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미혹과 깨달음
현우경 해제
현우인연경(賢愚因緣經)의 약칭으로
위나라 혜각(慧覺) 등이 번역하였다.
송나라 문제(文帝) 때에 혜각담학(曇學)위덕(威德) 등
8인이 우전국에 가서 여러 법사들이 강론을 강(講)하는 것을 듣고
뒤에 고창군(高昌郡)에 돌아가, 각기 들은 바를 번역하여
445년(宋 元嘉 2년) 이것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전 13권 69품으로 나누어 성현과 범부의 인연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악을 그치고 선을 선하며 큰 발심과 원력으로 믿음의 길,
수행의 길에 들 기회와 인연을 설한 경이다.
현우경 - 스승이시여, 법을 설하소서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이루신 뒤 이렇게 생각하셨다.
`중생들은 미혹의 그물에 얽매이고
삿된 견해에 집착하여 교화하기 어렵구나.
설령 내가 이 세상에 오래 머물더라도 아무 이익이 없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몸을 버리고
무여열반(無餘跡槃)에 드는 것이 나으리라.'
그때 범천(梵天)은 부처님의 생각을 알고 곧 하늘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발 아래 머리 숙여 예배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청하였다.
"스승이시여, 무여열반에 들지 마시옵고
모쪼록 많은 중생들을 위해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소서."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범천이여, 중생들은 번뇌에 가리워 세상의 욕락을 즐길 뿐
지혜로운 마음이 없다. 비록 내가 세상에 오래 머문다 해도 헛될 뿐,
나의 생각으로는 열반에 드는 것이 좋을 듯 하구나."
범천은 다시 절하고 아뢰었다.
"스승이시여,
이제 진리의 바다는 가득 찼고 정법의 깃발은 세워졌습니다.
중생을 바른 법의 길로 인도하실 때는 바로 지금인데 어찌하여
스승께서는 열반에 드시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안식처를 잃게 하려 하십니까.
스승께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중생들을 위해
진리의 약을 캐어 모으실 때,다만 한 마디의 진리를 듣기 위해
자신과 아내와 자식까지도 버리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찌 그때의 서원을 저버리려 하십니까."
범천은 이렇게 부처님께 사뢰고 계속 말하였다.
아주 먼 옛날, `수루바'라는 국왕이 이 세계의
8만 4천 작은 나라들과 6만의 산천과 8십억 촌락을 다스렸습니다.
국왕은 부인과 시녀가 2만 명이었고 대신이 1만 명이었습니다.
수루바왕은 견줄 데 없는 큰 덕을 지니고
백성들을 잘 보호하여 태평성대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왕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오직 권력과 재물로서만 중생을 편안하게 할 뿐,
도덕적인 진리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다스리지는 못하였으니
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이 모두가 나의 허물일 뿐 누구에게도 그 잘못은 없다.
이제 견고하고 실다운 진리의 재물을 얻어
그들을 모두 번뇌로부터 벗어나게 하리라.'
그는 곧 사바세계 방방곡곡에 영을 내렸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진리를 설해 주겠는가.
그러면 그의 소원을 모두 들어 주리라."
사방으로 두루 구해 보았으나 아무도 응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매우 근심하고 슬퍼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비사문천왕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왕을 시험해보고자
본 정체를 숨기고 야차의 몸으로 둔갑하여 왕 앞에 나타났습니다.
얼굴 빛은 검푸르고, 눈은 피처럼 붉으며,
위로 삐져나온 이빨은 사나운 개의 이빨과 같고,
머리털을 곤두세우고 입으로부터 불을 훅훅 내뿜으며
궁문에 와서 말했습니다.
"누가 진리를 듣고자 하는가. 그를 위하여 내가 법을 설하리."
왕은 이 말을 듣자 너무나 기뻐 어린애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몸소 그를 맞이하여 예를 갖춘 뒤 자리를 마련하고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대신들을 모이도록 하여 함께
진리를 설해 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그때, 야차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진리를 배우기란 참으로 어려운데
어찌 그대는 그렇게 쉽게 들으려 하는가?"
왕은 조용히 합장하고 말했습니다.
"무엇이든지 필요하다면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야차가 또 말했습니다.
"대왕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곧 나에게 주어
잡아먹게 하면 진리를 설하리라."
그때에 대왕은 부인과 사랑하는 아들을
야차에게 주어 보시(布施)하였습니다.
야차는 그를 받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먹어치웠습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모였던 여러 왕들과 신하들은
수루바대왕의 그러한 행동을 보고 슬피 울면서
그러한 행동을 중지해주기를 호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왕은 진리를 얻기 위해 한 번 먹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야차는 왕의 사랑하는 부인과 귀여워하는 태자를
다 먹고 나서 왕을 위해 이런 진리의 구절을 읊었습니다.
모든 현상은 무상한 것이어서
지어진 것은 모두 괴로운 것을
다섯 가지 구성 요소가 본래 없는데
`나'다 `내 것이다' 있을 수 있으랴.
이 노래를 듣자 대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그것을 아주 작은 글씨로 써서 관료, 대신들을 시켜
사바세계 방방곡곡에 두루 돌리고 모두 외우고 익히게 하였습니다.
그때, 비사문천왕은 본래의 정체를 나타내고
`참으로 착하고 갸륵하도다'고 왕을 칭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수루바왕의 부인과 아들을 본래의 상태로 살려 놓았습니다.
"부처님이시여, 그때의 왕이 지금의 부처님이십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먼 옛날 진리를 위해서 그처럼 하시고는
이제 어찌하여 일찍이 열반에 드시어 중생을 버리려 하십니까?"
범천은 계속해서 말하였다.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범천왕이라는 국왕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 국왕에게 태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담마감'이라 불렀습니다.
