어딜 갔어? 네가 다짐한 맹세는 어디 가고? 485
불쌍한 계집, 똑같은 소리를 몇 번씩이나 지껄여야 해?
너는 테세우스를 사기꾼이라고 곧잘 욕을 해댔다.
그런데 한번 잘 판단해봐. 그럼 너의 죄가 더 나쁘지.
이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속을 끓여도 혼자 끓이는 게 좋아.
꼴좋게 속임수에 잘 걸려드는 여자로 생각들 하게 해선 안 되지. 490
무엇보다 이 사실이 테세우스에게만은 숨겨졌으면 좋겠다.
너랑 똑같은 죄를 지은 걸 알고 기뻐하는 꼴은 보기 싫거든.
또 너는 까만 나보다는 하얀 애인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더라.
그렇다면 하얀 것은 다 내 원수들의 색깔이 돼버리고 말아라!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 그 결점 있는 계집이 더 사랑받는 걸. 495
너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여자에게 안기면 네가 더러워져.
박쿠스, 의리를 지켜라. 조강지처 두고 딴 여자를 더 좋아해선
안 되지. 난 죽을 때까지 일부종사하도록 배운 여자란 말이야.
내 어머님*은 미끈한 황소의 뿔에 현혹되셨어. 너의 뿔은 나를 *‘내 어머니’는 크레타의 맹주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
매혹했지만, 이 사랑은 칭찬감이야. 어머니는 수치스러웠지만. 500 슬하에 파이드라와 이 아리아드네를 두었다. 넵투누스
사랑해서 괴로워하는 여자가 되지 않게 해주어. 박쿠스, (포세이돈)의 계략으로 바다에서 온 황소와 관계해서
넌 사랑의 불꽃을 내게 고백해서 괴로웠던 적은 없었어. 반인반우 미노타우루스(미노스의 소라는 뜻)를 낳았다
네가 내 몸을 뜨겁게 만드는 건 당연해. 불에서 생겨난 너를 박쿠스의 이마에도 뿔이 있다.
네 아버님*의 손으로 그 불에서 끄집어내셨다는 말이 있으니, *'아버님'은 유피테르, 어머니는 세멜레. 세멜레가 유피
네가 늘 천국을 입버릇처럼 약속했던 여자가 나야. 505 테르의 아이를 갖고도 아이의 아버지가 진짜 유피테르
슬프다, 천국은커녕 괴로움으로써 보답을 받다니!” 인지 몰랐는데, 마침 유노가 세멜레를 꼬득여 아이의
리베르는 그녀가 지겨운 사설을 마칠 때까지 한참동안을 아버지를 확인하게 했다. 그 과정에 그의 뜨거운 불에
들어주었다. 우연히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죽었다. 유피테르는 아이를 자궁에서 꺼내어 자기의
그는 여인을 보듬고 입맞춤으로써 눈물을 닦아주며 허벅지에 심어서 열 달을 채웠다(☞ <변신> 3-3).
말했다. “우리 둘이 같이 높은 하늘에 가보자꾸나! 510
네가 나의 침상을 함께 썼듯이 이름도 함께 써야겠어.
너의 신분이 바뀌면 이름도 리베라*가 될 터이니까. *이탈리아에 전래하던 풍요의 신.
그리고, 공주의 관이 추억으로 너와 함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박쿠스의 별명 리베르의 여성형이다.
불카누스*가 베누스에게, 베누스가 네게 주는 그 왕관 말이다.” *신들의 대장장이, 베누스(아프로디테)의 남편.
그는 이 말을 실천하면서 아홉 개의 보석을 불꽃으로 바꾸었다. 516
그래서 지금 그 금관은 아홉 개의 별*이 되어 반짝이는 것이다. *북쪽왕관자리.
박쿠스와 아리아드네의 승리: 아니발레 카라치(1595-1605)
3월 14일 에퀴리아
마차에다 밝은 날을 싣고 오는 신이 그의 원반을
들어올렸다 가라앉혔다 하기를 여섯 번씩 한 뒤에,
티베리스의 강물이 휘돌아나가며 말갛게 씻겨주는
캄푸스*에서는 두 번째의 말달리기 시합이 열린다. 520 *평평한 들. 영어 캠퍼스의 어원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물이 넘쳐서 그곳을 덮치게 되면 캄푸스 마르티우스는 마르스의 광장.
먼지가 뽀얀 카일리우스 언덕*이 말들을 받아준다. *카일리우스 언덕은 로마의 일곱 언덕 중 맨 남동쪽이다.
3월 15일
보름날이 되면 먼 곳에서 흘러오는 티베리스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즐거운 안나 페렌나*의 축제가 열린다. *안나 페렌나는 ☞ 위 서문 145.
일반 백성들도 그곳에 와서 여기저기 풀밭에 흩어져서 술들을 525
마시고 사내들은 제각기 여인들을 옆에 끼고 드러눕기도 한다.
