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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 : 육십령 - 할미봉 - 장수덕유산 - 월성재 - 삿갓봉 - 무룡산 - 동엽령 - 지봉 - 빼재 (육십령-2.28-할미봉-2.95-헬기장-1.85-장수덕유산-1.3-남덕유산-4.15-삿갓골재-2.68-무룡산-4.1-동엽령-2.2-백암봉-2.75-귀봉-0.34-횡경재-1.15-싸리덤재-0.51-지봉-1.2-달음재-1.11-대봉-3.96-빼재=32.47km)
2. 산행 일정 : 7월 28일 21시 출발, 7월 29일 0시 54분 도착, 1시 12분 산행시작, 7월 29일 14시 20분 신풍령휴게소 도착
3. 종주자 명단 : 최현찬(산행부대장, 경주교도소), 권종훈(산행부대장, 경주월성중), 손승락(경주월성중)
4. 운전자 : 손정락, 손운락, 박일환
5. 차량 제공 : 우성열
6. 도움 주신 분들 : 김칠원, 손정락, 장옥희, 최석수, 손운락, 박일환
어제 저녁 6시부터 오늘 새벽 2시까지 마신 곡차로 인해 낮에는 하루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다가 저녁에 산행준비를 간단히 하고 손승락 회원과 최현찬 산행부대장을 태워서 회장님댁으로 가니 벌써 여러 회원이 배웅을 하러 나와 계셨다.
항상 가기전에는 곡차를 먹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되지 않는구료. 사무국장님을 비롯하여 회원 몇분이 백두대간 타느라 고생한다며 몸보신 시켜준다기에 갔다가 간단히 한잔만 할려고 했는데 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세잔되다 보니 결국 사람이 곡차를 마시다가 오히려 나중에는 곡차가 사람을 먹는 주객전도 현상이 되었다.
방학중이라 시간적 여유는 다소 있었지만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서도 장마가 끝나지 않아서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니 혹시 우리가 가는 곳도 비가 많이 내릴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너무 더워서 걷기가 너무 너무 힘든 산행이 되었습니다.
7월 28일 경주에서 9시에 여러회원님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출발하여 논공휴게소에 도착하니 10시 50분 이었다. 배웅나오신 회원님들이 사오신 여러가지 먹을 것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11시 10분에 출발하여 2주전에 왔던 육십령에 도착하니 12시 54분이었다.
육십령 식당 앞에 차를 주차해 놓고 간단히 산행준비를 마치고 1시 12분에 종주대는 빼재까지 가기로 하고, 운전하시는 회원들은 할미봉을 거쳐 장수덕유산(서봉)과 남덕유산에 올랐다가 영각사로 내려가, 다시 육십령에 가서 차를 가지고 빼재에서 대기하기로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육십령에서 본격적으로 덕유산 줄기가 시작된다. 3구간 산행을 마치고 산행 들머리에 달아놓은 리본도 그대로 있었으며, 산행을 막 시작하여 초입에 들어서는데 새끼개구리 한 마리가 우리를 반기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우리에게 잘 왔다고 인사라도 할려는 듯이... 그놈 참 기특한 놈(?)
고개마루를 올라서면 왼쪽으로 꺾어지고 전나무가 나타나며 묘 3기를 지나면 오른쪽 사면은 가파르다. 다시 소나무 숲을 지나 묘 2기가 나타난 후 길이 차차 넓어지면서 900봉에 닿는다.
1시43분에 첫 헬기장에 도착했으며 1시 54분에 첫 바위지대를 지나 2시에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어둠은 조금도 양보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듯 그 새까만 얼굴을 세상 가득히 퍼뜨리고 있었다.
그 속을 우리는 작은 불빛으로 길을 찾아서 어둠에 대항이라도 하듯 길을 재촉해 나가니 1,026.4 m의 할미봉 정상이었다. 이때 시간이 2시 7분이었다. 주위는 어둠과 침묵으로 휩싸여 있으며 멀리 시골의 가로등만이 외롭고 쓸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정상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누군가가 나무기둥을 하나 세워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운전사로 따라온 회원들은 벌써 뒤에 많이 처진 상태다. 종주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같이 동행을 할 수가 없었다.
