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한 <식스 센스>의 감독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최신 작 빌리지를 봤습니다..
우선은 <식스 센스> 이후 샤말란 감독이 보여준 영화적 행보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식스 센스>,<언브레이커블>,<싸인>,<빌리지>까지.. 그간 샤말란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어 왔던, 인간과 죽은 영혼의 대화라던가, 죽지 않는 초인, 외계인의 존재, 이상향(낙원)을 꿈꾸는 사람들 등..비상식적이고, 초자연적이며, 낭만주의적인 감수성을 보여주었던 그의 독특한 영화적 성격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온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코빙톤 우즈’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부락을 이루며 비밀스런 삶을 살아갑니다..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마을의 원로들이 모여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며, 그들의 방식대로 집행이 되구요..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운 그들의 삶에 단 한 가지 위협적인 사실은, 마을을 둘러싼 숲속에 그들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들의 존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어 있으며, 이들의 상징인 붉은색은 불길함을 나타내는 색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한 이따금씩 숲에서 들려오는 울부짖음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이 정체불명의 존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의 평화로운 삶을 언제든지 흔들 수 있다는 원초적인 공포심을 심어 놓았습니다...
금기를 철저히 지켜나가며 평화롭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생기를 잃은 듯한 경직된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과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던 루시우스(와킨 피닉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청년 노아(에드리안 브로디)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구하기 위해서 이웃 마을로 가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예의 그 괴물의 울음 소리를 듣고는 공포에 짖눌려 되돌아 오고 맙니다..
물론, 마을 원로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모한 짓을 시도한 루시우스의 이 행동은 곧 알려져 질책을 받게 되구요..
호기심 많은 조용한 청년 루시우스는 마을 원로들의 리더 워커(윌리엄 허트)의 딸 아이비(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를 사랑합니다..정체불명의 괴물이 주는 공포에도 숲에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그 이지만, 이러한 그도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바로 위험에 빠진 그녀를 생각할 때이지요…
용기 있는 청년 루시우스가 사랑하는 그녀, 아이비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하지만 사람에게서 빛을 볼 수 있는 신비스럽고 사랑스런 여인입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아 와도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구요…
루시우스와 아이비는 서로의 맘을 확인한 후 결혼 하기로 약속을 합니다..
한편, 루시우스가 숲속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다음부터 집집마다 현관에 붉게 칠해진 피가 발견되고, 살가죽이 벗겨진 채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가축들도 여기저기서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은 그 동안 숲을 침범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믿고 있던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분노하여 이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와중에 루시우스는 노아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구요…
절대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는 이 마을의 원칙을 깨고, 아이비는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 약을 구해 오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녀의 아버지 워커는 아이비의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되고, 원로들을 설득하여 그녀로 하여금 이웃 마을에 가서 약을 구할 수 있도록 숲으로 들어가도록 허락합니다..
과연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비가 약을 구해 올 수 있을까요?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공포의 숲을 무사히 통과해 이웃 마을에 갈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아이비를 연기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입니다..
그녀는 그 유명한 론 하워드 감독의 친딸이라고 하는군요…주로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해왔다고 하네요..원래 이 역은 <스파이더 맨>으로 잘 알려진 커스틴 던스트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무명인 그녀에게로 낙점 되었다는군요..
그녀는 앞을 못보는 천진스러우며 신비로운 분위기의 아이비를 정말 훌륭히 연기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커스틴 던스트가 바빠 이 역을 맡을 수 없었던 것이 영화로선 오히려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유명한 배우 커스틴 던스트가 이 역을 맡기에는 신비로운 면이 많이 부족하지요..
돈으로 인한 폭력, 살인, 강도의 범죄가 난무하는 세속으로부터 도망쳐 인위적으로 만든 그들만의 지상낙원이 과연 영원히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세상의 폭력을 피해 도망쳐 왔지만, 결코 폭력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폭력은 고립된 그 마을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노아는 좋아하던 아이비가 루시우스를 사랑하는 걸 알게 되자, 칼로 루시우스를 찌르게 되니까요..인간의 본능이 살아 숨쉬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겠지요..