어떤 자는 탁 트인 하늘 아래서 버티는가 하면, 천막을 치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나뭇가지와 잎으로 움막을 짓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갈대를 엮어서 단단한 기둥을 만들고
긴 옷을 넓게 펴서 갈대 기둥에다 걸치는 축들도 있다. 530
그래도 그들의 기도는 태양으로, 술로, 더위를 느끼면서도
비우는 술잔의 수만큼 많은 햇수를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네스토르*의 나이만큼 많은 잔을 단숨에 들이키는 사람도 있고, *필로스의 왕. 지혜롭고 오래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술잔이 요술을 부려서 시빌라*만큼 오래 살겠다는 여자도 있다. *아폴로의 신녀. 영생을 약속받고 아폴로에게 몸을 바
쳤다 그러나 젊음까지 악속받지 않아서 결국 목소리
그리고 날랜 손으로 가사에 맞추어 박자를 두드리며 만 남도록 살았다(☞ T. S. 엘리엇, <황무지> 첫머리).
극장에서 주워들은 노래를 불러대는 사람들도 보인다. 536
거기엔 술잔을 던져두고 길게 머리를 휘날리며
저질의 막춤을 추어대는 날씬한 아가씨도 있다.
귀가하는 길에도 비틀비틀. 예사 눈에는 꼴불견인데도
만나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추켜들 세운다. 540
나도 요사이 이런 일행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이야기 거리가 될
것 같았다). 곤드레 노파가 곤드레 노인을 끌고 가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 여신이 누구인지, 헛소문이 난무하는 판이니,
나는 그 여성의 이야기를 마냥 숨겨두진 않을 생각이다. 544
가련한 디도*는 아이네아스에 대한 열정으로 몸이 화끈 달아서,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여왕. 망명길의 아이네아스
자신의 장례에 쓸 장작더미 위에 올라 스스로 불에 타 죽었다. 를 만나 사랑을 주었으나, 그는 로마 건국이라는 대
여인의 유해가 수습된 뒤에, 죽을 때 명을 받고 홀연히 곁을 떠나버렸던 것이다.
남겨둔 2행시가 그 무덤을 장식했다.
디도는 아이네아스가 쥐어준 칼을 들고
자기 손으로 목숨을 끊고 흙 속에 묻혔다. 550
디도(아이네아스의 칼을 들고 자결하려 하고 있다): 삭키 안드레아(1599 - 1661)
누미디아 족은 즉각 방어가 허술한 영토를 침략했고, *누미디아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던 나라로 그곳의 이아르
마우리 인 이아르바스*는 왕궁을 포위, 점령해버렸다. 바스 왕은 디도에게 청혼한 적이 있었다(☞ <아이네이스> 4).
이 지역 사람들을 마우리(오늘날의 무어 인)라고 불렀다.
그의 청혼을 거절한 디도를 기억에 떠올리며 그는 말했다.
“매번 거절하던 엘리사*의 신혼방을 이제야 쓰게 되는구나.” *엘리싸는 디도의 별명.
여왕을 잃은 티루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555 *디도와 카르타고 인들은 모두가 티루스(페니키아
흡사 여왕벌을 잃고 갈팡질팡 헤매는 벌떼였다. 해변의 시돈 남방 20마일 쯤 떨어진 도시) 인이었다.
안나도 죽은 큰언니에게 먼저 조의를 표한 뒤 559
집을 쫓겨나서 언니의 나라를 떠나며 울었다. 560
엉성한 잿더미는 눈물에 젖은 향내를 받아 마시며
동생의 머리에서 잘라낸 머리카락을 제물로 받았다.
세 번 작별을 고하고, 세 번 그 잿더미를 손에 집어 들어
그 아래 있는 언니를 대하는 듯이 입술에다 갖다 댔다.
안나는 함께 도피할 친구들과 배를 구하고, 순풍을 받아 565
앞으로 항해하며 언니가 이룩한 도시의 성벽을 돌아보았다.
리비아 바다의 파도가 몰아치는 멜리테*라고 하는 *멜리테는 오늘날 지중해의 말타 섬.
비옥한 섬이 있다. 불모의 땅 코시라* 가까운 곳이다. *말타와 약 150마일 떨어진 판텔라리아 섬이다.
안나는 그리로 배를 저었다. 옛날부터 알고 지낸 밧투스
왕의 후덕한 심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재산도 넉넉했다. 570
그는 두 자매의 불행한 사연을 듣고 나서 말했다.
“손바닥만한 땅이지만 당신의 것이라 여겨주시오.”
그는 끝까지 인정을 쓰고 싶긴 했지만,
피그말리온*의 막강한 세력이 두려웠다. *피그말리온은 티루스의 왕 이인
옥수수를 수확해서 세 번째로 타작마당에다 옮기고, 557 무토의 아들. 디도와는 남매간이다.
새로 빚은 포도주를 세 번째로 술통에 옮겨 담았다. 558
태양이 황도를 두 번 돌아서, 세 번째 해가 지나가려 할 때, 575
안나는 어쩔 수 없이 새 도피처를 찾아나서야 하게 되었다.
오라비가 전쟁을 위협하며 항복을 요구한 것이다. 왕은 싸움을
싫어했다. “나는 전쟁을 싫어하오. 달아나서 안전을 꾀하시오.”
그의 권유에 따라 안나는 바다의 풍랑에 배를 맡겼다.
그녀의 오라비는 어느 바다보다도 더 잔인했던 것이다. 580
물고기가 들끓는 크라티스*라는 강가에 자그마한 들이 *아마 오늘날 카라티라고 부르는 이탈리아의
있었는데, 그 지방 사람들은 그것을 카메레*라 불렀다. 강인 듯. *카메레는 알 수 없는 지명이다.
