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내가 나쁜 인간이다, 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속이 뒤틀려 있을 때다.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산만해지는 건 둘째 치고 나중에는 서성거리는 것조차 가능하지가 않아 가슴팍을 방바닥에 대고 엎드려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속상함이 다스려지지 않으니 몸이 자근자근 아픈 것이다. 바쁜 인간이란 마음에 그리움이 생길 수 없게 하는 인간이다. 머리는 터질 듯하고 어깻죽지가 저려오며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린다. 하루를 엎드려 있기도 하고 때로 일 주일을 엎드려 있기도 한다. 가슴속에 펑 소리가 날때까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너무 멀리 나온 길을 이제 혼자 돌아가야 한다는 고독이 움틀 때까지. 내가 이런 인간이었구나, 내 속을 상하게 한 대상을 나 역시 가슴속에서 펑 소리가 날 때까지 상하게 하는 그런 인간이었구나, 를 깨 닫는 건 덧없고 서글프다.
더구나 매번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끔찍하기조차 하다.
이미 알고 있으니 한 번은 건너뛸 법도 하고 가벼워질 법도 한데 여전히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 앞으로도 수정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 내 마음을 발설하지 않기 위해서 외부와 연결된 전화선을 빼놓는 것, 그 소극적 차단을 여태껏 치료법으로 쓰고 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