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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步 석진호의 검단산 산행기>
산행일시 : 03년 11월 30일(일), 오전 11:00시
산행 참가자 : 완이 형 부부, 라형 부부, 동백 부부
산행코스 : 한국애니메이션고교(신안아파트앞) → 호국사(우측) → 샘터 → 정상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에 등산 이라기 보다는 산보 수준의 산행을 했다.
모처럼 맑게 개인 하늘과 포근한 날씨 속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 걷기 불편 할 정도다.
요즘 사람들은 레저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것 같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건강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에 푹 빠진 친구를 보면 재미는 있는 모양이다.
어울리기 좋아하며 밤새 노는 것도 마다하지 않던 친구 J는
모임에서 내일 골프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할 때,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의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골프 약속은 마누라가 죽어도 지켜야 된다는 말을 주변 선배로부터 들어서다.
세상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약속이라는 것을 빗대서 한 말일 것이다.
얘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진 것 같은데, 다시 검단산으로 가 보자.
산행 초입의 잡목 숲 조금 넓은 오솔길을 우리 일행은 산책하듯 여유로운 산행을 시작한다.
동네 야산과 같은 아늑함이 친근감을 불러오고, (해발 657m) 이 정도의 산이라면
시월에 다녀온 두타산에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 생각하고 어제 잠을 설쳐 컨디션이
안 좋은 난 건방을 떤다.(양쪽 발목에1.5Kg 모래주머니 착용) 맑은 공기에 가끔
심호흡을 하며 선배와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25분 정도 걸려 도착한곳에는
'리기다 소나무'가 산길 양자락에 장관을 이루어 자신의 몸매를 한껏 뽐내며 늘씬하게
뻗어있다. 족히 20m는 넘을 것 같은 나무를 키가 작은 난 부러움에 교통사고 후,
목뼈에 쇠붙이가 들어가 불편한 것도잊은 채 자꾸 쳐다보게 된다.
김장을 끝으로 '일구농장'에 갈 일이 없어진 동백이 이번 일요일에는 늦잠을 실컷
자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완이 형의 호출에 꼼짝없이 포로가 되어 우리 집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인지라 허둥대며 아침을 조금 먹고 배가 고프다는데,
정상은 멀리서 손짓하고... '완' 형수가 주는 바나나로 요기를 하고,
만보가 외치는 화이팅!에 동백이 힘을 내본다.
쉬엄쉬엄 40분 정도 올라 전망 좋은 곳에서 중전들의 모습을 디카에 담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산 못지 않은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산새에 금새 도취되고,
덤으로 팔당대교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만보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에 충분했다.
스틱에 몸을 의지해 힘들어하며 오는 '라'형의 중전(앵란) 형수 왈! "나이는 사십대
인데, 몸은 칠십 대야"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책하며 애교석인 웃음을 지으며
앞서 나간다. 당연히 쉬었다 갈 줄 알았던 만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뒤따를 수밖에...
5분 정도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모여있다. 맹물을 마음놓고 못 마시는
도시의 생활환경에 찌들은 현대인들이 정거장처럼 찾는 샘터. 조금전 쉬지도 않고 앞서
갔던 앵란 아줌마의 속셈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적이 있는 형수의 그런
행동에 만보 속으로 웃으며 재밌어 한다.
산행에 앞서 답사에 엄청 공을 들이시는 '이화산우회' 뿌리 왕회장 시몽 선배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먼저 안다는 것의 중요함.
아무튼 형수 고마워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 줘서요..."
우리 일행은 약수를 마시고, 바로 앞에서 홍보 차 공짜로 나눠주는 석류 열매를
숙성시켜 희석시킨 음료를 안 먹으면 손해 보는 것 같아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손을 내밀어 받아 먹 는다. 새콤 달콤 맛있다.
약숫물과 공짜로 먹은 석류즙의 힘을 빌어 다시 출발이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10분 정도 올라가니
널따란 헬기장(약 200평)이 정상 밑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정상은 앞으로 40분 정도의 거리인데, 여기서부터 정상을 오르기 위해 피해 갈 수 없는
'껄떡'이 아닌 '깔딱'이란다. 정상을 배경 삼아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만보 앞서가 는 선배를 따라가기가 힘에 부친다. 중전님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은근슬쩍 뒤로 빠져 속내를 감추고,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며 건방을 떨었던 것을
후회하면서 묵묵히 걷는다.
