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외래를 찾아온 30대 여성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사춘기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 같다는 그녀는 항상 새가 쪼아대는 듯한 두통과 심한 메슥거림, 소화장애가 있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고 위장관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한번 두통이 오면 만사가 귀찮고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심하게 흔들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도 양호실에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가 많았고, 요즘도 어렵게 취직한 직장에서 업무차질로 상사의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아 늘 불안해 직장생활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듯했다.
여러 종류 진통제를 늘 갖고 다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복용량만 늘자 어느날 문득 "무슨 큰 병이 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병원을 찾았다. 편두통 진단을 받고 이를 예방하는 약제와 아주 급한 경우에 사용하는 약제를 처방받은 그녀는 그 후 두통에 대한 걱정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편두통은 전체 인구의 20~30%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형태의 두통으로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생기며, 토할 것 같은 증상이 많아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전형적 편두통은 두통이 일어나기 수십분 전 눈앞에 까만 점이 생겨 점점 커지고 밝은 빛이 반짝거리며 시야를 가리거나 얼굴, 몸의 한쪽 감각이 어둔하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전조증상이 있다. 하지만 전조증상 없이 두통만 일어나는 일반적 편두통이 더 많다.
두통은 맥박이 뛰는 듯한 느낌의 통증으로 주로 한쪽 머리에 치우쳐 나타나 환자들은 "욱씬욱씬하다" "쿡쿡 쑤신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대개 오심(메슥거림)을 동반하며 소리나 빛, 냄새 등에 민감해져 어둡고 조용한 곳을 찾고 싶어한다. 두통이 심하면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에 장애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아 대부분 몇 시간이나 하루 이틀 이내에 좋아지고 이후 두통없이 몇 달이 지나가는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편두통환자 중에는 '뇌종양 때문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으로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값비싼 검사를 하거나, 단순 두통으로 여겨 두통약만 상습 복용해 편두통을 오히려 악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두통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문적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얻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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