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0.30 개봉 / 연소자 관람가 / 100분 / 드라마 / 중국
감독 : 장 이모우
출연 : 웨이 민치(웨이 민치), 장 휘거(장 휘거), 티안 젠다(촌장 티안), 가오 엔멘(가오 선생님), 쑨 지메이(쑨 지메이)
가오 선생님은 슈쿠안 초등학교의 선생님인데 아픈 어머니를 돌보러 한달간 학교를 떠나셔야 했다. 마을의 촌장님은 가오 선생님의 대리 선생으로 나를 추천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겨우 13살밖에 안됐고 초등학교밖에 안나왔다는 걸 아시고는 촌장님한테 당장 따지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마을에는 선생님을 할 사람이 없는 걸. 가오 선생님은 나한테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냐고 물으셨다. 난 즉석에서 당의 노래와 율동을 했는데 중간에 그만 까먹고 말았다. 황당해 하시는 선생님. 선생님은 당의 노래를 다 외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또 분필 스물 여섯 개를 주면서 아껴쓰라고 하셨다. 급한대로 난 한달 동안만 대리선생이 됐다.
원래 가오 선생님 반에는 40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 수가 28명으로 줄어들었다. 선생님은 내게 한 사람의 학생이라도 줄어들어선 안되며 그 약속을 지켜줄 경우엔 10옌을 더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난 성실하게 매일매일 출석부를 부르고 교과서 내용도 열심히 칠판에 적어 받아쓰게 했다. 나한테 중요한건 뭘 가르치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없어지지 않게 할까였다. 그래서 난 칠판에 공부할 내용을 쓰고 나서 교실 문밖에서 감시를 했다.
근데 10살된 장휘거가 늘 말썽이다. 분필을 부러뜨리고 다른 아이들을 못살게 군다. 심지어 대리선생인 나한테까지 개긴다. 그러다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장휘거가 없어진 것이다. 알아보니 장휘거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도시로 돈벌러 갔다고 했다. 그때 가오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 학생들은 한 명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절대 줄어들어선 안돼! 할 수 없이 난 장휘거를 찾아 도시에 가기로 결심한다.
억압된 중국 사회의 탈출구를 성(性)적인 무언가에서 찾으려는 듯 붉은 색감을 주조로 에로틱한 분위기가 적잖이 풍기는 장예모의 영화들은 공리와의 공동 작업에서 도출된 결과물이다.(공리의 성적 매력은 서방 사회에서 대단한 이목을 끌었다) 공리와 사적으로 결별한 후 장예모는 자신의 여성 페르소나를 다시 찾아야 했고, 그간 만들었던 영화들과는 다른 컨셉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야 말로 변신 말이다.<집으로 가는 길>이나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장예모의 변신에서 나온 영화다. 그래서 당연히 공리는 없다. 그래서 역시 어떤 성적 암시도, 업악된 무게도 없다. 대신 한없이 착한 사람들이 나와 마치 새마을 운동 선전용 영화를 찍는 것처럼 좋은 일, 옳은 일에 대해 이야기 한다.<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 나오는 어린 학생들과 고작 그들보다 대여섯 살 많아 보이는 어린 선생의 모습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다. 굳이 착해지자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그들을 보면 저절로 착해질 정도다. 하지만 이 선한 영화는 한편으로는 장예모가 항상 검열 문제로 마찰을 일으켜 왔던 중국 정부와 친해진 듯한 냄새를 풍긴다.<책상 서랍 속의 동화>로 장예모는 중국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되었다. 데뷔한 지 15년이 넘은 중견 감독에게 다른 나라 감독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건 예우가 아닐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비전문배우,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 다큐멘터리 기법등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과 굉장히 닮았다.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면 어쩔수 없는 이데올로기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데올로기에 초연한 주제를 담아 내지만, 장예모는 아직까지 그렇진 못하다. 그에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언제나 모순을 안고 있는 제도이고, 그걸 비판해 보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순수하지만 결국 돈에 연연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씁쓸한 기분에 젖게 만든다.* 사족 :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답게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로써 장예모의 영화중 상을 타지 않은 영화는 하나도 없는 듯.원제 一個都不能少는 단 한 명의 학생도 교실을 떠나서는 안된다.란 의미의 말이다.
[베니스 영화제] 1999년 장 이모우 황금사자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