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읽기]태극기 휘날리며

[bigjoy]

웹진 > Entertainment

	[포스터 읽기]태극기 휘날리며
등록일자 : 2004-02-19 오후 6:24:14	현재페이지 : 1/1

요즘 극장가에서는 연일 한국영화들이 연타석 흥행홈런을 날리고 있고 영화 제작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타자로 여기 <태극기휘날리며>가 들어왔다. 몇 년 전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외치며 등장한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가지고 온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자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을 다룬 전쟁 드라마이다. 물론 그동안 <아름다운 시절>, <남부군>, <태백산맥> 등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많이 있었지만 대규모 전투씬을 동반한 본격 전쟁 블록버스터를 한국의 현실에서 제작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태극기휘날리며>를 포스터로 만나보자.

[태극기휘날리며의 티져 포스터]

[태극기휘날리며의 본 포스터]

-poster concept 이번 <태극기휘날리며>의 큰 줄기는 바로 ‘우리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보자는 것이었다. 그간의 할리우드의 시각으로 보아온 베트남전이나 다른 전쟁영화와는 달리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의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고자 하는 영화이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가족애를 통해 동서양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수성, 가슴 뭉클 한 휴머니티를 세계시장에 전달하고자 했다.

또 다른 하나는 '보통 사람들에게 한국전쟁은 과연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과거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한국전쟁은 반공적 시각에서 한쪽을 편향되게 비판하거나 지나치게 이념적인 전쟁으로 묘사되곤 했다. 반면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바라본다. 헐리우드 전쟁영화에서는 애국심이나 전우애, 혹은 영웅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영광을 화면 위에 재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는 우리의 아버지, 남편, 아들이었던 참전 군인들의 인간적인 모습, 또 그들의 어머니, 아내, 누이였던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1950년이라는 상황에 내던져진 보통의 한국사람들, 한국 가족의 비극은 그 어떤 것보다도 전쟁의 참상과 비극성을 웅변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모두가 가해자요, 피해자였던 동족상잔의 비극을 영화를 통해 재조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깐느 영화제를 위한 포스터 시안]

[와 부산 국제영화제를 위한 포스터 시안]

이를 위해서 티져 포스터에서는 1950년 ‘전쟁’이라는 역사의 한가운데 놓인 두 형제의 낯선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같은 공간 속에 함께 있었지만 이들의 생각은 같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지만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강한 집념의 형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예전의 자상한 형의 모습을 버리고 ‘전쟁영웅’으로 변해가는 형이 원망스러운 동생의 서로 다른 감정과 갈등의 표현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본 포스터에서는 ‘전쟁’이란 상황의 절박함과 역동성,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에 함께 처한 형제의 안타까운 모습을 부각 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린 반드시 함께 살아서 돌아가야 돼!”라는 카피로 ‘강한 형제애’를 표현한 것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적 승리가 아니라 전쟁이 발발하기 전의 행복했던 그들의 가족과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애절함은 그들의 간절한 눈빛에서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

티져 포스터와 본 포스터 모두 장동건과 원빈이라는 대표배우의 이미지에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들이 대표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마케팅적 셀링 포인트와 동시에 2시간 28분이란 시간의 영화를 요약하자면, 1950년 한국전쟁에 휘말린 두 형제의 이야기로 요약이 될 정도로 형제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의 큰 축을 이끌어 가는 두 주인공을 포스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를 위한 시안]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를 위한 시안]

-1950. 6. 25 <태극기휘날리며>에서는 역사적인 배경을 포스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실 역사적인 사실을 다룬 것은 많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전쟁의 서사적인 배경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인물과 배경을 따로 찍어 합성하는 작업을 선택했고 한국전쟁의 질감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 요소와 색감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티져 포스터와 본 포스터 모두 ‘전쟁’이라는 배경을 통해 스케일 감과 드라마를 살리는 효과를 노렸다. 이는 포스터들의 뒷 배경으로 희미하게 처리된 피난 씬과 전투 씬을 통해서 볼 수 있다. 특히 피난 씬과 같은 경우 세계 어느 전쟁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전쟁’만의 풍경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피난 씬은 <태극기휘날리며>라는 영화가 전쟁의 역동성보다는 이념도 사상도 모르고 전쟁에 휘말린 개인과 가족에게 일어난 정서적인 충격과 안타까움을 강조한 영화란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비쥬얼이다.

사실 2004년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1950년대를 포스터로 나타내 느끼게 해준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다. 세월의 흔적과 세련된 느낌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 작업시 이 2가지를 함께 표현하기 위해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사진감에 색감을 모노톤으로 통일하고 빛 바랜 느낌을 효과로 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장동건과 원 빈 같은 꽃미남을 치열한 전쟁 속 바로 그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효과이기도 했다.

[메인 포스터의 시안]

[메인 포스터의 시안]

티져 포스터와 본 포스터가 직접적으로 인물들을 제시하여 우리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면 위에 보는 제작 발표회 때 사용되었던 이미지 컷은 절제된 비쥬얼로 우리에게 그 의미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이미지는 역설적인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전쟁이 일어나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사상이나 이념을 대변하는 ‘태극기’라는 것의 무의미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제작 발표회 때 사용된 이미지]

<태극기휘날리며> 포스터의 크리에이트 영감은 주로 영화촬영 현장에서 찍은 STILL 사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번 영화는 99% 야외 로케이션이었고 전쟁상황 속 극적인 감정표현들은 말끔한 스튜디오에서 일부러 때를 묻힌 군복과 메이크업으로 연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실제 영화 속 주인공으로 연기한 순간을 자연스럽게 포착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리얼한 느낌을 살려주었다고 한다.

[STILL CUT을 활용한 다양한 포스터 시안들]

[STILL CUT을 활용한 다양한 포스터 시안들]

-마치며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전쟁’하면 떠올리는 대표 비쥬얼이 있고 할리우드의 수 많은 영화의 멋진 장면들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태극기휘날리며>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그러한 멋진 전쟁 씬도 아니였고 전쟁영웅의 이야기도 아니였다.
이번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디자이너는 수백장의 전쟁 비쥬얼과 사진집을 참조하며 ‘무언가 다른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을 오랜 시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사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것을 200여명의 스텝과 감독, 극적인 상황에 놓여 생활했던 10개월 간의 촬영기간 속에서 찾아내었고 우리는 지금 그 한장한장의 사진들을 보며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내던 한국전쟁을 다시 꺼내 들었는지도 모른다.

[시안들 - 10개월의 촬영기간만큼 영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기사을 통해 인터뷰에 응해주신 ㈜강제규필름과 박준경씨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
합니다.

글 / 배동환(baepdnim@nate.com)
사진제공 / ㈜강제규필름

▼ 다음 : 젊음을 발산하는 신(新)놀이문화!! P.A.R.T.Y.

1

- wym38[2004-2-26,13:8] :정말 최고네요 봤지만 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네요

- jjhhhk[2004-2-27,20:50] :31년 나의 인생동안 봤던 영화중 최고의 걸작

- hopeup[2004-2-28,9:26] :저도 또 보고 싶네요

- vitajk[2004-2-29,13:7] :포스터를 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요금도 지불할께요.

- lovely95[2004-3-8,15:31] :전쟁속의 형제애... 감동의 물결 입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게 했던 가슴벅찬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지네요.

- siny[2004-3-10,10:57] :포스터를 이곳에서 판매는 안하는걸로 알고있습니다..강제규필름에 문의 하시는게 좋을듯

http://www.zoomin.co.kr/webzine/webzine_detail.asp?nodeid=125&bbs_id=2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