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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住相]

우리나라에서 조경가는?

우리나라에서 조경가의 사회적 인식과 이해는 아직도 미흡한 편이어서 조경이라는 분야가 무엇인지 직업으로서는 어떠한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TV드라마에서 조경하는 사람을 나무를 가꾸는 농장주 정도로 단편적으로 소개된 데에 그치고 있어 외부공간을 설계하는 조경가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경가의 작품에 대한 인식 또한 조경계 안에 형성되어 있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와 하며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조경造景家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활동을 고대한다.

이 글은 국내 조경가의 작가경향과 작품성을 중심으로 한 토론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조경가 이교원과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자 준비하였다. 그나마 이 정도라도 이교원의 작품세계가 알려질 수 있는 것은 후학양성을 위한 고대 대학원 출강을 통해 그의 작품의 일부가 공개된 덕분이며, 작가가 직접 안내한 현장답사에서 공개된 사진은 오직 이론적 토론을 위한 자료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에서 시공된 작품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조경가를 뽑는다면 가장 먼저 이교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공개된 작품과 참고 할 설계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논의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 짐작된다. 게다가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개인적인 공간영역에 위치하여 공개되기를 꺼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분명 그는 우리 앞에 그의 작품을 통해 존재하고 있으며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작가적인 노력으로 일구어 낸 작가 세계와 실제로 시공된 작품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시도와 장인적인 시공 기술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작품집이 외국 출판사를 통해 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조경가 이교원

그는 근면하다. 그는 조경을 직업으로 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새벽부터 일어나 설계를 구상하고 현장을 나가는 것을 몸에 익혔다고 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이나 흙을 만지는 거친 손에서 작가로서의 숨은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진정한 조경가는 농부의 마음과 정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밭농사를 외국인이 보면 그것은 농사가 아니라 원예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서양에서 농사는 단지 씨 뿌리고 수확하는 것을 의미하지 우리네처럼 정성드려 가꾸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가 작품을 대하는 것을 보면 마치 자식을 낳고 기르는 듯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다른 조경가들과는 다른 원예가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씨 뿌리고 솎고 일구고 수확하는 것을 자식을 기르는 것처럼 '기른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는 꼼꼼하다. 그가 만든 정원을 직접 보게 되면 맨 흙이 보이지 않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한 정원구석이나 키 작은 나무 밑에도 어김없이 작은 풀이 심겨져 있다. 마치 식물에 관심이 있고 그 이름을 하나 정도는 아는 사람에게는 식물의 천국에 온 듯하다. 하지만 저절로 난 것이 아니라 분명 옮겨 심은 것인데도 그늘진 곳에는 수줍은 듯이 풀들이 자리잡고 있고, 밝은 곳에는 거기에 어울리는 힘찬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구석구석 모든 곳을 다듬고 잘 자라도록 하는 모습을 보면 그는 맨 흙이 보이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다른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부분에 대한 세심한 처리를 보면서 일본인들의 디테일 정신을 압도한다는 생각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일본정원에서 느꼈던 분위기가 비슷하게 전해 오는지 모른다. 그가 평소에 일식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누군가는 성급하게 '그의 작품은 일본風이다.'라고 선입견을 가질지는 모르겠다. 분명 초기의 작품은 정형적이고 잘 다듬어 놓았으며 향나무가 많았다. 그러나 분명 그의 작품은 일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일본풍의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지 않다면 7,80년대에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빈틈없이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식재계획은 일본에서 보아온 정원과는 다르다. 오히려 일본정원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섬세해 보인다.