할미봉은 가파른 암릉구간이며, 할미봉을 지나자 80∼90도의 경사지대로 로프를 매어 두었으며, 조금 더 가니 험한 바위지대가 나왔다. 조심해서 먼저 내려왔는데, 뒤따라 내려오던 손승락 회원이 갑자기 바위에서 미끄러져 위험했지만 다행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오늘 산행구간 중에서 가장 위험한 코스이다.
큰 바위를 지나면 이후부터는 평탄한 능선길로 잡목과 잡초가 많으며 작은 봉우리 2∼3개를 편안하게 넘어서면 덕유교육원 삼거리가 나오고, 이정표에는 남덕유 3.6km, 덕유교육원1.6km, 육십령 5.2km, 서봉 2.13km라 표시되어 있으며 3시 1분에 도착하였다.
길은 넓어지고 밧줄지역을 오르면 국립공원 표지석이 있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 밧줄구간을 지나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헬기장이 나오며 이때의 시간이 3시 12분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헬기장에서부터는 계속 오르막이다. 20여분을 오르면 119구조대 11∼12가 설치되어 있으며 바위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낮이라면 전망이 좋은 바위봉일 것 같지만 지금은 안개와 어둠으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3시 35분을 가리키며 갑자기 안개가 온산을 뒤덮고 있었다. 뒤 따라 오는 회원에게 전화를 하니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바위봉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이쪽으로 쳐다보면 나무조각에다 위험이라는 글씨의 팻말을 누군가가 써서 붙여 두었으며 대간길은 왔던길에서 직진하면 잠시 내리막길이 되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가며 산죽길을 완만하게 오르면 싸리밭을 지나 1,300m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남덕유 2.0km, 육십령 6.8km라 적혀 있으며, 4시 7분을 지나고 있다. 나뭇잎에는 이슬이 내려 옷과 신발이 다 젖어 버렸다. 잠시 더 올라가면 바위지대가 나오고 돌탑과 야영터가 있는 1,450m 이정표에 닿는다.
갑자기 후레쉬 밧데리가 다 되어서 밧데리를 교체하고 장수덕유산(서봉 1,510m)에 올라서니 4시 30분으로 넓은 바위봉우리를 이루고 있으며 정상은 전망이 상당히 좋으며 헬기장이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은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그렇지만 안개와 세찬 바람으로 3분 정도 머룰렀지만, 날씨가 추워서 팔에는 소름이 끼치고 안개와 어둠으로 인해 조망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혹시나 저체온증에 걸릴 염려도 있고 해서 바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이것을 보더라도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위대하고 무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자연앞에서 우리 인간은 한낮 힘없는 하나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간 산행이 아니었다면 평생 인연이 닿지 않을 낯선 길과의 만남, 그리고 그 속을 뚫고 뽀얗게 앞을 밝히는 후레쉬 불빛...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쉽고 편안하게 살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겸손과 변함없는 산의 묵묵한 모습을 닮고 싶다...
오지 않은자, 보지 않은자는 느낄 수 없는 산의 매력, 끊임없이 구름이 피어 오르고 사라지고, 녹음이 우거진 산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다시 뒤따라 오는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통화불능 지역이다.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경사가 심하고,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며, 정상에서 안부까지는 산죽길로서 계속 내리막길이다.
안부에서 다시 산죽길을 오르다 보면, 해발 1,490m로 남덕유 상봉이 0.1km, 덕유상봉이 15.9km가 적혀 있는 이정표가 나오고 남덕유산(1,507.4m) 갈림길이 나온다. 남덕유산은 이 갈림길에서 10분정도 걸린다.
덕유산은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쳐 있으며 높이는 1,614m로 넓고 큰 산이다.
덕유산(德裕山)의 한자 이름을 풀면 '크고 넉넉한 산'이 된다. 이름의 유래는 임진왜란 등의 난리를 겪을 때 백성들이 이 산속으로 숨어들면 적군이 찾지 못했다는 데서 '덕이 큰 산'이라는 뜻의 덕유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록에 덕유산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나타난 때는 15세기 말의 <신증동국여지승람>이다. 또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덕유산이라 해놓고 '흙산인데 구천동이 있고 천석이 깊숙하다'라고 쓰여 있으며, 우리나라 12명산 중의 하나이다.