안나는 그쪽으로 뱃길을 잡았다. 그리고 아홉 번의
돌팔매질이면 닿을 정도의 거리밖에 남지 않았을 때,
느닷없이 돛이 넘어져서 바람에 펄럭이는 것이었다. 585
“노를 써서 물살을 갈라라.” 선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 밧줄로 묶어서 겨우 돛을 올릴 채비가 되었을 때,
또다시 마파람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배의 고물을 때렸다.
선장이 애쓴 보람도 없이 배는 한바다로
밀려나갔다. 이제 육지도 보이지 않았다. 590
파도가 덮쳐왔다. 깊은 바다가 밑바닥에서 송두리째 부풀어
올랐다. 선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을 통째 집어삼켰다.
항해술도 바람 앞에는 무기력했다. 키를 더는 조종하지
못하는 선장 역시 할 수 없이 구원의 기도에 매달렸다.
부푼 파도는 페니카아의 방랑자를 이리저리 들까불었다. 595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두 눈을 긴 옷자락이 가려주었다.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제 언니 디도가, 그리고 마른 땅을
딛고 사는 자라면 어느 곳 누구든지, 행복하다고 외쳤다.
배는 일진광풍에 밀려서 라우렌툼* 해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의 한 지방.
사람들이 모두 상륙한 뒤에는 흔적도 없이 침몰하고 말았다. 600
효성스러운 아이네아스는 라티누스*의 영토와 *아이네아스의 장인(☞ 제1권, 520).
딸까지 얻고 두 민족을 합병해 놓은 뒤여서,
결혼할 때 선물로 받은 해변을 아카테스라는 종자만을
데리고 호젓하게 맨발로 산책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바닷가를 헤매는 안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이 안나라고는 605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 라티움의 땅에는 웬 일이란 말인가?”
아이네아스는 중얼거렸다. “안나다!” 아카테스가 외쳤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안나는 얼굴을 들었다.
아, 어떡하나? 달아날까? 땅속으로 꺼져버릴 곳이라도
있나? 불쌍한 언니의 운명이 바로 눈앞에 어른거렸다. 610
엘리싸의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리고 있던
치테라*의 아들 영웅이 여인의 난처함을 감지하고 말했. *치(키)테라는 베누스 여신. 이 여신이 태어난 곳이 치
“안나, 지난 날 너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행운이 내게 테라(펠로폰네수스 반도의 남단에서 약간 떨어진 섬)
허락한 이 땅과, 나를 따라와서 최근에야 겨우 여기에서 부근이라는 데서 생긴 별명. '아들은 아이네아스이다
거처를 마련한 신들*을 두고 맹세한다. 615 *아이네아스에게 돌연히 나타나 로마 창건의 위업을
이들이 나를 굼뜨다고 자주 꾸짖었어. 재촉한 것은 유피테르의 명을 받은 메르쿠리우스였다.
그래도 언니가 죽으리라는 걱정이나 그런 두려움은 없었어.
아, 마음이 아프구나! 네 언니의 용기는 상상을 초월했는데.
그 얘긴 다시는 입에 담지 마. 내가 타르타루스*의 집집을 *저승. 명부. 아이네아스는 시빌라(☞ 3월 15일, 534)의
방문했을 때 언니 몸에 남은 사나운 흉터는 익히 봤거든. 안내로 이곳을 방문, 그의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네가 스스로 우러나서 우리 해변에 왔든, 어느 신이 621
보내서 왔든, 내 왕국에서 호사를 실컷 누리도록 해 주겠어.
난 너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어. 엘리싸에게도 적잖이 졌고.
널 환영하는 건 너 자신 때문이기도 하고 언니 때문이기도 해.”
안나는 딴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형부의 말을 믿고 625
떠돌아다녔던 그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멋진 티루스 풍의 의상차림으로 궁궐에 들어가자
아이네아스가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은 조용했다.
“여보, 라비니아, 이 여자를 당신에게 맡겨 보살펴 달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소. 내가 조난당했을 때 이 댁 재산을 축냈소. 630
이 사람은 티루스 출신인데 나라는 리비아의 해변에 있었소,
제발 부탁이오. 친자매로 생각해서 보살피고 사랑해주시오.”
라비니아는 모든 것을 약속했다. 마음속에는 어쩐지 찜찜한
생각이 없지도 않았지만 아무 염려 없는 양 속내를 숨겼다.
안나에게 보내는 많은 선물이 눈에 드러나기도 했지만, 635
몰래 보내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딱히 어떻게 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아니었지만, 얄밉고
화가 난 김에, 계획을 세웠다. 죽어도 복수나 하고 죽어야지.
밤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피를 묻힌 디도가
동생의 침대 앞에 서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640
“달아나. 이 음험한 집에서 어서 나가란 말이야. 꾸물대지 마!”
말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돌풍이 일면서 꽝하고 문이 닫혔다.
안나는 벌떡 일어나서 낮은 창문을 찾아 땅에
뛰어내렸다. 겁이 나면 간도 커지는 모양이다.
몹시 무서웠다. 헐렁한 속옷차림을 한 채였지만 645
늑대 소리를 듣고 놀란 암사슴처럼 냅다 달렸다.