그의 정원에는 자연 속의 어디에선가 본 듯하고 편안해서 마치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마른 계곡과 작은 숲, 폭포와 연못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그는 정원 디자인을 자연에서 배웠다고 했다. 높은 산의 꼭대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소나무들의 늠름한 모습에서, 마을 어귀의 소나무 동산의 반가운 모습에서, 심심산중의 계곡의 다양한 식생에서 디자인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정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돌 주변의 작은 장소를 선택해 보라 한두 뼘 밖에 않되는 거리에 무려 20가지 이상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것도 종류가 다른 것들로 말이다! 그리고도 일본풍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가 만든 호텔의 일식당 앞에 만들어 놓은 일본정원을 보라. 그리고 일본풍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라! (나는 조경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열심히 보았던 복사판 일본 조경책을 생각한다. 별다른 자료가 없었고 본 것도 없으니 그 책이라도 외우듯 열심히 볼 수밖에...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내가 창작했다고 생각한 것들이 그 책에 있었다. 나에게 있어 일본풍이란 그런 것이었고 조경가에게 꼼꼼함이란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정원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잠시 여고 영어선생을 하면서 취미로 장미화원을 시작하면서 정원 일을 처음 주문받아 조경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7,80년대의 정원은 둥근 향을 띄엄띄엄 심고 잘 다듬어진 몇 그루의 가이즈까 향나무, 그리고 정원석을 쌓고 철쭉을 끼워 넣는 정도가 정원기술의 전부인냥 인식되던 시기라 일본정원 냄새가 많이 풍겼을 것이고 집 모양이 달라도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식으로만 만들어져 이것말고는 다른 어떤 것이 없을 까 궁금해하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일 것이다. 그때부터 외국 책을 찾아보고 도면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정원설계를 할 때도 반드시 설계비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그는 정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왜냐면 그에게 정원을 주문한 그의 고객들은 그가 만들어낸 정원이 고객의 것이 아닌 작가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교원식 정원의 매력에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그가 요구하는 데로 자신의 정원을 개조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 정원들이 똑같이 생긴 것이 없이 매번 새롭게 디자인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그의 정원을 보는 즐거움이었다.

그는 엄격하다. 그의 직원에게는 철저하게 기술의 습득을 강조하고 장인정신을 가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때문에 그는 높은 조경기술을 가지고 있는 오랫동안 그와 일해 온 직원들과 항상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그의 현장에 잠시 있었던 사람인데도 다른 현장에서 그의 밑에서 있었다고 하면 좋은 대우를 받을 정도라고 한다. 좋은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 언제나 기술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경영 전략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조경작품이 완성도가 높은 이유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개인정원에서의 설계과정

그는 항상 집의 주소를 표시하는 명패를 디자인하는 일에서 시작하여 대문과 담장디자인, 조명디자인 심지어는 차고의 위치와 동선 그리고 필요한 경우 건축적인 경비실의 디자인까지도 조경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조경이 나무 심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는 외부에 놓여 있는 모든 것들 즉,건물의 외벽선 밖의 모든 것을 배치하고 재료와 시공방법을 정하는 작업을 통해 외부공간의 분위기를 조절하고 통제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개를 좋아하는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개집이 정원의 일부가 되도록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애완견의 집을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의 개인정원의 스타일은 공간마다 섬세한 고객에 대한 배려를 담는 것이다. 오히려 대상 고객층의 생활패턴에 대한 성실한 이해 없이 비슷한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그의 개인정원의 공간구성은 일정한 대상고객층 만큼이나 명확하다. 그것은 고급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대개 언덕(hill)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가 만든 정원을 투어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통해 진입하게 된다는 것과 거실을 중심으로 한 잔잔하고 넓은 잔디밭, 그리고 시각적으로 열려진 차경이라는 공통적인 특성(character)을 발견하게 된다.

대문에서 현관에 도달하기까지 높이 차가 있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은 공간이용의 제한적인 요소(negative factor)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포함된 가족구성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적인 제한요소가 그의 디자인을 통해 정원에 매력을 살리는 능동적인 요소(positive factor)로 만들어 졌다. 오히려 계단이 없다면 집을 출입할 때마다 다양한 시각적 경험과 리듬감을 통해 자연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는 정원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관특성에서 오르막길, 또는 내리막길, 지그재그로 난 길들에 대한 경관적 구성과 시각적인 체험이 정원기술(gardening technique)의 기본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창덕궁의 후원과 소쇄원의 지형을 살펴보면 자연의 일부로 지형을 조절하는 많은 기술이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옛 조원가들에게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기술처럼 받아 들였던 것은 아닌가요? 그래서 지금 저는 그 잃어 버린 고려청자와도 같은 기술적인 비법에 대한 실마리를 그의 정원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외부공간은 앞뜰(전정:前庭)이라고 부른다. 미국 중산층의 일반적인 정원구성에서 전정(foreground)이 외부에 공개되는 퍼블릭한 특성을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풍수설의 영향으로 집의 방향과 대문의 위치가 정해지는 것과 외부를 향해 높은 담을 쌓는 폐쇄적인 울타리의 경향이 독특한 전정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때문에 전정은 대문공간의 연장이 될 수 있고, 현관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정원에서 전정은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매혹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 곳에는 주로 소나무를 심어 사계절 푸르름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전정공간에서 바깥주인을 배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이용하는 시간과 횟수와 관심의 정도를 고려해보면) 대상은 안주인이며 바깥주인이 이용하는 공간은 아침 저녁 출 퇴근 시간에 잠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전정인 것이다. 전정 공간은 내부공간과 이부공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중간공간이 것이다. 그의 정원에서는 하루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마음의 다짐을 하기 위한 가벼운 산보를 하듯 전정의 계단을 체험하도록 되어 있다. 집안의 모든 식구들과 소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하려는 안주인의 배려가 담긴 듯하다.

