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앞에 즐비한 노점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한 고민에 휩싸인다. 과연 어디가 가장 맛있을까?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튀는 곳은 반드시 존재한다.
노점상도 이제 맛집 시대다. 으리으리한 간판은 없어도 특유의 맛과 개성으로 젊은 미각을 유혹하는 대학가 명물 노점상이 있다.' 이들을 모르면 간첩 '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뜨거운 인기에 불황도 잊은 지 오래다. 입소문을 따라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대학가 명물 노점상들의 인기 비결과 맛을 찾아 떠나 보자.
◀ 이화여대 앞' 내 영혼의 닭꼬치 ' ▶
2002년 베스트셀러였던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에서 따온 브랜드 명'내 영혼의 닭꼬치'는 2004년 상표 등록을 마쳤다. 간판은 이화여대 축제 대동제 때 학생들이 써준 것. '침묵의 닭꼬치'라는 별명이 붙여질 정도로 과묵하지만 아저씨의 손짓과 말 하나에도 정을 느낄 수 있다.
<닭꼬치 아저씨를 모르면 이대생이 아니다?>
군것질 좋아하는 여대생 덕에 이화여대 앞에는 노점상이 유독 많다. 하지만 정문 바로 앞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은 딱 하나다. 바로'내 영혼의 닭꼬치'다. 2002년 이대가 정문 공사를 하면서 노점 철거 통지를 내렸지만, 학생들이 대자보를 만들고 반대운동을 벌여 정문 옆으로 자리를 조금 옮기는 것으로 끝났다. 단순히 먹을 것을 사는 곳이 아닌,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곳이라는 이유였다.
이 근방을 지나면서 닭꼬치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저 멀리까지 코끝을 찌르는 매혹적인 향기가 나니 그냥 지나가려다가도 다시 돌아서서 먹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대생 사이에서는 닭꼬치가 다이어트에 방해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명 닭꼬치 아저씨라 불리는 노윤호 (51)씨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노씨는 노점 앞을 지나가다 갈등하는 여대생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떡을 무한대로 건네는' 퍼주기식 영업전략 ' 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여대생들에게 제대로 먹히고 있는 중이다.
단골이라고 밝힌 대학생 김수은씨 (22)는 “매일 학교에 통학할 때마다 100m전부터 호흡을 가다듬고 전력질주 해야 해요. 천천히 걸으며 달콤한 닭꼬치 냄새를 맡게 되면 어김없이 먹게 된다니까요.”라고 털어놨다.
가래떡의 여분이 놓여 있는 모습. 아저씨는 곧잘 떡을 앞으로 밀어주신다.
앞서 말했듯, 떡볶이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쫄깃쫄깃한 가래떡이 무한정 리필 되는 것이 이 곳의 매력이다. 말없이 건네주는 떡에 반했다는 단골이 한 두 명이 아닌 듯 했다.
아무리 리필이라고 하지만 주인의 마음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떡 갯수를 물어봤다. “음…솔직히 5개가 넘어가면 긴장이 되죠. 그런데 넉살 좋은 여학생의 경우 20개까지 먹는 경우도 있어요. 하하. ”
5개부터 슬슬 긴장이 된다는 아저씨, 자신은 모르겠지만 단골들의 말에 의하면 얼굴에 긴장한 빛이 나타난다고 하니 아저씨의 총애를 받고 싶다면 5개 이상은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닭꼬치 인기의 비결>
톡 쏘는 소스는 이곳 닭꼬치를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 고추장, 간장은 물론 스파게티 소스, 로즈마리, 월계수까지 들어간 이 소스는 아저씨가 몇 달간 요리책을 뒤져가며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20가지가 넘는 재료가 들어갔다고 하니, 닭꼬치의 맛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이곳의 닭꼬치는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고기가 연하고 떡이 쫄깃쫄깃하다. 아저씨는 그 이유를 3단계 조리법에서 찾았다.
오른쪽 통에 담긴 육수에 닭꼬치를 넣고 익힌다.
1단계에서는 육수로 닭의 기름을 뺀다. 닭의 기름으로 인해 떡까지 말랑말랑해진다고. 그런 다음 한번 더 육수에서 기름기를 쫙 뺀 뒤 약간의 양념을 배게 한 다음 고기를 완전히 익힌다. 이것이 2단계다. 이렇게 고기에 간이 배면 육질이 한결 더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스에 꼬치를 넣고 끓이면 끝.