뿔 달린 누마치우스*가 불어 오른 물살에 안나를 *누마치우스는 라티움의 강 이름. 강은
싣고 가서 어디 물웅덩이에 숨겨주는 듯 싶었다. 의인화될 때 흔히 소에 비유되었다.
그동안 궁중은 발칵 뒤집혀서 없어진 시돈의 아가씨를 찾아 들을
헤매고 다녔다. 드디어 여자가 지나간 흔적과 발자국을 찾아냈다. 650
그들은 강둑까지 와서야 강둑에 선명한 발자국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강물은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난 고요한 누미치우스의 요정.
영원한 강물 속에 숨어있는 나의 이름은 안나 페렌나*이니라.” *그녀의 이름는 라틴어 안누스(한 해, 두 해의 해)와
그들은 헤매고 다니던 들판에서 즐거운 잔치를 벌여 비슷하다(☞ 위의 서문, 145, 그리고 3월 15일).
포도주를 실컷 마시면서 그 날과 자신들을 축복했다. 656
일년을 열두 달로써 채우는 것이 루나*라서 이 안나를 달이라, *달의 여신 디아나와 같다. *테미스는 계절의 여신 호라들의
혹은, 테미스*나 이나쿠스의 암소*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머니. *이나쿠스의 암소는 이오(☞ 제1권, 453).
또 어떤 사람은 님프라고 하고, 아잔*의 딸로서 요베에게 *유피테르와 칼리스토의 아들인 아르카스의 아들이다.
맨 처음 먹을 것을 주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660 그러나 안나와 이 인물과의 연관성은 명백하지 않다.
내 귀로 들었던 또 다른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것도 사실과 생판 동떨어진 예기는 아니다.
아직 호민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옛 시절의 평민들이 *귀족의 압박을 받던 로마의 평민들이 무장을 하고 로마시의 북동
뿔뿔이 달아나서 신성한 언덕에 모여 살았던 적이 있다. 쪽 약 5㎞ 지점에 있는 언덕에서 농성을 함으로써 귀족의 양보를
가져왔던 비축 물자도 바닥이 났을 뿐 아니라 665 받아낸 소위 성산사건(494 BC). 그 결과 호민관 제도가 생겼다.
사람이 먹고 살 체레스의 선물* 다 동이 났다. *체레스는 농업의 여신. 따라서 그 선물은 땅에서 나는 양식.
거기에 보빌라이* 교외 출신으로 안나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라티움의 한 도시.
가난한 늙은 부인이지만 그럴 수 없이 부지런한 여성이었다.
질끈 동여맨 하얀 머리 위에다 모자를 살짝 눌러쓰고
아침마다 떨리는 손으로 촌티가 풍기는 과자를 구워서 670
따끈할 때 사람들에게 늘 나눠주곤 했다.
사람들은 이 음식을 무척 고맙게 먹었다.
나라가 평화로워지고 나서, 그들은 궁핍할 때
도와주었던 페렌나에게 동상을 만들어 바쳤다.
이제 남은 이야기는, 여자들이 한데 어울리기만 하면 잡상스러운 675
노래를 불러대는데, 왜 저속한 노래를 하게 됐느냐 하는 것이다.
안나가 여신이 된 바로 그 무렵, 그라디부스*가 와서 *마르스.
그녀를 슬쩍 외따로 데리고 나가서 이런 말을 했단다.
“그대가 나의 달을 존중해주니, 앞으로 내게 많은 봉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해 그래서, 내 삼월을 그대와 합쳐버렸다네. 680
나도 무장한 주제에 무장한 미네르바*를 사랑하고 있지만, *전쟁의 여신.
몸만 달았지 별 수 있나. 마음에 병이 든 지도 꽤 오래 됐어.
미네르바나 나나 하는 일이 비슷하니 하나가 되게 힘 좀 써봐.
이런 일은 마음씨 좋은 노부인 그대에게 잘 어울리지 않겠나.”
말을 들은 여신*은 엉터리 약속으로 얼렁뚱땅 신을 골려먹었다. 685 *여기의 미네르바 여신은 힘을 상징하는
그의 어리석은 희망에 대해 여신은 질질 시간만 끌었던 것이다. 네리오(마르스의 아내)와 혼동된 것 같다.
그는 종종 재촉을 했다. 대답은 이랬다. “시키는 대로 했지요.
여신께서 졌습니다. 마르스님의 애원에 두 손을 드셨다니까요.”
사랑에 빠진 사내는 이 말을 찰떡같이 믿고, 신혼방을 마련했다.
사람들이 그곳에 데려온 신부는 얼굴을 망사로 가린 안나였다. 690
신부의 입을 맞추려던 마르스는 그것이 안나라는 걸 금방 알았다.
속임수에 넘어간 신은 부끄럽고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새로 생긴 여신은 귀여운 미네르바의 연인을 비웃어주었다.
베누스 여신에게 그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베누스와 마르스(아레스)는
이런 옛일로 사람들은 농담을 하고 잡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695 연인이었다(☞ <변신> 4-4).
대단한 신이 속아 넘어간 일을 생각하면 절로 신이 나게 돼있다.
우리 영도자*를 찌른 그 단검들을 깜빡하고 지나칠 뻔했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말한다.