겨울이라 단정하고 짧게 이발을 한 검단산 숨을 곳이 없다. 동백이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한 위대한 출산(영준 4.1Kg 영욱3.8Kg)의 영향과 여자(♀)의 생식구조의 특성상
흔히 겪을 수 있는 '긴장성 요실금'(중년 여성 중에서 58% 정도는 경험이 있다고 함)
증상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은밀한 곳이 보이지 않아 동백이를 비롯한 형수들이
걱정이다. 급하면 알아서 하겠지...
사방 팔방 뻥 뚫린 백두산 외륜봉 12시간이 넘는 산행의 경험도 있는데, 이것쯤이야...
이런 저런 생각하며 한가로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선 정상 벤치에는 많은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다. 낮은 산이지만 시야가 탁 트인 정상의 조망은 어느산 못지 않은
매력덩어리 산으로서 손색없다. 동쪽으로 팔당호가 보이고, 눈부시도록 은빛을 띠고있는
억새며, 사방으로 보이는 십여 개의 봉우리를 초보 산꾼인 만보가 알리가 없다.
그냥 짐작으로 용문산, 천마산, 운악산이 여기서 보일텐데... 중얼거려 본다.
이화산우회 왕회장 시몽 선배님과 캡 큰 형님이 오셨으면 손길만 따라가면 되는데...
풍경을 가슴에 담기도 전에 산행 초부터 배고프다던 동백이 밥 먹자고 졸라 시계를
보니 정오를 지난 1시. 만보 서두르며 배낭 속 디카를 꺼내 일기장에 보관할 자료의
증거물 확보에 나서는데, 아뿔사! 카메라 또한 배 고품을 참지 못해 응급상황이다.
한 장만, 한 장만을 중얼거리는 순간 (밧데리) 주인을 원망하며 완전히 갔다. ~허무한 마음~
준비하면 만보, 만보하면 준비인데 요즘은 가끔 깜빡된다. 백두산 산행 때도 거실 배낭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스틱을 빼먹고, 두타산 산행 때는 DVD로 장착되어 있는
관광버스를 기사분께 신신 당부하여 비디오를 볼 수 있게 준비해서 왔는데,
만보 준비물을 점검한다며 맨 위에 있던 산행 테이프를 사무실 책상위에 얌전히
빼 놓고 오질 않나, 완이 형 말대로 껄떡이를 알고부터 그런 것 같다.
사오정을 모른척 하고 통과한 만보. 오륙도를 잘 넘겨 '화백'
(화려한 백수)이 되는게 꿈인데 불안하다.
만보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포기하고, 정상 바로 밑 따뜻한 양지를 찾아 자리를 마련
하는데 휴대폰이 부른다. 산행하기 전 만보의 네트워크에 포착되어 통화를 한 친구에게
하산 후 술 이나 한잔 하자고 했는데, 친구는 점심을 같이 먹자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누라와 기다린다니 이거야 원~
그렇다고 당장 밥 달라는 동백이 포함 달려있는 두 엉아, 형수를 나두고
줄행랑 을 칠 수도 없고...
전후 사정을 들은 만보의 착한 친구 하는 말. "여하튼 일행 모두 맛난 것 사줄 테니
간단히 요기만 때우고 산길 조심해서 내려 와 '이' 시키야" 껄껄 웃으며 끊는다.
싫지 않은 욕을 먹고 잘 차려진 야외 밥상을 쓸쓸하게 떨어져 수북히 쌓인 푹신한
낙엽 방석을 친구 삼아 점심을 해결한 만보. 기다릴 친구 부부 생각에 하산길 빨라진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 멀리서 키 작은 만보 대번에 알아보고,
손 흔들며 반긴다. 악수를 나누며 씩 웃고 하는 말 "야 XX야 배고파 죽겠다"
첫 마디가 이렇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허물없이 지내온 친구!
기다림의 미학으로 빵하나 안 먹고 기다려준 내 친구!
시계를 보니 저녁이 가까운 4시가 다된 시간. 요기가 아닌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보고
참지 못해 포식을 한 난 골목길을 쳐다보며 일행이 곧 올 거라고 미안한 마음 전한다.