12명산은 설악산(강원도), 오대산(강원도), 태백산(강원도), 청량산(경북), 소백산(충북, 경북), 속리산(충북, 경북), 덕유산(전북, 경남), 지리산(전남, 전북, 경남), 가야산(경남, 경북), 묘향산(북한), 금강산(북한), 칠보산(북한) 등이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1,614m)에서 남덕유산(1,507m)에 이르는 16km 주릉에는 중봉, 무룡산, 삿갓봉 등 높은 봉우리들이 연달아 솟아 있고 덕유평전이라는 초원이 펼쳐져 있어 장쾌함을 느낄수 있다.
덕유산의 모습은 서쪽과 동쪽이 사뭇 다르다. 동쪽은 계곡이 짧고 산에 바위가 많이 드러나 있어 억센 느낌을 주고, 서쪽은 계곡이 길고 바위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산세가 아주 부드럽다.
덕유산 정상은 향적봉이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북덕유산(향적봉)은 백두대간길에서 벗어나 있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은 두루뭉실한 모양이 꼭 향을 쌓아놓은 것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을 붙였던 모양이다. 향적봉은 참 후덕하고 너그럽게 보이는 봉우리로 그 어떤 사람도 넉넉한 모성애로 따뜻하게 품어 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덕유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후덕하게 생긴 산은 화평한 기운을 내뿜는다. 남한에서 네번째로 큰 산이니 덕유산에 감도는 화평한 기운도 그만큼 크다. 그러기에 덕유산 가까이엔 옛날부터 사람 살기 좋다고 하는 이름난 복지가 많다.
덕유산 북쪽 대덕산 아래엔 무풍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은 십승지지 중 하나이다. 십승지지는 풍기의 금계촌, 공주의 유구마곡, 안동의 춘양, 영월의 정동 상류, 보은 속리산, 무주 무풍동, 운봉 두류산(지리산), 부안의 변산, 예천의 금당동, 성주의 만수동 등이다. 남사고 선생은 십승지지 중에서도 풍기, 무풍을 제일 뛰어난 복지로 쳤다.
남덕유산은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전북 장수군 계북면을 경계 지으며 솟아 있다. 옛날엔 봉황산, 황봉으로 불렸다. 봉우리는 하봉, 중봉, 상봉으로 나뉘는데 그중 동봉이 상봉이며, 서봉은 장수덕유산이라 부른다. 남덕유산은 북덕유산과는 달리 날카롭게 솟은 산이다.
남덕유산은 두개의 발원샘을 갖고 있다. 남쪽 기슭의 참샘은 진주 남강으로 흐르는 첫 물길이며, 북쪽 바른골과 삿갓골샘은 황강의 첫 물길이다.
남덕유산 갈림길에서 우리는 왼쪽길을 선택했다. 남덕유산은 대간길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지난 2월에 황점에서 월성치, 장수덕유산을 거쳐 남덕유산, 영각재로 하여 황점으로 하산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겨울이라 눈이 많이 내려서 장수덕유산 코스와 영각재에서 하산길은 러셀이 전혀되어 있지 않아서, 고생을 하면서 러셀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월성치까지는 줄곧 내리막길이며, 월성치에 도착하니 5시 30분, 야영을 한 10여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아침을 먹고, 마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이라 우리도 커피 한잔씩 얻어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기들은 덕유산 종주를 하는 중이라 한다.
이정표에는 남덕유산 1.35km, 삿갓골재 대피소 2.9km, 향적봉 대피소 15.3km, 황점마을 4.0km라는 등산안내도가 있다. 운무로 가려진 장수덕유산을 배경으로 이정표와 함께 담을 수 있도록 기념촬영을 했으며, 이정표가 설치되어서 각 지점마다의 거리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곳들의 지명이 낯설지 아니하며, 앞으로 남은 지명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다.