마침 베스타 여신이 깨끗한 화롯가에서 이 얘기를 해주었다.
“이 일을 기억에서 지우지 말아라. 그분은 나의 사제셨으니,
그 불경한 손들이 강철검으로 나를 찌른 거나 진배없느니라. 700
그러나 나는 그분을 몰래 빼돌려 놓고, 허깨비 하나를 남겨두었지.
그러니까 칼날에 돌아가신 것은 카이사르의 그림자였단 말이야.”
그분은 하늘에 올라 유피테르의 대전을 보았고,
위대한 포룸*에는 그에게 바쳐진 전각도 있다. *장터. 공공 집회장.
그러나 신의 뜻을 거역하는 모든 간 큰 죄인들이 705
우리 제사장의 머리에 피를 묻히게 하더니, 이제
그들은 저지른 죄를 갚느라고 죽어 넘어져 있다. 그 증인은,
흩어진 백골로써 땅을 하얗게 물들인 사람들과 필립피*이다. *브루투스와 캇시우스 등이 카이사르를 암살(44 BC)한 뒤,
이 일, 이 의무는 카이사르+가 하셔야 할 첫 번째 과업. 필립피에서 옥타비아누스에게 패전, 브루투스가 자결했다.
의로운 무기를 사용하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일이다. 710 +카이사르는 아우구스투스 금상황제를 뜻한다.
3월 16일
다음날 아침 일찍 여린 풀잎이 생기를 되찾을 때면
스코르피우스의 집게발 앞쪽을 불 수 있을 것이다. *황도12궁 가운데 8번째 전갈자리. 오리온이 디아나(아르테미스)를
범하려 했을 때 지하에서 전갈이 나와 그를 죽였다는 설화가 있다.
3월 17일 리베랄리아* *박쿠스(디오니소스)의 별명이 리베르이다.
보름날을 지나서 셋째 날은 인기 있는 박쿠스의 축제일이다.
박쿠스여, 그대의 축제를 노래하는 시인을 소중히 여겨다오.
세멜레* 얘기는 그만두자. 유피테르가 번갯불을 보이지 715 *세멜레는 박쿠스의 어머니(☞ 3월 8일, 604).
않았다면, 그대는 무장*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났을 것. *오비디우스는박쿠스가 들고 다니는 지팡이(티르
그대가 열 달을 채우고 사내아기로 태어나기 위해 어떻게 수스)를 방어용의 무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비의 몸이 산모의 역할을 했는지도 얘기하지 않으리라.
그대가 시토니아*와 스키티아를 점령하고, 향료를 생산하는 *시토니아와 스키티아는 에게 해 북부의 지역들.
인도 인들에게 거둔 승리*를 얘기하자면 긴 시간이 필요하겠다. 720 *먼 지역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말.
제 어미에게 화를 입은 펜테우스,* 미쳐서 친아들을 때려죽인 *박쿠스를 반대하다가 찢겨 죽었다(☞ <변신> 3-6, 박쿠스).
리쿠르구스*의 이야기에도 입을 닫고 말을 하지 말아야겠구나, *트라키아의 왕. 박쿠스를 반대했다가 미쳐서
나는 졸지에 물고기로 변해버린 티레니아의 괴물들 자식들을 포도나무로 착각, 도끼로 찍어죽였다.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건 이 노래의 취지가 아니다. *박쿠스를 태우고 티레니아 바다를 지나가던 해적들이 그를
이 노래가 노리는 것은 포도나무를 심던 사람이 왜 뜬금없이 725 괴롭히다가 돌고래로 변했다(☞ <변신>3-7. 돌고래....).
사람들에게 과자를 팔고 다닐까,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다.
리베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단에 제물이 없었고
돌같이 차가운 화덕에는 잡초가 무성할 뿐이었다.
박쿠스는, 간제스 지방과 동방 전체를 평정하고 나서,
처음 거둔 열매를 요베를 위하여 제쳐두고, 이 지역의 730
계피와 향을 바친 뒤에, 끌고 왔던 황소를 구워 바쳐
승리를 축하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헌주*한다는 말도 이것을 처음 시작한 이의 이름에서 나왔고, *헌주(리바미나, 술을 바친다)라는 말
토막을 잘라서 성스러운 화로에 올리는 과자(리바)도 그렇다. 이 박쿠스의 별명 리베르와 닮았다.
이 신이 단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과자도 구워서 바친다. 735
그래선지 전설에 따르면 벌꿀도 박쿠스가 발견했다 한다.
그가 사티루스들을 데리고 모래가 많은 헤브루스 강*에서 *트라키아의 강.
돌아오는 길에 (내 얘기에는 재미있으라고 농담도 섞였다)
로도페*와 꽃이 무성한 판가이우스*에 다 왔을 때였다. *둘 다 트라키아의 산들.
느닷없이 사티루스들이 들고 있던 꽹과리를 두드렸다. 740
그 굉음을 듣고 이름 없는 날짐승들이 모여들고
벌들이 청동악기의 소리를 따라 뒤를 쫓아왔다.
리베르가 마구 쫓아오는 벌들을 모아서 속 빈 나무 홈통 안에
가두어 두었더니, 나중에 그 안에서 벌꿀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티루스들과 대머리 늙은이*가 그 맛을 한번 본 뒤에는 745 *박쿠스의 스승인 실레누스.