전정에 사용된 중요한 수목재료(soft landscaping)는 사철 푸른 상록수는 변화없음을 통해 정원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바깥주인의 남성적인 권위를 상징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그러나 대부분 적송이 사용되고 있고 적송은 흑송에 비해 여성적인 나무라고 알고 있지만 여기서 남성적이라는 것은 다른 낙엽수와 비교한 형식적인 비유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나무를 귀한 것으로 여기고 비싼 고급 정원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나무 아닌 다른 재료를 선정하고자 할 때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지 그가 지속적으로 소나무를 고집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소나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상록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비싼 정원=비싼 나무=소나무라는 등식은 언제까지 성립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상록 정원수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나라 공원과 정원들이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은 소나무와 철쭉의 과다 사용 때문인지는 아닌지 지적하고 싶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산림경관의 일부였고 그 구조는 계속 천이해 가고 있음에도 소나무에 대한 높은 미학적인 인식덕분에 소나무 경관의 재현을 위한 너무 많은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전통정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지적하는 글에서 그대로 둔 자연을 어떻게 바라 보는가 하는 시선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정원의 모델을 위한 정원수의 개발과 새로운 식재디자인이 함께 개발되어야 함을 절싷히 느끼게 된다.)

전정에 사용된 돋보이는 인공재료(hard landscaping)는 산돌로 마감된 옹벽이다. 옹벽의 존재는 계단의 리듬감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의 정언에서 직선계단은 평지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고저차가 있다고 해도 뛰어난 옹벽기술을 동원하여 계단이 춤을 추듯 ㅇ리 저리 방향을 틀고 어드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것이다. 마감에 상요된 산돌은 말 그대로 산에서 난 돌이다. 흙 속에 오랫동안 파 묻혀 있어서 흙의 색이 배어든 것인데 이를 땅속에서 꺼내 원석 그대로를 햇빛에 노출시키면 그 돌은 마치 흙이 뭉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돌을 사각으로 생긴대로 잘라내어 옹벽에 붙이면 흙빛과 돌빛의 무늬가 묘한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거실에서 보이는 정원은 안뜰(주정:主庭)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 공간은 전정에 비해 여성적이다. 화려한 꽃과 넓은 잔디밭과 테라스가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식물재료가 사용되는 장소가 테라스공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정에서 중요한 점은 그곳이 항상 바깥으로 열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외부경관을 바라보기 위한 차경(借景)이라고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인간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영원에 대한 마음'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그가 만드는 테라스공간은 바비큐파티를 염두에 둔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이 공간에는 거실에서의 주동선 외에도 주방에서의 보조동선이 연결되어 있고, 전기와 수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다. 테라스 주변에 자주 설치되는 연못에도 수중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가든파티를 위한 장소라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종종 주정이 patio식으로 중정의 형태를 갖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작업공간으로서의 뒤뜰(후정:後庭)과 좁은 통로(通路)의 형태인 측정(側庭)에도 섬세한 배려가 들어 있다. 후정에는 장독대를 만들거나 텃밭을 만들기도 하는 생산적인 공간이 대부분이다. 측정은 통로와 같은 공간을 이어주는 연결공간이다. 특별한 경우 후정은 식당과 주방에 연결된 독립된 정원으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남향배치조건에서 식당과 주방은 북향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곳에 정언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음성이 강한 열대 식물이나 아열대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온실(greenhouse)을 만들거나 음지식물 위주의 한대 식물정원을 만들기도 한다.

