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돼도 괜찮아
중립적인지 편향적인지 따지기에 앞서서 옳은지 그른지를 먼저 따져야
사회적인 이슈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립 (명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적 입장을 지킴.
인터넷 검색에서 ‘중립’의 뜻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 있다. 중립의 반대말은 ‘편향’이다. 편향의 뜻을 찾아보니 “한쪽으로 치우침”이다. 우리는 흔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립은 좋은 것이고 편향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를 비판할 때도 ‘당신은 편향적이기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립은 항상 옳고 편향은 항상 나쁜 것일까? 만약에 어떤 사람 둘이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모에게 효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다투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 의견을 가지는 것이 한 쪽으로 편향되었으므로 잘못된 것일까? 물론 효도와 같이 당위적인 문제에 대해 논쟁하는 이런 상황이 실제로 생기지는 않겠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항상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학급에서 힘이 약한 학생이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립이 옳기 보다는 약한 학생을 돕는 것이, 즉 한쪽으로 편향된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한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현재의 역사는 시간을 따라 계속 흘러가는 달리는 기차 위와 같으므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에 신분에 따른 차별을 유지하자는 기득권층의 의견과 신분 차별을 철폐하지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다. 지금 기준에서는 어느 쪽이 옳은가? 아마 신분 차별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환자 취급을 받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옳고 편향되면 안 되는 상황도 많이 있다. 이익집단끼리 자기 이익 때문에 벌어지는 다툼에 어느 편을 든다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진영 논리라고 하는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의견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평소 비슷한 의견을 가졌던 사람의 의견을 모두 옹호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편향되었다는 이유로 어떤 의견이나 집단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당한 비판은 비판하려는 의견이나 집단에게 논리적 모순이 있거나 정당성이 없음을 지적해야 한다.
상대방을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잘못인 또 다른 이유는 비난하는 사람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상대가 편향적이라는 비난은 자신이 중립적이라는 가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신분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자는 의견이 편향적이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중립적이었던 것일까? 아마도 신분 차별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반대 입장에 있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상대를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말이다.
중립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편향적인 사람이 될까봐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끊게 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은 항상 엄정 중립을 지킬 수 없다. 편향적이어도 괜찮다. 관심을 끊어버린다면 나와 관련된 문제에 나의 의견이 들어갈 수 없을 테니까. 그게 더 큰 문제가 될테니까!
첫댓글 오오오오오!! 제가 글쓰다가 이 중립의 문제로 열불이 터져서 글이 폭발해버렸는데 ㅠㅠ 딱 다루어주셨네용