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배팅상한액’ 있으나마나
과천경마장 1·2월 370건 위반 … 규정 안지켜도 제재수단 없어
2010-03-25 오후 12:47:33 게재
경마장에서 구매상한액 위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규정으로 1회당 1인 배팅한도액을 10만원으로 정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과천경마장 현장단속에서 1월 209건, 2월 161회 등 두 달만에 370건의 한도액 위반을 적발했다. 사감위는 개선을 권고했지만, 마사회는 규정 지키기에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 구매상한액 단속 소극적 = 사감위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단속한 결과 과천경마장에서 총 382건의 구매상한액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마권 구매는 주로 자동발매기에서 이뤄진다. 현금대용인 마권구입표와 투표용지(마권발매표)를 자동발매기에 넣고 배팅금액을 정하면 영수증이 나오는 식이다. 현금대용인 마권구입표 한장에 최대금액은 10만원이다. 하지만 마권구입표는 여러장을 살 수 있다. 자동발매기에서 한 경기에 10만원을 배팅한 뒤 다시 마권구입표를 넣고 또 배팅할 수 있는 구조다. 누가 얼마나 배팅했는지 집계조차 할 수 없다.
적발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구매상한 위반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감위 관계자는 “구매상한액 규정은 무용지물”이라며 “자체 규정으로 정한 상한액을 지키도록 시스템을 갖추지도 않았고, 직원 2~3명이 캠페인성으로 객장을 돌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외발매소는 사각지대 = 더 큰 문제는 장외발매소다. 장외발매소란 도심 건물에 경마 중계 모니터를 설치하고, 모니터로 중계되는 경마 상황을 보며 배팅을 하는 곳이다. 마사회 장외발매소는 전국에 32개로 이중 25개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마사회 전체 수입 7조원의 70%를 이곳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자동발매기에서 1회 구입한도액은 10만원이지만 한 사람이 여러차례 마권을 살 수 있다. 사감위가 하루동안 단속한 구매상한액 위반 건수만 안산지점 14건, 구리지점 11건, 수원지점 17건 등이다.
경마의 하루 경주 횟수는 최대 15회로, 1회 발매금액 10만원을 지킬 경우 하루 최대 지출액은 150만원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실태 조사 결과 150만원 초과 경험이 있는 이용객은 본장의 경우 19.2%, 장외발매소는 22.0%로 나타났다.
박상연 사감위 지도감독팀장은 “실제 경주가 벌어지는 본장에는 상주 감시 인력이 있지만 장외발매소는 인력한계 때문에 돌아가면서 단속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각지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사회측은 “1회 1인당 10만원 상한액이 있지만, 1경주당 상한액으로 돼 있지 않아 해석상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사감위와 장외발매소의 총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합의하고, 하반기부터 전자카드제도 시범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구매상한액 준수 대안은 전자카드제 = 배팅에 상한액이 없다보니 도박중독으로 이어진다. 전직 경마장 직원 A씨는 “경마는 마사회의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욕심이 생겨 배팅액을 높이게 되도 제한이 없어 중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감위는 구매상한액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구매상한액 위반을 단속해야 할 마사회는 전자카드 도입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마사회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배팅액이 많을수록 자신들의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경마의 법정 환급액은 73%이다. 배팅액의 27%는 마사회의 이익금과 세금으로 들어간다.
국회 강기갑 의원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10만원 이상 배팅한 위법 매출이 마사회 전체 매출의 31%에 달한다”며 “마사회가 10만원 상한선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어 경마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사회측은 “내부적으로 구매상한액 준수와 건전화 방안을 찾고 있으며, 장외발매소도 경주가 없는날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관련기사]
- [현장보고]영등포 경마 장외발매소
- “전자카드제 있었으면 30억 안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