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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차맛어때 원문보기 글쓴이: 둘로스
녹차산업이 고사위기枯死危機라는데…
『茶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재고량이 쌓이고 있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목포시험장의 '국내 농가 녹차 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3년까지 재고량이 없었지만 2004년 300톤, 2007년 1452톤으로 재고량이 급증하고 있다. 재고량이 급증한 것은 생산량이 늘어났지만 중국산 저관세 티백 원료 제품 및 발효차 수입이 증가했고 지난해 농약 녹차 파문으로 소비가 급격히 감소한 때문이다. 옥수수수염차, 둥글레차 등 대용차 시장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전남일보 2008. 7. 2「전남 녹차산업 고사위기」중 일부 )
위 기사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라남도의 녹차산업이 고사 직전에 내몰려 있다.’고 진단하며 2010 년에는 재고량이 2496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소득 농산물로 각광받으며 재배와 생산이 급격히 늘어나던 우리의 차산업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기사 중에 몇 가지의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뿐일까?
1. 문화로 정착하지 못한 음차飮茶
문화를 일컬어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한다. 따라서 음차행위飮茶行爲가 하나의 문화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어야 하고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실제로 음차는 예로부터 인격의 수양과 행실의 예 그리고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가치 있는 일로 여겨졌기에 고상한 습관으로써 일찌감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 선불교와 함께 발달한 차문화가 끽다거喫茶去,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중국 선승들의 화두와 함께 이 땅에 전래된 지 천 년이 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쇠퇴기를 맞이했어도 기개 있는 선비와 선승들 사이에서 그 명맥이 유지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효당 최범술을 비롯한 몇몇 뜻있는 다인들에 의해 현대 차문화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차문화는 특정한 소수 집단의 문화요, 음차라는 본질을 잃어버린 허례와 허식의 문화로 비난받고 있다. 차의 소비가 늘었다지만 이는 순전히 기업의 공로일 뿐 ‘차문화의 계승, 발전, 보급’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차인들이나 차 관련단체가 기여한 바는 크지 않다.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귀족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로 비쳐짐으로써 대중화에 역행한 측면이 더 많은 것 같다.
1980년대의 경제 성장기에 들어와 살림에 여유가 생기면서부터 사람들은 건강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커피와 홍차의 수입이 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수입대체를 위한 국산茶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기업은 이에 발맞추어 녹차의 생산과 판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업은 판매 전략으로 건강논리를 내세웠다. 커피의 유해성이 알게 모르게 소비자의 의식을 파고들었고 ‘녹차가 커피보다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시절의 다방에서는 티백녹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티백녹차의 소비 증가는 우리나라의 연간 茶 소비량을 끌어올렸다. 2000년 전후에는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고 붐을 일으키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을 차문화의 보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미흡했다. 기업은 시류에 편승하여 건강논리에만 매달렸을 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추구하는 데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소비가 늘기는 했지만 음차는 우리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철학, 도덕, 예술 등의 문화적 기반이 거의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인들이나 차 관련단체들은 마치 자기들의 공이라도 되는 양 우쭐거렸다.
혹자는 우리에게도 전통문화로서 차문화가 존재하는데 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문화적 기반’ 운운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동안 옛 자료를 찾아 연구해 온 차인들 덕분에 차문화가 사회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로 인식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통이 반드시 연속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전통은 그 시대 사람들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재평가된다. 따라서 전통에 기대어 영속성을 바란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전통이 영속성을 지니려면 살아있는 문화로서 진화를 거듭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대중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차인들이 저마다 차문화의 계승, 발전, 보급을 주창했지만 일부 차인들은 음차행위의 전통성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일에만 몰두했다. 오히려 음차라는 본질을 형식 속에 유폐시키고 다례라는 생명 없는 행위놀음에 열중한 것이다. 원형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데다가 문헌적인 근거마저 빈약한 형편에 저마다 자기주장을 보태서 만든 다례는, 일시적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자기의 권위를 더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본질을 잃은 생명 없는 행위놀음은, 차문화가 살아있는 문화로서 진화를 거듭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대중적 지지를 받는데 실패하게 만들었다.
2. 문화적 기반이 없으면 음차의 영속성도 없다.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대만에 커피가 전해진지 오래고 세계최고의 다국적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곳곳에 들어섰지만 이 때문에 그 나라의 차산업이 위태로워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차산업은 아직도 건재하며 오히려 생산과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들의 차산업 이면에는 오랜 세월 면면히 이어온 차문화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뒷받침이 없는 행위는 길게 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철학, 도덕, 예술 등으로 승화된 정신적 기반이 없는 행위 즉 문화적 가치가 없는 행위는 영속성이 없다는 뜻이다. 건강에 좋다는 한 가지 이유로 행해지는 음차는 언제나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의 현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음차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류와 감각적인 다양한 색향미를 추구하는 이 세대의 취향에 밀려나면서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러한 현대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각종 기능성음료가 개발되어 시장을 장악하면서 급격히 설자리를 잃었다.
