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裨補)풍수
풍수를 공부하는 또 다른 목적은 결함(缺陷)이 있는 땅을 보완하여 복지(福地)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풍수언(風水言)에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사람은 산천의 기운을 타고 태어나며, 운명 또한 산천(山川)의 모양에 의해 좌우된다는 뜻입니다.
산이 수려하면 귀인이 나고 물이 수려하면 부자가 난다고 하였는데 산천의 모양이 생기롭고 모양이 좋으면 그 곳에는 훌륭한 인재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라 하여 세상천지에 풍수적으로 완벽하게 짜여진 땅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땅의 흠결(欠缺)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것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는 땅의 특정한 기운이 너무 강해서 흉하다면 이를 눌러주는 염승(厭勝) 또는 압승(壓勝)이 있고 두 번째는 땅의 어떤 기운이 너무 허하여 약하면 기운을 도와주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비보(裨補)라고 합니다. 그러나 보통은 이 둘을 합하여 모두 비보(裨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둘 다 흉지(兇地)의 결함을 보완함으로써 길지(吉地)로 바꾸는 의미에서는 같으므로 통상 비보라고 해도 무리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김해시 임호산에 있는 흥부암의 주춧돌. 압승물이다. 장유화상이 임호산의 살기를 막기 위하여 호랑이 입 부분에 절을 짓고 그에 대한 비보책으로 주춧돌을 호랑이 모양으로 깎아 무거운 기둥으로 꽉 눌러버렸다. 부처님의 가피로 김해를 보호하고 부흥케 한다는 의미에서 암자의 이름을 흥부암(興府庵)이라 지었다.
풍수에서 비보처리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개는 비보의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누어집니다.
첫째, 나라의 중흥을 위하여 절이나 불상, 탑 등을 세우는 것으로 이를 국토비보(國土裨補) 또는 산천비보(山川裨補)라고 하는데 도선국사가 나라의 중흥을 위하여 운주사를 건립하고 천불천탑을 조성한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도선국사의 국토비보 풍수이다. 도선국사는 우리나라의 국토형상을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배로 보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맥이 동쪽으로 치우쳐 배의 중심이 기울어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보완하고자 가운데 지점 되는 곳에 운주사를 짓고 배의 균형을 맞추었다. 운주사의 천탑은 배의 돛대가 되고 천불은 배를 운행하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원이 된다.
둘째, 마을 한편에 송림을 가꾸어 홍수와 방풍에 이용하는 것으로 동수비보(洞藪裨補)라 하는데 안동 하회마을의 만송정 숲이 대표적인 사례가 됩니다.
하회마을의 만송정은 서애 유성룡의 형이었던 유운용이 마을 건너편 부용대의 험한 살기를 막고 강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소나무 1만그루를 심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송정은 정자 이름이 아니고 솔밭이름이다. 이른 바 동수비보에 속한다.
셋째, 고을의 지명을 풍수형국과 조화롭게 지어 좋은 기운을 붙잡아 두려는 것으로 이는 지명비보(地名裨補)라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산의 동래지역입니다. 옛 동래현의 진산은 마안산이 됩니다. 이를 아래 구글 위성사진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학이 춤을 추고 있는 형상입니다.
동래지역의 구글 위성사진
위 사진에서 동래현은 학의 부리 앞 진혈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앞에 펼쳐진 동 이름이 모두 풍수적 발복을 기원한 데서 비롯됩니다.
복이 샘처럼 솟아나는 복천동(福泉洞), 편안하고 장수하는 수안동(壽安洞), 백성이 즐거움을 누리는 낙민동(樂民洞), 편안하고 즐거운 안락동(安樂洞) 등의 지명은 한마디로 동래풍수의 현장 바로 그것입니다.
남구의 황령산 정상에 올라 연산동(蓮山洞) 지역을 바라보면 마치 연꽃봉우리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명도 연꽃이 지천으로 널리고 산처럼 많다고 하여 연산동(蓮山洞)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연꽃은 물에서 사는 식물이므로 연꽃이 많다는 것은 물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것을 동래현 쪽에서 보면 큰일이 아닐 수 없지요. 연산동의 넘치는 물이 동래 쪽으로 밀려오기라도 한다면 동래는 물바다가 되고 그렇게 되면 풍수 발복은 커녕 고을이 온통 수장되어 망하게 될 판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거제동(巨堤洞)이란 지명비보입니다. 즉 거대한(巨) 제방을(堤) 쌓아 연산동의 물을 막아낸다는 뜻이 됩니다.
황령산에서 바라본 연산로터리 일대
또 해운대 신시가지의 풍수형국은 봉황이 둥지를 향해 날아드는 비봉귀소형(飛鳳歸巢形)입니다. 장산에서 동으로 내리뻗은 산줄기 중 옥녀봉이 봉황의 머리가 되는데 이는 정확히 해운대 신도시 중심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주하는 작은 언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와우산(臥牛山)이라고 부르는 달맞이 언덕의 아래쪽에 자리한 오산(梧山)공원입니다. 지금도 이곳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공원 상태로 놓아두고 있는데 이 오산공원의 오(梧)자가 바로 오동나무를 뜻합니다. 즉 봉황새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붙잡아 두려는 지명비보입니다.
해운대 신도시의 와우산과 그 아래 소의 배부분에 개발하지 않고 아파트 사이에 푸르게 보이는 부분이 오산공원이다. 장산에서 내리뻗은 옥녀봉이 향하는 곳이다.