5분이 지나 1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들... 그 날 만보의 가슴이 새까맣게 탄 것
중전님 들은 아실런지? 20분이 다 돼서야 골목길 모퉁이에 모습을 드러낸 일행을 본 나는,
반가움에 타는 가슴 스르르 녹아 웃음 지으며 초면인 친구 부부를 소개한다.
친구 차에 중전님들 모시고 친구가 잡아준 영업용 택시에 몸을 실으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데, 어딘들 못 가리오...
공사가 한창인 팔당댐 못 미쳐'배알미리' 비포장도로 언덕길을 10분쯤 지나 보이는
대식이네 매운탕 집에 친구는 이미 연락을 하여 붕어찜과 매운탕을 준비 해 놓았다.
넉살좋은 내 친구. 초면인 선배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검단산을 시작으로 고려 후기
무신정권 의 지역적인 역사적 배경과 이곳 붕어찜을 먹고 있는 '배알미리'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완이 형이 이곳 배알미리가 천주교와 밀접한 역사적인 지역이며,
우리 직장(이화여자대학교) C모 역사학과 교수가 이 고장의 옛 문화를
연구중이라 말하자 맞장구 치며 신나 한다.
배알미리는 하남시의 검단산과 남양주시의 예봉산 줄기가 만나 좁은 협곡을 이룬 곳으로
옛 문헌에서는 도미(渡迷) 두미(斗眉) 두미(斗迷)라 하였다. 언제부터인지 그 부근 마을을
배알미리(拜謁尾里)라 하였다.(퍼온 글) 이곳은 '목민심서'(牧民心書)로 잘 알려진
다산 정약용이 천주교를 처음으로 접했던 곳이라고도 한다.
역사적인 지역 배알미리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한잔하는
술맛! 신선놀음이 따로 있나 이렇게 물 흐르듯 살면 되는 것을...
저녁 햇살이 강물에 숨어 우리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넉넉한 모습의 주인 대식이 아저씨
(특전사 출신)가 친절하게도 버스타는 곳까지 태워다 준다. 고맙다. 친구 부부도 따라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선다. 고마운 친구.
우리 일행은 완이 형 동네에서 오늘을 평가하는 명분을 내세워 붕어찜과 HOF의 만남을 주선
하며 술잔을 부딪힌다. 위하여!!! ~ ~ ~ 입가심 정도로 가볍게 끝낸 2차.
만보 신이나 노래방으로... 라형은 집에 오신 장모님께 효도하러 앵란 형수와 발길을 돌리고,
완이형 부부와 동백이, 만보는 노래방에서 주거니 받거니 노래 속에 삶을 그린다.
완이 형 ~~~
♪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사랑아~♪~~~
만보 ~~~
♪ 너~ 없이 ♬ 백년을 혼자 사는이 너와 함께 하루를 살겠어 널 사랑해 기다려줘~♬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II로 응수하며 완이형과 만보 중전님께 점수 따려고 발버둥이다.
40분이 지나 만보 "이제 일어서야죠?" 형수 한시간을 채워야 된다며 또 누른다.
노래방에 안 왔으면 형수 얼마나 서운했을까? '현모양처'의 표본인 우리 형수.
노래방에 온지 꽤 됐을 것이다. 형수님! 그리고 여보야!
사실 오늘 노래방은 두 중전님들을 확실하게
스트레스 풀 시간을 만보가 마련한 거예요?(계산은 완이 형님)
끝으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를 부르며 내일을 위해 안녕을 한다.
전철을 타고 동백이 곧 모자챙을 내리며 만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깊은 잠에 빠진다. 아~ 행복하다.
집에 도착한 시간 늦은 11시.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두 아들의 인사를 받으며
완이 형과 라형 한테 전화를 하니 꿈나라에 갔단다. (좋은 꿈꾸시고 편히 주무세요.^^)
하루가 꿈 같이 지나갔다.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사랑 그리고 幸福이라고 만보 생각하며... 오늘을 정리한다.
☞ '검단'이란 이름은 백제 위덕왕 때 검단 선사가 은거하여 유래되었다는 설과 한양
으로 들어오는 전국각지의 물산이 이곳에서 검사 받고 단속했다는 설이 있다.
백제 초기 도읍지로 추정되는 위례성의 옛성이 있던 산으로 조선시대까지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다 한다. 팔당댐 아래 '배알미동'은 임금을 배알할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지어진 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