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새 수원지역에 들어선 밀리오레, 베네슈트 등 테마상가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차별화되지 않은 테마와 소비자들의 외면속에 스스로 문을 닫는 길을 가야 했던 이들상가에 이어 활성화를 다짐하며 출발했던 ‘더 세이’, ‘해피니스’ 등 2기 주자들 마저 실적이 신통치 않다. 이런가운데 올해 완공되는 팅스와 문닫았던 밀리오레 수원점 자리에 새로운 테마상가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되면서 삭막하기 그지없는 수원지역의 테마상가가 활성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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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고별상품전 행사가 끝난 팔달구 구천동 소재 백화점 ‘더 세이’ 내부는 입점 업체들이 철수 하면서 텅텅 비어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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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면치 못하는 테마상가
지난해 9월 팔달구 구천동 옛 수원디자이너클럽 자리에 대형 쇼핑몰 ‘더 세이(지하 5층~지상 13층)’가 들어섰다. 1층~9층 의류 및 악세사리 코너에서 부터 대규모 극장인 CGV를 유치하며 관심을 모았다.
대전에서 백화점 ‘더 세이’를 운영하는 세이디에스가 우림건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개점 4개월 여만에 매출부진과 공실률 증가 등으로 폐점설에 시달리고 있다. 개점이후 유명 브랜드 유치에 실패한데다 매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문을 닫고 떠나는 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매장 리뉴얼을 위해 영화관을 제외한 모든층에서 지난달 27일까지 ‘고별상품전’을 열었다. 상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폐점을 위한 조치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마디로 땡처리라는 것.
더 세이는 개점 당시만해도 공실률이 층별 50%대를 유지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브랜들이 철수한 상태다.
더 세이 관계자는 “매장 리뉴얼을 준비중이며 오는 3월에 재오픈 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또 지난해 10월 팔달구 중동 옛 베레슈트 자리에 개장한 ‘해피니스’도 매출실적이 신통치 않긴 마찬가지다. 최근 영화관과 웨딩홀을 유치하며 그랜드 오픈 행사를 가지며 본격 점포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입주하겠다는 업자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아예 문을 닫고 매각을 추진중인 밀리오레 수원점은 아직 이렇다할 재개장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 테마상가 왜 인기 급락했나
1990년대 동대문 두타, 밀리오레의 의류를 중심으로한 쇼핑몰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수원지역에도 2000년대 이후 의류중심의 테마상가들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문을 닫았다. 때문에 수원지역은 테마상가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역적 특성보다는 테마상가를 표방하면서도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색을 찾아 볼 수 없고 동종의 유사업종으로 채워지는 의류판매점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보다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 아울렛 등과도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특히 대부분 소규모 점포들 위주로 구성, 품질의 질보다는 업체를 늘려 임대수임을 챙기려다보니 공급과잉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치밀한 상권 분석이나 관리·운영 등에 대한 계획이 미흡해 상인들과 종종 마찰을 일으키며 상권 활성화에 실패한 것이다.
여기에 애경·갤러리아 등 대형백화점 및 대형할인점들이 수원지역내 14곳에 이르는 것도 상권이 쇠락한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서울 강남이나 명동을 비롯 동대문 남대문 등과 직행좌석, 전철 등을 이용하면 손쉽게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지역 상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몇몇 상가를 제외한 테마상가는 총체적 위기라 표현될 만큼 기존의 동일한 컨셉으로 더 이상의 존립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구태의연한 발상을 지향하고 현실적 문제점을 진단해야한다. 특히 소비층이 원하는 쾌적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벤트성 컨셉이나 백화점식 운영, 영화관 중심의 상가 구성 등에서 벗어나 여가, 레저, 문화공간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투자처로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최고의 투자처로 꼽히던 테마쇼핑몰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투자상담이나 개설하려는 투자가도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가분양 및 투자컨설팅을 제공하는 상가114가 지난 하반기 1천246명의 상가투자자 투자의뢰 성향을 분석한 결과, 상가선호도는 근린상가 26%, 단지내상가 21.3%, 주상복합상가 18%순이다. 테마 쇼핑몰에 대한 투자의뢰는 찾아보기 힘들정도다.
안정적인 수익과 소비층이 보장되지 않은데다 최근들어 언론 등의 주먹구구식 관리·운영 주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관심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 8월 문여는 ‘팅스’ 등 성공할지 초미의 관심사
이런가운데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수원역 앞 청소년문화공간 ‘팅스’. 팔달로 매산로1가 23번지에 대지면적 8624㎡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로 대형 공연장 및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지하 1층에는 힙합클럽과 B-boy 공연장이 들어서고, 3~4층에는 600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 5층 연기학원 등 패션잡화, 7~9층은 롯데 시네마가 입점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70~80%로 이달중 안전휀스도 거둬낼 계획이다.
시행사인 보영건설(주) 황규석 부장은 “기존 테마상가들이 천편일률적인 상가구성으로 실패했지만 팅스는 수원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차별화했다”며 “수원지역 대학생과 청소년을 주타켓 층으로 공약하면 테마쇼핑공간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주변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정비계획이나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분양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팅스는 전체 500여세대를 지난 2006년 9월부터 분양에 나섰다. 분양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물량을 제외하면 분양 마무리단계”라면서도 분양률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과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싼 분양가와 주변 성매매집결지 정리가 되지 않아 분양률이 50%대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관계자들은 “상가분양이 저조한 상태로 문을 열 경우 공실율 부담으로 인해 상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변 성매매집결지 정리와 분양율 높이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매각을 추진한 밀리오레 수원점(성창 F&D)의 경우 ‘브라이트 유니언’에 위탁 운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부 상인들이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등으로 재개장 일이 늦쳐지고 있다. 이달 말까지 모든 내부공사를 마무리 짓고 재오픈 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재개장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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