태자는 진리를 구하고자 하여 신하를 시켜
훌륭한 스승을 찾도록 하였으나
마침내 찾지 못하자 태자는 근심과 번민에 싸였습니다.
이것을 지켜 본 제석천은 태자를 시험하기로 했습니다.
제석천은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해 궁문 앞에 나타나 말하였습니다.
"나는 진리를 알고 있다.
누구든 듣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기꺼이 설해 주리라."
태자가 이 말을 전해 듣고 몸소 나가 머리를 숙여 예배하고,
곧 큰 궁전으로 모시고 가서 좋은 자리를 마련한 뒤 합장하고 말했습니다.
"원하옵나니 진리를 설해 주소서."
바라문은 말했습니다.
"배우는 일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스승을 찾아다니며 배워야 얻어지는 것입니다.
어찌 그것을 그렇게 쉽게 들으려 하십니까?"
태자는 이 말을 듣고, 또 말했습니다.
"대사께서 필요하시다면 내 몸이나 처자까지도
아낌없이 모두 바치겠습니다."
바라문은 다시 말하였습니다.
"만일 당신이 열 길의 불구덩이를 파놓고,
불을 붙인 뒤 몸을 던져 공양한다면 기꺼이 진리를 설하겠습니다."
태자는 바라문의 말을 따라 큰 불구덩이를 만들었습니다.
왕과 여러 작은 나라 왕들과 왕후와 궁녀들과 신하들은
태자의 그러한 행동을 알고, 안절부절하면서
모두 태자궁에 나아가 태자에게 그러한 일을
그만두기를 충고하였고, 바라문에게도 말했습니다.
"바라문이여, 원컨대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태자로 하여금 불구덩이에 들지 않게 하소서."
바라문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일은 나의 허물이 아니라 다만 그의 생각을 따른 것 뿐입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진리를 설하려니와 그렇지 않다면
나는 진리를 설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태자를 핍박한 일이 없습니다."
바라문을 통해 태자의 견고한 뜻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그저 침묵만을 지킬 따름이었습니다.
왕은 곧 온 나라에 방을 붙였습니다.
담마감태자는 오직 진리를 위해 이레 뒤에
그 몸을 불구덩이에 던질 것이다.
진리를 위하고 태자를 돕고자 하는 자는 속히 모이도록 하라.
모든 작은 나라의 왕과 대신들과 많은 백성들이
서로서로 부축해 가면서 구름처럼 몰려들어
태자에게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저희 모든 신하들은 태자님을 부모님같이 우러러 존경합니다.
만일 태자께서 몸을 버리시면,
저희들은 의지처가 없어지게 됩니다.
부디 저희들을 생각하시어 한 사람으로 인해
모두를 버리지 마십시오."
태자는 말하였습니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생사를 거듭하는 동안 수없이 몸을 버렸다.
인간세상에서는 탐욕으로 인해 서로 해쳤고,
천국에서는 수명이 다하고 복락이 다해 즐거움을 잃고 괴로워했다.
지옥에서는 온갖 고통을 받았으며, 여러 가지 일로 몸을 잃었는데,
마음과 골수에 사무치는 고통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아귀 세계에서는 온갖 독침에 시달렸고,
축생으로 있을 때에는 한없이 몸을 바쳤느니라.
그러나 이는 온갖 고통만 겪고 헛되이 신명만 버린 것으로서
일찍이 진리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러한 것을 이제 깨닫고 이 덧없는 몸을 던져
위없는 승자의 경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이러한 마음을 막지 말라.
내가 승자의 경지를 체득한 뒤에는 그대들에게
다섯 가지 진리의 몸을 베풀어 줄 것이다."
여러 대중은 태자의 굳은 결심 앞에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때 태자는 불구덩이 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라문이여, 큰 스승이시여.
원컨대 나를 위해 먼저 진리를 설하소서.
혹 내 몸이 먼저 죽으면 진리를 듣지 못할까 해서입니다."
바라문은 게송을 읊었습니다.
성내고 해치려는 생각을 없애고
늘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라
연민하는 마음으로 중생을 돌아보고
자비로운 생각으로 눈물을 흘리라.
크게 기뻐하는 마음을 닦고 익혀
스스로가 얻은 것처럼 기뻐하라
진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중생을 보호하면
그게 바로 보살의 행이니라.
게송이 끝나자, 태자는 불구덩이를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지려 했습니다.
그때 제석천왕과 범천왕은 각각 태자의 한 손을 잡고 말렸습니다.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은 다 태자님의 은덕에 힘입어
각기 제 일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 태자께서 몸을 버리신다면 온 천하는
자애로운 부모를 잃게 될 것입니다.
어찌 그 몸을 던져 모두를 등지려 하십니까.'
태자는 그들을 향해 대답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위없는 진리를 구하려는 나의 마음을 막으려 하오.'
주위는 모두 잠자코 있었고,
마침내 태자는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때, 천지는 크게 진동하고 하늘은 비오듯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불구덩이는 삽시간에 연못으로 변하고,
태자는 그 못 속의 연꽃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은 태자의 머리에 하늘 꽃을 뿌렸습니다.
"그때의 범천왕은 지금의 부왕이신 정반왕이요,
어머니는 지금의 마야부인이요,
태자 담마감은 지금의 스승이십니다.
스승께서 그때 그토록 진리를 구하신 것은
오직 많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그 서원이 성취되었으니 마땅히 진리를 갈구하는
중생들을 위해 감로의 샘물을 떠 주셔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희들을 버리고 열반에 드시어
진리를 설하지 않으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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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관세음보살_()_
경전과 염불 독경 자료~ 공부 합니다.늦게나마 감사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