기업이나 차인들이나 모두 음차를 살아있는 문화로 정착시키는데 실패했다. 아니 어쩌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음차가 지닌 정신적 육체적 필요성을 가르치고 그에 따른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지극히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모처럼 대중적 지지의 폭을 넓혀온 음차가 시류에 밀려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가고 있다.
3. 마케팅의 실패
문화적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면 시류라도 잘 읽어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차 자체만으로 당장에 문화상품화가 어렵다면 관련분야와 연계하거나 판매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근시안적인 상업논리로 무장한 기업에 이런 것들을 기대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건강논리를 앞세운 전략은 기능성건강음료의 범람으로 더 이상 먹혀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품질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원가절감과 다수확에만 매달리다가 터져 나온 녹차농약파동(2007. 8)은 건강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녹차농약파동은 소비 감소의 속도를 더한 것일 뿐 차산업 실패의 전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미 그 몇 해 전부터 재고량이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문화를 우리의 전통문화로 내세우며 티백녹차가 아닌 잎차를 소비하는 곳이 찻집이다. 찻집에서 판매되는 차는 체험 가능한 전통이었다. 아날로그세대는 민속유물로 장식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지나간 세월과 고향을 떠올렸다.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했지만 찻집은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소비세대로 떠오른 이른바 디지털세대에게는 아날로그적 향수를 기대할 수 없었다. 변화와 함께 찾아온 현실은 냉혹했다. 많은 찻집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며 식당을 겸하기 시작했다. 커피, 동동주, 호프, 와인 등을 취급하며 정체불명의 업종으로 변했다. 살아있는 문화가 아닌 체험 가능한 전통에 머물던 음차는 세대교체와 함께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모 기업은 차 소비의 증가로 고무된 상황에서 일정부분 세대의 변화를 읽어냈던 것 같다.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현대적 개념의 대형 매장을 연이어 개장했다. 「21세기 생활 문화에 적합한 차의 이로움을 다양한 메뉴들을 통해 전달하는 ‘차와 인간’의 공감을 주선하는 테마 카페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한 이 사업은 ‘대기업의 참여라는 점’과 그 규모에 있어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녹차음료와 녹차를 첨가한 식품은 벌써부터 베이커리카페를 위시한 여러 형태의 업소에서 제조 판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녹차를 첨가한 식품의 대부분이 향미에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별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간과되었다. 게다가 업종의 세분화와 전문화가 강조되는 현실에서 이 업종은 베이커리카페와 차별성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정체성의 결여’라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얼마 못가서 점포의 일부를 폐장했고 나머지 점포도 애초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등의 변화가 뒤따랐다.
우리나라에는 음차를 일상의 문화로 즐길 수 있는 茶전문점이 없다. 차전문점이란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카페에 버금가는 규모의 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소를 뜻한다. 커피의 경우에는 수많은 전문점이 있지만 일상 속에서 녹차를 마시려면 직접 우려마시든지 아니면 커피나 기타음료를 판매하는 곳에 가서 커피 말고 녹차를 주문해야한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찻집은 외면당하기 시작했고 야심차게 출발한 현대적 개념의 카페형 대형 찻집 역시 녹차의 판매율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소가 있긴 하지만 이건 더욱 아니다.
이상과 같은 현실에서 차의 소비 증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향미도 없는 것이, 전통적인 대중문화로 자리도 못 잡고, 마케팅에서는 건강논리 하나로 버텨왔으니 당연한 결과일수밖에 없다.
4. 관련분야와 연계해야 한다.
차 자체만 가지고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면 관련분야와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형식주의에 치우쳐 있을망정 차인들의 공로를 부인하기 어려운 것은 음차를 우리의 전통으로 인식하는 국민적 정서를 조성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계 가능한 분야는 전통이라는 범주 내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전통음청류를 비롯한 떡‧한과 분야다.
근래 들어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갖추고 문화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이른바 카페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이어 외국계 커피전문점들이 속속 입지를 굳히고 있으며 토종브랜드들도 치열한 경쟁에 합류하여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굴지의 제과업계들이 테이크아웃 판매에 의존하던 기존 영업방식의 틀을 깨고 카페化를 선언하고 나섰다.
카페란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취급하며 휴식과 교제가 가능한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업종이다. 바쁜 일상의 현대인들은 요기療飢, 휴식, 교제, 간단한 업무활동이 동시에 가능하고, 양질의 음료와 먹을거리가 있는 시설 좋고 쾌적한 분위기의 카페를 선호한다.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 중에 하나가 이러한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데 있다. 최근 들어 커피전문점이 쿠키나 케이크 등 먹을거리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제과점이 커피나 녹차 등의 음료 판매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른바 베이커리카페로 변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본지 2007. 2 「스타벅스 인사점에서 찻집의 희망을 꿈꾸다.」)
따라서 찻집도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세대가 추구하는 바가 그렇다면 따라야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차만 가지고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 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할 변화다. 대신 분명히 기억할 것은 정체성만큼은 결코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차와 떡‧한과는 전통이라는 울타리 속에 함께 있으니 정체성 확립에 유리하다. 더구나 떡‧한과 업계의 경우도 현재의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우리의 전통먹을거리임에 불구하고 명절이나 특정한 날에 소비가 편중되고 케이크나 쿠키에 비해 싸구려로 인식되고 있어서 소비 증가와 채산성 증대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양 업계가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전략이다.