노란 벌집을 찾느라고 나무마다 살피고 다닌 적도 있다.
늙은이는 속 빈 느릅나무둥치 안에 벌들이 잉잉거리는 소리도
들었고 벌통도 얼핏 보았다. 그러나 모르는 척 딴전을 피웠다.
그리고는 그의 몸무게 때문에 등이 휜 당나귀에 한가로이
올라앉은 채로 그 속 빈 느릅나무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750
그는 당나귀를 딛고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어 서서
안에 저장된 꿀을 따려고 욕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수많은 말벌들이 달려들어 그의 대머리에다 벌침을
쏘아서 사자코 얼굴에다 빠끔한 데 하나 없이 침자국을 남겼다.
그가 키대로 넘어져서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르며 755
친구들을 부르는 사이, 이번에는 말발굽에 채었다.
사티루스들이 달려와 보니 영감은 무릎을 다쳐서 절뚝거렸다.
그들은 퉁퉁 부은 노친네의 얼굴을 보고 깔깔 배꼽을 잡았다.
박쿠스도 껄껄 웃으며 상처에 진흙 쓰는 법을 일러주었다.
실레누스는 그가 가르쳐주는 대로 얼굴에다 진흙을 발랐다. 760
리베르는 벌꿀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솥에서 따뜻이 구운 과자에
반들반들 금빛 꿀을 발라서 꿀을 발견한 이에게 주는 것이 옳다.
이 축제를 왜 여자가 주관하는가? 그 이유래야 빤하다.
박쿠스는 티르수스로써 많은 여자들 마음을 흔드니까.
하필이면 왜 늙은 여자냐고? 늙을수록 술을 더 즐기니까. 765
그러니 술을 철철 넘치게 받으면 아주 기분이 좋아지지.
그런데 왜 담장이넝쿨 화환으로 장식을 해? 박쿠스가 아끼니까.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전설에 의하면, 유노가 혈안이 되어 이 의붓아들을 찾아 헤맬 때
니사*의 님프들은 그가 탄 요람을 담장이넝쿨 속에 감춰버렸단다. 770 *박쿠스가 유노를 피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가상의 산.
그리스의 에우보에아 섬, 혹은 인도에 있었다고한다.
이제는 박쿠스의 축제날에 남자 아이들에게는 그리스 식의 이름인 디오니소스는 니사의 신이라는 뜻.
성인용 토가*를 주는 이유를 밝힐 일만 남았다. *헐렁한 로마 시민의 의상.
박쿠스가 늘 어린아이로 보이든 젊은이로 보이든,
그리고 그의 나이가 이 둘의 사이 어디쯤에 있든,
아니면 그가 어버이라 (어버이라는 자들은 사랑의 결실인 775
자식들을 그의 보살핌과 신성에 맡겨 두기 때문에) 그렇든,
또는 그가 리베르*이기 때문에 성인용의 의상과 *리베르는 박쿠스의 별명. '자유롭다'는 뜻이 있다.
보다 자유로운 생활이 그에게 맡겨져서 그렇든,
옛사람들이 밭을 더 열심히 갈고, 원로원 의원도
조상의 논밭에서 농사를 하고, 집정관이 벼농사와 780
‘막대와 도끼’*를 맞바꾸도록 만들고, 굳은살이 박인 손을 *지위의 상징물(☞ 제1권, 81), 소위 속간.
갖는 것이 죄가 되지 않고, 농부들이 경기를 즐기기 위해
로마에 오던 (비록 그것이 신에게가 아니고
자신의 취미에 바쳐지는 영예였고, 이날에는
포도의 발견자가 자기의 경기를 주최하여 횃불을 든 체레스*와 785 *이것은 체레스 여신의 축제와 경기가
같은 영예를 누리긴 하지만) 시절이어서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열리는 체(케)렐라리아(4월 19일)이다.
그러므로 그 초심자들 주위에 많은 군중이 모여들도록
그날이 토가를 주기에 부적당한 날은 아니지 않겠는가?
어버이 신이시여, 뿔 돋은 머리를 이쪽으로 돌리시어, *박무스의 이마에는 두 개의 예쁜 뿔이 있다.
내 예술의 돛대가 펼쳐져서 순풍을 받게 해주십시오! 790
박쿠스와 아리아드네: 티치아노(1520-3). 런던 국립 미술관
나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날과 그 앞날에 아르게이*까지 *고대로마의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27-30개의 성소, 또는
행진이 있다. 아르게이에 관해서는 적당한 데서 설명하겠다. 절간. 축일에 이곳을 참배하는 관습이 있었다(☞ 제5권, 621).
솔개별이 가만히 내려와서 리카온의 곰*에게 *리카온(☞ 제2권, 173)의 곰은 칼리스토가 변해서 생긴 큰곰자리.
다가선다. 이날 밤 처음으로 보이는 별이다. 쏠개별은 3월 중순에 자오선을 지나가는 살쾡이자리인 것 같다.
이 솔개를 누가 하늘에 올려놓았느냐 하면 795
요베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사투르누스*이다. *요베(유피테르)의 아버지.