공공정원에서의 설계과정

공공조경(정원)의 디자인은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개인정원과는 달리 공공정원에는 나무종류가 대여섯가지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현대인은 복잡한 것을 싫어 한다는 것과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시각적 배려(속도)로 설명한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것. 그가 만든 공공정원은 단순함으로 인해 세련되고 깔끔해 보이기도 하면서 시공, 관리가 쉬운 반면에 생태적 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복잡한 것을 애써 피하려는 절제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공공정원의 범위는 바닥포장과 시설물디자인, 스프링쿨러, 조명등, 화분 등이 중요시된다. 시계탑이나 조명등처럼 새로운 것들은 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들고서야 시공에 들어가는데 이것은 스케일에 대한 세심한 조절을 중요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디자인 사무실에는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 앞서 철물 제작자, 조명기구 제작자, 석재 시공업자들이 끊임없이 그가 새롭게 디자인한 것들의 재료 샘플과 실물크기의 모형을 들고 방문해 체크를 받아야 한다.

조경에서 휴먼스케일을 확인하기 위해 도면만을 보고 머리속의 치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실물크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처음에 조경시공 현장에 나가는 현장기사들은 농장에서 나무를 고르고 현장에 옮겨 놓으면 현장에서는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황당한 경험을 많이 하는데 주변환경에 따라 나무가 크게 보이거나, 작게 보이는 상대적인 스케일감(感)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나무종류와 크기에 대해

그는 큰나무를 사용하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나무높이 5~6m이상, 가슴높이에서 잰 나무의 줄기직경을 기준으로 12cm이상의 교목을 많이 사용하는데 심지어는 10m 이상의 대형목도 한번에 여러 주를 사용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시공현장에서는 나무가 죽는 하자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현장설명에 주목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주도면밀한 사전준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미리 2-3년 전부터 앞으로의 작품구상을 하고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는 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설계가 끝난 후부터 재료준비가 시작된다면 시공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소나무나 철쭉처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수목재료를 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고 준비하면서 새로운 식재방법까지 구상한다는 점에서 작가적 안목에 주목하게 된다. 또한 큰나무를 옮기기 위한 이식기술과 철저한 현장관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조경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또한 큰나무를 고집하는 또다른 이유는 조경작품의 완성된 시기(絶頂時期)를 언제로 보는 가에 달려 있다. 그는 시공이 완료된 해 또는 다음해를 최고 절정의 시기로 생각한다고 보여진다. 조경의 시공과정을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복잡하고 혼잡한 현장을 하나씩 정리해 가며 완성된 순간을 최고조로 이끌어 작품으로서의 감동의 강도를 높이려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어떤 사람들은 시공전 현장사진을 보여주기 전에는 어떠했었는지 믿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시공현장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경주힐튼호텔의 청단풍 숲터널의 시공 후에 부근에 사시던 어떤 할머니께서 숲터널을 지나가시면서 언제 이런 나무가 여기에 자라고 있었던가라며 궁금해 하시더라는 것이다. 현장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할머님 이거 우리가 옮겨 심은 건데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입이 몹시 간지러웠었다고 전한다.)

그가 키가 작은 나무(관목)을 식재하는 경우는 밀식(密植)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키와 폭이 30cm인 관목은 ㎡당 16주정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그는 이보다 훨씬 밀도가 높게(2배이상) 식재한다. 가장자리의 관목은 다소 앞으로 눕혀 심어서 가장자리에서 속이 드려다 보이지 않도록 깨끗하게 처리하고 있다. 공공정원에서 덩어리(군락)로 모아 심는 군식(群植)의 경우 백철쭉과 회양목을 주로 많이 사용한다.

공공정원에 사용된 관목의 군식기법은 일종의 녹색의 수평적인 라인을 형성하도록 하는 단순함(單純美)이 강조된다. 마찬가지로 교목은 주변의 건물과 대비되는 수직적인 선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초화류는 색채의 변화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즉, 수목식재에 사용된 군식기법은 나무 하나를 보기보다는 숲을 보라는 듯 수목재료 전체적인 형태가 이루어내는 질감(texture)을 통해 느낌과 분위기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여 진다. 한계 절에 꽃이 집중되지 않고 사계절 꽃이 피도록 적절히 배치하는 디자인도 주목된다.

그는 항상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다. 흔히 사용되는 재료보다 새로운 재료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소재의 과감한 사용이 그의 작품이 돋보이는 요인이라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최근 남서울호텔의 전정에 사용한 대왕참나무나 국세청본관앞에 사용한 메타세콰이어, 그리고 연세세브란스빌딩에 사용한 목백합니무가 그것이다.