마을 원로들의 노력으로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고립된 섬이 되어 버린 이 마을도 끝내는 세상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칼에 찔려 위독한 루시우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웃 마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니까요..
아이비는 사랑의 힘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이기고 약을 구해 돌아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앓던 노아의 비밀도 밝혀지지요…
원로들은 마을의 안녕을 위해 영원히 비밀을 덮기로 합니다…
세상의 갖은 악으로부터 도피한 그들만의 마을이 계속해서 평화롭고 무사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들 마을에서는 폭력과, 살인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선량한 사람들만 모였다고 그 마을이 건강하고 선량한 사회로 유지될 수 있을까요?
샤말란 감독은 세상의 악으로부터 떨어져 영원히 행복하고 평안할 수 있는 지상낙원은 없다라고 말합니다…
악은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피어나고, 그 악을 물리칠 힘은 편견을 가지지 않은 순수한 눈과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루시우스를 살리는건 역설적으로 두 눈이 먼 아이비 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어떤 편견도 갖고 있지 않은 순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숲속에 존재한다는 정체불명의 괴물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떠는 두 눈 멀쩡한 마을 사람들보다도 아이비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임무를 맡기에 수월했을 것 입니다..
조금 정치적으로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볼까요?..^^;
자본주의가 낳은 악(돈으로부터 잉태된 폭력,살인,강도 등등)이 존재하지 않는, 모두가 행복하고 평안한 공동체적인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마을에 모인 원로들은 돈에 대한 아귀다툼, 그리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낳는 폭력, 살인, 강도가 횡횡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껴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고자 뜻을 같이 한 사람들입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이 마을엔 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돈에 대한 욕심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돈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폭력은 발생하게 되고, 외부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소중한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원로들이 과거에 사용했던, 그러나 지금은 비밀의 가방에 굳게 감추어 놓았던 돈을 다시 사용할 수 밖에 없게끔 된 것이지요..
영화 속에서는 모든걸 덮고, 다시 조용히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고 합니다만, 과연 그 마을이 계속해서 그런 삶을 살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아니, 단정적으로 말해서 언젠가는 허물어지게 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죠..이미 아이비와 루시우스는 이웃 마을의 약을 경험했으니까요…
자, 고립된 마을 북한에서 누가(혹은 무리등) 편견을 갖지 않는 순수한 아이비 역을 맡을 수 있을까요?
그들만의 지상낙원 북한에서 누가(혹은 무리등) 용기를 갖고 원로들의 거짓이 드러나게 물꼬를 터줄 용기 있는 루시우스역을 맡을 수 있을까요? (영화속에서, 언제든 경계를 넘어오기만 하면 공격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심어준 정체불명의 괴물은 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로들이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꾸민 거짓말에 불과하죠)
실상 존재하지 않는 ‘숲속의 정체불명의 괴물’의 허상을 만들어 놓고,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언제쯤 무너질까요?
영화 한편 보고, 엉뚱하고 낭만적인 이런 생각들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고립된 섬 같은 마을이 꼭 북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와 함께 가는 대한민국이 되지 못하고,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꿈틀대는 대한민국이 우려스러운건 저만의 기우인지 모르겠군요…
첫댓글 이글은 상당히 깁니다...난 끈질기다, 인내심이 강하다..뭐 이런 분만 보세여...ㅡㅡ;;
이 영화 극장에서 봤는데,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는...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좀 황당한 반전이었다는...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때문에 반전 강박증에 걸린게 아닐까 한다는...^^;
오늘처음 가입했습니다. 공교롭게 어제 제 생일날 이영화를 2번 봤습니다.(이해가 잘안되서리~^--^) 영화얘기 재밌게 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또다른 영화도 소개해주셨으면....
오~ 생일날 이 영화를 두번 보시다니...대단하심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늦었지만 생일(생신?)추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