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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에 싸여 명산을 둘러본다
우두산~비계산 종주 르포
거창 병산~장군봉~의상봉~비계산~가조 1박2일 종주산행
갑자기 흥분이 일었다. 어제 지나친 코끼리바위 암릉으로 뛰어올랐다. 별천지였다. 어제의 황사는 말끔히 걷혔고, 발아래는 구름으로 꽉 차 있다. 신선이 별거냐. 이만한 풍광이 눈앞에 벌어져 있다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도 신선이 아니더냐.
눈을 돌렸다.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이 명산이란 명산은 모두 고개를 치켜들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북으로 매화산과 남산제일봉, 그리고 그 뒤에 가야산이 넓고도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품을 펼치고 있다. 과연 불가(佛家)의 산이었다. 등줄기에 흰 눈 인 덕유산과 그 왼쪽으로 지리산 주능선까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그 산릉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였다. 봄기운이었다.
움직임에 따라 산형이 시시각각 변해
“이거 날씨가 왜 이래. 제대로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잖아. 장군봉에서 비계산으로 뻗은 능선이 일품인데-.”
어제 오후 그렇게 맑디맑던 하늘은 사라지고, 부연 황사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오늘 장군봉(將軍峰·953m)과 의상봉(義湘峰·1,046m)을 거쳐 마장재까지 걷노라면 거창과 합천 산의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자신하던 권재경씨(거창 무심산악회)는 사뭇 안타까운 표정이다. 그래도 밀양변씨(卞氏) 집성촌인 병산 마을의 고풍스런 분위기에 기대감에 부푼다. 마을에서 농로를 따라 산 밑으로 다가서는 사이 산 아래 들녘에서 바삐 움직이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조 사람들은 거창읍내 사람들 우습게 생각한답니다. 그만큼 잘 살고 있기 때문이죠.”
가조면사무소 직원인 권재경씨는 가조면은 무려 300만 평에 이르는 넓은 벌로 이루어져 있는데, 논농사도 많이 짓지만, 딸기, 사과, 복수박과 같이 부가가치 높은 농산물을 하우스 재배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설명한다.
소림사(小林寺)를 지나자 호젓한 소나무숲이 나타난다. 부드러운 흙길에 갈비가 두터이 덮여 융단을 밟는 기분이다. 그 두터운 솔잎을 뚫고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봄이 올라오고 있었다. 유난스럽게 춥고 눈이 많던 겨울이었건만 결국 계절의 흐름은 역행하지 못했다.
▲ 아침 기운을 받은 산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코끼리바위에서 바라본 우두봉~비계산 능선.
희미한 산길을 따르는 사이 간간이 노랗고 빨간 리본들이 눈에 띈다. 산꾼들의 호기심은 이 길도 그냥 놓아둘 수 없었나 보다. 이런 소나무숲을 누가 파고들까 싶었지만 급경사 오르막은 좁은 고랑을 가로지르고 바위벼랑을 비켜가며 장군봉 서릉 위로 이어졌다.
“옛날에는 소를 몰고 저 바위벼랑까지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절벽 어딘가에 소가 갈증을 달랠 만한 샘도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오고요. 산 아래 당동 마을은 삼한시대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소도(蘇塗)였다고 전하고, 절터에서는 금부처가 나오기도 했답니다. 장군봉 일원은 유서 깊은 곳인 셈이죠.”
40대 중반인 권재경씨는 그가 어렸을 적에도 나무하러 능선까지 올라갔는데, 이후 30~40년 동안 나무도 많이 심고, 잘 가꾸어 많이 우거졌다고 한다.
“와~, 이거 아직 한겨울이네요.”
바위벼랑을 피해가며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체온을 뚝 떨어뜨린다. 산 아래는 이미 봄이 스며들었건만, 산릉은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김수양양(전남보건대 02학번)과 김가영양(전남대 02학번)은 전혀 추운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에베레스트 원정을 위해 2월28일 출국을 앞둔 김가영양은 커다란 배낭에 5인용 텐트를 자청해 집어넣고, 먹거리를 채워 제법 짐이 무거울 텐데 힘든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나무숲이 터지자 장군봉 암릉이 불쑥 솟구쳤다. 그 오른쪽으로 의상봉까지 뻗은 암릉은 마치 용의 등줄기를 보듯 거칠고 힘이 넘치고, 오른쪽 비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짙은 황사 때문에 실루엣으로 바라보인다. 거창 명산 금원산~기백산은커녕 넓디넓은 가조벌조차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황사는 오후 들어서면서 더욱 짙어졌다.