그는 미리 뿌리돌림한 수목만을 사용한다. 즉 산에서 직접 굴취하는 것이 아닌 농장에서 재배한 것을 분을 만들어 놓은 것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주로 뿌리돌림은 장마시기를 이용하는데 이 시기는 보통 봄,가을에 집중된 공사가 한가한 틈으로 오히려 이 시기는 발근이 잘되어 이식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식재토양은 주로 마사토를 사용하는데 수목 하자(瑕疵)의 주 원인이 배수가 불량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설득력이 있다고 믿어진다. 정원공사의 시작을 흙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마사토는 병충해가 없고, 잡초 씨나 뿌리가 없는 깨끗한 토양인 반면에 비료성분이 거의 없어 보수력이 떨어지므로 비료성분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좋은 작품을 위해 기초작업(화가가 질 좋은 화구를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이때 대지개발의 생명정이나 생명토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것도 분명 뿌리의 발근과 활착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테라코템과 같은 수분보습제등도 사용된다.

그의 정원은 대부분 높은 수준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 그 이유는 시공이 끝난 직후가 작품이 완성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나무를 기준으로 식재간격과 크기가 정해지기 때문인데 개인정원의 경우에는 관리가 필수적이어서 관리를 중단하는 경우 쉽게 작품의 균형이 무너져 원래의 의도에서 쉽게 벗어나기도 한다. 즉 인간의 개입으로 조화와 균형에 대한 고도의 판단(관리작업)이 필요한 정원인 셈이다. 그러나 공공정원에서는 보다 낮은 수준의 관리를 필요로 하는데 그 이유는 관리작업이 하자발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공공정원의 공사계약에는 하자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높은 수준의 관리작업을 필요로 하는 공공정원이라면 수목이 불분명한 이유로 고사한 경우 추후에 하자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조경에서 소나무를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사용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구 서울신문사 사옥조경을 기준으로) 당시에 소나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은 소나무는 이식이 어렵다는 것이고 공해에 약한 수종이므로 시내에 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그는 철저한 사전 뿌리돌림작업으로 이식에 성공했고 현재까지도 도심 한복판에서 잘 자라고 있다. (그러나 남산의 소나무가 천이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과 시내의 소나무는 많은 관리작업을 통하여 생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심환경에서의 빈번한 소나무 식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의 소나무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돈을 많이 들였다고 자랑하는 정원을 가보면 어김없이 고가의 정원수로 치는 소나무가 덩그러니 심어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고가의 난초를 집안에 들여다 놓는 높은 안목을 가진 호사가의 일이지 조경가가 할 일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그가 처음 서울신문사(지금의 대한매일신보사) 조경에 시도한 소나무는 지금처럼 고가의 정원수를 심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감을 소나무에 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고, 소나무를 소재로 본격적인 한국인의 미감을 표현(재현)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작품인 교보빌딩의 외부조경에서는 소나무가 없다. 세종로에 소나무 붐을 일으킨 장본인인 그가 교보빌딩에서는 라일락과 느티나무를 사용했다는 것에서 그의 재료에 대한 사용의도는 분명히 읽혀진다.(현재 건물 측면의 가로소공원은 그의 작품이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정원 시공을 제대로 하려면 돌 놓는 방법과 소나무 심는 방법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 다음은 그것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저절로 알게 된다고 했다. 그만큼 정원에 돌을 놓은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소나무를 심는 것이 어려운지 알 수 있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정원은 소나무를 심지 않고 돌을 놓지 않는 정원이라고 했다. 낙엽수만으로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짐작컨데 소나무를 심어 만든 사철 변화가 없는 경관이 아닌 계절마다 다양한 변화가 있는 그런 정원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새로운 시도를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 작가의 작품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의 명성에 비해 가려져 있던 새로운 시도와 작가적 안목을 통해 우리나라 조경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글은 제대로 된 비평의 형식을 가지지 못했다. 주관적인 태도로 서술해 가면서 체험한 만큼만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이교원은 현재 주식회사 이원조경 대표이며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겸임교수이다. 서울에 알려진 그의 공공조경 작품은 극동빌딩, 대한매일신보사(구 서울신문사사옥), 서울교보빌딩, 서울인터컨티넨탈호텔, 조선일보사미술관, 연세세브란스빌딩, 아세아시멘트사옥, 신세계백화점본점, 뉴서울호텔, 국세청 본관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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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신비]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