월성치에서 삿갓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우리는 이름모를 봉우리에 올라가 준비한 주먹밥을 간단히 먹었다. 벌써 일출을 보아야 할 시간인데도 구름이 많이 끼여 있어서 주위만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산행을 하면서 일출을 보는 것도 하나의 커다란 재미요, 고생한 보람이다. 매일 같은 해지만 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노라면 그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고, 정든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산죽과 잡목길을 가다보면 삿갓봉 갈림길인 1340봉이다. 남덕유산 3km, 향적봉 13km라 쓰인 이정표가 있으며, 대간길은 삿갓봉 정상 서쪽으로 살짝 비켜나 있지만 우리는 삿갓봉으로 올라갔다. 이때 시간이 6시 31분이었다.
삿갓봉에서 내려오면 1,280m의 삿갓골재에 도착하게 된다. 삿갓골재는 사거리 안부로 이정표에는 남덕유산 4.25km, 월성치 2.9km, 동엽령 8.2km, 향적봉(대피소) 12.5km, 황점마을 3.3km라 표시되어 있다. 대피소는 1999년 6월 12일 개소하였으며,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행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우리는 여기서 아침을 먹었다. 아름답고 멋있는 산하를 바라보면서 먹는 식사란, 세상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의 순간이다. 물을 보충하고 기념촬영을 한 후 7시 25분에 출발하였다.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멋진 능선길이 이어지지만 잡목이 우거져 있으며, 다시 산죽길을 올라서니 7시 36분이며 1400m봉이다. 여기서 한참을 올라가면 초원지대가 나오게 되는데 온 천지가 노란색의 원추리꽃과 보라색의 비비추가 만발하여 산돌이들의 가슴을 황홀경에 빠뜨리며, 설레는 가슴은 산꾼들의 혼을 빼앗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원지대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1,491.9m의 무룡산 정상에는 8시 2분에 도착했다. 멀리 장수덕유산과 남덕유산에는 운무로 가려져 있고, 무룡산에도 동쪽 사면은 운무로 가려져 있지만 서쪽 사면은 조망이 좋은 편이다. 운전해 오신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니 남덕유산을 올랐다가 영각사쪽으로 하산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룡산은 덕유능선의 중간지점에 해당되며 이정표에는 남덕유 7.1km, 덕유상봉 8.9km라 적혀 있으며, 삼각점과 헬기장이 있다. 내리막을 내려서면 산죽길이고 갈림길에서는 왼쪽을 택한다.
다래숲을 지나고 싸리와 잡목과 산죽길을 완만하게 오르내리다 보면 공터를 지나 돌탑봉이 있는 1400m봉에 닿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울산서 오신 종주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분들은 종주를 하다가 빠진 부분을 중간 중간 타고 있다고 하시면서 더운 날씨에 종주를 하느라 고생이 많겠다고 하신다.
동엽령쪽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산죽밭이 자주 나타나고 싸리밭을 지나 1380봉에 도착하니 8시 57분이다. 약간의 바위지대를 지나 동엽령 직전 봉우리에 올라서면 전망이 좋으며 키 작은 잡목 잡초지대를 지나면 1,320m의 동엽령이다. 시계는 9시 21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정표에는 남덕유 12.4km, 삿갓골재 대피소 8.2km, 향적봉 대피소 4.3km, 송계사 삼거리 2.2 km, 칠연폭포 3.3km라 적혀 있으며 등산안내도가 있다. 오른쪽은 병곡리 하산길이며, 왼쪽 골짜기는 칠연폭포와 통안리로 하산하는 길이며 150m 지점에 물이 있다.
동엽령에서 백암봉까지는 급하지 않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백암봉에서 바로 직진하면 중봉과 북덕유산으로 오르게 되므로 오른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야 한다.
백암봉에 도착하니 10시 25분, 이정표에는 송계사삼거리 1,420m, 중봉 1.0km, 칠연삼거리 1.3 km, 송계사 6.2km, 삿갓골재대피소 10.4km가 적혀 있으며 1999년 10월 10일 거창, 마산, 창원의 천봉산악회가 세운 백두대간 구간 종주 완주기념 표지석이 있었다.
간식을 간단히 먹고 있는데 향적봉쪽에서 가이드 산행을 하는 단체팀이 내려왔다. 우리는 산악회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쳐다본다. 단체 산행팀은 동엽령에서 하산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먼저 출발을 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 오다가 되돌아 간다.