돌탑 쌓인 무명봉을 넘어선 다음 장군봉 정상에 올라섰으나, 역시 조망은 빵점. 의상봉~비계산 능선뿐 아니라 의상봉에서 작은가야산~남산깃대봉~두리봉을 거쳐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기운찬 능선이 한눈에 조망되는 멋진 뷰포인트이건만, 황사는 이 조망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그렇더라도 장군봉~의상봉 능선은 바위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우리 산이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우러지고, 그 산 아래 고향집 같은 마을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 안에 가겠어요?”
오늘 예상 야영지는 마당재. 소림사에서 5시간이면 충분히 갈 거리였다. 해서 서둘지 않기로 했다. 쉬엄쉬엄 걸으며 담소도 나누고 산천경개를 감상하며 봄 분위기를 실컷 누리기로 했다. 그런데 너무 느긋하게 걷자 최흥환씨(산빛산악회)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갈 길을 재촉한다.
장군봉 아래 갈림목(장군재 0.3km, 의상봉 2.7km, 장군봉 0.3km)으로 내려서자 거창군 안내판 외에 빛바랜 안내판이 하나 더 보인다. 무심산악회가 예전에 세운 것이다. 예전에는 안내판에 나온 대로 별유산(別有山)과 의상봉을 따로 표기했다. 한데, 두 산을 통틀어 ‘우두산(牛頭山)’이라 한다는 사실이 옛 문헌을 통해 밝혀짐에 따라 우두산이란 산명이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권재경씨가 설명한다.
산은 역시 걷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새롭게 변한다. 장군봉~의상봉 암릉은 험했다. 그와 동시에 깊은 산세를 보여준다. 잘룩이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바윗길을 오르는 사이 비계산이 육중한 산세를 과시한다.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자 의상봉으로 뻗은 암릉이 가슴 벅차게 한다. 분명 설악의 용아릉이었다. 넓은 가조벌 위에 불끈 솟구쳐 더욱 기운이 넘쳤다. 멋지기만 한 게 아니었다. 바위턱과 슬랩이 나타나 긴장케 하고, 스릴도 더해준다. 그러다 너무 긴장케 하겠다 싶으면 우회로도 열어놓아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도 한다.
명산 조망대 코끼리바위에서 신선 되다
고견사 갈림목(고견사 0.7km, 장군봉 0.7km, 의상봉 0.4km)에 내려서자 용의 송곳니 격에 해당하는 의상봉이 우뚝 솟구쳐 있다. 허리를 끼고 돌다 오르는 동쪽 등로 대신 직등로를 택했다.
“선배들이 큰 산행 앞두고 작은 산행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고 했는데….”
▲ 코끼리바위 암릉에서 아침햇살을 받고 있는 신중철씨와 김수양-김가영양.
좁은 침니에 이어 이끼에 물까지 젖어 있는 바위벼랑이 앞을 가로막자 김가영양은 잠시 엄살을 부리다가 역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산악인답게 커다란 배낭을 메고도 만만치 않은 절벽 길을 가볍게 올라서고, 김수양양 역시 대학산악부답게 자신 있게 벼랑을 올려친다.
송곳 끝에는 또다른 풍광이 기다리고 있다. 비계산은 달덩이처럼 풍요롭게 솟아오르고, 왼쪽으로 작은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아름답게 뻗어 있다. 그래도 아쉽다. 부연 황사가 더 이상의 조망을 허락지 않고, 재킷 모자를 뒤집어써야 할 만큼 찬 바람이 강하게 불어댄다.
철계단 따라 안부로 내려서자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 길을 따라 2.5km 내려서면 고견사, 왼쪽 능선 따라 2.9km 가면 장군봉이다. 반면 우리가 나아갈 길목에는 가야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세워놓은 출입금지 팻말이 썰렁하게 한다. 공원 구역이 우두산 상봉(1,046.2m)과 마당재 사이의 능선까지 포함되기는 하지만,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면 상봉 북릉 초입에 세워 놓아도 될 것을 굳이 갈림목에 세워놓아 등산인들에게 ‘죄’를 짓게 할 이유까지 있을까 의아스러웠다.