소스에 꼬치를 넣고 끓이는 모습
인기를 누리게 된 이유는 비단 맛 뿐만이 아니다. 친절한 서비스도 한몫 했다. 닭꼬치를 먹다 보면 뾰족하고 길다란 막대기를 주체 못하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일일이 입으로 닭고기를 물어서 막대기 위로 올리거나 옆으로 먹는 등 힘들게 먹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막대기가 방해가 될 만하면 어김없이 아저씨의 가위가 나타난다.
사람이 몇 겹으로 에워싸고 있어도 아저씨가 쏜살같이 막대를 잘라주니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여대생에게 인기가 좋다.
"단순히 닭꼬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추억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 닭꼬치 아저씨의 손 끝에서 빚어지는 닭꼬치에 마음까지 훈훈해지니 이것이야말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에게 둘도 없는' 내 영혼의 닭꼬치 ' 아니겠는가?
메뉴 - 가래떡이 달린 닭꼬치 가격 - 1,000원 위치 - 이화여대 정문 앞 영업시간 - 오후 3시30분~오후 10시30분, 일요일 휴무 |
◀ 건국대 앞' 먹고바 ' ▶
많은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 알려진 서울 건대역 2번 출구. 이곳부터 어린이 대공원 쪽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노점상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떡볶이, 군밤, 타코야키 등 종류도 가지가지인 건대 앞에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노점상은 자바커피 맞은편에 위치한 먹고바다. 먹고바는 싸고 다양한 12가지 종류의 즉석 핫바와 해물 오뎅을 팔고 있다.
주인 아주머니와 앳된 얼굴의 조카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손놀림이 눈에 띈다. 만들기 무섭게 핫바가 팔려나가는 덕에 숨돌릴 틈 없이 끊임없이 재료를 반죽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재료를 섞어 핫바를 만들고 있다.
손으로 빚어 내건만 마치 기계로 찍어낸 것 마냥 동그란 핫바가 쏟아지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기자, 핫바 만드는 기술에 대해 물어봤다. 먹고바 주인 아주머니의 조카 권영철 (30)씨는 "처음에는 사장님한테 엄청 혼났어요. 그런데 매일 연습하니까 되더군요. ” 라며 수줍게 말했다.
먹고바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핫바가 아니라 과일이었다. 그 후 국화빵, 붕어빵 등 웬만한 길거리 음식은 다 팔아봤다고. 그러다 지금의 핫바가 탄생한 건 2003년 9월 경, 예전부터 꾸준히 사랑 받던 핫바에 햄, 치즈 등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재료를 첨가해' 먹고바 ' 라는 이름을 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권영철씨는 노점도 소비자 입맛에 따라 부지런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흐르면 사람들 입맛도 변하는데 이를 따라 잡아야 살아 남는다는 말이다.
먹고바에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모두 1,000원인 핫바, 총 12가지 종류가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핫바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동통한 모습이 인상적인 핫바의 종류는 오징어 야채, 고추 야채, 피자치즈 야채 등 무려 12가지. 깻잎, 고추, 맛살 등 다양한 재료가 풍부히 들어간데다, 기름에 튀겼지만 느끼하기 않고 담백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조금 색다르게 먹고 싶다면, 치킨 양념을 듬뿍 묻힌 핫바를 골라보자. 보기에도 걸쭉한 이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삼색 야채, 오징어 야채, 고추 야채, 슬라이스햄
먹고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슬라이스 햄이다. 햄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매운 맛이 인기를 끌면서 매콤한 맛이 특징인 고추 야채, 깻잎 야채의 인기도 급상승 중이라고.
핫바와 더불어 쌀쌀한 날씨와 딱 어울리는 오뎅은 겨울철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기에 그만이다. 얼큰한 해물 오뎅은 게, 새우, 다시마 등 5가지 해물로 국물을 냈다.
(위)해물오뎅, (아래)순한 오뎅으로 게와 새우가 들어 있다.
메뉴 - 12가지 핫바, 오뎅 가격 - 핫바 1,000원, 오뎅 500원 위치 - 건대역 2번 출구 자바커피 맞은 편 영업시간 - 오전 10시~밤 12시, 연중무휴 |
◀ 서강대 앞' 서태웅 호떡 ' ▶
지난 해 서강대생 2명이 직접 호떡 노점을 학교 앞에 차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부산의 별난 씨 호떡의 비법을 전수 받은 것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창업자인 김태훈 (22), 이주웅씨(21)가 군입대를 코 앞에 뒀을 무렵, 서강대생의 관심은 누가 2기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에 쏠렸다. 여전히 서강대 명물로 통하는 서태웅 호떡집에 들러 봤다.
