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굿을 일컫는 말들
1. 농악
농악이 글로 처음 나타난것은 1936년 총독부에서 펴낸 '부락제'라는 책에서 였으며, 이로 미루어 볼때 농악이란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농민의 음악'이라 하여 농사꾼이 하는 음악으로 여겨질 수 있다. 원래 풍물굿이농경사회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농민들 스스로 농악이라고 불렀던 적은 없었고 일제의 몬족 말살정택의 하나 로서 일본의 탈놀이 농악의 발음인 '노가꾸'를 본떠서 농악이란 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제국주의 는 우리의 민속신앙을 말살하고 농업 장려의 목적에 한해서만 풍물굿을 허용했다. '농악'이란이름으로 신청을 해야만 굿판을 열 수 있었기 때문에 굿하는 단체들이 농악이란 이름으로 공연신청을 한 데서일반화 되다가 8.15 해방이후 많은 학자들이 국악이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농악이라 부르게 되었다. 풍물굿을 농민만으로 대상화 시킨 농악이란 말은 풍물을 일컫는 이름으로는 걸맞지 않고 말 자체에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농악이라고 부르면 농민의 음악, 즉 장단이나 소리만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풍물굿이 가지는 종합적이고대동굿(놀이)적인 성격을 나타내지 못해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만으로 한정시켜 버리게 된다. 물론 음악적인 요소의 부중이 큰것은 사실이지만, 풍물굿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뜻은 놀이, 춤, 재담, 노래, 연극등이 나뉘어지지 않고 같은 마당에서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2. 사물놀이
풍물굿에 있어서 사물이란 쇠, 징, 장구, 북을 가리키는 것으로 불교에서의 사물(범종, 운판, 법고, 목어)에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남사당패의 놀이 가운데 풍물이 가장 간단한 짜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사물놀이'라는 말이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예술가운데 꽹과리, 징, 장구, 북을가지고 뭔가 예술적인 행위를 하는 어떠한 갈래를 일컫은 보통명사로 쓰고 있으나, 사실 사물놀이는 1978년에 생긴한국전통타악연주 단체(김덕수패 사물놀이)에서 자신들 스스로 붙인 단체의 이름이었다. 처음에는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였던 셈이다. 사물놀이는 풍물굿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고도로 무대화된 타악기의 연주형태로 풍물굿의 가락을 음악적으로 발전시킨 한 형태로 봐야한다. 풍물을 창조적으로 이어받은 사물놀이는 일반 사람들에게 풍물의 가락을 쉽게 만날수 있도록 해주었고, 각 지역에흩어져 있는 뛰어난 재주를 살리고 발전시킨다는 좋은 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문제점을갖고 있다. 즉, 옛날 마을굿이 지니고 있던 대동놀이적인 면을 살리고, 구경꾼과 놀이꾼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판을되살리는 일이다.
3.풍장
농사일에 많이 쓰이는 말로 김매기 할 때 이루어지는 풍물놀이를 가리킨다. 특히 만두레(벼농사는 김매기를 보통 세번 하는데 그 가운데 마직막에 하는 것을 말함)가 끝나는 날 농사가 제일 잘 된집 머슴을 소 등에 태워위로하며 노는것을 농장원, 질꼬냉이라고 한다.
4. 두레
원래는 우리나라 고유의 마을 단위 일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며 특히 김매기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풍물이 공동체적 놀이로서 일두레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데 풍물을 두레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5. 굿
모든 지방에 걸쳐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로 '굿친다'라는 표현을 쓴다. 굿의 의미는 원래 '모인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모여서 공동체 안의 모든일을 의논하고 풀어가며 공동체적 바람을 집단적으로 빌며 집단적 신명으로 끌어 올려 새로운 삶의 결의를 가지는 일련의 과장얼 담아내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무속에서의 신앙정 뜻만을 가리키는 흐름도 있다.
6. 매구, 매굿, 매귀
땅 밑에 있는 나쁜 귀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묻고 밟는다는 뜻으로 보통 섣달 그믐날밤에 하는 풍물놀이를 매구로한다. 주로 경상도 징방에서 풍물을 일컫거나 꽹가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7. 풍물, 풍물굿
주로 경기, 충청도 지방에서 쓰이는 말로 모내기할때 간단한 편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기도 하며 신에게소원을 푼다는 뜻이나, 농사의 풍년을 바란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80년대에 들어와서 대학가와 문화모음들이 농악이란 말 대신에 풍물 또는 풍물굿이란 말을 자주 쓰게 되었다. 지역별 특색 풍물굿은 크게 중부 이북 지방에서 행해지는 웃다리 풍물굿과 중부 이남 지방에서 성행하는 아랫다리 풍물굿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웃다리 풍물굿은 주로 경기 지방과 충청 이북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상쇠의 기능이 뛰어나다. 반면 아랫다리 풍물굿에서는 장구와 소고의 기능이 발달하였다. 그러면 각 지역마다의 특색을 짧게나마 살펴보자.