“저건 꼭 일부러 돌멩이를 쌓아놓은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코끼리바위네.”
상봉 남릉은 짧지만 기암 전시장 같다. 손가락 다섯 개를 모아놓은 듯한 기암, 낙타 등이나 어금니처럼 생긴 바위 등 암릉에는 다양한 형상의 바위들이 줄지어 솟아 있다. 대부분 손으로 툭 치면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바위들이지만, 실제로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기암을 내려서자 널찍한 풀밭이 나타난다. ‘별유샘 100m’란 안내판도 붙어 있다. 이제 바람은 10m만 떨어져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거세게 불어댄다. 여기서 마당재는 1시간 거리. 제법 험준한 암릉을 넘고 넘어서야 한다. 아직 2시간도 걸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더 이상 좋은 캠프지는 없겠다 싶어 그대로 주저앉는다.
“오늘 일과 끝!”
그런데 기대했던 샘은 겨우내 쌓인 낙엽과 흙으로 흙탕물을 이루고 있다. 낙엽을 거둬내고, 흙을 긁어내 보지만 물이 맑아질 기미가 전혀 없다. 모자란 식수는 무심산악회 신중철씨와 오인환씨가 저녁에 올라오면서 지원해주기고 약속되어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신중철씨와 오인환씨가 오후 6시40분 약속 시각에 맞춰 올라오고, 삶아온 돼지고기에 술잔이 여러 순배 돌자 텐트 밖에 불어대는 바람은 자연의 음악소리처럼 들린다. 밤이 깊어가면서 휘영청 밝은 반달이 떠오르더니 그 주변에 자잘한 별들이 반짝이고, 가조벌 곳곳에 들어선 마을에 집집마다 전등이 켜지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휴~, 날아가는 줄 알았네.”
밤늦은 시각에 오인환씨와 권재경씨가 산을 내려선 다음 혼자 비박색에서 밤을 보낸 신중철씨는 5인용 텐트에서 나온 일행을 보더니 “그렇지 않아도 코가 닿을 만큼 낮은 천막이 바람에 눌려 숨이 막히고 바람에 날리는 줄 알았다”며 밤새 불어댄 바람에 혀를 찬다.
“이리들 와봐~.”
텐트를 정리할 사이 어제 황사에 가려 있던 풍광을 촬영하기 위해 코끼리바위로 올라간 정정현 기자와 신중철씨, 김수양·김가영양이 어서 오라 소리친다. 갑자기 흥분이 인다. 텐트를 개다 말고 뛰어올랐다. 코끼리바위 암릉은 조망대였다. 신선의 거처였다. 산 아래는 온통 구름이 꽉 차 있고, 그 구름 위로 산봉과 산릉이 솟구쳐 있다. 수도산~가야산 능선뿐 아니라 금원산~기백산 능선에 이어 남덕유~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가까이 의상봉과 장군봉 암봉들은 어제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듯 보석처럼 반짝인다.
오전 8시에 출발하려던 계획이 9시20분으로 늦춰진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처럼 즐겁기만 하다. 어제 육산으로 느껴졌던 능선에 무시무시한 암릉이 솟구친다. 거무튀튀한 빛깔에 이끼까지 덮여 섬뜩한 분위기다. 슬랩을 가로지른 다음 바위틈으로 내려서고, 또 동아줄 잡으며 바위턱을 내려서는 사이 의상봉~장군봉 능선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뒤로 금원산~기백산 능선이 등에 눈을 이고 도도하게 솟아 있다.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명산이 솟구쳐 있는 곳이 거창이었다.
고개 삼거리(의상봉 2km, 고견사 주차장 1.7km, 비계산 4.7km)를 지나 마당재(비계산 3.6km, 고견사 주차장 2km, 의상봉 3.2km, 죽전 2km)에 내려설 즈음 온 산이 환하게 빛난다. 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런 빛으로 겨우내 누워 있던 억새가 봄볕에 기지개를 활짝 펴고 따스한 봄날을 구가하고 있었다.