서태웅 호떡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호떡을 먹기 위해 길게는 10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정문을 나서는 학생들의 많은 수가 서태웅 호떡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기의 주인공이 된 박규인(22), 김현수씨(21)다. 장사를 시작한 지는 이제 3주.
한 달 간 인수인계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학기 중이라 공강 시간에 틈틈이 배우고 밤을 새워가며 기술을 익혔다고.
박규인씨는 “아직 동그랗고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고, 맛도 떨어져요”라며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찾는 고객은 여전히 많으며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 호떡은 동그랗고 두툼한 반죽 가운데를 찢고 해바라기씨, 호박씨, 아몬드, 땅콩, 건포도 5가지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다. 기존의 호떡보다 오히려 고로케에 더 가깝게 생겼다. 하지만 꿀이 빠져 나와 흘릴 염려도 없고 견과류 특유의 고소한 맛이 강해 잘 질리지 않는다고. 추운 날씨에 하루 종일 밖에 서있어야 하는 노점은 분명 힘든 일이다. 낮 12시에 시작한 장사는 오후 8~10시나 돼야 끝나지만 그들에겐 쉴 틈이 없다. 다음날 팔 호떡의 반죽을 미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시간 이상 걸리는 반죽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가장 행복한 때가 금요일이에요. 저희는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거든요. 금요일에는 장사 가 끝난 뒤 반죽을 안 해도 되니까 그게 제일 좋아요. ” 김현수씨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주위 노점상들의 반대로부터 보호해주는 수위 아저씨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정성스럽게 만든 호떡 10개를 갖다 드린다고 했다.
박규인, 김현수씨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조만간 서태웅 호떡 3기를 뽑아야 한다. 열정과 패기를 가진 서강대생이라면 올해 3월 3기에 도전해보도록.
서태웅 호떡에서 계산은 셀프다.
메뉴 - 호떡 가격 - 500원 위치 - 서강대학교 정문 왼쪽 영업시간 - 낮 12시~오후 8시 또는 10시, 토,일 휴무 |
◀ 홍대 앞' 와플 ' ▶
클럽이 운집한 젊은 문화의 메카 홍대 앞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와플이다. 홍대 거리를 거닐다 보면 와플을 먹고 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러 개의 와플 집 중 홍익대학교 학생들에게 유독 사랑 받는 곳이 있다. 홍대 정문 길 건너편에 위치한 작은 콘테이너 부스에 위치한 와플집이다. 공간은 매우 좁지만 인기가 좋아 클럽에 사람이 모이는 금, 토요일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바닐라 맛과 딸기 맛 두 종류로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소스가 빵과 함께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특히 아이스 와플은 따뜻한 빵과 차가운 소스의 새콤함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이스 와플은 딸기, 코코아, 바닐라, 사과, 포도 맛 5종류가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뉴 - 와플, 아이스 와플, 계란빵 가격 - 와플 600원, 계란빵 500원 위치 - 홍익대 정문 횡단보도 건너편 콘테이너 부스 영업시간 - 오후 2시~밤 11시 |
◀ 홍대 앞' 조폭 떡볶이 ' ▶
홍대 앞에서 그 이름만큼 튀는 곳이 있다. 조폭 떡볶이다. 가게명이 없는 이 곳에 손님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인상 험악한 주인 아저씨가 왕년에 조폭이었다는 소문이 손님들 사이에서 돌면서 자연스럽게 조폭 떡볶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주말이면 노점상의 빨간 불빛 너머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이곳 떡볶이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 때문에 중독성이 강하다. 밀가루 떡은 무척이나 쫀득하고 오뎅은 감칠맛이 난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꼭 들른다는 이민주 (22)씨는 "주말 밤 클럽에서 나온 후 허기질 때 먹는 맛이 최고 ” 라고 말했다. 바삭바삭한 튀김과 즉석에서 말아주는 우동,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김밥까지, 떡볶이 외에도 자랑할 만한 메뉴가 많다.
메뉴 - 떡볶이, 순대, 튀김, 우동, 김밥 가격 - 1인분 2,000원 위치 - 홍대 주차장 골목 바이더웨이 건너편 영업시간 -오후 5시~오전 4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