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라고 다 약이 될까
之 山 尹 範 植
1930년대 말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47세라고 했다.
어린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같은 반 애들의 연령 차이가 위 아래로
두세 살 벌어진 것은 예사였다.
그 무렵에는, 홍역이나 속칭 마마라고 하는 예방주사 약이 없어 그런 병을 앓다가
죽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홍역을 이겨낸 다음에서야 내 자식이라고 여겨
그때 가서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시절이었기에, 어른들의 평균수명도 짧았다. 실제로 한동네에서도 환갑을 넘겨
사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환갑까지 살면 오래 살았다. 하고 환갑잔치를 차렸다
그 자녀들은 “효도 했네” 하고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쩌다 환갑잔치를
한다고 하면 촌놈 소리를 듣는다. 그도 당연한 것이 지금이야 70을 훨씬 넘겨
평균 수명이 남자는 73,5세, 여자는 78세라고하니 격세지감이 든다고나할까.
아마도 사람이 장수를 하게 된 데에는 의술이 현저하게 발달되어 전염병 예방은 물론
난치병들도 고처내고 있고 또 거기에다 경제생활이 풍요해져 영향섭취도 좋아지니
자연 건강상태도 따라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러다보니 노인 인구는 자연 증가하게 되고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더 커져 건강하게 살려는 관심도 높아졌다.
이 추세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다보면 2020년쯤이 되면 노동인구 한사람이 네 명의
노인인구를 먹여 살려야 할 판이라 한다. 그러니 모두의 관심사를 넘어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지 아니 한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던 구호를 외치던 때가 불과 2,30년 전
이었는데 지금은 둘 이상만 낳으면 양육비를 지급하는 다산정책까지
펼치고 있지 아니 한가. 때맞추어 신문 방송들에서는 건강보조 식품들의 광고 선전은 물론
생로병사다, D.N.A 유전자다, 건강하게 사는 비결 등 의학상식프로가 방송사마다
경쟁적이다. 이따금 한의사들도 나와 설명을 거든다.
그런데 이 한의사들의 말이 나올 때 마다 사람은 바뀌어도 그들 말 가운데에서
공통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결같이 동의보감을 인용하는가하면 빠짐없이 꼭
“경락 과 어혈”이란 단어는 약의 감초처럼 나온다. 치료약을 열거 할 때는 맥문동, 구기자,
산수유, 황기, 산조인 등등 본초 강론에 나오는 약제가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들린다.
“동의보감”이란 일찍이 1610년 조선조 광해군 2년에 허준 이란 위대한 한의학의 선구자가
오랜 기간의 임상 경험에서 얻은 것을 기록한, 한의학의 백과사전이다.
경전이나 다름없다.
마치 기독교에서 바이블처럼 만들어놓은 저술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 의학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고리타분하게 몇 백 년 전의
케케묵은 내용들을 우려먹고 또 우려먹는 식의 구태의연한 맹신적 학문이
어떻게 존속되고 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있다.
한국에 몇 안 되는 한의대에서 똑같은 교재하나로
시종일관 똑같은 소리를, 교수들이 읊어대고 있으니 그 학교 졸업생들이 T. V에 나와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
이젠 국가에서도 그렇고 한의학계에서도 생각을 고쳐, 좀 멀리 발전적으로 내어다 보고
,
한의학 연구기관이라도 만들어 새로운 연구를 시도해 볼 때가 되었지 않았나 싶다.
언제까지 경락과 어혈 하면서 동의보감만 우려먹겠는가. 한 가지 약 성분을 얻기 위해
다른 수백 가지 유해하고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뿌리나 열매를 언제까지 몽땅
다 끓여 먹여야만 하는가.
몇 년 전 밥을 잘 안 먹는다는 외손자에게,
입맛 돌게 한다는 약을 모 한의원에서 지어다 먹였다.
이를 먹은 세살짜리 외손자 놈이 삼일 만에 병이 났다.
종합병원에가 검진을 했다. 즉석에서 당장 입원을 시키라면서 한약을 먹인 독성 때문에
간의G.O.T, G.P.T 숫치가 정상치보다 수천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곧 황달이 올 것이고,
일주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 이란다.
청천벽력 같은 소아과 전문의의 소견에 격앙을 금할 길이 없었다.
말기 간암환자에게 쓰는 약의 아주 적은 소량을 시험적으로 써본단다.
그 방법 이외에는 별로 달리 소아에게 쓸만한 약이란 없다고 했다.
의사의 처분만을 바랄뿐 달리 취할 방법이란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가느다란 어린놈의 팔에 링거주사를 꼽고 간 속의 한약 먹은 데서 생긴 독을 희석시켜
소변으로 빼냈다. 천만 다행이도 차츰 간의 숫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하루하루 지켜보고 있는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차도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근 일 개월여 만에 목숨을 건저 요행이 퇴원을 하였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내내
커가면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약을 지어다 먹인 외할미인 내 처는 늘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마음을 조이였는지 모른다. 아스피린을 조금 얻기 위해
버드나무 한 토막을 다 삶아먹어야 하는 이치가 아닌가? 한약이란 그러 한 원리다.
이 것이 상식상 현대 의학적으로 말이 통할까? 이해가 안 간다.
더욱이나 요즘 한의사들이 돈을 잘 벌어 수입이 짭짤하다고 소문이 났다.
보약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돼 세금 노출이 안 되기 때문 이란다.
그래, 고삼들의 대입 수능시험 최 상위등급 학생들이 거의 한의대를 지망 한다고 들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 해 볼 때 과연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할까?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다시 한번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우수인력을 어느 분야에 배분 하여야 하는 지를 말이다.
천재들을 국가 발전 경쟁력에 활용될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