그는 화가 났던 김에 힘센 티탄*들을 부추겨서 싸움을 일으키고 *거신족. 남녀 각각 여섯 명의 신이다.
운명의 여신들*이 그에게 허락하는 도움은 뭐든 받기로 했었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세 자매 여신.
어머니 대지에게서 태어난 황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물레에 실을 잦으며 인간의 죽음, 고난, 등을 조절한다.
뒷부분은 뱀 모양으로 생긴 아주 이상한 괴물이었다. 800
세 운명의 여신에게서 엄명이 떨어진 터이라 음침한 스틱스는
삼중의 담벼락에 둘러싸인 컴컴한 숲 속에 소를 가둬 놓았다.
그런데 그 황소의 내장을 불에 굽는 자는 누구든지
영원한 신들을 눌러 이길 수 있다는 예언이 있어서,
브리아레우스*라는 자가 단단한 쇠도끼로 놈을 805 *머리가 셋인 거신.
잡아서 막 그 내장을 불에 올리려는 참이었다.
그때 유피테르가 새들에게 명해서 그것을 낚아채게 했다.
솔개는 그걸 신에게 갖다 바치고 수고의 대가로 별이 되었다.
3월 19일 퀸콰트루스(5일제)
하루를 건너뛰고 나면 미네르바의 축제가 거행된다.
축제의 이름*은 연이어 닷새라는 뜻에서 생긴 것이다. 810 *퀸콰트루스는 닷새에 걸친 미네르바(전쟁의 여신)
첫날에는 피를 안 본다. 그래서 칼싸움은 불법이다. 의 축제. 퀸퀘는 다섯, 즉 보름날 뒤 다섯 번째 날.
까닭은 미네르바가 바로 이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연속 닷새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둘째 날과 잇따르는 사흘은 검투사의 구경거리로써 축하한다.
전쟁을 좋아하는 여신이라 칼날을 뽑아들어야만 탐탁하단다.
우리 소년들과 예쁜 소녀들아, 팔라스*에게 기도해라. *즉 미네르바. 온갖 여성의 기예를 돌보는 여신이기도하다.
팔라스의 사랑을 받아야만 학식이 높아지는 것이야. 816
일단 팔라스의 마음에 들어야만 양모에 빗질하는 방법,
실이 다 감긴 물렛가락을 푸는 방법도 가르쳐주시는 거야.
단단한 날실에서 북을 뽑아내는 법, 빗으로 헝클어진
실의 본디자리를 찾아주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실 게야. 820
더러워진 옷감에서 때를 빼는 여자들아, 여신을 경배하라.
양모 삶을 청동가마솥을 준비하는 자야, 여신을 경배하라.
팔라스가 이맛살을 찌푸리면, 티키우스*보다 더 재주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제7권에 나오는 가죽 자르는 전문가.
뛰어난 자라 해도, 훌륭한 신발을 만들기는 글러먹었다.
그리고, 또, 옛날 에페우스*보다 손재주가 좋은 자라도, 825 *트로이아의 목마를 만든 자(☞ 같은 책 제23권).
미네르바가 한번 화를 내면, 아무 짝에도 못쓰게 되니,
포에부스*의 기술로 질병을 쫓아버리는 자도, 돈을 좀 *포에부스는 의술의 신 아폴로.
벌었으면, 여신에게 약간의 선물을 갖다 바쳐야 한다.
속여서 돈을 긁어내는 족속인 선생*들아, 여신을 *퀸콰트루스는 휴일인데 미네르바에게 바치는 척
깔보지 마라. 새 학생들은 여신이 끌어갈 테니. 830 학생들을 속여서 수업료를 받고는 미네르바에게
조각하는 자들아, 밀랍으로 그림 그리는 자들아, 능란한 손으로 한 푼도 내지 않는 선생들을 꼬집고 있다.
돌에 그림을 조각해 넣는 자들아, 너희들도 여신을 깔보지 마라.
여신은 만 가지 기술의 수호자며, 노래의 신인 것이 확실하니,
내가 쓸만한 인간이면, 내가 하는 일에도 벗이 돼주면 좋겠다.
카일리우스* 언덕이 높은 데서 평원으로 쏟아져 내리다가, 835 *로마의 일곱 언덕 가운데 하나.
도로가 평지라기보다 평지에 가까운 어느 지점에 이르면,
자그마한 미네르바 캅타*의 신당이 보인다. *머리(카푸트)의 미네르바, 즉 최고의 미네르바라는 뜻.
여신이 생일날 처음으로 들어갔던 집이다.
그 캅타란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재주를
머리라고 부르는 걸 보면, 여신이 재간둥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840
혹시 어머니가 없는 여신*이 방패를 든 채로 아버지의 *미네르바(아테나)는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가 도끼로 유피
머리 정수리(카푸트)에서 껑충 뛰어나왔기 때문일까? 테르의 머리를 쳤더니 무장한 성인으로 튀어나옸다고 한다.
혹시 어느 비문에 적혀있 듯이 팔레리이*가 정복되었을 *팔레리이(☞ 제1권, 83)는 241 BC에 로마에 합병되면서
당시에 포로로 붙잡혀서(캅티바) 우리에게 와서일까? 그곳에서 숭배 받던 미네르바(아테나)가 로마의 여신이
혹시 그곳에서 훔친 물건을 받는 사람에게는 무거운(카피티스) 845 됐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제일 그럴듯한 이유로 보인다.