(1) 경기도·충청도 풍물굿
흔히 웃다리 풍물굿이라고 하며 경기, 충청, 강원도, 영서 지방을 포함한다. 분포 지역은 평택, 안성, 이천, 양주, 홍성, 단양, 제천, 음성, 천안, 대전, 부여, 논산, 영동 등을 들 수 있다. 상호 교류권으로 북으로는 개성, 해주, 김천, 신천, 평양, 순천 중 황해도, 평안도 지역과 남으로는 경상북도 김천을 포함한다. 안성에 있는 청룡사는 옛날 남사당패들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직업성을 띤 남사당은 연희 종목으로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춤), 덜미(꼭두각시놀음) 외에 풍물 놀이에도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소고와 법고(버꾸)의 구별이 없고 다른 지역에 비해 북을 적게 쓰는 편이고 특히 느린 가락과 빠른 가락을 고르게 쓰는 쇠가락이 분명하고 암채, 숫채 가락의 변화를 구사하는 짝쇠놀이가 발달했다. 여러 아이들로 짜여진 무동타기가 발달했고 깨끼춤, 쾌자춤이 돋보이며 동고리, 삼무동, 곡마당 등의 다양한 무동타기가 발달하였다. 또한 판굿의 짜임새가 다양하다. 당산 벌림 같은 ?자진, 사통백이, 가새벌림, 좌우치기 같은 진풀이가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경기풍물에서는 마을굿인 대동굿(당산제)을 하지 않고 지신밟기만을 하여 여름철에는 두레가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경기 풍물에서는 모든 치배들이 상모를 쓴다. 특히 양사를 위주로 하는 채상버꾸가 발달하였고 충청도 이남에는 고깔을 쓰기도 한다. 충청도풍물은 판굿의 짜임이 경기 풍물과 같으나,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전라도 풍물의 영향으로 마을굿인 당산굿을 하며 두레기가 있으며 편성에 있어서 잡색에 대포수, 각시, 양반 등이 있고 어른들이 무동놀이를 한다. 경기풍물의 특징인 무동타기는 별로 없고 무동들의 단체춤인 나부춤(나)비춤)이 특색이다.
(2) 강원도 풍물
한반도의 등줄기가 남북으로 뻗은 태백 산맥을 경계로 강원도 풍물은 영서 풍물과 영동 풍물로 나뉜다. 영서 풍물은 원주, 횡성, 춘성, 등지로 경기 풍물과 내용과 형식이 거의 같고 영동 풍물은 강릉, 속초, 동해, 삼척, 평창, 정선 등의 지역이다. 상호교류권은 북으로 안변, 함천, 길주 등지의 함경도 지역과 남으로 청도, 부산에 이르는 경상도 일부 및 경상도 동해안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영동 풍물은 험준한 산악으로 각기 지역 나름의 고유한 형태와 멋을 지니니 민속놀이, 민요, 토속신앙과 함께 풍물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영동 풍물은 마을굿으로 당산굿은 별로 하지 않고 지신밟기가 성행하고, 고사 소리가 다양하고, 달맞이굿과 횃불놀이(다리밟기)가 있고, 두레 풍물이라 할 수 있는 김매기 풍물과 질먹이기가 있다. 강릉 풍물굿의 경우, 오월 단오절에 남대천에 모실 대관령 국사서낭님 신대와 위패를 모셔 오는 사월 보름날, 대관령을 갈 때와 올 때 친다. 사월 보름날 대관령에 국사서낭을 모시러 갈 때에는 지역 대표를 비롯하려 많은 인사와 주민들이 참석하는데 그때에 풍물굿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서낭을 맞이해 온다. 영동 풍물의 짜임은 농기 외에도 신대를 사용하며, 사물(쇠, 징, 장구, 북)과 소고, 법고, 무동잽이의 수가 각각 같은 숫자로 4분화되어 있고, 소고와 법고가 구별된다. 장구잽이는 장구를 앞으로 메고 궁글채 대신 송으로 장구 궁편을 치기도 한다. 영동 풍물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모의 형태가 특색이 있다. 상모와 퍽에 넓고 짧게 자른 한지를 두 장 붙인 상모가 있다. 외사와 양사를 많이 친다. 경기 풍물과 같이 어린 무동의 수가 많고 무동은 고깔을 쓰는데, 고깔에 붙은 여러 색의 꽃의 수는 40여개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다. 일제때 서커스단의 영향으로 생긴 것으로 모이는 사람 탑을 쌓는 무동타기가 있고, 사람탑 맨 위에서 하는 열두발 상모 놀이(때론 상쇠가 상모 놀이를 함)가 특색이다. 또, 일풍물(일하는 사람의 풍물)이라고 하며, 농사짓는 동작을 흉내낸 가래질, 논갈이, 모찌기, 모심기, 논매게, 낫갈기, 벼베기, 벼광이기, 방아찧기, 같은 농사 풀이가 발달하였다. 판굿 진행에서 가락은 외가락을 되풀이하면서 제자리춤이 없이 허리를 앞으로 구부정하게 굽혀서 (그래야 흥이 난다고 함)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고 진풀이는 정방형, 체조 대형, ?자형, 멍석말이, 등이 있다. 놀이는 단체 놀이에 치중한다.