▲ 장군봉 능선에서 바라본 의상봉~작은가야산 능선
이제 봄을 맞아 털갈이하는 산새의 목덜미 같은 산릉을 타고 비계산 정상으로 향한다. 노르재로 내려섰다가 1093m봉을 넘어서고, 다시 뒷들재로 살짝 내려섰다가 전위봉 격인 거창휴게소 갈림목(비계산 1.1km, 휴게소 2.6km, 의상봉 5.7km)에 올라서는 사이 정정현 기자는 모자챙 끝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겨워하고, 그 모습에 김수양양은 “누가 훈련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깔깔 웃어댄다.
산 위에는 여전히 찬 바람, 산 아래는 이미 훈풍
비계산은 닭이 날아가는 형세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예서 바라보이는 정상 능선은 준마의 뒷모습 같다. 머리를 치켜들고, 갈기를 휘날리며 합천땅으로 달려가는 준마였다. 달리는 말의 머리에 올라선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수십 길 벼랑 위 능선길을 따라 정상에 다가섰다 싶을 즈음 절벽이 산을 갈라놓고, 바위골로 내려서자 험난한 바윗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위골을 타고 어렵사리 올라선 비계산 정상은 세 개, 아니 네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봉에서 바위골로 내려섰고, 두 번째 봉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조형물 정상 표시판이 서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암봉에는 합천군 숭산 비운산악회의 멋진 정상석이 서 있다. 군 경계이다 보니 이렇게 서로 자기 고향의 이름이 새겨진 정상석을 세우려고 애쓰는 듯했다.
이제 하루 종일 우리를 반겨준 남산제일봉과 가야산과 헤어질 시간이다. 산길은 88고속도로를 향해 쏟아져 내리듯 가파르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산길이지만 그리 싫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너덜 옆길을 따르다 너덜을 가로지르고, 이어 소나무숲길을 거니는 등 정상을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 도로가로 내려선다.
산 위에는 찬 바람이 불고 있으나, 산 아래는 따사로운 햇살에 훈풍이 불어대고 있었고, 금세 후텁지근해진다. 배낭을 내려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자 흠뻑 젖은 등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것 역시 봄기운이었다.
산행길잡이
당일산행은 고견사 주차장 기점 원점회귀
장군봉~우두산 의상봉~비계산은 장쾌하면서도 조망이 뛰어난 능선이다. 산행 내내 가야산을 비롯해 덕유산, 금원산~기백산 등 거창 명산 외에도 동쪽 멀리 팔공산과 비슬산, 남서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까지도 조망된다.
또한 장군봉~의상봉 능선 외에도 곳곳에 암릉이 나타나 짜릿한 스릴도 맛볼 수 있다. 더욱이 산줄기 한쪽으로 가조벌이 펼쳐져 특히 봄바람을 맞으며 걷기에는 그만인 능선이다. 게다가 산 아래 강알칼리성 온천수로 ‘매끄럽기가 세계 최고’라는 가조온천이 들어서 있어 온천산행지로도 알맞다.
장군봉 산행기점은 사평리 병산 마을, 장기리 당동 마을, 수월리 뒷들 마을, 고견사 주차장 등이 있다. 그중 고견사 주차장 기점 코스가 가장 이용도가 높고, 취재팀이 답사한 병산 마을 기점 코스는 호젓한 코스다. 승용차를 이용한 가벼운 원점회귀산행에는 고견사 주차장~의상봉~마당재~주차장 코스가 적합하다(3시간30분 소요).
취재팀이 답사한 병산 마을은 가조면에서 1099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북면 쪽(북쪽)으로 약 3km 올라가야 한다. 원천정(源泉亭) 팻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소림사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우회전, 마을길을 따르면 병산 마을을 지나 소림사 입구까지 이어진다(1.2km). 소림사 입구에서 산쪽으로 난 소나무숲길을 계속 따르면 장군봉 서릉에 올라선다.