밋밋한 능선에 길이 잘 나 있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내려간다. 밑으로 떨어졌던 마루금이 왼쪽으로 휘면서 올라가는 지점이며 산죽밭이 이어진다. 넓고 완만한 내리막에는 신갈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한참을 오르면 내리막이 나타나고 잡초지대를 통과하여 신갈나무 숲길을 오른다. 철쭉과 싸리가 나타나면서 방향이 바뀌고 계속 능선으로 가면 귀봉 헬기장에 닿는다.
거의 동쪽 방향을 향하다 직진하면 신갈나무와 철쭉과 싸리와 잡목 숲이 이어지고 잡초지대가 나타난다. 다래가 길을 덮고 있는 곳을 지나면 망가진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곧 횡경재에 다다르게 된다.
11시 15분 횡경재에 도착하니 마침 거창에서 오신 아저씨 두분과 아주머니 두분이 복수박을 먹고 있다가 우리에게도 한 조각씩 먹으라면서 주셨다. 이 높은 산에 와서 수박을 먹어보다니... 그러시면서 거창 복수박 자랑을 많이 하신다.
1,350m의 횡경재에는 이정표가 있으며 송계사 삼거리 3.2km, 향적봉 대피소 5.3km, 지봉 2.3 km, 송계사 2.7km, 삿갓골 대피소 13.6km가 기록되어 있다.
계속 내리막을 내려가면 억새와 잡초와 다래나무 지역을 거쳐 싸리듬재 안부에 닿게 된다.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이며 팻말에 등산로 아님이 붙어 있으며 대간길은 직진하여 북쪽 방향으로 가면 된다. 마침 여기를 지나면서 또 다시 새끼독사를 보았다.
잡초 지대를 빠져나가 신갈나무 숲, 잡목 숲 등을 통과하여 약간 가파르게 오르면 좋은 철쭉 숲이 이어지며 전망은 좋지 않다. 헬기장에 오르면 향적봉과 싸리듬재 안부와 귀봉이 보이며 오른쪽 내리막으로 진행한다.
철쭉과 신갈나무숲의 오르막을 오르면 1,302.2m의 지봉이 나온다. 지도상에는 지봉이라 한다. (거창군에서 세운 1,342.7m라는 표지석에는 못봉이라 함) 이때 시간이 11시 45분이었다. 정상에서는 헬기장, 향적봉, 대간줄기, 싸리듬재의 이정표까지 다 보인다.
정상에 도착하니 마침 가족 종주자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족 종주자분들은 SK건설에 다니시는 정기광님과 김명옥님, 그리고 신일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정진필군, 정덕초등학교 3학년 정인경양이었다.
5년 계획으로 종주를 하고 있다는 가족 종주자분들은 이제 1년이 지났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제는 동엽령에서 야영을 했다고 하며, 그러다보니 배낭도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데 어린 학생이 직접 둘러메고 다닌다니,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의 자식들... 너무나 부럽고 존경스러운 가족이었다. 표시리본에는 "아자 가자 백두대간"이라 적어 놓았으며, 우리는 기념삼아 하나를 얻어왔다.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집에 와서 큰놈(초등 2학년)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까, "아버지 혼자 산에 미쳤으면 되지 왜 나까지 미쳐야 하는냐"며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다.
수 많은 산행을 했지만, 지금까지 산행을 하면서 가장 존경하고 싶고, 부러운 가족들로 영원히 기억남으리라...
한가지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는 것은 아마 백두대간이 끝나는 날까지 잊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물이 얼마 없다는 소리를 듣고도 물을 주고 오지 못한 마음... 어른들도 무더위로 참기 힘든데, 어린아이들이 그 무더운 날씨에 물은 별로 없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는 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고생이 심했겠습니까? 물론 우리도 물이 별로 없었지만, 우리가 조금 적게 마시더라도 조금이라도 주고 왔더라면... 두고 두고 후회가 되는군요. 가족 종주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이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소사고개까지 갈려고 했는데, 도저히 더워서 갈 수가 없을 정도로 무더웠답니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다래와 싸리나무, 잡초지대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마을이 보이는 평지가 나타나고 잡목 숲을 가파르게 내려가면 월음령에 닿는다.
