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동, 넷이즈도 한국 패션기업에 적극 애정공세
중국 온라인 기업들이 한국 패션기업들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서 열린 ‘알리바바 코리안 스타일 패션위크’ 런웨이 모습 |
알리바바, 징동, 넷이즈 등 중국의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한국 패션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으며, 특히 패션은 ‘Made in Korea’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한류 스타들이 K-패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데다가 지리적으로 가까워 배송·반품 등 물리적인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기 때문.
이민기 알리바바그룹 티몰글로벌 한국마켓팀장은 “한류 열풍이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패션 카테고리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상 K-패션뿐”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스타 장동건이 무대에 올라 행사 참석자들과 중국 현지 매체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
◇ 알리바바, 글로벌 행사 첫 개최지로 한국 선정
알리바바는 한국의 패션기업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B2C 플랫폼 티몰에 한국관을 오픈하는가 하면 삼성물산, 이랜드 등의 기업들과 손잡고 한국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는 등 패션 한류를 제대로 등에 업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알리바바 패션쇼는 ‘알리바바 코리안 스타일 패션위크’라는 명칭으로 지난 9월 16일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렸다. 특히 이번 행사는 알리바바가 20여 개 국가의 기업과 허브 구축을 위해 마련한 가운데, 그 첫 번째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장젠펑 알리바바 부회장,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을 비롯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 |
패션쇼를 앞두고 장젠펑 알리바바 부회장이 무대에 올라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글로벌 허브 구축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듯 중국에서도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품질이나 브랜드 체험에 대한 요구, 구매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 브랜드 중 티몰에 최초로 입점한 이랜드의 ‘티니위니’를 들며 지난해 티몰에서만 1억4000만 위안(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도 덧붙였다.
장젠펑 부회장은 “삼성물산, 이랜드 등과 같은 한국의 우수한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 진출하지 못한 브랜드들도 많다. 이것이 바로 행사를 마련한 이유”라면서 “여러 한국 브랜드들과 모인 자리에서 알리바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10억 명의 중국 소비자들과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더욱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이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과도 계속해서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코리안 스타일 패션위크’ 런웨이 |
이어 본격적인 패션쇼가 시작됐다. 런웨이에는 삼성물산의 ‘엠비오’ ‘구호’ ‘빈폴’ ‘에잇세컨즈’, 이랜드의 ‘로엠’, 세정의 ‘니’ ‘시리얼’, 미도컴퍼니의 ‘반에이크’, 티엔제이의 ‘트위’ 등이 올랐다. 또한 뷰티 브랜드 중 유일하게 행사에 참가한 ‘한스킨’은 배우 장동건을 초청해 분위기를 띄웠다. 한류스타의 등장에 CCTV를 비롯한 중국 대표 언론매체 20여 곳이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패션쇼 영상은 향후 티몰 개별 브랜드 페이지 등에 노출돼 활용될 예정이다.
행사에 참가한 이기현 티엔제이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알리바바와 손 잡고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게 돼 뜻 깊다”며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다져 ‘글로벌 패션 셀렉트 스토어’로 거듭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 “한국 브랜드 모십니다” 브랜드 유치에도 적극적알리바바는 행사 이튿날에 티몰글로벌 입점 설명회를 열어 한국의 중소 패션기업 관계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이민기 알리바바그룹 티몰글로벌 한국마켓팀장이 나서 알리바바의 비즈니스와 티몰 진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티몰글로벌은 100% 해외 브랜드만 취급하며 해외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간 티몰에 입점하려면 중국 법인과 중국 상표권이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했는데,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홍콩에 법인을 설립해 만든 것.
또한 티몰글로벌은 중국 소비자들의 해외 브랜드에 대한 니즈와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생겨난 플랫폼이기도 하다. 한 사례로 과거 한국 업체인 쿠쿠밥솥을 처음 팔면서 중국어로 된 설명서를 별도 제작해 배송했더니 반품율이 50%에 달했다.
이민기 팀장은 “그동안 K-패션을 카피해 싼 가격에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티몰글로벌을 통해 ‘한국 브랜드’라는 표시를 보여줄 수 있게 되면서 한국 패션기업들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티몰은 한국에서 자사몰에 상품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티몰에도 연동되는 자동등록시스템을 테스트 중에 있다. 티몰이 입력한 기본 값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번역해주고, 주문을 받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아마존, 메이시스 백화점 등이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같은 날 징동은 한국관 파트너사인 제일펑타이와 함께 입점설명회를 열었다. |
그런가하면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인 징동도 발빠르게 한국 패션기업들과 만나기에 나섰다. 최근 개설한 한국관의 파트너로 제일펑타이를 선정, 알리바바의 패션쇼가 열리던 9월 16일에 설명회를 가진 것.
2000년도에 창립된 제일펑타이는 삼성전자 및 한국, 중국 유수 고객사의 성공적인 중국 사업을 이끌어온 디지털·전자상거래 전문 회사로, 북경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직원 수는 1200명에 달하며, 매년 200억원 이상 징동과 거래해오고 있다.
징동이 운영하는 제이디닷컴은 알리바바와 마찬가지로 B2C 플랫폼이다. 징동의 차별화 전략은 신뢰경영에 있다. 위조품 전수조사를 하고, 이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퇴점 조치를 하는 등 위조품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모바일에 주목, 각각 6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과 큐큐를 운영하는 텐센트와 협력해 모바일족들을 겨냥하고 있다.
펑이 징동 부사장은 “웨이신과 큐큐가 각각 보유한 6억 명의 유저들이 우리의 잠재 고객인 셈”이라면서 “징동은 모바일뿐만 아니라 O2O, 빅데이터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는 오전 11시 전에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오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제품을 배송하는 ‘211프로그램’ 등 소비자 체험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을 실시해 사용자 만족도 측면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이메일 및 뉴스포털 부문 1위인 넷이즈도 올해 초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몰 시우핀을 열어 한국 패션기업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넷이즈는 지난 8월 한국패션협회 주최로 중국에서 열린 한중패션비즈니스 교류회를 통해 더휴컴퍼니, 동광인터내셔날, 로만손 등의 패션기업을 본사로 초청했다. 이날 완췐화 넷이즈그룹 CEO와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한국 패션사업과의 협력 및 공동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넷이즈는 조만간 35여 개 한국 패션기업들을 입점시켜 전문성을 더할 예정이다. 현재 35여 개 기업들을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 중에 있다.
알리바바 패션쇼에 참가한 기업들이 패션쇼를 앞두고 부스를 마련해 F/W 상품을 진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