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에 발표된 피터 가브리엘의 앨범 [So]에 참여한 그녀는 싱글 ‘Don‘t Give Up'에서 천상의 아름다움과도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멋진 발라드는 차트 9위를 기록했고, 특히 음악적 편견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그녀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같은 해에 발표된 베스트 컴필레이션 앨범 [The Whole Story]는 영국 차트 1위에 올랐고 이후 가장 잘 팔리는 케이트 부시의 앨범이 된다. 이 앨범에는 새롭게 녹음된 ’Wuthering Heights'가 수록되었는데 오리지널 곡의 전율과 감동을 재현하지 못하여 많은 아쉬움을 주었다. 그리고 1987년 2월, 제 6회 브릿 어워드(Brit Awards)에서 케이트 부시는 최우수 여성 아티스트의 영예를 수상한다. 그녀의 새로운 앨범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음악적 특징을 내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민속 음악이었다. 앨범의 여러 곡들에서 들을 수 있는 바이올린, 부주키, 켈틱 하프 등을 위시한 각종 민속악기들의 사운드는 전에 없던 요소들이며, 그 악기들의 연주를 위해 수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그 독특한 색채를 이루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인물들은 데이빗 길모어와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Nigel Kennedy), 전작에도 참여했던 존 윌리엄스, 켈틱 하프를 연주해준 프랑스 포크 계의 대부 알란 스티벨, 그리고 마이클 카멘과 <피아노>로 유명한 영화음악가 마이클 니만(Michael Nyman) 등이다. 특히 여러 곡들에서 그녀의 보컬을 뒷받침해주는 트리오 불가르카(Trio Bulgarka)의 토속적이고 신비로운 음색은 가장 인상적으로 들려온다. 그러나 ‘민속음악’적 요소들이 짙게 녹아든 이 작품에서 전형적인 아이리시 포크나 브리티시 포크 스타일의 분위기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당시 피터 가브리엘을 비롯한 여러 실험적인 뮤지션들에 의해 시도된 팝, 록과 월드 뮤직의 결합이라는 개념이지 장르상의 포크와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케이트 자신이 프로듀스를 했으며 이례적으로 아일랜드의 더블린,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와 자신의 홈 스튜디오 등 여러 장소에서 녹음이 되었다. 앨범의 전면에 나서며 전체적인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독특한 민속 타악기 리듬과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전에 없이 힘찬 에너지를 드러내는 그녀의 보컬이다. 멜로디의 진행보다는 각각의 악기들과 목소리가 이루는 사운드에 중점을 두어 시종일관 긴장을 유발시킨다. 어떤 면에서는 흡사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쉽게 귀에 들어오는 곡 진행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앨범은 ‘The Sensual World', 'This Woman's Work', 'Love And Anger' 등 이어지는 싱글의 히트로 영국 차트 2위와 미국 차트 48위에 오르는 등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oimusic 2001년 07월 김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