장군봉~의상봉 능선은 바위구간이 많지만 위험하다 싶은 구간은 우회로가 나 있다. 의상봉은 고견사 갈림목 안부에서 곧바로 오를 수도 있으나, 바위 벼랑길로 위험해 대부분 왼쪽(북쪽) 사면으로 우회하여 동쪽 등로를 따른다. 역시 바윗길이지만 철계단이 놓여 있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의상봉 동쪽 안부 이후 마당재 직전까지 가야산 국립공원 구역에 해당한다. 때문에 사철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무시하고 산행하고 있다. 산길 곳곳에 거창군이나 합천군에서 세워놓은 안내판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별유샘~비계산까지 가는 사이 나타나는 암릉 구간은 제법 험하지만, 동아줄이 매달려 있어 안심하고 통과할 수 있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마당재에서 고견사 주차장이나 합천군 가야면 죽전리 쪽으로 하산하도록 한다. 1시간이면 산길을 벗어날 수 있다. 마당재에서 비계산 정상까지 가는 사이 오르막이 끝나는 무명봉에서 88고속도로 거창휴게소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4개 암봉으로 이루어진 비계산의 최정상은 두 번째 암봉이다. 첫 번째 암봉과 두 번째 암봉 사이는 깊은 골이 파여 있어 일단 내려섰다 다시 올라야 하는데, 좁은 바위골을 타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노약자는 쉽지 않다. 따라서 경험자가 보조자일로 확보한 상태에서 올라오도록 하는 게 안전하다.
비계산 정상에서 하산로는 네 번째 봉 너머로 나 있다. 네 번째 봉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갈림목에서 곧장 가면 큰재나 합천쪽으로 내려서고, 오른쪽 산길은 급경사 내리막길로 너덜 옆길을 따르다 소나무숲을 거쳐 거창휴게소 동쪽 1084번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가조온천까지 약 4.5km 거리다.
장군봉~의상봉~비계산 종주산행은 준족일 경우 일찍 출발한다면 당일에도 가능하지만 순수 산행기간만 적어도 7시간은 잡아야 한다. 따라서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등산인이라면 고견사 주차장~장군봉~의상봉~상봉~마장재~고견사 주차장 원점회귀 산행(5시간 소요)을 권하고 싶다. 가벼운 산행을 원한다면 주차장~고견사~의상봉~쌀바위(혹은 마당재)를 다녀온다.
고견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유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른 8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무료. 문의 오숙희 전화 016-522-1385.
교통
거창행 직행버스는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 08:40~17:50·1일 13회, 3시간30분 소요, 요금 17,100원), 전주 공용버스터미널(063-270-1700, 06:10~17:20·1일 11회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9,900원), 광주 종합터미널(062-360-8114, 06:55~18:35·1일 4회 운행, 3시간20분 소요, 요금 10,600원) 등지에서 운행한다. 대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에서 가조 경유 거창행 버스가 1일 7회(08:20, 10:60, 12:45, 16:0, 16:50, 19:20, 20:20) 운행한다. 가조 약 1시간 소요, 요금 4,600원.
거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조행 버스는 20~30분 간격(06:50~19:30, 약 30분 간격, 요금 1,150원), 가북행은 1시간 간격(07:10~18:30), 가조 경유 합천행은 1일 5회(06:50, 08:00. 11:30, 14:00. 16:00) 운행. 문의 서흥여객 전화 055-944-3720.
거창휴게소 위쪽 1084번 지방도를 따라 거창~합천 간 노선버스가 1일 5회 운행하지만 시간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가조 택시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조면에서 고견사 주차장, 병산 마을 소림사, 하산기점(거창휴게소 위 지방도로)까지는 5,000원 이내 거리다. 가조온천은 1,800원. 신택시 055-942-1231~2, 943-1231.
숙식
가조면소재지 내에는 하얏트모텔(942-7119), 온천장여관(942-8009), 제일파크(943-677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면소재지 내의 쌍쌍식육식당(943-2428)은 양념돼지고기 구이, 가남보리밥집(942-3203)은 보리밥, 대명식당(942-1005)은 추어탕으로 이름난 음식점들이다. 고견사 주차장 위 고견산장(942-3636)에서는 약닭(30,000원), 묵·도토리·파전(각 5,000원) 등의 음식을 내놓고, 10명 안팎에 한해 민박도 가능하다.
가조온천
중탄산나트륨 성분의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피부질환 치료뿐 아니라 인체 내의 진정작용이 탁월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불면증이나 신경쇠약 치료에 효험이 높다고 한다.
가조면소재지에는 온천업소가 백두산천지온천(055-941-0721~3·5,000원)과 제일온천(942-4678·3,500원) 2개소 있다. ‘매끄럽기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백두산천지온천에는 우두산과 비계산 조망이 일품인 야외온천탕과 한식당도 갖추고 있다. [월간 산 글 한필석 기자, 사진 정정현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