벌을 명한다는 여신의 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칭호가 생겼나?
그대의 칭호가 어떤 사유로 만들어진 것이든, 팔라스여,
그대의 아이기스*로 우리의 지도자들을 영원히 지켜주오. *미네르바의 방패. 거기에 메두사
(☞ 위 450의 ㈜)가 그려져 있다.
암포라 항아리에 그려진 미네르바의 탄생(유피테르의 앞이마에서 뛰어나오고 있다(루브르 박물관)
3월 23일 투빌루스트리움
닷새 가운데서 마지막 날은, 고운 소리를 내는 나팔*을 *전쟁 나팔이 투바. 투바 축제가 투빌리스트리움이다.
깨끗이 하고, 권세 있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날이다. 850
이제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해도 괜찮다.
“어제 태양이 프릭수스의 양털위에 발을 올렸다.” *‘프릭수스의 양모에 발을 올렸다’는 것은 태양이 양자리, 즉 황도
못된 계모의 간계로 씨앗이 볶아져 있는 터라 12궁의 첫째인 백양궁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프릭수스는 보에오
곡식도 역시 평소와 같이 싹을 틔우지 못했다. 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네펠레의 아들. 아타마스가 이노(☞ 제2권,
델포이^의 제단에 사람을 보내서, 이 흉작에 대해 855 628)에게 새장가를 들었는데, 이 새어머니가 전처소생의 아들과
신이 내려주는 확실한 처방을 알아오게 하였다. 딸을 못살게 굴어서 둘이서 금빛 양을 타고 달아나다가 딸은
그러나 파김치가 돼서 돌아온 사자가 얻어온 예언은 바다에 빠져죽었다. ^델포이는 그리스 중부 파르나소스 산에
헬레와 어린 프릭수스의 죽음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아폴로의 신당이 있던 곳. 이 신탁소에서 많은 신탁이 내려졌다.
시민들, 계절, 그리고 이노에 못 이겨서 왕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 나쁜 예언을 실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860
얼굴을 띠로 가리고 제단 앞에 나란히 선 프릭수스와
그의 누이는 서로의 기구한 운명을 서러워하고 있었다.
우연히 하늘을 맴돌고 있던 아이들의 어머니*가 이걸 *네펠레.
보고 혼비백산해서가슴을 드내고난 손으로 쾅쾅 쳤다.
그리고는 구름 속에 숨어서 용이 내려준 도시*로 865 *‘용이 내려준 도시’는 테바이. 시왕 카드무스(☞ 제1권,
사뿐히 내려와서는 아이들을 몰래 빼돌려버렸다. 489)가 처음 나라를 세울 때 용(뱀)의 이빨에서 생겨난
그리고 아이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황금빛 찬란한 양을 사람들의 협력을 받았었다(☞ <변신> 3-1, 뱀의...).
보내주었다. 두 아이는 양을 타고 한바다를 건너게 됐다.
그런데 누이는 양의 왼쪽 뿔을 잡은 손을 놓쳤기 때문에
자기 이름을 아래편 바다*에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870 *물에 빠져 죽은 누이의 이름이 헬레였기 때문에
누이가 떨어질 때 팔을 힘껏 뻗어서 살리려고 그 바다가 '헬레의 바다,' 즉 헬레스 폰투스이다.
무진 애를 쓰다가 남동생도 같이 죽을 뻔했다.
그는 함께 위험에 빠졌던 누이를 잃고 울기만 했지,
누이가 푸른 바다 신과 혼인을 한 것까지는 몰랐다.
해변에 이르러 양은 하늘에 올라 별자리가 되었지만,
황금빛의 양피는 콜키스* 국의 궁궐에 운반되어 갔다. *콜키스는 메데아(☞ 2월 서문, 42의 ㈜)의 조국. 흑해의 동남
쪽 해변에 있는 도시. 헬레의 동생 프릭수스가 탔던 양은 껍
질만 남기고 하늘에 올라 별(백양궁)이 되었다.
3월 26일
샛별 루치페르가 새벽 에오스를 세 번 예고하고 나면,
낮의 시간이 밤의 시간과 같다는 것을 짐작할 것이다.* *당시에는 이날이 춘분이었던 것 같다.
3월 30일
그날이 지난 뒤에 목동이 양들을 배불리 먹여 네 번
우리에 가두고, 이슬을 맞은 풀이 네 번 하얗게 되면,
야누스*와 더불어 점잖은 콘코르디아, 그리고 로마나 살루스, *춘분이 지나고 나흘째 되는 날 다시 야누스(☞ 1얼 1일)
게다가 팍스의 제단이 두루두루 함께 찬미 받게 되는 때다. 찬미가 있었다. 콘코르디아(화해의 여신)는 ☞ 제1권,
639의 ㈜) 로마나 살루스(로마의 안전)는 의인화된 신,
팍스 아우구스타(아우구스투스의 평화)는 9 BC에 처음
로마에 신당을 갖게 되었다(EB).
3월 31일
루나가 다달을 다스린다. 아벤티누스* 언덕에서 *☞ 제1권, 551.
루나*의 제사가 끝나고 나면 이 한 달도 끝이다. *달의 여신.
*****3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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