차와 떡‧한과의 조합은 매출의 증대와 채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떡‧한과를 고급화하여 카페의 기능을 갖춘 현대적 개념의 찻집에 옮겨놓으면, 그 품격과 가치를 차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전통음청류를 재연 상품화하여 음료를 보강하면, 현대적 개념의 찻집 즉 「茶전문점」 「전통카페」 「전통떡카페」 「전통디저트카페」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의 고유한 업종이 뿌리를 내림으로써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왕에 떡카페가 거론되었으니 한 마디 하겠다. 현재 떡카페를 표방하는 업소가 몇 군데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떡카페들이 거의 대부분 차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거의 떡집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게다가 매출 증대를 위해서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품목들을 취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산업 전반에 걸쳐서 업종의 세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커피문화를 비탕으로 성업 중인 카페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확실한 전통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한다. 따라서 떡카페는 차와 떡‧한과와 함께 전통음청류를 재연하여 상품화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우리의 전통을 고집하는 정체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차를 선별하는 까다로움과 매장 안에 방앗간을 두고 직접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솜씨를 갖추지 않고는 카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5. 결론
茶산업계가 고사를 면하려면 근시안적인 영업 전략을 버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 차산업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그것은 「차문화 심기」에 투자하는 것이다. 과거 식민지시절에 일본이 우리의 어린 학생들에게 자국의 다도를 가르침으로써 문화심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교육정책입안자들과 협력하여 차문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철학, 도덕, 예술이 내재된 차문화의 가치를 가르쳐서 우리의 정신문화를 함양하고 음차를 생활화 하는 습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는 상업논리로 계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국익증대와 함께 차산업의 고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다.
차를 생산하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지역행사를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행사는 계속되는데 반하여 차의 재고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판매 증가를 목표로 홍보 차원에서 거행되는 이 행사들이 투자한 만큼의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슷한 행사가 매년 반복됨으로써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으니 명칭 그대로 지역축제로 전락할까 걱정스럽다.
예인藝人들을 초청하여 이벤트성 행사를 계속하는 것으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형식주의로 굳어진 차문화단체를 동원하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면 같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실효성을 생각해야한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마케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차산업은 경제성장 속에서 정책적 지원 하에 참살이 바람을 타고 쉽게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산업분야와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그간의 좋은 세월을 방만하게 흘려보낸 만큼 더욱 혹독하게 그 대가를 치러야한다.
현대의 마케팅은 소비자를 찾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은 지역행사의 비중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찾아 도시로 나가야 한다. 가마솥을 비롯한 제다도구를 싣고 대도시의 시청광장이나 문화광장에 가서 차를 덖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음행사를 한다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시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장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이래저래 효율적이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 차전문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이 홍보예산 중의 일부를 투자하여 차전문점을 개설하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카페와 대비되는 수준의 차전문점이 대도시에 개설되면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차를 접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차문화의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보게 됨으로써 살아있는 광고물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는 총판이나 대리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이 직영하거나 위탁경영하는 현대적 개념의 찻집을 의미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체성과 전문성이 확실한 떡카페가 그 모델이 될 수 있다. 만약에 이것이 성공한다면 음차의 생활화를 이끌어내고 홍보효과를 얻는 것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니 잘만하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차의 품질관리가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농사관리는 물론이고 수제덖음차라 할지라도 표준제다법을 제정 적용하여 수준이하의 차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이건 처음 접했을 때 좋아야 한다. 차를 처음 접했을 때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하고 무언가 불편했다면 그 사람이 다시 차를 찾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소비자와의 첫 만남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품질 좋은 차가 많을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차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차밭에 농약을 살포하는 장면을 방영한 언론을 탓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재고량의 증가는 방만한 경영으로 말미암은 예견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차산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한다. 음차가 우리의 일상의 문화로 뿌리를 내리도록 힘써야 한다. 구태를 벗어버리고 치열한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타 분야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스스로 살아남는지를 배워야 한다.
茶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우리의 차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토로했다. 찻집에서 판매되는 차의 80%가 중국산 차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마당에, 우리의 차산업이 고사되고 부득불 중국산 차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비극적인 일이 생긴다면 그만 장사를 접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용에 대하여 부분적으로 시비를 가리려고 하지 말고 동의할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한다.(월간 Tea & People 2009.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