넷째, 강한 화기를 누르기 위하여 터 앞에 연못을 조성한다거나 해태상 또는 거북이상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를 화기비보(火氣裨補)라 하는데,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하여 설치한 광화문의 해태상이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광화문 앞의 해태상. 관악산의 화기를 막고자 불을 먹는 정의의 화신인 해태상을 세웠다. 아울러 남대문의 현판이 세로로 된 것도 화기를 막는 비보물이었는데 최근 남대문이 불타고 해태상을 치웠기 때문에 광화문 광장에 촛불이 난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그럴듯한 억지 논리이다. 도대체.....
물론 위에서 규정한 네 가지 비보법 이외에도 마을 앞에 세운 장승이나 솟대, 돌탑 등의 비보조형물이나 상징물을 세운다든지 또는 조경이나 놀이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산 동래지역의 동래학춤은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을 가진 동래부의 풍수적 발복을 부추기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의령군 가례면 대천마을의 석마. 마을의 재앙을 막기 위하여 설치하였다.
고성군 마암면 석마역시 마을의 호환을 막기 위하여 설치한 비보물이다.
전남 해남에 있는 윤선도 고택 녹우당 앞의 연못. 대부분의 사대부 집 앞에 조성된 연못은 신선사상과 함께 화재를 막기 위한 풍수적 비보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함안군 고려동 유적지 내의 연못은 엉뚱하게도 집의 앞쪽이 아니라 뒷마당 쪽에 설치되어 있다. 이는 앞산의 매봉으로부터 재물을 지키려는 의도를 지닌 풍수 비보책이다.
창녕 관룡사의 용선대는 기가 허한 백호자락을 보완하는 풍수비보 기능도 겸하고 있다.
구례의 운조루 앞에 있는 곡전제에서는 마당 한 가운데로 물길을 구불구불하게 내었다. 재물 발복을 기원하는 풍수비보이다.
조선 제일의 양택명당으로 불리는 구례 운조루의 대문 위에는 호랑이 뼈가 걸려 있다. 이 호랑이 뼈는 창건주인 유이주가 평안북도 병마절도사로 부임하러 가던 길에 삼수갑산에서 만난 호랑이를 때려잡은 것으로 가죽은 영조임금에게 바치고 뼈는 잡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대문위에 걸어둔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마을앞의 장승은 잡귀를 물리치는 풍수비보이다.
창원 성주사의 돼지석상. 불모산의 화기를 차단하려는 풍수비보이다. 돼지는 십이지신중 亥水에 속한다.
강원도 선교장에 있는 백호자락의 백호석상은 20년 전 민속자료전시관을 신축하면서 백호자락을 훼손하자 당시의 종부였던 성기희 여사가 항의하여 강릉시청에서 비보물로 설치해 준 것이다.
이 밖에도 흉지를 길지로 만들려는 풍수의 비보물은 우리나라 도처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이를 모두 열거 할 수는 없기에 여기서 이만 하고 끝으로 풍수사(風水師)의 개안(開眼)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오늘 강의를 모두 마칠까 합니다.
풍수사의 개안이란 풍수실력에 따른 풍수사의 등급을 말하는 것으로 범안(凡眼), 법안(法眼), 도안(道眼), 신안(神眼)의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이를 하나씩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범안(凡眼)
범안(凡眼)은 속안(俗眼)이라고도 부르는데 상식적으로 풍수지리를 이해하는 수준의 풍수사를 말합니다. 산세를 보고 주산(主山), 현무(玄武), 청룡(靑龍), 백호(白虎), 안산(案山), 조산(朝山) 등을 분별할 수 있는 단계로써 대개 풍수 입문단계이면 누구나 범안의 단계는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확한 진혈(眞穴)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단계라 할 수 있겠습니다.
②법안(法眼)
법안(法眼)은 우주의 순환 이치를 이해하고 태조산(太祖山), 중조산(中祖山), 소조산(小祖山), 현무(玄武)를 거치는 주룡(主龍)의 행룡(行龍) 과정과 결혈(結穴)의 이치를 음양오행의 법칙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단계로써 심혈(尋穴)과 점혈(點穴)을 풍수지리 산서(山書)에 근거하여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풍수지리 이법론에 정통하여 용혈사수(龍穴砂水)를 보고 이법(理法)에 맞추어 좌향(坐向)을 정확하게 놓을 수 있는 수준의 풍수사를 일컫는 표현인데 보통 일반인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하면 법안의 정도에는 도달 할 수 있습니다.
③도안(道眼)
도안(道眼)은 법(法)에만 의존하지 않고 산세(山勢)를 보면 대세(大勢)를 파악하여 주산에서 출맥한 주룡의 용진처(龍盡處)를 찾아 진혈지를 점지할 수 있는 수준의 풍수사를 말합니다. 한 눈에 국세를 파악하여 혈의 길흉화복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땅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한 눈에 파악하는 소위 말하는 도사의 경지에 이른 풍수사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도선국사나 무학대사 같은 풍수 도사들이 도안의 경지에 이른 풍수사라 할 수 있습니다.
④신안(神眼)
신안(神眼)은 귀신의 눈을 가졌다는 뜻으로 큰 대지(大地)를 찾을 수 있는 풍수사를 말합니다. 대혈(大穴)은 천장지비(天藏地秘)로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기고 있다가 유덕지인(有德之人)에게 하늘이 명혈을 점지해 주는데 이때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신안이라는 것이지요. 대 명당에는 그 명당을 쓰게 된 전설이 있는데 소위 전설에 나오는 풍수사가 신안 들이라 할 수 있는데 요사이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신안이니 신안계니 하면서 과장하여 스스로를 광고하는데 진짜 신안은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 신의 경지이며 또한 결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입니다. 따라서 신안이란 사람의 수준이 아니며 사람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누구나 노력하면 최고의 경지인 도안(道眼)의 경지에 이를 수는 있습니다. 풍수를 공부하시는 여러분들 모두 도안(道眼)의 경지에 이르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