(3) 전라도 풍물굿
전라도 풍물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 될 수 있다. 하나는 조선 시대 때 전라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한양에서 전라도를 내려다보았을 때, 좌측 산간 지역이 좌도이고 우측 평야 지방이 우도이다. 또 하나는 전라도의 북쪽 지역을 웃녘굿 (주로 전북 지방), 전라도의 남쪽 지역을 아랫녘굿(주로 전남 지방)으로 나뉜다. 앞의 좌도굿, 우도굿의 구분은 학계를 비롯하여 일반적인 구분법이다. 뒤의 웃녘굿, 아랫녘굿의 구분은 옛날 전라도 풍물잽이들 사이에 통해 왔다고 한다. 우리는 좌도와 우도의 구분으로 한다. 교통의 발달과 사람들의 잦은 왕래로 좌도굿과 우도굿의 차이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예로부터 좌도굿과 우도굿을 크게 나누지 않고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
① 전라 좌도 풍물굿 좌도 풍물굿의 발달 지역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는 소백산맥과 전라도 서쪽의 평야 지역과 경계를 이루는 노령산맥 사이인 전라도의 동쪽 산간 지역으로, 금산, 무주, 진안, 장수, 임실, 남원, 곡성, 화순, 광양, 보성, 여수 등의 지역 이다. 모든 치배들이 상모를 쓰는 경우가 많고 웃놀음이 발달하였다. 상쇠는 부들상모(개꼬리 상모)를 쓴다. 쇠옷(치배의 옷차림)은 비교적 간소하다. 평상복을 입다가 얼마 전부터 쇠옷이 발달하였다. 쇠와 장구가 중요시되며, 가락은 원박 위주로 빠르고 투박하면서 힘이 있다. 가락은 빠른 만큼 치배들의 동작도 빠르고 단체 놀이에 치중한다. 상쇠와 부쇠가 가락을 주고받는 쇠놀이가 발달하였다. 소고잽이의 채상모 소고 놀이와 박진감 있는 두루거리(자반뒤집기)가 뛰어나다.
② 전라 우도 풍물굿 우도 풍물굿의 발달 지역은 전라도의 서쪽 평야 지역으로 전라도, 서해안에서 동쪽의 노령산맥 사이로, 북에서 남으로 익산, 군산, 정읍, 김제, 부안, 이리, 전주, 나주, 함평, 영암, 장흥, 목표, 등의 지역이다. 쇠치배들은 뻣상모를 쓰고 다른 치배들은 고깔을 쓴다. 쇠옷(치배의 옷차림)이 화려하게 발달하였다. 장구가 중요시되며, 가락은 주로 느린 가락이 많으나 빠른 가락과 곁들여 있어 비교적 가락이 다채롭고 개인 놀이가 발달하였다. 장구잽 이의 장구 놀이(설장구)와 쇠잽이의 부포놀이가 발달하였다. 윗놀이에 치중하지 않고, 발림(발짓)을 중요시하는 아랫놀이가 발달하였다.
(4) 경상북도 풍물굿
경상북도 풍물굿은 청도 차산 풍물과 비산 풍물, 금릉의 빗내 진굿이 현재 전해지고 있고, 안동, 예천, 영주, 영덕, 군위, 달성 등의 지역에도 나타난다. 안동이나 영주와 같은 동북 지방은 영동 풍물의 특색이 나타나고, 김천, 선산 등의 지역에서는 경기·충청 풍물의 특색이 나타나고 있다. 북을 많이 사용하여 가락이 힘차고 박진감이 있다. 치배의 짜임에 있어 징 뒤에 북이 선다. 모든 치배들을 두 패로 나누어 모의 전쟁놀이를 하며, 상모놀이의 발달로 소고잽이의 채상놀이가 뛰어나다. 느린 가락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사설을 가지고 있다.
(5) 경상남도 풍물굿
경상남도 풍물굿의 분포는 진주, 삼천포, 함안, 마산, 통영, 거창, 고성, 합천, 밀양, 울산, 부산, 양산, 동래, 진해 등의 지역이다. 함양, 진주, 삼천포, 마산, 통영, 거찬, 등의 서남 지역 풍물굿과 밀양, 울산 등의 동복 지역 풍물굿, 그 중간 형태 로 부산, 양산, 진해, 지역의 풍물굿으로 나누기도 한다. 경북 풍물과 같이 군대의 지휘 체계와 일사불란한 단체행동을 중요시하고 있다. 북이 많이 쓰여 북가락과 북춤이 발달하였으며 보통 북이 징 뒤에 선다. 지역에 따라 고깔을 쓰기도 하는데 상모놀이가 발달하였다. 채상모의 소고춤과 자반 뒤집기가 뛰어나다. 옷차림은 경북 풍물과 비슷하다. 서남쪽으로 갈수록 전라굿의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나무가 나무로 만든 나발 종류의 악기가 있어 굿이 진행되는 동안 독특한 음향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대나무로 만든 땐가리(부산 아미 풍물굿), 나무로 만든 고동청도 차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