길은 양쪽으로 나 있으나 풀로 덮여 있으며, 키 높이의 잡초와 억새가 많은 오르막으로 직진하면 된다. 다시 길은 급한 오르막이 이어지며, 엄청난 싸리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거의 정상 근처까지 싸리나무로 덮여 있다.
정상은 1,230m로 투구봉(지산봉)으로 갈리는 봉우리이며 조망이 상당히 좋다. 정상에 도착하니 12시 50분이며, 수원서 오신 몇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자기들은 11시에 빼재에서 올라와 방금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있다며 김밥을 권했지만 우리는 사양을 하고 있는데, 동동주 한잔을 주면서 나누어 마시라 한다. 한병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이는 못 준다면서도 두잔이나 주시고 집에서 만들었다며 빵도 주셨다. 참 고맙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마시는 술맛이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술을 주신 분은 몇년 전에 백두대간을 중1 아들과 함께 42구간으로 종주를 끝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한때 공익광고에도 출연했다고 옆에 계시는 분들이 말씀하셨다. 지금은 한북정맥만 남겨 두고 다른 곳은 전부 종주를 하셨다고 한다. 어메 기죽어...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이제야 겨우 백두대간을 완주할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마침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기광님 가족이 종주를 하고 있으며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다고 하니 한번 만나보고 갔으면 하는 것을 듣고 우리는 갈 길이 바빠 먼저 자리를 떴다. 다행이 수원서 오신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 산행은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커피에다 수박과 동동주와 빵까지 그 높은 산에서 얻어 먹을 줄이야...
이렇게 산에서 사람을 만나면 쉽게 친해지는 것 같다. 그것은 흥미와 취미도 비슷하고, 고생을 같이 하고 있어서 그런지 어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산에서의 인연인 것 같다. 올라온 길에서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꺾어 잡목을 헤치고 내려서야 하지만 내리막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는다.
신갈나무숲 능선을 오르면 약 1,190m의 대봉(거창군에서 세운 표지석은 갈미봉이라 하며 1210.5m로 표기되어 있음)이지만 조망이 불가능하고 내려서는 길도 급경사다. 대봉 도착시간은 13시 20분이다.
능선을 타고 계속 내려가면 작은 봉우리들을 몇번 오르내리다 보니 다소 지루한 감이 들며, 도로 절개지 위에서 오른쪽 임도를 타고 내려서니 빼재(삼오정 고개)다.
727번 지방도가 지나는 빼재 고갯마루에는 수령(秀嶺)이라는 기념비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이름이다. 본래 이 고개 부근에는 사냥꾼과 도적들이 많아 그들이 잡아 먹은 동물뼈가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해서 뼈재라고 했다. 뼈재가 경상도 발음으로 빼재가 되었는데, 이 고개 이름을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빼'를 '빼어나다'로 해석하면서 빼어날 수(秀)자를 쓴 것이다.
빼재의 또 다른 이름 신풍령은 추풍령을 본 떠, 바람도 쉬어 넘는 새로운 고개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고 상오정고개는 고갯마루 북쪽 무주에 있는 상오정마을에서 빌려와 붙인 것이다.
고개마루 돌표지석엔 수령이라 써 있으며 팻말에는 출입금지 덕유산 국립공원이라 되어 있고, 안내판에는 '어서오십시오 덕유산 국립공원'과 도로 이정표에는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이라 적혀 있다. 무주와 거창을 잇는 727번 포장도로가 지나고 있으며 고개 남쪽에는 신풍령 휴게소와 넓은 주차장과 주유소가 있다.
신풍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14시 20분 아직도 시간은 많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더 이상 산행이 어려워 소사고개에서 기다리고 있는 회원님들께 전화를 하니 통화가 되지 않아서 메세지를 띄우고 해서 어렵게 연락(1시간 30분 이상 기다렸음)이 되어 만나서 내려오다가 계곡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잠시 놀다가 출발하였다.
더운 날씨에 종주하신 회원 여러분과 운전을 하시면서도 남덕유산까지 올랐다가 내려가신 회원님들, 그리고 백두대간 종주대에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시는 김칠원 회원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